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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퍼 - 무공수확자-47화 (47/175)

47화

절강행(28)

쾅!

호거술로 강화된 도기가 내가 급히 일으킨 도강을 내려친다. 충격이 도신을 타고 전신을 짓누른다.

“끼악!”

쾅!

연신 터지는 기합과 충격, 발을 움직여 충격의 여파를 흘릴 틈도 없다.

농꾼이 재빨리 내 왼손을 검게 물들이지만 스피커를 만들면 뭐하냐고! 내가 지금 호거술의 공력을 일으킬 여유가 없는데!

무식하고 화끈하게, 그리고 재빠르게 상단만 죽어라 내려치는 대감도 녀석을 떼어내고 호거술을 사용할 여유를 만들어야 한다.

“크아압!”

두 다리에 힘을 불끈 주고 무자비하게 내려찍는 대감도를 맞받는데….

콰르릉!

갑자기 발밑이 허전해진다.

쾅!

힘 받을 데 없는 상태에서 위에서 내려치는 대감도에 찍혀 허물어지는 바닥과 함께 그대로 아래로 떨어진다.

“캬아!”

그런데 아래에서 뭣 같은 소리가 들려온다.

쾅, 콰콰쾅!

허리와 등판에서 시작한 격한 충격이 전신을 뒤흔들다 못해 내 몸을 허공으로 던져 버린다.

“크윽!”

허공에서 몸을 뒤집으려는데 몸이, 하체가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니 공중에서 균형을 잡지 못하고 그대로 바닥에 떨어졌다.

쿵!

둔중한 충격이 등판을 두드린다.

“큭!”

고통을 참으며 손을 움직인다. 바닥을 집고 간신히 상체를 일으켰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허리 아래로 감각이 없었다.

내가 서 있던 곳, 갑자기 내려앉은 그곳에서 장군검을 든 놈이 튀어 나오는 것이 보였다.

저놈의 장군검에도 강기가 이글거린다. 초극 고수다. 그럼 호거술로 강화된 검강에 등판과 허리를 난자당했다는 소리.

어딘가 동강 나서 잘려 나가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이 대주!”

뒤늦게 도착한 화지철이 널브러진 나를 향해 달려오지만 장군검과 대감도를 든 두 놈이 그런 화지철을 덮쳐들었다.

나와 이십여 장은 족히 떨어진 곳에서 초극 고수들 간의 싸움판이 벌어졌다.

“농꾼!”

- 철 이온 코팅된 척추와 호신강기 덕분에 신체가 절단되는 것은 면했습니다. 하지만 척추 골절과 신경 손상은 막을 수 없었습니다.

“반신불수 됐다는 소리야?”

호신강기에 코팅된 척추로도 이 지경이면 허리와 등판에 매고 있다 검강에 박살난 백 관 철궁과 팔 냥 철탄들이 방패 역할을 안 해줬다면 죽었을 공격이라는 소리다.

- 철 이온으로 골절 부위에 코팅 깁스 시술 들어간 상태며, 신경 접합은 당장 어렵습니다. 대신 나노 머신을 활용한 신경 신호 대체를 적극 권합니다.

“해!”

내 말과 동시에 사라진 하반신의 감각이 돌아왔다. 하지만 몸을 일으킬 수는 없었다. 허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탓이다.

“왜 이래?”

- 허리의 주요 근육들이 손상되었습니다. 철 이온을 사용한 긴급 접합이 진행 중입니다.

64, 63, 62….

카운트가 떴다. 카운트 0이 될 때까지 반신불수란 소리다.

화지철은 대감도와 장군검을 휘두르는 두 초극 왜구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빠르고 패도적인 대감도와 장군검이지만 화지철의 신법은 현란하고 재빨랐다.

나는 제비를 꿰뚫는다는 ‘철비연’이라는 별호가 아깝지 않은 몸놀림이다.

초극 왜구 둘이 당장 화지철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이대로라면 응급처치를 끝내고 저 두 놈의 뒤통수를 칠 수 있을 듯했다.

- 리퍼께서 신경 써야 할 것은 저 둘이 아닌 듯합니다.

농꾼의 경고.

바닥에 널브러져 있지 않고 상체를 일으킨 탓에 내가 죽지 않은 것을 알아챈 왜구 떼거리가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다행히 내 오른손은 등판과 허리를 난도질당하는 와중에도 칼을 옹골차게 움켜쥐고 있었다.

“자세 제어. 경로 최적화!”

하반신이 마비된 상태에서 싸워 본 적이 없으니, 농꾼의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다.

눈앞으로 내가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가 떠올랐다.

먼저 왼손으로 증강현실이 가리키는 바닥을 후려친다.

팡!

그 반동을 이용해 몸의 방향을 바꾼다. 왼손으로 바닥을 짚고 상체를 지탱하며 오른손으로는 왜구 놈들을 향해 칼을 겨눈다.

내 행동에 왜구들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 찼다. 내가 하체를 사용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왜구 놈들이 용기백배해서 주저 없이 달려든다. 제일 먼저 내게 당도한 놈이 셋.

“끼요옷!”

“끼앗!”

“크하앗!”

셋이 일시에 호거술을 토한다. 호거술을 이용한 합공, 어지간한 절정 무인도 찍어 누를 도기가 세 자루의 칼질을 따라 움직인다.

나는 바닥에 눕듯 앉은 상황. 세 자루 칼이 움직일 방향은 뻔하다.

당장 하체가 마비되어 반신불수 상태지만 초극에 이르는 내공을 잃은 것이 아니다.

텅!

화면의 인도를 따라 바닥을 후려쳐 몸을 뒤로 민다. 정면 머리 위에서 뻔하게 떨어져 내리는 왜도들이 바닥을 찍는다.

텅!

화면의 인도를 따른 왼손의 움직임에 내 몸이 슬쩍 떠오른다.

그리고 그런 내 눈앞에 증강현실로 그려지는 궤적.

쩡!

강기를 앞세운 벽운섬전도의 칼질이 그 궤적을 따라 벽력을 그렸다.

그 결과.

툭, 투툭!

몸통 잃은 머리 세 개가 바닥을 굴렀다.

“쿠쏘(くそ)!”

그 광경에 달려들던 왜구 상당수가 발을 멈췄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자들도 있었다.

달려드는 것은 넷인데, 나를 향해 휘둘러지는 왜도는 하나.

“타합!”

그 왜도를 후려치라는 인도를 따라 공력을 집중해 상체의 힘만으로 칼을 휘둘렀다.

“오올!”

익숙한 소리와 함께 하나의 왜도에서 강기가 치솟는다.

캉!

강기와 강기가 충돌한다. 몸이 내 의지와 상관없이 뒤로 튕겨 났다.

두 발로 바닥을 딛고 선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힘이 충돌하였으니 당연한 결과다.

“하앗!”

몸이 허공으로 밀려나는 와중에 상체를 휘돌려 균형을 잡는다. 그리고 왼손으로 땅을 잡고 밀려나는 몸을 바닥에 내려놓는다.

그렇게 몸을 가누는 나를 향해 다른 왜구가 달려든다. 그런 놈의 뒤로 따라붙는 놈은 넷.

“오올!”

코러스의 힘을 얻어 놈이 휘두르는 왜도 또한 강기를 토했다.

몸이 멀쩡했으면 맞받을 것도 없이 발을 움직여 슬쩍 피하고 반격해버리면 되지만, 반신불수 상태의 현재는 그저 힘으로 맞받는 수밖에 없다.

캉!

충격에 몸이 하염없이 밀려났다. 그런 나를 향해 왜구들이 달려들었다.

캉! 카캉! 캉!

칼과 칼이 부딪칠 때마다 내 몸은 이리로 날리고 저리로 날렸다.

나에게 거침없이 칼질하는 왜구는 넷으로, 죄다 코러스를 거느리고 있는 것들이다.

셋을 거느리고 있는 것이 둘, 넷을 거느린 것이 둘. 그렇게 강기를 쓰는 놈과 그 코러스까지 전부 18놈들.

나는 그런 18놈들 사이를 오가며 농꾼의 인도를 따라 칼을 휘둘렀다. 그렇게 이를 악물고 버티기를 수십 초.

…3, 2, 1, 0!

드디어 카운트가 사라지고 허리에 힘이 들어간다.

상체의 움직임에, 왼손으로 뿜어내는 장력과 오른손으로 버텨내는 강기의 여파에 그저 끌려가던 두 다리가 굳건하게 땅을 밟는다.

농꾼이 알려 주는 궤적 따위는 치워 버린다. 이 가짜 강기 사용자들에게 온전한 초극 고수의 힘을 보여주리라.

쿵!

거센 진각과 함께 전신의 힘을 실은 도격이 정면의 왜구를 향해 날아갔다.

캉!

충돌과 함께 속절없이 뒤로 밀려나는 것은 왜구가 아닌 나다. 두 다리에, 하체에 공력이 느껴지지 않는다.

“농꾼!”

- 잊으셨습니까? 나노 머신은 공력을, 내공을 감지할 수 없습니다.

사람의 원래 신경계는 가능해도 나노 머신으로는 내공의 가감에 대한 신호를 전달하지 못한다는 소리다.

아나, 이러면 달라지는 게 없다. 하체에 공력을 돌리지 못하니 제대로 된 도법을 펼칠 수 없는 것은 매한가지.

“씨발!”

퇴로를 밟는 내 입에서 욕이 튀어 나온다. 공력이 통하지 않는 다리로 강기의 충격을 버텨냈다. 단 한 번의 충돌이었지만 허벅지를 비롯한 다리의 근육이 비명을 지르는 것은 당연지사다.

- 리퍼, 최적화 된 경로를 따라 움직여 주십시오.

반신불수였던 내가 갑자기 두 다리로 서자 주저 없이 덤비던 18놈들이 발을 멈췄다. 그리고 내 주위를 돌며 틈을 노린다.

“호거술을 쓸 거다. 준비해!”

이 틈에 호흡을 돌리고 18놈들을 후려칠 준비를 한다.

- 저들을 상대로 호거술은 좋은 선택이 아닙니다.

“왜?”

- 전에도 말씀드렸듯 단성보다 하모니의 음역대 폭이 더 큽니다.

“그때는 절정이었을 때고, 지금은 초극이잖아!”

- 기본적인 것은 변하지 않습니다.

“음역대는 스피커로 어떻게 확장할 수 있지 않아?”

- 리퍼가 가진 호거술의 심법에 적용되는 음역대가 정해져 있습니다.

스피커로 음역대를 확장한다 해도 그 영역을 벗어나면 호거술이 아니라 그냥 스피커가 방출하는 소리일 뿐이라는 말이다.

“젠장, 제대로 싸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 빠져나가는 데 집중해야겠군.”

“오올!”

한 놈이 치고 들어왔다. 동시에 내 움직임에 대한 궤적들이 그려진다.

일단 농꾼의 지시대로 몸을 움직인다. 발을 움직여 사각으로 빠진다. 그리고 왼손에 스피커를 만들고 칼을 사선으로 휘둘렀다.

끼요올!

혹시나 해서 호거술을 사용해 봤지만 역시나다. 농꾼의 말대로 상대의 호거술에 눌려서 강기가 강화되지 않는다.

캉!

강기와 강기가 얽히며 서로의 힘이 터져 나갔다.

나는 그 충격에 거스르지 않고 몸을 슬쩍 띄워 허공으로 밀려났다.

“오올!”

그런 내 뒤통수를 향해 왜도가 덮쳐들었다. 칼을 돌려 막는다. 몸은 당연히 밀려났다.

“화지철의 곁으로 가는 경로를 짜.”

밀려나는 와중에 칼을 사방으로 휘둘러 18놈들이 덮쳐드는 것을 견제했다.

- 빠져나간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내 말에 농꾼이 의문을 표했다.

“내가 빠져나가면 저 양반도 바로 빠져나갈 걸? 그런데, 그렇게 갈라지면? 이 다리로 얼마나 뛸 수 있을 것 같아?”

경공을 사용할 수 없으니 혼자서는 도망도 쉽지 않았다. 무난히 도망가려면 화지철의 다리가 필요했다.

- 경로 탐색에 들어갑니다.

시야 한쪽의 그래프들이 미친 듯이 요동을 친 다음 내가 움직여야 할 경로가 나왔다.

10, 9….

그리고 바로 돌입 카운트가 떴다.

“후우, 후.”

놈들을 견제하면서 호흡을 가다듬는다.

1, 0.

바로 바닥을 박찼다.

정면을 향해 내달린다. 정면에 선 왜구의 칼이 그리는 범위에 들어서려는 찰나, 그대로 쓰러지듯 몸을 앞으로 누인다.

동시에 우수로 꼬나 쥔 칼을 안쪽으로 밖으로 뿌리치는 듯한 횡격!

순식간에 다리를 휩쓰는 도강의 궤적에 왜구 놈들이 반사적으로 훌쩍 뛰어올라 피했다.

쓰러지는 듯한 몸을 옆으로 비틀면서 왼손을 검게 물들이며 낭파조의 수법을 발휘했다.

바닥을 잡아당기고 밀치고 후려치고 뿌리쳤다.

그 손짓을 따라 바닥 위를 미끄러지는 몸의 궤적이 갈지 자(之)로 비틀렸다.

“오올!”

쾅!

그렇게 내 몸이 한 번 비틀릴 때마다 따라붙은 왜구의 칼질이 애꿎은 바닥을 후렸다.

그렇게 바닥을 쥐새끼마냥 달려 18왜구놈들의 포위망을 벗어났다.

18왜구놈들이 다시 몸을 움직여 포위망을 만들려는 찰나.

나는 바닥을 칼로 후려쳤다.

끼요올!

콰쾅!

호거술까지 동원해 강기를 터트리니 격한 반발이 내 몸을 허공으로 밀어냈다.

허공에서 피풍의를 펼쳤다. 검강에 난자당해 걸레짝처럼 찢어진 피풍의지만 나노 머신이 함유된 내 피에 절은 상태. 농꾼이 발한 짧은 신호에 반응한 나노 머신들이 여기저기 찢어진 피풍의를 붙들어 매어 제 기능을 하게 했다.

순식간에 초극 왜구 둘의 머리 위를 지나 화지철의 뒤쪽으로 내려섰다.

멀쩡한 모습으로 불쑥 나타난 내 모습에 장군검과 대감도를 든 두 초극 왜구가 화들짝 놀라 뒤로 물러났다.

“자네 괜찮나?”

“멀쩡합니다.”

화지철의 물음에 입으로는 그렇게 대답하며 전음으로 내 상황을 알렸다.

- 검강에 척추를 다쳐 하체로 공력을 운용하지 못합니다. 화 대협께서 제 다리가 되어 주셔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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