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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퍼 - 무공수확자-35화 (35/175)

35화

절강행(16)

뇌응대의 훈련은 3인 1조로 몰려다니는 것이 시작이다. 삼재진을 기본 바탕으로 다수를 상대하는 법과 소수를 상대하는 법을 가르친다.

왜구들을 상대로 스스로를 굳건하게 지키면서 피해를 강요하기 위해 만들어진 꼼수다.

“막아!”

“젠장, 그게 쉽나!”

애송이들이 기를 썼다. 하지만 커다란 도끼를 휘두르는 경철운의 공격은 강력하다.

공력이 비슷하다면 체중이 더 나가는 약물러인 나도 쉽게 보지 못할 것이 경철운의 도끼질이다. 그런 것을 경철운보다 힘도 공력도 약한 애송이가 홀로 감당한다? 말도 안 된다.

물론 훈련이기에 적당히 힘을 뺀 공격이기는 하지만.

쾅!

애송이들이 멀쩡히 버티기에는 강력하기는 매한가지다.

퍼억!

애송이가 어떻게든 일격을 버텨냈지만 뒤이어 나오는 공격은 얻어맞을 수밖에 없다.

“뒤를 노려!”

“타합!”

경철운의 뒤통수를 노리며 검기와 도기가 쏘아졌다. 하지만 경철운은 뒤통수를 노리는 공격을 막기 위해 몸을 돌리지 않았다. 그저 정면의 애송이들을 향해 도끼를 휘두를 뿐이다.

당연한 것이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현란한 검기가 허공을 수놓으며 경철운의 좌측과 후방 사이의 공격을 받아냈다.

우측과 후방 사이의 공격은 쾌속무비의 검격이 그 주인들을 찔러대서 물러나게 한다.

진혜예와 화인천이 확실히 경철운을 보호하는 것이다. 아니 둘은 방어만 하는 것이 아니다. 진혜예가 공격하면 화인천과 경철운이 방어하고, 화인천이 나서면 다른 둘이 뒤를 지킨다.

그렇게 세 명의 부대주와 열두 명의 애송이들이 부딪치면 셋의 압승이다. 기본 무력의 차이도 작지 않은데 협공에 대한 이해와 경험의 차이가 너무 컸다.

하지만 그들은 절정 무인들. 기본이 확실한 애송이들인지라 배우는 것이 빨랐다.

며칠 지나지 않아 종잇장처럼 뻥뻥 뚫리던 포위망이 형태를 유지하고 버티기 시작하더니, 10일이 넘어가자 이제 네 개의 삼재진이 사방에서 조이며 제법 부대주들을 위협한다.

물론, 부대주들이 작정하면 이각 안에 깨지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렇게 소수를 상대로 하는 삼재진의 수행으로 최소한의 조직력을 확보한 다음 다수를 상대하는 삼재진의 수행에 들어섰다.

1개 조가 방어를 하면 나머지 3개 조가 공격하는 방식이다. 물론 3개 조가 진을 치고 대기하는 곳을 1개 조가 달려들어 뚫고 지나가는 수행도 한다.

하지만 그 수행은 이틀 밖에 하지 못했다.

- 리퍼, 응5가 왜선을 발견했습니다.

훈련을 지켜보는 내 귀로 날아든 농꾼의 보고 때문이다. 뇌응대가 훈련에 열중할 동안 응2, 3, 5가 절강 해역을 순찰하고 있었던 것이다.

= 화면.

문자질에 바로 시야에 화면이 뜬다. 망망대해에서 움직이는 왜선들이 보였다. 모두 다섯 척이다.

= 위치.

눈앞으로 절강의 지도가 떠오르고 왜선의 위치가 표시된다.

= 호신강기 반응은?

여느 때와 같이 호신강기 소유자를, 초극 이상의 고수를 파악한다.

- 다섯 척 모두 없습니다.

= 응1, 예정대로 움직여.

나를 지원하기 위해 항상 내 머리 위를 나는 응1이 하늘 위에서 크게 원을 그리며 그 존재감을 드러냈다.

“훈련 중지!”

내 외침에 모두의 움직임이 멈췄다.

“대주, 무슨 일입니까?”

경철운이 대표로 물었다.

“왜구다.”

내가 머리 위로 원을 그리고 날고 있는 응1을 가리켰다.

“화 부대주와 경 부대주 두 사람은 대원들을 이끌고 출전 준비를 하게. 진 부대주는 나와 단주에게 간다.”

바로 움직인다. 그런 나를 진혜예가 따라 붙는다.

“매들이 왜선을 발견한 거야?”

“예.”

진혜예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인다. 반쯤 달리다시피 움직여 단주 집무실로 갔다.

“단주, 뇌응대주입니다.”

“들어오게.”

허락이 떨어지기 무섭게 잽싸게 집무실로 들어갔다.

“무슨 일인가?”

“왜선을 발견했습니다.”

그렇게 대답하며 집무실 한쪽에 걸린 절강 지도 앞으로 갔다.

“왜선의 수는 모두 다섯 척. 응5가 발견했습니다. 응5의 순찰 구역을 생각하면 태주에서 칠백 리 정도 떨어진 바다 위, 이쯤 어딘가에 있겠지요.”

왜선이 있는 해역을 대강 가리키며 말한다. 바다 위니 거리를 말할 때는 원래 해리를 기준으로 잡아야겠지만 말해 봐야 알아먹을 사람도 없다.

“칠백 리?”

멸왜단주가 황당한 표정으로 나를 본다.

“매가 백 장 높이로 날면 반경 백오십 리, 직경 삼백 리를 살필 수 있습니다. 칠백 리가 먼 거리라 생각되십니까?”

망망대해다. 중간에 다른 땅도 없는 상황, 그런 상황이니 왜선이 이쪽으로 향하는 이유는 약탈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다.

“왜선으로 십오 시진이면 도착합니다. 내일 야밤에 태주를 덮칠 수 있는 거리에 왜선들이 있는 겁니다.”

“자네가 생각하는 대응은?”

“뇌응대가 쾌속선으로 일차 대응하고, 태주 쪽 분타들에게 연락을 넣어 대비하게 해야지요.”

“연락이야 전서응 띄우면 되지만, 문제는 뇌응대가 왜선들을 시간 안에 막아설 수 있느냐 아닌가.”

“가능합니다.”

“그럼, 출동하게.”

“예, 단주.”

대답을 하고 바로 집무실을 나섰다.

“대주, 나는 왜 따라오라 한 거야?”

진혜예가 따라오며 물었다.

“저는 이 자리에 오래 앉아 있을 생각 없습니다. 해야 할 일이 있거든요.”

“그래?”

내 대답에 진혜예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잘 보고 배워 놔야겠구나.”

멸왜단에서 진혜예를 비롯한 전직 현무대 인원들을 괜히 내게 붙여 놓은 게 아니다.

총타의 나루터 쪽으로 향했다.

뇌응대에 배치된 쾌속선은 내 요구대로 선체를 검게 물들여 놓았다. 검은 것은 선체만이 아니다.

쾌속선 위에 올라타 대기하고 있는 뇌응대의 인원들 역시 검은 무복을 맞춰 입고 있었다.

나는 그들을 한 번 둘러보고는 쾌속선 위로 올랐다.

“출발.”

뱃머리에 선 내 명에 쾌속선의 노꾼들이 일제히 삿대질을 했다. 쾌속선의 노꾼들이라 해도 다들 이류 무인. 그들이 삿대로 강바닥을 밀 때마다 쾌속선은 쭉쭉 나아간다.

대강 육십 리, 물살을 타고 거기에 삿대질을 더해 한 시간, 반 시진 만에 강을 벗어났다. 강을 벗어나기 무섭게 노꾼들은 일제히 노에 달라붙었다.

“대주, 뇌응대는 아무래도 총타보다는 창국현 쪽에 자리 잡는 게 좋지 않을까 하네요.”

진혜예의 말이다. 뜬금없는 말이 아니다.

“바다로 자주 나와야 하는 입장에 총타는 좋은 선택이 아닌 듯해요.”

강 위를 육십 리나 달려야 바다로 나오는 위치가 문제다.

“그 일은 진 부대주가 맡아 주시게.”

그렇게 답을 하고는 배의 진로를 정했다.

“여기서 직진해 도화도 서쪽으로 빠져나간다.”

총타의 나루에서 출발해 도화도를 지나치는 데까지 이백 리 길이다. 두 시진, 네 시간 동안 달린 거리다.

도화도도 슬슬 멀어지고, 전면으로 망망대해가 펼쳐진다. 그리고 해가 떨어져서 주위도 어둑하다.

“화 부대주, 애들에게 목혜는 신겼나?”

“예. 대주.”

겉으로 표 나지 않게 장화 형식으로 만들어 나무는 밑창 안에 숨기게 했다.

“대원들과 한 바퀴 뛰고 오게.”

목혜 신고 펼치는 등평도수에 익숙해지게 연습시키라는 소리에 화인천이 바로 반응했다.

“명대로 하지요. 전원 밖으로 나와.”

화인천이 선실 안에 있는 뇌응대원들을 전원 밖으로 이끌었다.

경험 없는 애송이들이지만 어쨌든 절정 무인. 처음에는 어색해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바다 위를 잘만 뛰어다닌다.

“적당히 익숙해졌으니 교대로 끌게 할까요?”

화인천이 배시시 웃으며 물었다. 절애도로 배를 끌고 달렸던 기억을 되살려 뇌응대원들에게 같은 경험을 선물해 주려는 것이다.

“아니.”

“예?”

내 대답에 화인천이 실망 가득한 눈이 되었다.

“앞에서 끌게 하면 아무래도 공력과 체력 소모가 심하지. 3인 1조로 일각씩 뒤에서 밀게 해.”

쾌속선 후미에는 이미 그것을 위한 손잡이도 만들어 놓았다.

뇌응대의 쾌속선은 그렇게 절정 무인 셋을 엔진삼아 바다 위를 질주했다.

그렇게 두 시진 가깝게 달렸을까?

- 리퍼, 왜구 선단과의 거리 20km입니다.

농꾼의 보고가 귀를 울렸다. 왜구들이 견시를 세웠을 경우를 대비한 것이다.

“이제부터 노로 움직인다. 올라와.”

후미에서 쾌속선을 밀고 있는 대원들까지 배 위로 올라오게 했다.

“배의 등불을 모두 끈다.”

쾌속선 여기저기에 걸어 놓았던 등불이 모두 꺼지자 주위가 칠흑으로 물든다.

“노질로 천천히 전진한다.”

노질은 노꾼들에게 맡기고 뇌응대원들은 조용히 호흡을 가다듬으며 체력을 비축하게 한다.

그렇게 조용히 움직이기를 한 시간, 멀리서 바다 위를 흐르는 불빛이 보였다.

다섯 척의 왜선들이 선두 한 척, 중간 세 척, 후미 한 척의 마름모 형태로 선단을 이루고 있었다.

“기다렸다가 놈들의 후미로 따라붙는다.”

견시수가 있다 해도 제일 무방비 한 곳이 뒤다. 이미 위험을 확인하고 지나온 길이기 때문이다.

뇌응대의 쾌속선은 왜구들의 선단과 4km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며 슬그머니 그 꽁무니를 따른다.

“원래대로라면 해안에 백 리 정도까지 접근하게 한 다음 해당 지역 분타 전력으로 시선을 끌고 뒤를 치는 것이 가장 좋지만, 첫 출진이고 하니 단독으로 뒤를 친다.”

“대주, 첫 출진이니 더욱더 조심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화인천이 의아한 듯 물었다. 대답은 경철운이 대신했다.

“허둥대는 꼴을 타 분타의 동도들에게 보였다가는 뇌응대의 신뢰도에 문제가 생겨.”

뇌응대의 신뢰도가 떨어지면 뇌응대가 부리는 매가 보내오는 신호를 믿지 않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었다.

“선단 최후미의 왜선 백 장까지 거리를 줄인다.”

내 명령에 쾌속선이 천천히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경 부대주가 대원들을 인솔해서 최후미의 왜선을 공격한다. 진 부대주와 화 부대주는 나와 함께….”

대강의 작전을 일러 준다.

잠시 후, 쾌속선이 왜선과의 거리를 백 장까지 줄였다.

“시작한다.”

뇌응대 전원이 바다 위를 내달렸다. 경철운이 이끄는 애송이들이 최후미의 왜선 위로 메뚜기처럼 뛰어올랐다.

나는 진혜예, 화인천과 함께 준비된 물건들을 짊어지고 바다를 내달렸다.

내가 맡은 배는 중간 세 척 중 중심에 선 왜선.

“헛!”

절애도에서 써먹은 불 단지를 왜선의 돛대를 향해 내던졌다.

허공을 가르고 날아간 불 단지가 돛대를 후려치고 요란하게 깨지며 돛 포에 불을 붙인다.

두 개의 불 단지를 더 던져준 뒤 최후미의 왜선으로 달려갔다.

왜선으로 올라가니 경철운이 왜구 무사 셋을 상대로 싸우고 있는 것이 보였다.

“끼요옷!”

“끼앗!”

“크하앗!”

각기 호거술로 도기를 뿜으며 경철운을 상대하는데, 그 위력이 경철운의 도끼질을 감당하고 있었다.

어지간한 절정 고수도 정면으로 받아내기 힘든 경철운의 도끼질을 사이비 절정이 분명한 왜구 무사들이 막아내고 있는 것이다.

“협공이 아니라 합공이군!”

단순한 초식의 연계가 아니라 공력이 연계되어 개개인의 공격에 담긴 힘을 배가시키는 것이 합공이다.

셋이 내뿜는 기합이 묘하게 하모니를 이루며 공격에 힘을 더하고 있는 듯 했다.

호거술로 이루어진 합공이라니, 잘하면 써먹을 수 있을 듯 하지 않은가.

= 저거 기록해.

- 응5를 통해 이미 영상 녹화 중이고, 음향 데이터는 최고 감도로 수집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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