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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퍼 - 무공수확자-4화 (4/175)

4화

준비행(04)

“천해공이 깊다면 내가 익힌 것의 성질은 좀 넓다? 그런 느낌이구나. 그런데 솔직히 우리 일맥의 도법을 생각하면 천해공만큼 상성이 좋아 보이지 않구나.”

어찌 된 일인지 눈으로 묻고 있는 사부다.

눈빛이 부드럽다. 잡아 죽여야 할 머리 검은 짐승을, 배반자를 보는 그런 눈빛이 아니다. 길을 잘못 들은 제자를 걱정하는 그런 눈빛.

그러고 보니 나는 초극이 될 단초를 가져다 준 고마운 제자 아닌가.

그래,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확실한 기본을 지키는 것이 흑도의 처세법이다.

“그것이…. 제가 익힌 것은 귀원공입니다. 천해공을 발견하기 전에 먼저 발견한 것이 귀원공, 그 구결이 담긴 괴이한 쇳덩이였습니다.”

사부가 일말의 의혹도 가지지 않게 열심히 입을 털었다.

“귀원공의 구결을 한 번 읽었을 뿐인데, 갑자기 쇳덩이가 팔을 타고 오르더니 사라졌다? 그러고는 귀원공의 구결이 귓가에서 떠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익혔다?”

“예. 귀원공이 어느 정도 자리 잡은 듯하자 귓가에서 구결을 읊던 소리가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홀린 듯 저쪽으로 걸어가 땅을 팠는데 거기서 세 비급과 영단이 나왔습니다.”

박경표 시절 읽었던 무협의 에피소드를 빌려 와서 적당히 각색한다.

“천해공을 익히려 하자 다시 귀원공의 구결이 귓가를 괴롭혔습니다. 어느새 단환을 먹고 귀원공을 수련하고 있더군요. 그렇게 귀원공이 제 공력을 완전히 잡아먹은 뒤에야 소리가 사라졌습니다. 혹시 싶어서 천해공을 다시 익혀 봤는데….”

말을 끊고 서서히 천해공의 구결을 따라 공력을 움직였다.

“천해공의 운용이군.”

사부가 내가 열심히 피어 올리는 기세를 읽고 말했다.

“예, 되더라고요.”

“그것뿐이냐?”

사부가 물었다.

“그게, 그 쇳덩이가 제 뼈와 동화되었습니다.”

새빨간 거짓말이다.

내 뼈가 코팅이 되어 거의 금속이라 할 지경인 것은 맞다.

하지만 그 이유는 철 박테리아가 함유된 지하수를 반년 동안 들이키고 그렇게 얻은 철 이온을 농꾼이 착실히 내 뼈에 코팅한 탓이다.

주먹에서 금속 칼날을 뽑아내는 모 영화 주인공을 모티브로 농꾼의 능력을 활용해 실현시킨 내 발상과 노력의 산물. 당연히 영화 주인공처럼 주먹에서 칼날을 뽑아내지는 못한다.

“그리고, 몇 가지 맹세를 했습니다.”

“맹세?”

“죄송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사부님이라 해도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금제 비슷한 것도 있어서….”

송구스럽다는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허어, 네가 고생이 많구나.”

사부가 안쓰럽다는 얼굴로 나를 봤다. 그도 그럴 것이 뭔가 정체불명의 것이 제자의 몸에 기어들어와 금제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연을 발견하고 그 반대급부인 금제를 감당하는 것은 제자인 나인데, 실질적인 덕은 초극이 되어 버린 사부 자신이 봐 버렸으니 말이다.

“맹세를 지키기만 하면 큰 불편은 없는 것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런데, 사부님. 초극지경에 오르신 겁니까?”

내 일이 일단락되었으니 이제 확인할 것을 확인해야 된다.

“흠.”

이런 내 행동에 사부의 눈동자에 안쓰러움이 더해졌다.

어쩔 수 없는 일에 대한 체념과 사부의 걱정을 끊기 위한 말 돌리기로 본 듯하다.

이런 오해는 적극 활용하는 것이 흑도인의 바른 자세다.

“사부님! 진짜 초극 고수가 되신 것인지 제자 몹시 궁금합니다.”

내가 재촉하자 사부는 이 일을 더 언급하지 않기를 바라는 듯한 내 의견을 존중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눈으로 확인하거라.”

사부가 자신의 칼을 뽑았다. 그리고 가볍게 휘둘렀다.

우웅!

칼이 우는 소리와 함께 도기와는 비교할 수 없는 푸르른 광채가 칼을 휘감았다.

“강기! 도강(刀罡)이군요! 사부님, 초극지경에 오르신 것을 경하 드립니다.”

그 위용에 얼른 절을 올린다.

“네 공이 크다.”

당연하다. 비급도 마*카*원 알파도 다 내가 만든 것 아닌가. 뭐 사실 농꾼이 만든 거지만 내가 만들게 했으니 내가 만든 것과 마찬가지다.

“아닙니다. 다 사부님께서 부단히 단련하신 결과지요.”

그렇게 사부와 제자가 서로의 공을 치켜세웠다.

“사부님, 제자 궁금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말해 보거라.”

“초극지경에 오르면 자연스레 호신강기(護身罡氣)가 생성된다는데 사실입니까?”

“흠.”

내 질문에 사부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잠시 스스로를 관조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전신을 보호하는 뭔가가 느껴지기는 한데, ‘강기’라 할 정도로 대단한 건 아닌 듯하구나?”

“그걸 억제할 수도 있습니까?”

“한번 해보지.”

사부가 다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잠시 후.

- 마*카*원 알파와 연결이 회복 되었습니다. 마*카*원 알파의 데이터 백업을 시작합니다.

초극 고수의 호신강기가 나노 머신의 통신을 차단한다는 말이 사실로 확인되었다.

내가 해야 할 일이 확실해졌다.

초극 고수들 찾아다니며 “호신강기 잠시만 꺼 주시지 않을래요?” 하며 부탁하고 다녀야 한다.

씨발, 생판 처음 보는 놈이 그딴 부탁하는데 이 험한 무림에서 살아가는 무인이, 그것도 문파의 안녕과 현재를 짊어진 초극 고수가 “예, 그럽시다.” 하고 순순히 들어 줄 리가 만무하다. 개수작 하지 말라고 칼부림 나는 게 당연한 수순.

“하아!”

눈앞이 캄캄하다. 앞날이 캄캄해.

***

“안 된다.”

“예?”

숱한 초극 고수들과 싸워대야 하는 미래인지라 그 힘을 가늠하기 위해 사부에게 비무를 부탁했는데 단박에 거부당했다.

“너도 반년 전에 한 번 경험해 보지 않았느냐?”

반년 전?

“아아. 제자가 너무 서둘렀군요.”

산중 수행을 위해 내가 댔던 핑계와 같다는 소리다.

나야 파머를 활용해 사기를 친 것이지만, 사부는 초극지경에 막 오른 터라 힘 조절이 진짜로 안 되는 것이다.

“공력의 수발이 자유로워지면 그때는 얼마든지 해주마.”

“그때는 제자가 사부님을 매일 귀찮게 해드릴 겁니다.”

“그래.”

“그렇다면 이곳에서 더 머물 생각이십니까?”

“직접 칼을 휘둘러 봐야 하니 그래야겠지.”

사부가 고개를 끄덕이다 이제 생각났다는 듯 말을 이었다.

“그런데, 방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 네가 여기까지 온 이유가 궁금하구나.”

“사제가 무사히 천해공을 얻었습니다. 사제 곁을 더 이상 지킬 필요가 없으니 사부님 곁을 지키러 온 것이지요.”

“고맙기는 하다만 좋은 선택은 아니구나.”

파룡당 놈들 때문에 하는 소리다.

어차피 목적도 달성했다. 더 이상 이곳에 있어 봤자 사부의 수련만 방해할 뿐이다.

사부와 작별 인사를 하고 다시 청도방을 향해 발을 놀린다.

“안전장치는?”

- 음성 인식으로 발동하게 세팅했습니다.

마*카*원 알파와 연결이 재개된 짧은 순간에 농꾼은 데이터만 백업한 것이 아니었다. 마*카*원 알파에 새로운 기능을 짜 넣었다.

“어느 정도 수준이지?”

- 뇌로 통하는 혈류를 차단하여 일시적 혼절을 일으키는 정도입니다.

“마*카*원 베타에도 같은 기능 부과해.”

사부와 사제는 무림에서 내가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숨겨야 하는 것이 많은 게 내 입장. 언제 사부의 의심을 다시 사게 될지 모른다. 그러니 최소한의 대비는 해놓아야 했다.

게다가 사부의 데이터는 계속 업로드 되어야 한다. 현재로는 내가 가진 유일한 초극 고수의 데이터 아닌가.

“근데, 데이터 빼낼 때마다 작동 시켜야 하는데…. 사부님 건강에는 문제없겠지?”

- 수면 중 일시적 혈류 차단입니다. 일반인 같은 경우에는 수면 무호흡증과 같은 폐해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만, 대상은 초극 고수입니다. 그보다 아래 단계인 절정 무인의 회복력만 해도 야생동물을 뛰어넘습니다. 운기행공 중 안전장치를 작동시키지만 않는다면 건강상 문제없습니다.

“근데, 이 방법 수확 대상자들에게 응용할 수 없는 거냐? 마*카*원 같이 영약으로 위장해 먹인다면….”

- 불가합니다. 수확 대상자들이 품은 나노 머신들의 성능을 제가 자체 생산해 내는 마이너 카피들로는 따라갈 수 없습니다.

“해킹 하자는 게 아니고 그냥 따로 움직여 혈류를 차단하자는 거지.”

- 수확 대상자의 체내로 들어가는 순간 연결이 끊기기 때문에 외부에서 지원이 불가합니다. 바로 역 해킹 당해서 저쪽 지시를 따르는 개체 수만 늘려 주는 꼴입니다.

“너랑, 저쪽 나노 머신이랑 일대일 영혼의 맞다이 말고는 수가 없다는 말이네.”

- 리퍼가 수확 대상자의 호신강기를 제거한 뒤에 일어날 일입니다.

통하지도 않을 꼼수 생각은 그만하고 초극 고수를 상대할 준비나 착실히 하라는 소리다.

“씨발놈의 H형, 개 같은 S급! 그냥 검기 맞고 뒈지면 어디가 어때서! 그 신종 괴물들 강기 맞으면 뒈지는 건 확실한 거지?”

21세기에서 초극의 데이터를 간절히 원하는 이유다.

- 그럴 가능성이 큽니다.

“가능성? 그럼 내가 개고생해서 수확해도 헛고생이 될 수도 있다는 거잖아!”

- 하지만 수확을 안 할 수도 없는 게 리퍼의 입장 아닙니까?

그렇긴 하다. 내가 강호 무림에서 ‘이도연’이라는 제2의 인생을 누릴 수 있는 것은 엄마 덕이다.

불치병에 걸려 골골하던 아들에게 제2의 인생을 주기 위해서 엄마는 연구소의 자산을 사적으로 유용했다. 원래 농꾼, 파머에게 들어갈 것은 내 기억 데이터 따위가 아닌 연구소에서 뽑은 나름 전문가의 기억 데이터여야 했으니 말이다.

그 탓에 내가 리퍼로 움직이지 않으면 연구소에서는 파머의 기능 이상으로 조사가 들어갈 것이고, 엄마는 범죄자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

청도방으로 귀환한지 이틀. 파룡당에서 사절이 왔다.

“누가 왔냐?”

“면면이 화려합니다. 혈수탈명(血手奪命), 독심쌍도(毒心雙刀), 풍랑인도(風浪人屠) 이 셋이 스물의 일류 무사들을 이끌고 왔습니다.”

“이 새끼들 싸우자고 온 거야?”

사제의 보고에 어이가 없어진다.

파룡당의 중진으로 이름난 절정 무인 셋에다가 일류로 이루어진 정예 무사 스물이라니!

대외적으로 알려진 청도방의 핵심 전력과 같았다. 도대체 무슨 개소리를 하려고 이런 전력을 끌고 온단 말인가.

사제를 앞세우고 그들이 기다리고 있는 대청으로 향했다.

= 당장 배치 가능한 친구들은?

내 눈에만 보이는 증강현실 키보드를 소환해 농꾼과 문자질을 한다.

- 현도 내에 자리 잡고 있는 청작일가(廳鵲一家) 동원 가능합니다.

이름 그대로 까치 떼다. 응1과 같이 나노 머신에 침식된 생체 드론.

= 현도의 성문, 장원 상공에 각기 배치해서 장원의 이탈자 도주자 감시하고, 남는 친구들은 전서구 사냥을 대비한다.

- 전원 배치 예상 시간 2분입니다.

농꾼의 대답을 들으며 대청 안으로 들어섰다.

우리의 등장에 둥근 탁자 한쪽으로 앉아 있던 중늙은이 세 명이 몸을 일으켰다.

“청도방 소방주를 맡고 있는 이도연입니다.”

“청도방 섬패의 명성은 내 익히 들었소이다. 파룡당의 내당주를 맡고 있는 가차심이오.”

중앙에 앉은 마흔 가량의 사내다.

“혈수탈명의 위명은 우리 흥국현에서도 쟁쟁하지요.”

각기 세력의 대표로 나선 둘이 서로의 얼굴에 금칠하는 인사를 시작으로 뻔한 이야기가 한 차례 오갔다.

“헌데, 파룡당 내당주께서 본방에 어인 일인지요?”

그리고 본론으로 들어간다.

“전에 귀방의 방주께 한 차례 말씀을 드렸듯, 같은 공주부 사람들끼리 서로 돕고 살자 찾아온 것이오.”

그러면서 품에서 두루마리를 하나 꺼내 탁자 위에 내려놓는다.

“이게 무엇입니까?”

“우리 파룡당의 진심이오.”

혈수탈명 가차심이 내가 앉은 쪽으로 두루마리를 밀었다.

두루마리를 펼쳐 보니, 한 장의 지도와 그 여백에 깨알 같은 문자들이 적혀 있었다.

“내당의 돈 귀신들이 흥국현 내에서 금맥을 찾았소. 하지만 흥국현은 우리 파룡당 영역이 아닌 청도방 영역이 아니오. 우리가 금광을 개발한다고 나서는 것은 청도방의 체면을 깎는 일.”

“우리 청도방에서 나서기를 원하시는 거요?”

“금을 제련할 장인들과 개발에 들어갈 자금은 우리가 대겠소. 금광의 개발과 운영을 청도방에서 맡아 주시오.”

“수익은 어떻게 분배하지요?”

“당연히 반반 아니겠소.”

“물론 잠채(潛採)겠지요?”

“당연히 그렇소. 정식으로 광산을 열면 고자 놈들 얼굴 봐야 하지 않소.”

정식으로 채광(採鑛)을 하면 광세사(鑛稅使)가 파견되는 것은 당연지사. 하지만 광세사로 파견되는 환관 중 제대로 된 자가 있을 리 없다.

이 고자 새끼들은 광맥의 규모나 채산성 따위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제 마음대로 산출량을 정하고 그에 세금을 먹이니 몰래 채광하는 잠채가 성행하는 것이다.

“흠.”

조건이 너무 좋으니 무슨 수작이 있는지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 사형, 괜찮은 이야기 아니오? 막말로 파룡당 놈들이 그냥 진행했다면, 우리 체면만 구기는 일 아니오?

사제의 전음. 맞는 말이기는 하다. 하지만 불과 얼마 전에 한 해 은자 이천 냥을 바치고 고개 숙여라 한 곳도 파룡당이다.

그런 곳에서 한 해 은자 일만 냥은 뽑아낼 수 있는 이권을 제안한다? 이런 신속한 태세 전환에는 그 이유가 있기 마련.

- 파룡당이 우리에게 한 해 은자 일만 냥을 줄 이유가 없다. 네 말대로 파룡당 단독으로 일을 진행해도 무리 없는 일 아니냐.

그리고 좋은 일 권하면서 저렇게 위협하듯 잔뜩 몰려온 것도 이상하다.

- 혹시 사부님에 대해 파룡당에서 눈치 챈 것 아니오?

사부에 대한 정보가 넘어갔을 리 없다. 아니 설사 사부가 초극지경에 오른 것을 파룡당에서 알았다 해도 한 해 은자 일만 냥을 턱하니 내놓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끌고 온 전력을 보면 더 그렇다. 초극 고수에게 친하게 지내자 선물을 주면서 저렇게 몰려온다? 그러니 사부가 드러난 것은 아니다.

“이거 너무 큰일이라 우리 청도방 같은 작은 방파가 감당할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당장 눈앞의 이익에 달려들기에는 너무 이상한 일. 이럴 때는 발을 빼는 것이 상책.

“허, 이래서 어린놈은 싫다니깐. 눈치가 없어.”

혈수탈명이 입꼬리를 말아 올리고 말을 이었다.

“청도방 따위가 파룡당의 명을 거부할 수 있다 생각하느냐?”

“지금, 싸우자는 거냐!”

옆에 앉아 있던 사제가 칼자루를 움켜쥐고 몸을 일으켰다.

나는 같이 일어나며 사제의 어깨를 잡았다.

“사형! 이런 수모를 참으라는 거요?”

내 행동에 사제가 분노를 숨기지 않았다.

“넌 밖으로 나가.”

“사형!”

사제가 노성을 내질렀다.

“흐흐, 그래도 몇 살 더 먹었다고 사리 분별은 하는구나.”

혈수탈명의 코웃음에 내 입꼬리도 같이 말려 올라갔다.

“사제, 찬물에도 위아래가 있는 법이다. 안의 늙다만 것들은 내 몫이니, 사제는 밖의 조무래기들이나 맡아.”

“무슨 개소….”

콰자작!

탁자가 박살났다.

빠드드득!

동시에 혈수탈명의 위명을 떨치게 만든 가차심의 양손이 으스러졌다.

맨손으로 펼쳐도 위력적인 해남 낭파조를 금속 코팅 된 손으로 펼친 탓이다.

“절정이라는 놈이 왜 이리 약해?”

“컥, 컥!”

콰드득, 콱!

목이 꺾여 제대로 비명도 못 지르는 혈수탈명의 다리를 박살낸 다음 옆으로 치워 놓는다.

“설마! 지강(指罡)!”

“초, 초극 고수!”

독심쌍도와 풍랑인도가 기겁을 내뱉으며 뒤로 물러났다.

검고 반뜩이는 금속으로 코팅 된 내 손끝을 보고 하는 소리다. 체내의 철 이온이 피부로 밀려나와 순간적으로 결정화 한 것인데, 그걸 강기로 착각한 것이다.

“초극 고수라, 진짜로 그랬으면 얼마나 좋아.”

일반적인 절정 무인보다 좀 많이 단단하고, 좀 많이 빠르고, 힘이 좀 많이 세지만, 나는 아직 절정지경의 무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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