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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이단심판관-220화 (220/227)

220화 정상으로

아폴리온의 계획이 알려진 이후.

에일을 비롯한 도시 안에 남은 유저들은 일제히 내성으로 가기 위해 길을 뚫었다.

시간 안에 내성에 위치한 절멸 마법진을 파괴해야 했고 그러기 위해선 길을 막아서고 있는 악마의 하수인들을 해치워야 했다.

콰아아아앙!

“나이스!”

리아의 마법이 전면을 휩쓸자 로덴이 외쳤다.

워낙에 고화력 위주의 마법들을 익힌 리아였으니 걸리적거릴뿐인 마수들이 숫자만으로 그들을 막아서려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어서 가죠.”

“네.”

선두에 서 있던 에일은 곧바로 움직였다.

곳곳에 흩어져 있던 다른 랭커들을 비롯해 모이기로 한 목표 지점까지 이동 중이었다.

결계가 깨질 예상 시간만을 알고 있을 뿐.

놈들이 사용하려는 절멸 마법이 언제 발동될지 모르는 만큼 최대한 서둘러야 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악마의 하수인들이 막아서고 있음에도 시간이 크게 지체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변수 덕에 가능성이 커졌지.’

키이이이익!

그때 뒤쪽에서 갑자기 마수가 바닥을 뚫고 나왔다.

습격해 온 보랏빛 마수의 목표는 철저히 리아에게 향해 있었다.

기척도 없이 땅속에서 나타난지라 앞서가고 있던 에일과 로덴도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

“윽……!”

촤아악!

그때 덤벼들던 마수의 몸이 반으로 갈라졌다.

후두둑 떨어지는 핏줄기가 리아의 뺨에도 몇 방울 떨어졌다.

그러자 순간 눈을 질끈 감았던 리아는 슬며시 눈을 떴다.

그녀의 앞에는 마수를 창으로 갈라버린 알리사가 서 있었다.

“위험했네요.”

“아, 알리사 님!”

그녀의 등장에 리아의 눈은 크게 뜨였다.

“그럴 땐 눈을 감는 게 아니라…….”

“으아! 보고 싶었다구요!”

“저, 저도요.”

달려든 리아는 알리사의 품에 푹 안겼다.

그러자 알리사는 땀을 삐질 흘리며 그녀를 품속에서 떼어 냈다.

재회의 기쁨을 나누는 것도 좋았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일들이 많이 남아 있었다.

“오셨군요!”

로덴과 에일도 그녀에게 다가왔다.

결계로 막혀 있는 도시를 생각하면 알리사가 갑자기 나타난 것에 깜짝 놀라야 정상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반가움을 느낄 뿐 아주 놀라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녀가 결계 속으로 진입한 뒤 불과 몇 분 전 이야기를 미리 전해 들은 덕이었다.

거기다 알리사 뿐만이 아니었다.

잠시 생긴 결계의 틈새로 여명과 나이트메어 길드 소속의 수많은 랭커들이 도시 안으로 대거 진입했다는 사실 또한 모두에게 전달되었다.

당장 에일과 일행들만 하더라도 거리에서 철십자 소속이 아닌 아군 랭커들을 몇 번 마주쳤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함께 활동하던 4인 파티가 모두 모이게 되었다.

“정말 루칸을 상대로 뿌리의 길에서 무사히 빠져나오셨네요.”

“에일 님이야말로 유론을 해치웠던데요. 저라면 불가능했을 텐데.”

“그거야 제가 했다기보단 동료가 도운 게 컸죠. 덕분에 스킬도 아꼈고…….”

“훈훈하긴 한데, 칭찬 시간은 일이 끝난 뒤에 합시다?”

슬쩍 끼어든 로덴이 말했다.

그러자 피식 웃은 알리사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죠. 이제 도시를 탈환하는 일만 남았어요.”

결계의 틈을 타 외부의 랭커들이 대거 합류한 덕에 상황은 많이 뒤바뀌게 되었다.

크루거를 비롯한 최고 간부들의 존재는 여전히 부담스럽긴 했지만 랭커들 간의 숫자 차이는 오히려 뒤집혔다.

이미 예상치 못한 숫자가 들어왔다고는 해도 어디까지나 경계를 높인 도시에 몰래 숨어들어 온 것이었기에 아폴리온 측에서 이 이상 잠입하는 데엔 한계가 있었다.

심지어 잠입에 능숙한 랭커들 만이 아니라 미숙한 결사단원까지 챙기느라 더더욱 그랬다.

그 덕에 현재 랭커들의 숫자와 전력은 아군이 앞서게 된 상황이었다.

이제 내성으로 쳐들어가 그들을 무력화시키기만 한다면 모든 일이 끝나게 되는 것이었다.

물론 이렇게 쉽게 말할 수 있을 만큼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아폴리온 쪽에서도 성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는 게 문제겠죠. 이걸 어떻게 해야…….”

알리사가 깊은 고민에 빠졌다.

결계가 반파된 이후, 아폴리온의 랭커들은 아예 내성 안에서 웅크리고 있었다.

외부 랭커들이 도시 안으로 진입하기까지 했으니 아폴리온 쪽에서 작정하고 시간을 끌기 위해 수성에 전념하려 할 것이었다.

랭커들이 진입해 준 덕에 전력상 우위에 서긴 했지만, 방어를 뚫는 데는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철십자 길드는 방어 설비에 굉장히 신경을 잘 써 놓기로 유명했다.

외각 성벽과 첨탑 등의 시설들을 최고 수준까지 등급을 올려놓는 것은 물론, 내성도 높은 성벽과 강력한 강화 성문이 가로막아 서 있었다.

규모가 비교적 작은 덕에 실제 공성전만큼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아무리 길어 봐야 한 시간 이내였다.

성문을 뚫으려 실랑이를 벌이며 전면전을 벌이다간, 그 사이에 절멸 마법진이 발동되어 모두가 전멸할 것이었다.

지금의 전력상 우위도 방어 시설을 낀 버티기 앞에서는 무의미해졌다.

“아뇨, 그 부분은 괜찮아요. 내성 성문 쪽으로 이동 중인 사람들은 전부 미끼일 뿐이거든요.”

하지만 에일은 이런 상황 속에서도 자신 있게 답했다.

분명 벨하벤의 내성으로 들어가려면 양쪽에 나 있는 두 개의 성문을 거쳐야만 한다고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그쪽은 말 그대로 미끼일 뿐이었다.

도시의 주인이 철십자 길드였던 만큼 성채의 구조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자들 역시 철십자였다.

아무리 외부에서 철저하게 조사를 했다 해도 감히 다른 길드가 비할 바 아니었다.

그 결과 벨하벤의 내성엔 아폴리온도 미처 알지 못한 통로가 하나 존재했고 그것이 바로 이번 공략의 열쇠였다.

* * *

콰악!

지하실을 살피고 있던 두 아폴리온의 길드원이 동시에 쓰러졌다.

6대 길드의 일원인 그들조차 미처 반응하지도 못하고 쓰러질 정도의 빠르고 수준 높은 일격.

목이 베여 쓰러진 시체가 나뒹굴었고, 어둠 속에선 장검을 든 시르의 모습이 나타났다.

“이제 나와.”

그녀의 말이 떨어지자 바닥 한쪽이 드르륵 들렸다.

그리곤 그 안에서 수많은 랭커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너저분한 공간과 달리 그 안에서 나온 이들은 하나같이 워로드에서 이름을 떨치는 유명 인사들이었다.

몰래 숨어드는 것과는 어울리지 않을 만큼 화려한 라인업.

보통의 유저들이라면 다소 이질적으로 느껴질 만한 그림이었으나 이름값이라면 성을 지키고 있는 상대도 마찬가지였다.

“서둘러. 분명 죽은 녀석들이 곧 연락할 테니까.”

방금 죽은 두 남자는 NPC가 아닌 유저였다.

죽음과 동시에 곧바로 현실로 튕겨 나가겠지만 그 상태에서 연락은 가능했다.

대형 길드쯤 되면 이런 상황에 필요한 현실의 연락망쯤은 당연히 24시간 유지하고 있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절반은 성공했군.”

비밀 통로를 통해 침투조 전원이 문제없이 진입에 성공했다.

그 인원 중엔 에일을 비롯한 파티원들도 전원 끼어 있었다.

쿠구구구!

위쪽에선 시선을 끌기 위해 적잖은 수의 랭커들이 성문 앞을 화려하게 두들기고 있었다.

이제 이 틈에 서둘러 움직여야 했다.

“전달한 절멸 마법진의 위치는 모두 숙지해 뒀겠지. 마력 감지로 찾아낸 대규모 마나 흐름으로 보아 위치는 두 곳. 놈들이 모여들어 방어선 구축하기 전에 빠르게 돌파한다.”

아직 모두가 올라오지 않은 틈을 타 시르의 지시가 이어졌다.

철십자가 지니고 있던 내성 구조를 담은 지도는 이미 모든 랭커들에게 전달이 된 상태였다.

일부 마법사 랭커들의 탐지 마법을 통해 절멸 마법진의 위치까지 모두 읽어 낸 상황이다.

꼭대기와 1층.

마법진은 총 두 개의 층으로 크게 나뉘어 있었고 그 중 아래층부터 먼저 공략하는 게 이번 계획이었다.

어느 한쪽을 파괴한다고 해서 완전히 소멸되는 지는 아직 알지 못하기에 속단할 수 없었다.

알려진 바가 적은 금지된 마법이기에 구체적인 정보를 알 수는 없었다.

파앗!

침투 인원의 3분의 2 이상이 올라오자 그들은 행동을 개시했다.

즉각 내성 곳곳으로 퍼져나가며 내부를 확보하고 1층 마법진을 향해 나아갔다.

카아앙!

“저, 적의 기습이다!”

간신히 어둠 속에서 뻗어져 나온 도적의 공격을 막아낸 아폴리온의 랭커가 소리쳤다.

뒤늦게 대응하려 해 봤지만 이미 지하층은 모조리 장악당한 뒤였다.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적들이 대거 나타나자 치밀했던 아폴리온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콰악!

각 길드장들을 필두로 아폴리온을 단숨에 몰아쳤고, 침착하게 대응하려던 길드원들도 빠르게 쓸려나갔다.

하지만 인원이 거의 적게 놓여있던 지하와는 달리 지상에서의 저항은 거셌다.

이미 성문 쪽을 두드리는 미끼 인원을 막아내기 위해 1층에 많은 방어 인원이 몰려 있었다.

지하에서 당하는 사이에도 연락을 전했기 때문에 위쪽에 있던 이들까지 즉시 몰려와 방어선을 구축할 수 있었다.

‘시간을 끌리면 안 돼.’

콰아아아앙!

양쪽으로 마법이 쏟아지고 대형 스킬들이 오고갔다.

그 와중에 에일은 정신없는 전장을 능숙하게 파고들며 마법진이 있는 위치로 향했다.

가장 급한 절멸 마법진부터 최대한 빠르게 제거할 심산이었다.

하지만 서로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치열한 전투 속 전장을 한 차례 뒤집는 소식이 들려왔다.

“간부들이다!”

시르를 비롯해 각 6대 길드의 길드장이 앞으로 나서 활약했듯.

아폴리온도 존재만으로 전황을 뒤엎을 수 있는 자들이 있었다.

사일러스와 루칸, 다고스.

현 랭킹 2, 3, 5위가 동시에 나타나 적들을 베었고 모두의 시선을 끌었다.

그들이 나타나며 마법진으로 향하는 길목을 틀어막고 있었다.

카아앙!

“어딜 가려고?”

파고들던 에일을 단숨에 저지한 사일러스가 길을 막았다.

카드드득!

검 너머로 느껴지는 엄청난 힘.

이런 상대를 싸우지도 않고 혼자 힘으로 그녀를 따돌리기에는 무리였다.

하지만 에일의 목을 노리던 그녀의 다음 공격을 막아선 건 그 자신이 아니었다.

카앙!

“에일, 먼저 가라!”

끼어든 시르가 사일러스의 검을 받았다.

다른 간부들 또한 나이트메어와 여명의 길드장인 카린과 솔로스가 막아서며 상대했다.

그 덕에 잠깐의 틈이 생겼고 에일은 속도를 끌어올리며 단숨에 안쪽으로 파고들어 갔다.

콰앙!

문짝을 발로 차며 방 안으로 들어선 에일.

그곳엔 들었던 대로 검은 마력을 풀풀 풍기고 있는 절멸 마법진이 준비 중이었다.

하나 그 앞엔 커다란 대검을 어깨에 진 채 마법진을 홀로 지키고 있던 남자가 있었다.

현 워로드의 세계 랭킹 4위이자 아폴리온의 최고 간부, 익시온.

에일과 마주한 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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