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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이단심판관-107화 (107/227)

107화 뱀 사냥 (2)

키이이익!

달려드는 언데드들을 도륙하던 검은 바실리스크의 고개가 돌아갔다.

정신없이 싸워 버렸지만, 뒤늦게라도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든 침입자를 찾기 시작한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들을 싸움 붙여 둔 에일은 슬쩍 뒤로 물러난 채, 이상한 스크롤 두 장을 바닥에 펼쳐 두고 있었다.

그러자 바실리스크의 매서운 두 눈이 번쩍하고 빛났다.

[저주가 담긴 시선으로 인해 디버프, ‘위축’ 상태에 빠집니다!]

[저주가 담긴 시선으로 인해 디버프, ‘공포’ 상태에 빠집니다!]

변종 바실리스크의 까다로운 패턴, 피할 수 없는 디버프가 발동되었다.

전체적인 스탯이 떨어지고, 움직임까지 느려지게 만드는 두 가지 효과.

하나 루의 광신도인 에일에게는 소용없는 일이었다.

[스킬, ‘광적인 순교자’의 효과로 상태 이상 효과가 무효화됩니다!]

[디버프, ‘위축’이 해제되었습니다!]

[디버프, ‘공포’가 해제되었습니다!]

모든 심리적 상태 이상을 해제하는 패시브, 광적인 순교자.

그것을 지니고 있는 에일에게는 아무런 효과를 줄 수 없었다.

파아아앗!

그사이 대상이 지정된 스크롤이 발동되었고, 두 바실리스크를 향해 각각 적용되었다.

에일이 사용한 스크롤의 마법은 ‘상태 이상 취약’.

말 그대로 상대를 각종 상태 이상에 취약하도록 만드는 마법이었다.

겉보기엔 아무런 효과도 없이 끝나 버린 것 같았지만, 바실리스크들의 몸을 어렴풋이 감싼 보랏빛 기운을 보면 효과는 확실히 적용되었다.

‘준비는 끝났고.’

콰악!

에일은 큼직한 배틀 액스를 휘둘러 언데드 하나의 머리를 호쾌하게 날려 버렸다.

그가 든 무기는 얼마 전에 얻었던 영웅급 아이템, 처형인의 도끼.

마무리 일격을 가하면 주변의 모든 적에게 공포 효과를 새겨 넣는 독특한 효과를 지니고 있었다.

그렇기에 에일은 달려드는 언데드들의 신체 부위들을 계속해서 날려 버리면서, 공포 효과를 차근차근 쌓았다.

물론 언데드들에겐 공포라는 감정이 없었고, 아무런 효과도 낼 수 없었다.

하지만 눈앞의 두 바실리스크는 언데드와는 거리가 멀었다.

[스킬, ‘광적인 순교자’의 효과로 공포 효과가 두 배로 적용됩니다!]

[상태 이상, ‘공포’가 발동됩니다!]

[상태 이상, ‘심한 공포’가 발동됩니다!]

키이익!

열댓 마리가 넘는 언데드를 해치우자, 바실리스크들이 움찔거리며 반응을 보였다.

녀석들은 방금까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지만, 에일이 알게 모르게 공포를 잔뜩 먹여 놓은 효과였다.

대형 보스 몬스터인 만큼 상태 이상에 어느 정도 저항을 가지고 있었지만, 에일의 취약 스크롤이 사용된 데다가, 광적인 순교자 패시브의 부가 효과로 공포가 2배로 훌쩍 뛰어 적용되었다.

공포가 전혀 통하지 않는 상대가 자기한테는 2배나 되는 공포를 걸어대다니 당하는 입장에서는 어처구니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에일의 입장에서는 이것을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바.

그 덕에 굉장히 민첩하던 녀석들의 움직임이 어느 정도 경직된 것이 보였다.

덩달아 에일이 몸을 움직일 때마다 무의식적으로 움찔거렸고, 저만한 덩치의 보스몬스터들에게 이렇게까지 잘 먹혀들다니 재밌는 일이었다.

일반적인 공포는 몸이 굳어 속도가 느려지는 게 전부였지만, 일정 수치 이상으로 공포가 쌓인다면 전반적인 스탯까지 하락하게 된다.

그만큼 공포를 쌓는 데 조건이 까다로워서 그렇지, 잘만 먹혀든다면 이만한 상태 이상이 따로 없었다.

‘이제 좀 할 만하겠어……!’

에일이 날뛰는 바실리스크를 향해 달려 나갔다.

두 마리 중 우선 표적은 흑색의 바실리스크. 투척 단검을 맞춰 놔 둔화에 걸린 녀석부터 처치할 생각이었다.

쿠웅!

에일이 날아드는 바실리스크의 꼬리를 피해냈다.

역시나 강한 공포 효과 탓에, 놈들의 움직임과 판단에 딜레이가 생기고 있는 게 느껴졌다.

에일은 꼬리를 향해 성수를 뿌린 뒤, 성화의 불씨를 뿌려 녀석을 불태웠다.

백색 불꽃이 번지며 놈의 체력을 갉아먹었고, 그사이 에일은 놈의 몸통에 장검을 깊숙이 꽂아 넣었다.

딱딱한 비늘에 싸여 높은 방어력을 지닌 녀석이었지만, 에일에게는 40퍼센트에 달하는 방어구 관통력이 있는바, 놈의 체력이 뭉툭 빠져나갔다.

키이이익!

한쪽에선 언데드들이 달려들고, 몸통엔 검상, 꼬리에는 강렬한 화염까지 붙자 흑색 바실리스크의 인내심이 바닥났다.

녀석이 입을 쩍 벌려 맹독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독에 닿은 언데드들은 저항할 새도 없이 녹아내렸고, 심지어 맹독에 직접 닿지 않았음에도 주변에 있는 것만으로도 체력이 줄어들 정도였다.

‘이런……!’

바실리스크의 고개가 에일이 있는 방향으로 향했고, 쏟아내고 있던 맹독 브레스가 날아들었다.

다급히 몸을 날린 에일이 벽 뒤로 몸을 숨겨 공격을 피했다.

하나 벽조차 녹아내릴 정도로 오래 버티지 못할 강렬한 공격이었고, 에일은 서둘러 반대편으로 돌았다.

벽과 기둥을 비롯해 구조물로 가득해 복잡한 던전의 구조 덕에 녀석의 시선이 닿지 않을 수 있었다.

키릭!

녀석의 뒤편에서 나타난 에일이 대검을 치켜들었다.

백색 화염을 머금은 대검이 바실리스크를 향해 찍어 내려졌고, 발동시킨 일섬이 녀석을 휩쓸었다.

콰아아아!

탐식의 대검이 첫 타격에 가지는 1.5배의 데미지 효과에 영웅급 스킬인 일섬이 날아들었다.

대형 보스 몬스터라 해도 강력한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고, 벽을 녹여 버리던 검은 바실리스크의 몸이 크게 흔들렸다.

그로 인해 녀석이 쏟아내던 산성독의 경로 또한 흔들렸고, 옆에서 언데드들과 전투를 벌이던 백색 바실리스크에게 애꿎은 불똥이 튀었다.

치이이이익!

키에에엑!

본인들이 가지고 있는 맹독임에도 너무나 강력한 탓에, 백색 바실리스크의 얼굴이 반쯤 녹아내렸다.

너덜너덜해진 체력 상황이야 말할 것도 없었고, 제대로 보기 힘들 정도로 흉측한 몰골을 띠게 되었다.

“아직 안 끝났어.”

어느새 마나 포션 하나를 들이켜고 나선 에일이 모습을 드러냈다.

방금 사용한 대검은 인벤토리 안에 넣은 상태.

그리고 다른 편에선 소란을 듣고 몰려든 던전의 또 다른 언데드 몬스터들이 한가득 찾아온 상황이었다.

마침 광분에 당했던 언데드의 숫자가 많이 줄어들었을 시점이었고, 에일은 다시 한 번 광분 스크롤을 사용했다.

파아앗!

광분에 당한 몬스터들이 또다시 번질거리는 눈을 빛냈고, 씩 웃은 에일은 무기를 바꿔 처형인의 도끼를 들었다.

상대가 몬스터든 유저든, 공포는 더할수록 좋았다.

* * *

[교단의 적, 신성모독자를 처단하였습니다!]

[‘형벌 선고’에 따라 지정된 형벌을 성공적으로 집행하였습니다. 스킬의 효과로 스탯 보너스가 두 배로 늘어납니다.]

[여신의 총애 +2.98% (현재 68.96%)]

[빛의 교단 공헌도 +1200]

[신앙심 스탯 +40]

[광기 스탯 +40]

[돌발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

[던전의 신성모독자를 모두 제거하십시오(2/2)]

[여신의 총애 +1.90% (현재 70.86%)]

[빛의 교단 공헌도 +2,000]

[신앙심 스탯 +10]

[광기 스탯 +10]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

[제한 시간 내에 임무를 완수해 네 배의 추가 경험치가 주어집니다!]

[툴리 마을의 조사단에게 돌아가 보수금을 받으십시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던전 위층의 방, 사령석을 회수한 에일의 앞에 떠오른 수많은 메시지였다.

여신의 돌발 퀘스트와 왕국 조사단 퀘스트까지 겹쳐 레벨이 3이나 올랐고, 신성모독자 둘을 제압해 형벌까지 집행한 덕에 스탯과 공헌도도 엄청나게 들어왔다.

만족한 듯한 표정의 에일은 보상을 재확인하기 위해 띄워 올렸던 메시지들을 다시 내렸다.

툭.

에일의 발치에 덩그러니 놓여 있던 거대한 뱀의 머리 두 개가 걸렸다.

에일이 바실리스크들에게서 잘라 직접 챙겨 올라온 머리였다.

놈들의 몸통이야 아직도 지하에서 활활 타오르고 있었고, 머리는 이번 퀘스트의 증거로 삼아 툴리 마을 한가운데에 걸어둘 생각이었다.

“으음… 이걸 좋아해 줄지는 의문이지만.”

바실리스크의 머리가 잘린 단면에서 정체 모를 검은 무언가가 꾸물거리는 모습이 상당히 징그럽게 보였다.

놈들의 정체는 평범한 생물이 아닌, 사람들의 영혼을 뭉쳐 만들어진 괴물.

괜히 신성모독자로 지정된 것이 아니었다.

[사악한 영혼의 반지(영웅)]

[사악한 영혼의 귀고리(영웅)]

[사악한 영혼의 목걸이(영웅)]

에일이 루팅했던 아이템들을 확인했다.

이번에 얻은 전리품 중 가장 큰 수확으로, 변종 바실리스크들이 드랍한 40레벨대 장신구 세트였다.

3세트를 모두 갖출 경우 방어력을 10퍼센트 올려 주는 세트 효과를 가지고 있었고, 무엇보다 장비마다 붙어 있는 추가 스탯 옵션이 매우 뛰어났다.

그동안 사용하던 검은 수정 장신구 세트라면 특수 효과가 워낙 좋아 오래도 써 왔지만, 이젠 착용 레벨대 탓에 스펙 자체가 워낙 뒤떨어져 바꿔 줘야 할 시기였다.

아깝긴 했지만, 아무리 에일이라도 방어구나 장신구를 전투 중에 바꿔 착용하는 스왑 플레이까지는 무리였다.

무기는 하나만 바꾸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냈지만, 다른 장비는 몇 개의 피스를 한꺼번에 바꿔 줘야 하니 훨씬 난이도도 높고 많은 시간이 걸리는 반면 효과는 덜했다.

거기에 무기는 비교적 자유로운 손에 쥐여 있는 반면, 방어구는 몸에 착용 중이라는 것도 큰 차이였다.

‘그래도 값은 충분히 받아 챙길 수 있을 테니까…….’

장비를 교체한 뒤, 미련 없이 시선을 돌린 에일은 상태창을 켜 자신의 레벨을 확인했다.

[레벨: 41]

그의 레벨은 어느새 41레벨이 되어 있었고, 두말할 여지 없이 굉장히 빠른 페이스였다.

워로드의 레벨 업이란 원래 도통 쉬운 일이 아니었기에, 일반인들 사이에선 100레벨만 넘겨도 어디 가서 무시당할 일 없는 고수 소리를 듣기 마련이었다.

심지어 전 세계 정상급 실력을 지닌 ‘랭커’들도 지난 1년 동안 200레벨을 겨우 넘어서는 수준에 달했는데, 플레이를 시작한 지 아직 한 달이 되지 않은 에일은 벌써 40레벨을 넘어서 있었다.

기초 스킬을 배울 초반 시점에 레벨 업이 비교적 쉽다는 걸 감안하고도 빠른 속도였고, 이대로만 계속 간다면 정말 그들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 희망이 부풀어 올랐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에일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니, 더 속도를 낸다.’

이 정도 선에서 만족하기엔 부족했다.

자신이 나름대로 부지런히 레벨을 올린다고 해서, 앞서가던 자들이 가만히 멈춰서 기다려 주는 것은 아니었다.

너무 늦지 않게 그들을 따라잡으려면 보다 빠른 성장이 필요했다.

더욱이 에일이라는 이름이 사방에 훤히 알려진 이상, 저번처럼 만만하게 찔러볼 수 있는 표적이 되지 않기 위해선, 최대한 빠르게 성장해 나가야 했다.

레벨 업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 다짐한 에일은 자신의 네 번째 스킬을 위해 스킬북을 꺼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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