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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이단심판관-106화 (106/227)

106화 뱀 사냥 (1)

[이단을 처단하였습니다!]

[‘형벌 선고’에 따라 지정된 형벌을 성공적으로 집행하였습니다. 스킬의 효과로 스탯 보너스가 두 배로 늘어납니다.]

[여신의 총애 +1.14% (현재 65.98%)]

[빛의 교단 공헌도 +290]

[신앙심 스탯 +8]

[광기 스탯 +8]

[레벨이 올랐습니다!]

“후, 다 됐다.”

에일이 피 묻은 손을 툴툴 털어냈다.

비록 정신 보정이 있다고는 해도 웬만한 멘탈이었다면 눈앞에 벌어진 끔찍한 참상에 인상을 찌푸릴 법도 하건만, 당사자에게 그런 게 있을 리 없었다.

그는 이단으로 지정되어 있던 네 명의 유저 모두에게 다양한 형벌을 선고했고, 주저 없이 집행했다.

신앙심의 경우 100을 넘어섰고, 광기 스탯 역시 100을 목전에 둔 상황.

동시에 38레벨을 달성했다.

더군다나 형벌 집행의 부가적인 효과로 공격력, 속도, 방어력, 생명력의 여러 능력치를 다양하게 올릴 수 있었다.

60분간 10퍼센트 증가의 효력, 성능 좋은 인간 도핑 포션이 따로 없었다.

“산뜻한 출발인걸.”

던전을 앞두고서 상당한 버프를 받고 진입하는 것.

일단은 기분 좋은 시작이었다.

물론 이 앞을 몬스터들이 가로막고 있을지, 아니면 사령석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유저들의 전리품을 모두 챙긴 에일은 내부로 향했다.

급하게 내려오던 와중에도 입구는 확실히 닫아 놨으니, 뒤에서 또 다른 이가 내려올 걱정은 없었다.

그리고 그는 얼마 가지 않아 슬레지가 습격하며 부서뜨렸던 벽과 마주했다.

에일은 아직도 방치되어 있는 슬레지의 시체를 뒤적여 보았지만, 아이템은 이미 회수되어 있었다.

워낙 급박했던 상황이라 미처 루팅하지는 못했었는데, 화이트 팽 길드의 녀석들이 가로채 간 모양이었다.

‘이거야 뭐 예상했던 거고…….’

문제는 눈앞에 나타난 두 갈래 길이었다.

원래의 이어진 복도와 무너진 벽 틈 사이로 나타난 숨겨진 통로.

두 길목 중 어느 쪽으로 가야 할지 잠시 고민했다.

한쪽이 막다른 길이거나 아무런 차이가 없을 수도 있었지만, 반대로 극명한 차이가 있을 수도 있었다.‘괜히 숨겨져 있던 건 아니겠지.’

에일은 슬레지가 부쉈던 벽 안으로 들어갔다.

아무래도 결사단원이 직접 모습을 드러냈던 길로 향하는 편이 옳았고, 별거 없는 구조라 해도 다시 돌아오면 그만이었다.

그렇게 에일은 넓지 않은 통로로 들어섰고, 얼마 걷지 않아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통로로 이어진 바닥의 일정 간격마다 쇠창살이 박힌 채 뚫려 있는 구멍이 있었고, 그 사이로 아래를 훤히 내려다볼 수 있었다.

틈 사이로 대강 보기엔 시체들을 보관해 놓는 안치소처럼 보였는데, 바닥에 스멀스멀 깔려 있는 검은 기운 탓인지 언데드 몬스터들이 서성이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아무래도 결사단과 사령석의 영향을 받은 던전인 모양.

정보창으로 보아 놈들은 모두 40레벨 근처의 몬스터였다.

‘방금 전 복도가 저기로 향하는 건가. 그러면 이쪽은 뭐지?’

에일의 머릿속에 의문이 피어날 때 즈음, 그의 발걸음이 통로의 끝에 달했고 곧 그 답을 얻을 수 있었다.

쉬이이익!

“……!”

거친 몬스터의 숨소리가 들려오자, 서둘러 기척을 감춘 에일은 통로 밖으로 슬쩍 고개를 내밀었다.

음침한 분위기로 가득 찬 방 안. 그 중심부엔 검은 사령석이 둥둥 떠오른 채 자리하고 있었다.

사령석의 양옆엔 거대한 몸집의 뱀이 두 마리나 있었고, 그들을 감고 있던 것처럼 보이는 묵직한 쇠사슬은 산산조각 난 채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아까 그 파티가 처음이 아니었군…….’

방 안에서 유저들의 시체를 발견한 에일이 생각했다.

가장 앞서 들어온 듯한 그들 파티는 저 두 녀석에게 당했는지, 독기에 흉측하게 녹아내려 있었다.

[교단의 적, 신성모독자와 조우하였습니다!]

[죄악의 존재이자 교리를 모독하는 신성모독자와 마주하였습니다. 반드시 그들이 죗값을 치르게 만드십시오!]

[돌발 퀘스트가 부여되어 성공 시 추가 보상이 주어집니다!]

[임무에 실패할 경우 커다란 페널티가 주어집니다!]

그때 갑자기 나타난 시스템 메시지.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이곳을 지키고 있는 뱀들은 이단을 넘어서는 신성모독자였고, 여신의 돌발 퀘스트까지 추가로 부여되었다.

그에 에일은 서둘러 놈들의 정보창을 살펴봤다.

백색과 흑색을 띠며 서로 다른 겉모습을 지닌 두 녀석은 42레벨의 보스 몬스터, 변종 바실리스크.

기존에 발견된 적이 있던 몬스터는 아니었다.

하나 신성모독자 자격이 부여될 만큼 강력한 보스 몬스터가 둘이나 있던 것이었고, 어떤 파티가 들어섰다 해도 전멸하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에일은 물러설 수 없었다.

포기하고 달아난다면 총애도에 부여될 강력한 페널티 탓도 있었지만, 오직 그 때문만은 아니었다.

‘신성모독자가 둘이라면 스탯만 40씩… 이런 대어를 두고 놓칠 수야 없지.’

신성모독자 하나를 처치할 경우, 무려 10만큼의 신앙심과 광기 스탯을 얻게 된다.

한데 그 숫자가 둘, 게다가 형벌 집행만 가능할 상황이라면 스탯 보너스는 다시 한 번 두 배로 늘어난다.

이를 두고 고민할 여지는 없었다.

[공격력이 일시적으로 상승했습니다!]

[방어력이 일시적으로 상승했습니다!]

[속도가 일시적으로 상승했습니다!]

[최대 체력이 일시적으로 상승했습니다!]

[독 내성이 일시적으로 상승했습니다!]

.

.

.

아낌없이 사용된 도핑 포션들.

에일이 이단을 갈아넣은 효과와는 또 별개로 포션의 효과가 적용 가능했다.

맹독 쓰는 상대를 앞둔 만큼, 독 내성 포션을 미리 마셔 뒀고 해독제까지 가능하면 빨리 꺼낼 수 있도록 준비했다.

그리고 영상 녹화를 시작했다.

녀석들이 어려운 상대가 될 것임은 분명했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이번 레이드를 성공만 시킨다면 훌륭한 영상이 뽑힐 것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대로 가면 무조건 죽겠지.’

쉭쉭거리는 두 괴물을 앞두고서 에일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나름대로 만반의 준비를 했고, 이대로 호기롭게 도전하며 앞으로 발을 뻗고 싶기는 했다.

하지만 그랬다간 어떻게 될지 미래가 뻔히 보였다.

신성모독자로 지정될 만한 보스 몬스터가 어디 동네북도 아니고, 파티도 없이 혼자서 둘을 상대하러 간다는 건 다소 무리한 일이었다.

무엇보다 가장 거슬리는 건 이곳의 지형.

유저들이 당한 흔적을 보아 놈들은 독을 내뱉은 패턴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정작 이곳엔 큼지막하니 놓여 있는 사령석를 제외하고선 거의 아무런 엄폐물도 없었다.

저런 거대한 보스 몬스터를 하나도 아니고 둘이나 이런 곳에서 상대하라니, 차라리 페널티를 안고 말지, 안 될 이야기였다.

‘그래… 자리를 바꾸면 되겠네.’

순간 좋은 생각이 스친 에일이 미소를 띠었다.

한 번 실마리가 주어지자 에일의 머릿속에선 금세 공략 방법을 설계해 나갔다.

그리고 그 방법에 어느 정도 확신이 들자, 에일은 주저 없이 움직였다.

파악!

가장 먼저 에일의 투척 단검이 날아가, 오른편에 있던 흑색 바실리스크에게 꽂혔다.

큰 데미지는 주지 못했지만, 단검의 효과대로 둔화 효과가 적용되었다.

키이이이익!

침입자가 나타나자, 그 즉시 반응한 두 마리의 바실리스크가 매서운 포효를 내뱉었다.

에일은 잽싸게 뒤로 돌아 달아났고, 그를 놓치지 않으려 거대한 뱀의 몸뚱이가 통로를 가득 채워 가며 뒤쫓아 오기 시작했다.

둔화에 걸리지 않은 백색 바실리스크가 먼저 굉장히 빠른 속도로 에일의 뒤를 따라잡았다.

아직 통로를 완전히 빠져나가려면 한참이나 남은 상황.

하지만 여기까지만이라도 충분했다.

콰앙!

멈춰선 에일이 대검을 내려찍어 통로 바닥에 있던 쇠창살을 박살 냈다.

산산조각난 쇠창살이 떨어져 나가자 뚫려 있던 구멍이 그대로 노출되었고, 에일은 자연히 그리로 떨어져 내렸다.

그러자 에일을 뒤쫓던 두 바실리스크도 반사적으로 방향을 틀어 구멍으로 향했다.

쿠구구궁!

아래층으로 우르르 쏟아진 에일과 바실리스크들.

다행히 에일은 아래로 떨어져 내린 뒤 곧바로 몸을 날린 덕에, 놈들에게 깔려 죽지는 않았다.

하나 갑작스러운 그들의 등장에 던전 아래를 서성이던 언데드 몬스터들의 시선이 돌아갔고, 에일을 보자마자 녀석들은 적개심을 보이며 달려들려 했다.

오히려 장소를 바꾼 탓에 언데드와 보스 몬스터들을 한 번에 상대해야 할 상황.

하지만 에일이 이조차 계산 못 하고 일을 저질렀을 리는 없었다.

[사도 특전, ‘공헌도 상점’이 열립니다!]

[사도의 자격으로 지역의 제한을 받지 않습니다!]

[검색 기능이 활성화됩니다!]

[보유 공헌도: 6,380]

그동안 알뜰하게 모아 둔 공헌도들.

더 나은 벌이를 위해 과감히 투자할 때였다.

[중급 광역 광분 스크롤 - 38Lv]

[공헌도, 1,000포인트를 소모하였습니다.]

파앗!

에일의 손에 스크롤이 쥐여졌다.

1,000포인트나 하는 고비용 스크롤이었지만 그 값어치는 충분했다.

광분 마법.

말 그대로 적을 광분 상태에 빠지게 만들어, 피아식별을 못 하고 아무나 공격하게 만드는 상태이상 마법이었다.

물론 밸런스를 위해 유저가 사용할 경우, 보스 몬스터나 같은 유저들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았다.

다만 일반몬스터의 경우는 따로 저항 특성이 있는 게 아닌 이상, 예외 없이 먹혀들었다.

파아앗!

발동된 스크롤으로부터 일렁이는 붉은빛이 퍼져 나왔고, 주변의 모든 몬스터를 스치고 지나갔다.

광역이라는 수식어답게 넓은 범위에 적용되는 마법.

두 바실리스크에게는 효과가 없었지만, 언데드 몬스터들에게는 아니었다.

크아아악!

주변에 있는 존재라면 누구든 마구잡이로 달려들기 시작한 언데드 몬스터들.

그리고 자연히 놈들의 시선은 가장 덩치가 큰 두 보스 몬스터에게로 주로 향했다.

언데드가 거대한 뱀의 등 뒤에 올라타며 물어뜯고 무기를 휘둘렀다.

콰과과광!

키에에에엑!

수많은 몬스터가 한데 뒤엉켜 전투를 벌이기 시작했다.

갑자기 공격을 당하니 덩달아 분노한 바실리스크 두 마리는 미친 듯이 날뛰었고, 언데드들을 쓸어버리기 시작했다.

같은 자리에 있는 에일에게도 언데드들이 달려들긴 했지만, 정신없이 전투를 벌이고 있는 두 바실리스크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물론 광분 상태에 빠져 마구잡이로 달려드는 언데드 몬스터들 정도로는 두 보스에게 큰 데미지를 주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면 충분했다.

수많은 시체가 보관되어 있던 안치소답게 굉장히 복잡한 구조를 띠고 있었고 엄폐물도 많았다.

‘이번 공략… 충분히 가능해.’

에일의 손에 새로운 스크롤이 쥐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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