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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이단심판관-75화 (75/227)

75화 빛과 그림자 (6)

쿠구구궁!

한쪽 벽을 박살 낸 말라고스가 에일에게 그대로 돌진했다.

네슈아는 출구를 찾아 떠났고, 자리에 남은 건 그뿐이었다.

녀석은 자신의 몸집에 어울리는 커다란 몽둥이를 휘둘렀고, 바닥을 요란하게 내리찍었다.

하지만 에일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역극 스킬을 사용해 순식간에 녀석의 뒤로 움직인 에일은 무방비 상태인 등에 장검을 꽂아 넣었다.

콰악!

제대로 박아 넣은 장검을 한차례 비틀었고, 옆으로 번진 하얀 불꽃은 말라고스의 피부를 지졌다.

“구워어어!”

몸을 꿈틀인 말라고스가 마구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에일은 서둘러 녀석의 등을 박차며 몸을 굴렀고, 그와 거의 동시에 말라고스는 벽에 부딪히며 잔해와 함께 넘어졌다.

쿠웅!

[남은 체력 - 99.7%]

“하…….”

말라고스의 체력을 확인한 에일이 헛웃음을 흘렸다.

여신의 총애와 광기 스탯 등의 보정을 받는 그는 동레벨대의 유저들 중에 공격력이 굉장히 높은 편이었음에도 크게 기별도 안 가는 수준의 데미지가 들어갔다.

그나마 이단을 대상으로 한 각종 보정이 들어간 데다가, 반대 속성의 추가 데미지까지 들어가서 저런 수치가 나온 것이다.

방금 같은 공격을 단순하게 수백 번 반복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워로드는 모니터 화면 너머의 버튼 연타가 아니고 실제로 몸을 움직여야 하는 가상현실게임이다.

그동안 보스가 방어나 반격을 안 할 리도 없었고, 어떤 패턴을 가지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더군다나 제한 시간까지 있어 시간의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럴 때 필요한 것은 과감한 결단.

[사도 특전, ‘공헌도 상점’이 열립니다!]

[사도의 자격으로 지역의 제한을 받지 않습니다!]

[검색 기능이 활성화됩니다!]

[보유 공헌도: 2,360]

그동안 모아 온 공헌도는 무려 2천을 넘어섰고, 어지간한 상황은 모두 충분한 대처가 가능할 자금이었다.

하지만 지금 상대해야 할 말라고스는 저번처럼 스크롤 하나 정도로는 어림도 없을 상대였다.

‘지금은 투자할 때다.’

[구매가 완료되었습니다!]

[상급 추방 스크롤 - 31Lv]

[공헌도, 600포인트를 소모하였습니다.]

파앗!

순식간에 화면을 조작한 에일의 손아귀에 백색의 스크롤이 쥐였다.

곧바로 바닥에 스크롤을 펼친 에일은 그 위에 손을 올렸다.

담겨져 있던 추방 마법이 발동되었고, 찬란한 빛이 뻗어져 나와 잔해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말라고스를 집어삼켰다.

“그어어어!”

피부가 녹아내리며 비틀거리는 말라고스의 모습.

몽둥이를 치켜든 채 달려들려던 녀석은 예상치 못한 강력한 지속 피해를 입으며 방해 효과에 비틀거렸다.

하지만 그를 구경하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효력만큼은 확실하나, 추방 마법의 지속 시간 자체는 긴 편이 아니었다.

에일은 재빨리 다음 행동을 취했다.

[구매가 완료되었습니다!]

[이그니스 소환 스크롤 - 31Lv]

[공헌도, 900포인트를 소모하였습니다.]

화르르륵!

바닥에 펼친 소환 스크롤에 마력을 불어넣자, 불꽃이 붙으며 스크롤은 흔적도 없이 불타 사라졌다.

그리고 그 자리엔 붉은빛의 마법진이 바닥에 생겨났다.

마법진의 가운데에서 타오른 불꽃은 한데 뭉쳐 소환수의 몸을 이루었고, 화염에 감싸인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소환수 ‘이그니스’가 계약 소환되었습니다!]

불의 정령 이그니스.

저만한 체력 돼지를 상대로 시간제한이 촉박한 지금, 에일에게 가장 필요한 건 강력한 원거리 데미지 딜러였고, 그녀는 그에 안성맞춤인 소환수였다.

콰아앙!

이그니스의 손에서 만들어진 화염구가 말라고스의 안면에 직격했다.

녀석은 묵직한 충격에 휘청였고, 그 틈을 노려 접근한 에일은 단숨에 무기를 바꿔 ‘독사의 창’을 놈의 다리에 꽂았다.

[특수 효과 ‘중독’이 발동되었습니다!]

동시에, 에일은 녀석의 몸에 성수를 뿌렸다.

창끝에 서려 있던 성화가 성수와 맞닿았고, 커다란 불꽃으로 개화했다.

콰아아아!

백색 불꽃이 넘실대며 말라고스를 삼켰다.

계속해서 화염구를 던져대는 이그니스의 공격과 합쳐져 말라고스의 체력이 눈에 띄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특별히 극딜에 특화된 소환수를 에일이 골라 소환한 것이었으니, 특별 보스라 해도 무시할 수 없는 데미지가 누적되어 갔다.

물론 높은 데미지엔 어그로가 끌리기 마련.

전투가 진행됨에 따라 자연히 놈의 시선도 더 많은 데미지를 준 적에게 향하기 마련이었다.

콰앙!

화가 난 듯 사납게 몽둥이를 휘두른 말라고스가 벽 하나를 박살 냈다.

말라고스의 고개가 움직인 걸 본 에일은 녀석이 자신을 따돌린 뒤, 소환수를 노리고 달려들 심산이라는 것을 눈치챘다.

그리고 놈이 그를 행동으로 옮기기 전, 에일이 먼저 손을 재빠르게 움직였다.

[구매가 완료되었습니다!]

[하급 도발 스크롤 - 31Lv]

[공헌도, 150포인트를 소모하였습니다.]

[보스 몬스터, ‘말라고스’를 대상으로 ‘도발’의 효과가 발동되었습니다!]

[모든 공격이 대상에게 더 많은 위협을 주게 됩니다!]

“그아아아!”

스크롤이 발동되자 말라고스의 시선이 다시 에일에게로 돌아왔고, 그를 향해 육중한 몽둥이가 휘둘러졌다.

바닥을 반쯤 쓸어버리는 광범위한 공격에 한바탕 바닥을 구른 에일은 곧바로 다시 일어나 놈에게로 파고들었다.

도발 마법 스크롤.

몬스터가 유저에게 공격당할 때 느끼는 ‘위협’ 수치를 증폭시켜 주는 마법이 담긴 스크롤이다.

일반적으로 비교적 생존에 취약한 딜러들이 후방에 자리 잡고 있을 때,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탱커나 전위의 전사들이 대신 놈의 시선을 끌어 줘야 하는 것은 보스 공략에 있어서 기본 중의 기본이었다.

에일도 당장은 후방의 이그니스가 있는 만큼 그런 역할을 맡아야 했고, 시선을 끌도록 도와주는 도발 스크롤을 사용한 것이다.

다만 도발 스크롤은 몬스터의 어그로가 끌릴 우선순위를 한 단계 늘려 줄 뿐, 무조건 자신을 공격하게 만드는 건 아니었다.

즉, 녀석이 한눈팔지 못하도록 충분한 데미지를 집어넣으며 시선을 끌어야 한다는 것.

키릭!

말라고스의 주먹을 피한 에일은 쥐고 있던 장검을 다시 인벤토리에 넣었고, 순식간에 대검을 꺼내 무기를 스왑했다.

높게 들어 올려진 대검엔 곧바로 하얀 불꽃이 피어올랐다.

에일은 남은 마나를 모두 쏟아부어 육중한 대검을 휘둘렀다.

콰과과과!

영웅급 스킬, 일섬.

희귀급 무기인 ‘탐식의 대검’에 붙어 있는 특수 효과와 합쳐져 검격과 함께 막대한 성화를 뿜어냈다.

안 그래도 강력한 위력을 뽐내던 스킬을 가장 높은 공격력의 무기류로 사용한 데다가, 1.5배의 위력 증강 효과까지 받은 일격이었다.

“크르르르…….”

말라고스도 그 위력에 버티지 못하고 주춤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 틈에 뒤로 훌쩍 물러난 에일은 서둘러 마나 포션을 들이켰다.

말라고스의 체력 게이지는 충분히 줄어들어 있었고, 확실히 전력을 쏟아부은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성과에도 에일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너무 느려.’

필사적으로 체력을 깎는 동안에도 주어진 시간은 빠르게 줄어들었다.

멀쩡하던 바닥과 천장이 붕괴되어 가는 속도도 점점 빨라졌다.

이대로라면 18분이 모두 지나기 전까지 출로가 남아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

다시 무기를 장검으로 바꾼 에일은 지체 없이 놈에게 달려들었고, 뒤에서 날아오는 화염구와 말라고스의 몽둥이를 피해 가며 끊임없이 머릿속에서 견적을 짜냈다.

물론 해결책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맞서 싸운다는 선택을 했고 남은 결과는 모 아니면 도였다.

달아나지 않고 전력을 다해 놈과 맞서 싸운 이상, 말라고스의 숨통을 끊지 못하더라도 페널티를 받거나 총애 스탯이 떨어질 일은 없었지만, 이미 공헌도를 투자해 퍼부은 만큼 어떻게든 공략을 성공시켜야 했다.

콰악!

무너지는 천장 사이를 파고들며, 날아드는 거인의 팔을 피하고, 검을 박아 넣는다.

촉박한 시간이 흘러가고 또다시 마주한 생사의 갈림길에서 짜릿한 감각이 등을 타고 흘렀다.

이번이 벌써 두 번째 느끼는 감각.

처음으로 게임 시작했던 당시, 리미트로 인해 99퍼센트로 고정되었던 에일의 동조율이 99.15퍼센트까지 올라가는 순간이었다.

* * *

“구워어어어!”

사납게 포효한 말라고스가 입에서 녹색 불꽃을 뿜었다.

체력이 현저히 줄어든 뒤부터 나타난 다음 패턴으로 에일은 놈의 패턴에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후방에 자리잡고 있는 이그니스가 녹색 불꽃에 휘말리지 않도록, 반대편으로 움직이며 자연스럽게 방향을 유도했다.

그리고 불길이 사방을 뒤덮으려는 순간, 정확한 타이밍에 역극을 사용해 순식간에 놈의 뒤를 잡았다.

“이제 그만… 죽어!”

쩌억!

거인의 머리를 향해 뻗어진 일섬.

입을 쩍 벌린 말라고스의 머리가 반으로 갈라졌다.

쿵 소리와 함께 무릎을 꿇으며 바닥에 무너져 내렸고, 엄청난 수의 메시지가 화면을 가득 채웠다.

[교단의 적, 신성모독자를 처단하였습니다!]

[여신의 총애 +0.94% (현재 59.75%)]

[빛의 교단 공헌도 +400]

[신앙심 스탯 +10]

[광기 스탯 +10]

[마지막 시나리오가 완료되었습니다!]

[새로운 분기를 통해 던전 공략에 성공하였습니다.]

[시나리오 보스 몬스터를 제거해 추가 보상이 주어집니다.]

[최종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멸망의 마을’의 악마 추종자 무리를 완전 토벌하였습니다!]

[각지의 신전에 당신의 활약이 전해집니다. 악마의 하수인을 처치한 이단심판관의 이야기가 떠돕니다.]

[빛의 교단 공헌도 +1,200]

[칭호 ‘결말을 뒤바꾼 자’를 획득하였습니다!]

[칭호 ‘악마사냥꾼’를 획득하였습니다!]

[칭호 ‘베나론의 숙적’를 획득하였습니다!]

[칭호 ‘여신의 대행자’를 획득하였습니다!]

[돌발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

[던전 내부에 있는 신성모독자를 찾아내 제거하십시오.(1/1)]

[여신의 총애 +1.50% (현재 61.25%)]

[빛의 교단 공헌도 +3000]

[신앙심 스탯 +12]

[광기 스탯 +12]

[‘달빛이 서린 누이르 장검’을 획득하였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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