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12 소제목 추후 결정 =========================================================================
(제 글에서 등장하는 상호와 이름들은 현실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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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마트, D&Y 피트니스 클럽, 동지푸드쿡, 동지 호텔리조트, 동지 백화점, 동지 유통, 동지 바이오. 이상이 고현호 상무 측이 요구한 계열사입니다.”
“흠. 다른 건 몰라도 동지 바이오는 좀 마음에 걸리는군요. 동지 유통까지 내주는 선에서 끝났으면 좋았을걸.”
국내 시장에서는 오즈생활환경에 밀려 2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해외 수출까지 포함하면 부동의 1위 자리를 달리고 있는 곳이 동지 바이오다. 물론 화학, 조선, 전자·기계 등 중화학공업 업체에 비해 제품 1개당 얻을 수 있는 이익은 굉장히 낮다. 그러나 어마어마한 품목을 취급함으로써 경공업의 약점을 보완했다.
특히 동지 바이오에 조강재 사장이 취임하면서 국내 시장보다 해외시장에 주력했고 그 노력의 결과가 최근 들어 빛을 발하고 있었다. 더욱이 포화 상태인 국내시장에 비해 수출량은 굉장히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어, 지금보다 미래가 더 기대되는 회사였다.
고평호 상무도 그런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동지 바이오를 놓친 사실이 굉장히 아쉬워했다.
“마동수 팀장 그 친구 소문 이상으로 눈치가 빠르고 영악했습니다. 자신들이 원하는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언제든 우리와 협상을 포기하고 고정호 사장 측과 거래할 눈치였습니다.
“쯧쯧쯧. 영악한 놈 같으니. 천둥벌거숭이 주승대 이사 덕분에 얻은 캐스팅 보트로 최대한 뽕을 뽑겠다는 거로군요.”
“이번 협상은 처음부터 우리가 불리했습니다. 더 아쉬운 사람이 지는 싸움이었으니까요. 죄송합니다. 좀 더 나은 결과를 가져왔어야 했는데.”
“아닙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죠. 현 이사님 말처럼 처음부터 아쉬운 사람은 우리였으니까요. 마동수 팀장과 협상을 하기 전부터 욕심을 버리기로 했지 않습니까? 전부 얻으려고 욕심부리다가 모두 놓칠 수도 있습니다. 그럴 바에는 비록 동지그룹의 2/3에 지나지 않지만 안정을 택하는 게 낫습니다. 다행히 우리 그룹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중화학공업 분야는 모두 차지했지 않습니까? 그걸 기반으로 지금보다 나은 동지그룹을 만들면 됩니다. 안 그렇습니까? 현 이사님.”
“네. 물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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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회사 동지의 제3 회의실. 이곳은 처음부터 동지그룹 중역 중에서도 최고위층만 참여하는 회의를 위해 만들어진 곳이다. 내부는 집기부터 인테리어까지 모든 면에서 최고급으로 꾸며졌고 화상회의를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회의를 진행할 수 있도록 최첨단 장비와 최신 음향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그런데 오직 회의가 목적이었던 제3 회의실이 한 사람의 개인 사무실로 변했다. 주인공은 바로 동지 유업의 고정호 사장.
후계자 경쟁에서 밀려나면서 주식회사 동지에 있던 개인 사무실도 잃었던 그는, 자신의 화려한 복귀를 알리기 위해 고대성 회장이 아끼던 제3 회의실을 자신의 사무실로 삼았다.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있었으나, 이제 곧 동지그룹의 주인이 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에 전혀 거리낌이 없었다.
“뭐라고요? 평호와 현호가 손을 잡아요? 그게 사실입니까?”
고정호 사장은 오늘 아침도 비서가 가져다 놓은 차 한 잔과 최신 음향 장비에서 나오는 감미로운 클래식 음악을 즐기며 기분 좋은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다. 그러나 주승대 이사가 전해온 갑작스러운 소식은 좋았던 그의 기분을 순식간에 곤두박질치게 만들었다.
“네. 확실한 건 아니지만 소문 내용이 굉장히 구체적입니다.”
“어떤 소문인데요?”
“동지마트, D&Y 피트니스 클럽, 동지푸드쿡, 동지 호텔리조트, 동지 백화점, 동지 유통, 동지 바이오를 고현호 상무에 넘겨 계열 분리를 하고, 나머지 계열사는 고평호 상무가 맡으면서 차기 그룹 회장이 오르기로 이면 합의가 됐다는 내용입니다.”
“허허. 이것들이 정말. 그렇게 되면 아버지께서 힘들게 이뤄놓으신 회사를 두 개로 찢어놓는 것 아닙니까? 아무리 돈이 좋아도 이건 아니죠. 이사님이 보기에 소문에 신빙성이 보입니까?”
“네. 두 사람 모두 궁지에 몰렸기 때문에 충분히 선택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온전히 그룹을 이어받지는 못하겠지만, 모두 잃는 것보다는 나으니까요.”
“빌어먹을. 그럼. 어떻게 됩니까? 둘이 힘을 합치면 우리가 밀리는 겁니까?”
“네. 일대일이라면 몰라도 두 사람 세력이 힘을 합치면 어렵습니다.”
이야기를 하는 주승대 이사의 표정은 어두웠다.
“그래도 확실한 내용은 아니지 않습니까? 어디까지나 소문일 뿐이라면서요?”
“소문이 난 게 문제입니다. 사실이 아니라도 이런 이야기가 두 사람 귀에 들어갔을 것이고, 바보가 아니라면 소문의 내용을 따르겠죠.”
“허허허···. 그럼 이제 어떻게 합니까? 이대로 끝입니까?”
회장 자리가 눈앞이라고 생각했던 고정호 사장에겐 그야말로 절망적인 소식이었다.
“아닙니다. 방법이 하나 있긴 합니다.”
“방법이 있어요? 뭡니까? 그 방법이?”
“두 사람 사이에 사장님이 끼어들면 됩니다.”
“어떻게요?”
“고평호 상무나 고현호 상무에게 지금 계약보다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거죠.”
“더 나은 조건이요? 설마 동생들에게 비굴하게 빌붙으란 말씀입니까?”
“하지만 모든 걸 잃은 것보단 낫겠죠. 지금 상황이면 사장님에게는 동지 유업 말고는 아무것도 없게 됩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휴우···. 이것 참. 남자가 칼을 뽑았는데 아무것도 얻는 것 없이 돌아갈 순 없죠. 주 이사님 생각엔 둘 중 누굴 선택해야 합니까?”
오랫동안 불만을 숨기며 살아왔던 주승대 이사였다. 어렵게 잡은 기회였고 그래서 아무리 암울한 소문이 그룹 내에 돌아도 이대로 모든 걸 포기할 순 없었다. 만약 고정호 사장이 자신의 제안을 거절한다면 그는 고정호 사장을 버리고 고평호 상무나 고현호 상무에게 붙을 각오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고정호 사장은 다행히도 자존심보단 실리를 택했다.
“조건으로만 따지면 고현호 상무가 낫습니다. 고현호 상무에게 고평호 상무가 제시한 조건보다 조금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면 될 테니까요. 하지만 고평호 상무와 거래하려면 고현호 상무가 받아들인 조건보다 더 나쁜 조건을 제시해야 합니다. 그러니 동지마트, D&Y 피트니스 클럽, 동지푸드쿡, 동지 호텔리조트, 동지 백화점, 동지 유통, 동지 바이오 중에서 최소한 동지 바이오는 포기해야 할 겁니다.”
“상식적으로는 당연히 현호를 선택해야 하겠군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현호가 우리 제안을 받아들일 리는 없겠죠?”
“그것도 맞습니다. 사장님께서 고현호 상무가 아끼는 마동수 팀장을 납치하려다 실패했으니 그쪽에선 우리 제안 자체를 불쾌하게 생각할 겁니다.”
“어허. 납치가 아니라 잠깐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려고 했던 것뿐입니다.”
“그렇죠. 맞습니다. 하지만 서로 오해가 생기는 바람에 납치 미수 사건으로 커진 건 사실입니다.”
주승대 이사는 고평호 사장의 뻔뻔함에 이맛살을 구겼다. 그러나 어차피 함께 하기로 한 사람인데 굳이 그 사실을 추궁할 생각은 없었다.
“쯧쯧쯧. 그러게 말입니다. 조용히 얼굴이나 보려고 했는데 일이 그렇게 커져 버린 것 아닙니까? 그 바람에 저는 동지그룹에서 쫓겨나기까지 해서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니 결국 사장님이 거래할 사람은 고평호 상무밖에 없습니다.”
“흠···. 평호에게 고개를 숙여야 한다니, 썩 유쾌한 건 아니군요.”
“그래도 하셔야 합니다.”
“압니다. 아쉽지만 어쩌겠습니까? 장남으로서 아버지의 유지를 이어받으려면 자존심을 굽힐 줄 알아야겠죠.”
“잘 생각하셨습니다. 역시 고대성 회장님의 큰아들답습니다. 사장님처럼 대의를 위해 사적인 감정을 포기할 줄 알아야 진정 경영자라고 할 수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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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작은 형에게서는 연락이 오질 않네.”
현상태 이사와 구두 약속을 나누고 3일 후, 계열사 분리에 따른 계약을 서면으로 남기기 위해 고평호 상무와 고현호 상무가 직접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그러나 미팅 당일 고평호 상무는 그 어떤 사전 연락도 없이 약속 장소에 나타나지 않았다.
“예상했던 일 아닙니까?”
“그렇지. 예상했던 일이지. 그렇지만 작은 형의 배신이 썩 유쾌하진 않네. 그래도 가족이라고 서운한 감정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나 봐.”
“거기에 대해선 뭐라 드릴 말이 없습니다.”
“아니야. 어차피 위로받자고 한 말은 아니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 그나저나 슬슬 이탈자가 하나둘씩 생기고 있다면서?”
“네. 대세가 기울었다고 판단했는지 고평호 상무 측이 내미는 손을 마지못해 잡는 사람이 하나둘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고평호 상무와 고현호 상무가 손을 잡았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하자 동지그룹은 또다시 다양한 억측들이 난무하며 몸살을 앓았다. 그런데 그 소문의 진짜 유포자는 바로 나였다.
사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두 세력의 합작 소식은 주주총회까지 반드시 비밀로 유지해야 했다. 그러나 우리 입장에서는 거짓 협력이었기 때문에 굳이 비밀을 지킬 필요가 없었다.
한때 나를 납치하려고 했던 고정호 사장의 뒤통수를 제대로 치고 싶은 마음에 소문을 퍼트린 것도 있었지만 그것보다는 우리 세력에 대한 시험적 성격이 더 강했다.
두 세력의 협력 소식이 동지 그룹에 퍼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와 김학수 부장의 예측처럼, 고평호 상무 측에서 고정호 사장과 손을 잡았다는 소문을 퍼트리기 시작했다. 내가 볼 땐 소문을 듣고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해보라는, 우리를 향한 일종의 메시지였다.
사실 과거 납치 미수 사건으로 인해 우리와 고정호 사장은 절대 손을 잡을 리 없다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우리야 그런 속 보이는 메시지에 흔들릴 일이 없었지만, 우리를 지지하는 세력 중 누군가는 그렇지 못했다. 그리고 주주총회가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하나둘 이탈자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쩝. 나를 지지하던 사람이 등을 들린다는 게 솔직히 서운해. 그런데 그 사람들을 무조건 욕할 수는 없는 거잖아. 소문상으로 나는 완전히 개털인데, 나를 믿고 어떻게 끝까지 가겠어. 다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의리 하나만 믿고 모든 걸 거는 건 너무 가혹해.”
“상무님의 말씀도 공감합니다. 그러나 이번 실험은 두 가지 효과가 있습니다. 첫째 진정한 우군이 누군지 알 수 있죠. 소문에 개의치 않고 주주총회까지 우리를 믿고 따라와 준다면 그 사람은 끝까지 믿을 수 있는 사람입니다. 둘째 배신한 사람도 내치지 않고 재신임한다면 그들은 상무님에게 감복해서 더욱 열심히 일하게 될 겁니다.”
“감복해서?”
“하하하. 그건 너무 동화 같은 이야기죠? 감복이라기보다는 한번 상무님 눈 밖에 났기 때문에 어떻게든 다시 눈에 들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할 겁니다. 그게 두 번째 효과죠.”
“아이고. 사악하다, 사악해. 마 팀장아. 솔직히 말하면 말이야.”
“네. 솔직히 뭐요?”
“넌 진짜 악당이야.”
“이런. 그걸 여태껏 모르셨습니까? 혹시 모르실까 봐 한 가지 더 알려드리자면 제게 악당 같다는 말은 칭찬입니다. 흐흐흐.”
============================ 작품 후기 ============================
아이고. 또 늦었습니다. ㅠㅜ 그리고 아직 완결이 아닙니다. ㅠㅜ
맨날 공수표만 남발해서 안 믿으시겠지만 다음편엔 정말 완결 지을 생각입니다. 그리고 다음편은 오늘 안에.. 늦어도 자정 즈음에는 올릴 생각입니다. ㅠㅜ
정말정말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