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87 소제목 추후 결정 =========================================================================
(제 글에서 등장하는 상호와 이름들은 현실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호호호. 그게 뭐예요? 꼭 노래 가사 같은데? 어쨌든,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내가 반할 정도의 시연이라면 충분히 그럴만 해요. 그래도 아쉽긴 해요.]
[조세핀. 내가 분명하게 이야기할 게요. 내가 만약 세계적인 경영자가 되고 싶다고 해도 월드 베리어스 클럽에 갈 생각은 없어요.]
[아니 왜요? 내가 그렇게 싫은가요?]
[아니요. 그럴 리가요? 당신은 정말 아름답고 매력적이에요. 세상 어떤 남자라도 같이 일하고 싶을 거예요. 그렇지만 솔직히 말해 월드 베리어스 클럽은 내게 그렇게 매력이 없어요. 이미 세계 최고의 기업이잖아요. 그런 기업을 잘 이끌어봐야 누가 대체 절 인정해주겠어요? 그런 거 재미없잖아요. 하지만 동지그룹을 다르죠. 제가 만약 동지그룹을 한국 최고를 넘어서서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만든다면 조세핀 당신이 조금 전에 말한 그런 엄청난 경영자까지는 아니더라도 ‘마동수’라는 이름 석 자를 알아주는 사람이 나오겠죠.]
[아···. 역시 당신은 멋진 남자였어요. 진짜 시연을 생각해서 당신에게 반하고 싶지 않았는데 방금 그 말을 들으니 자신이 없어졌어요.]
[참아 줄래요. 난 우리 시연이에게 꼬집힘을 당하고 싶지 않으니까.]
[호호호. 나를 이렇게 굴러다니는 돌멩이처럼 관심 없어 하는 남자가 있다니. 그래서 여자들이 나쁜 남자에게 열광하나 봐요.]
[아이고. 됐습니다. 하여간 미국인들의 립서비스란···. 그런데 안전사고 대비는 잘하고 있는 거죠? 곧 백만 명이 넘을지도 모른다면서요? 자칫 통제를 잘 못 해서 사고라도 난다면 오늘 행사는 완전히 망하는 겁니다. 지금 우리에게 가지고 있는 호의가 순식간에 악의로 바뀔 수 있어요. 당연히 알고 계시겠지만.]
사고는 언제든 일어난다. 방심하다 즐거웠던 축제가 악몽으로 변하는 건 순식간이다. 특히 월드 베리어스 클럽은 이번이 중국시장 진출의 첫 시작이다. 사소한 실수도 용납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인명 사고가 일어난다면 자칫 수조 원 이상의 투자계획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
[물론이에요. 이미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어요. 그렇지만 당신이 그렇게 말하니 안전사고 문제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네요. 지금 연락해서 안전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하겠어요.]
[네. 안전사고 대비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하는 게 좋습니다. 그런데 ‘날아라 슈퍼보드’는 정말 괜찮겠습니까? 비록 중국 고전 소설인 서유기가 모티브라고 해도, 정확하게 따지면 중국이 아니라 한국 애니메이션입니다. 그걸 시안시의 상징인 진시황릉 병마용갱과 비슷한 비중으로 다루기는 쉽지 않았을 텐데요.]
중국은 역사에 대해 편협하다 싶을 정도로 자부심이 강한 나라다. 한국인으로서 ‘날아라 슈퍼보드’의 캐릭터를 활용한다는 건 반가운 일이지만, 그런 것조차 그들에겐 꼬투리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우리도 충분히 심사숙고해서 결정한 문제니까요. 월드 베리어스 클럽은 쇼핑몰이지 역사 박물관이 아니잖아요. 역사적 고증까지 해서 사실과 가깝게 꾸민 건 병마용갱이면 충분해요. 더군다나 서유기는 역사가 아니라 소설이잖아요. 그러니까 우리가 귀엽고 유쾌한 캐릭터로 변주를 가한다고 해도 큰 문제가 없을 거라는 판단이에요. 그리고 이왕 변주를 할 거면 같은 동북아시아 국가인 한국에서 만든 캐릭터를 이용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우리 마케팅팀에서도 문화권이 비슷하니 홍보만 잘하면 충분히 통할 수 있을 거라는 판단이에요.]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한국에서 만든 만화 캐릭터가 다른 나라에 진출한다는 게 반갑기도 하고요.]
[스토리도 탄탄하고 캐릭터도 확실히 개성이 넘쳐요. 정말 잘 만든 만화였어요. 물론 사업 파트너인 D&Y 피트니스 센터가 한국 기업이라는 것도 감안했어요. 한국 속담에 “이왕이묜 따옹치마”라는 말이 있다면서요.]
[하하하. 그런 말도 압니까? 앞으로 계속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려면 저도 한국에 대해서 공부를 해야 하지 않겠어요? 두고 보세요. 언젠가 우리 둘이 영어가 아니라 한국어로 대화할 날이 올 테니까요.]
고마운 말이었다. 시작은 악연에 가까웠는데 이제 우리는 서로를 어느 정도 신뢰할 수 있는 괜찮은 사업 파트너가 된 것 같다.
[말씀만이라도 감사합니다. 정말 그날이 오길 기대하겠습니다. 그런데 정말 중국이라는 나라가 대단하긴 대단하군요. 백만 명 이상이 사는 도시도 전 세계적으로 따지면 10%도 안 될 텐데, 연예인 초청으로 백만 명이라니요. 지금 이곳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현기증이 날 것 같습니다.]
차이나 월드 베리어스 클럽 1호점인 시안점 중앙에 자리한 커맨드센터. 그리 높은 건물은 아니지만, 원형의 통유리로 지어진 최상층은 이곳의 대부분 지역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처음 계획부터 준 타운급 규모였기 때문에 100만 명의 인원이 오갈 수 있긴 하지만, 저 멀리 정문에서부터 꾸역꾸역 밀려들어 오는 사람들의 모습은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엄청났다. 확실히 중국은 인구로는 상식을 초월하는 나라가 분명했다.
[그러게요. 인구로 사람을 주눅 들게 만들 수 있다는 걸 오늘 처음 깨달았어요. 많은 인파가 몰릴 거라고는 예상했지만 예상을 2배 정도 넘어섰어요. 우리가 한국이 아니라 중국에 진출하기로 결정한 것도 결국은 인구였어요.]
[50만 명도 엄청난 데 그걸 예상했단 말입니까?]
[당연하죠. 혹시 시안시의 유명한 야시장인 회족거리 가봤어요?]
[아니요. 바빠서···.]
시연이 얼굴 볼 시간도 없을 만큼 바빴는데 야시장 갈 시간이 어디 있겠나? 나라면 그 시간에 시연이와 전화통화를 한 번 더 했을 것이다.
[아무리 일이 좋아도 가끔은 그런 곳도 가보고 하세요.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니까요.]
[그곳이 그렇게 대단한 곳입니까?]
[유동인구가 백만 명이 넘는 곳이잖아요. 우리가 시안에 1호점을 오픈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 있어요. 시장을 방문하는 어마어마한 인파, 그 사람들을 우리 월드 베리어스 클럽에 끌어들이고 싶어서요.]
[유동인구가 백만 명이 넘는다···? 오늘처럼 인기스타가 방문한 것도 아닌데요?]
[물론이죠.]
[맙소사. 그런 곳이 정말 있었군요. 사실 왜 북경이나 상하이가 아니라 시안일까 궁금했었어요. 그런데 알 것 같군요. 확실히 매력적인 곳입니다. 우리 그 엄청난 인파를 꼭 먹어버리시죠.]
[미스터 마도 그렇죠? 역시 당신은 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아요. 우리 정말 잘 해보자고요.]
***
「중국을 강타한 월드 베리어스 클럽의 저력
한국에는 들어오지 않았지만, 세계 최고 그리고 최대의 대형 할인점은 누가 뭐래도 월드 베리어스 클럽이다. 대형 할인 마트와 아웃렛을 결합하며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바로 그 월드 베리어스 클럽이 드디어 아시아 시장에 진출했다.
그들의 첫 번째 타깃은 중국의 시안시. 시안은 중국 산시성의 성도이며, 행정구역은 8개의 구와 5개의 현으로 나뉜다. 주(周)나라 무왕(武王)이 세운 호경에서 비롯되며, 그 뒤 한(漢)나라에서 당(唐)나라에 이르기까지 약 1,000여 년 동안 단속적이었으나 국도(國都)로 번영한 역사적 도시로 그동안 장안(長安)이라는 이름으로 불려 왔다. 진시황릉 병마용갱과 서유기로도 유명한 곳이다.
역사적인 도시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인구가 1,000만이 넘는 도시뿐만 아니라 2,000만이 넘는 울트라급 초대형 도시도 존재하는 중국에서 도시 인구 순위로 10위 안에도 들지 못하는 시안을 선택한 것은 의외라는 지적이 많았다.
그러나 어제 준공식에서 보여준 월드 베리어스 클럽의 퍼포먼스는 그들이 왜 하필 시안을 선택했는지 여실히 보여줬다.
무려 100만 명이 넘는 엄청난 인파가 이날 행사에 몰렸다. 한국과 중국에서 최고라고 불리는 인기 스타가 총출동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100만이라는 숫자는 가히 압도적이었다.
더욱 대단한 것은 감히 상상하기도 힘들만큼 엄청난 인파가 몰렸음에도 불구하고 차이나 월드 베리어스 클럽은 예상이라도 한 듯, 기네스북 관계자까지 초대하는 여유를 부렸다. (물론, 공식적으로 전 세계 단일 행사에 참석한 최대 인원으로 인정됐다고 한다.)
연예인을 초대해 행사에 몰렸다는 게 꼭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지금껏 보여준 월드 베리어스 클럽의 행보는 굉장히 치밀했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그 중심에는 한류가 있다는 사실이다. 드라마 ‘내 약혼녀는 여우’ 속 PPL을 통해 월드 베리어스 클럽에 대한 중국인들의 호기심을 높였고, 워킹맨을 준공식에 초청해 100만 명이라는 말도 안 되는 사람들을 찾아오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곳에 꾸며놓은 ‘날아라 슈퍼보드’ 캐릭터들이 한류의 화룡점정을 마무리했다.
그런 행보를 보면 월드 베리어스 클럽은 처음부터 중국인들만이 목표가 아니었다. 그런 사실은 이번 행사에 방문한 관광객 중 10만 명 이상(추산)이 한국인인 것을 봐도 잘 알 수 있다. 할인 마트뿐만 아니라 아웃렛까지 함께 운영하는 월드 베리어스 클럽 입장에서는 어쩌면 당연한 선택일 지도 모른다.
분명한 건 지금까지 보여준 그들의 행보는 굉장히 성공적이라는 사실이다. ··· 후략···]
“결국, 일이 이렇게 되고 말았군요. 예상했던 일이지만 막상 닥치고 보니 마음이 답답합니다.”
고평호 상무의 측근인 현상태 이사가 옆에 있는 이석근 팀장을 보며, 차이나 월드 베리어스 클럽의 성공을 예상하는 기사를 언급했다. 착 가라앉은 그의 목소리는 사무실을 굉장히 음울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혹시나 했는데, 고현호 상무의 상승세는 꺾이지 않는군요.”
“더 이상은 두고 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젠 정말 전세역전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 이상 우리는 이대로 무너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사님. 위험부담이 너무 큰 일입니다.”
두 사람의 계획은, 잔인하고 냉정한 성격의 소유자인 이석근 팀장조차 쉽게 실행할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로 어려운 일이었다.
“그렇지요. 물론 목숨을 걸어야죠. 그런데 이 팀장은 그 계획 말고 다른 방법이 있습니까? 지금이라도 좋은 대책을 내놓는다면 저는 미련없이 이번 계획을 포기하겠습니다. 어떻습니까?”
“죄송합니다. 마땅한 대책이 있는 건 아닙니다. 어떻게 보면 마동수 팀장을 건드리는 게 더 어려운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것 보세요.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마동수 팀장에게 향해 있을 때, 상무님이 겨눠야 할 타깃이 마동수 팀장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지금이야말로 절호의 찬스 아니겠습니까? 아니면 이대로 무너지는 수밖에요. 이 팀장은 그룹을 호령할 수 있는 주류에서 비주류로 밀려날 자신이 있습니까? 미안한 이야기지만, 전 자신이 없습니다. 이대로 밀려날 바에는 차라리 죽는 게 낫습니다. 그리고 그냥 죽을 바에는 칼이라도 한 번 휘두르고 죽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현상태 이사의 말은 낮고 강했다. 그리고 그의 말에는 일말의 망설임도 느껴지지 않았다.
“휴우···. 그건···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그렇지요? 역시 제가 사람을 잘 봤습니다. 이 팀장이 나와 같은 부류라는 걸 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그만 고민하고 실행에 옮기는 게 어떻겠습니까?”
“알겠습니다. 이사님. 그렇게 하시죠. 제가 어떻게 도와드리면 되는 겁니까?”
============================ 작품 후기 ============================
좀 많이 늦었습니다.
눈산으로 백패킹을 다녀왔더니 좀 피곤했습니다. ㅠㅜ
다행히 얼어 죽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확실히 힐링 받고 왔으니 곧 연참에 도전해보겠습니다.
혹시나 해서 알려드립니다.
100만 명이라는 인구수는 강호동, 이승기 등이 출연한 신서유기를 보며 참고했습니다.
어떻게 100만 명이 몰려?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신서유기 18화를 보시기 바랍니다. 중국에서 인구수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