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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가 전부는 아니야-385화 (385/424)

00385  소제목 추후 결정  =========================================================================

(제 글에서 등장하는 상호와 이름들은 현실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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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찬 형님. 하하하. 잘 지내셨죠. 정말 오랜만입니다. 외국물을 드셔서 그런가? 못 보던 사이 신수가 아주 훤해지셨습니다.”

“신수가 훤해져? 망할 녀석. 내가 얼마나 고생을 하고 왔는데, 신수가 훤해져?”

오랜만에 만나는 우찬 형님을 보며 반갑게 인사를 하는데 어째 반응이 좀 시큰둥하다. 요즘 들어 나를 보고 ‘망할 녀석’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왜 이렇게 많아졌는지 모르겠다.

사실 신수가 훤해졌다는 말은 그냥 예의상 한 말이다. 중국에서 고생이 심했는지 못 보던 사이에 남자답던 얼굴이 더욱 남자다워(?)졌다. 따지고 보면 그 고생이 전부 나 때문이니, 나를 원망한다고 해도 뭐라 할 말은 없다.

시연이 말로는 -시연이와 우찬 형님 여자친구인 조연서씨는 이제 정말 친해져 두 남자 없이도 자주 만나는 모양이었다.- 부장으로 승진해 현장소장 자격으로 중국에 간 것까진 좋았는데, 일이 너무너무 힘들었다고 한다.

이해는 간다. 특히 공사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막대한 인력이 투입했으니, 그 인원 관리를 하는 것도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중국은 공사판에 투입되는 인원부터가 한국과는 차원이 달랐다. 나도 아직 직접 가서 확인은 못 해봤지만 한번에 수만 명을 투입해서, 고작 반년 만에 월드 베리어스 클럽이 요구하는 그 많은 건물들을 모두 지어버렸다.

다행히 고층건물이 필요한 게 아니라 쇼핑을 위한 여러 가지 형태의 다양한 건물이 필요했던 거라 건설 난이도 자체가 어려웠던 건 아니라고 한다.

그렇다고 해도 그 많은 인원을 큰 사고 없이 관리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일지, 나는 솔직히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 게다가 너무 바빠서 조연서씨가 중국에 직접 찾아가지 않는 이상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할 정도였다고 하니, 내가 그곳에서 지냈다면 지옥이 따로 없었을 것 같다.

“에이 고생은 했지만 그래도 부장 다셨잖아요. 다시 한 번 축하드려요. 형님.”

“이렇게 개고생할 줄 알았으면 부장 자리 마다했다. 차라리 차장 때가 더 좋았어.”

“듣기로는 대기업 현장소장 자리는 꽤 편하다고 하던데. 사단장이나 못해도 여단장처럼 자기 공사장 안에서는 왕이나 다름없다고···.”

“웃기는 소리 하지 말라고 해. 그러려면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해.”

“두 가지 조건요? 그게 뭔데요?”

“첫째 본사가 큰 관심이 없는 외지 현장이어야 한다고. 월드 베리어스 클럽에 대한 본사의 관심이 얼마나 지대한데. 일주일에 한 번은 ‘격려다. 점검이다. 교육이다. 시찰이다.’ 그러면서 공사장을 방문하는데 내가 어떻게 편하게 지낼 수 있겠어? 너도 군 생활 해봐서 알잖아. 부대에 갑자기 쓰리스타, 포스타가 방문하면 얼마나 고달파지는지.”

“아. 군 생활 이야기를 하니까 확 이해가 가네요. 그리고 두 번째는요?”

나도 군 생활을 할 때 제일 싫었던 일이 높으신 분들의 격려 방문이었다. 격려 따윈 안 해줘도 좋으련만 왜 그렇게 자꾸 격려를 해주고 싶어 안달인지. 그들이 부대를 방문할 때마다 부대장이 잘 보이겠답시고 부대 주변 청소를 했던 기억을 생각하면 지금도 자다가 이가 부득부득 갈린다.

“둘째. 가족이나 애인이 없거나, 또는 가족이 있어도 집에 들어가는 걸 싫어하는 중년의 남자들이나 좋지. 넌 이 녀석아. 제수씨랑 떨어져 이국에서 몇 달 동안 떨어져 살라고 하면 좋을 것 같아?”

“아니요. 절대 싫죠.”

“하하하하하. 진짜 얄밉게도 대답이 바로 나오네. 그 봐. 너도 싫잖아. 그러니 나라고 좋겠어? 네가 날 도와주는 건 고마워. 그놈의 생명의 은인이라고 부득부득 은혜를 갚겠다고 하니, 나도 말릴 도리는 없지. 그렇지만 중국 말고 바로 이곳 건설 현장 소장을 하게 해줬으면 얼마나 좋았겠어? 안 그래?”

이곳 건설 현장이라고 하면, 바로 OO시 골든타운 건설현장을 말한다.

약간의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골든타운이 드디어 오늘 첫 삽을 뜬다. 물론 공사는 이번에도 미래건설이 맡기로 했다. 덕분에 우찬 형님은 일종의 귀빈 자격으로 일시귀국을 한 상태다. 부장이라는 직급이 귀빈으로는 부족한 자격일지 몰라도, 인간 마동수의 ‘절대 지인’이라는 타이틀은 귀빈 자격으로 충분히 넘치고 남았다.

나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게 아니다. 중국의 월드 베리어스 클럽 점포 건설이 모두 끝나기 전까지는, 나는 미래건설의 ‘절대 갑’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보일 수 있는 자신감이다. 그렇다고 딱히 갑질을 할 생각은 없다. 그냥 생명의 은인인 우찬 형님이 조금 잘 되길 바라는 정도가 전부다. 솔직히 동지마트가 진행하는 수많은 공사를 몰아주고 있는 내가 요구하기에는 조건이 지나치게 소박하다 할 수 있다.

“하하하. 이제 곧 이사님이 될 분이 담당하기엔 너무 소박한 현장이죠.”

“그건 또 어떻게 알았냐?”

말은 그렇게 했지만 딱히 알려고 했던 것도 아니다. 마침 골든타운이라는 공사거리가 생겨, 그냥 집 앞 슈퍼에 콩나물 사러 가듯 미래건설을 방문했을 뿐이다.

중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공사에 비하면 소박한 규모(그렇다고 해도 최종적으로는 천억 원 이상 투입될 공사이긴 하다.)라서 그냥 선물 주는 셈 치려고 했다. 그런데 그쪽에서 먼저 백우찬 부장이 중국에서 고생이 많다며 월드 베리어스 클럽 중국 1호점 준공식만 무사히 마치면 이사로 승진시키겠노라 귀띔을 줬다.

그렇게 호의로 던지는 말을 두고 ‘안 됩니다. 승진이 너무 빠릅니다. 그냥 좀 더 고생하게 두세요.’라고 반대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냥 ‘감사합니다.’라고 딱 한마디만 했다.

“에이. 제가 형님에 대해 모르는 게 뭐가 있다고.”

“뭐?”

“모르셨어요? 제가 형님 스토커인 거? 형님에 대해서라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모르는 게 없다고요. 심지어 형수님 쓰리사이즈까지···.”

“뭐? 뭐라고 이 자식아?”

“하하하. 농담입니다. 농담. 아무튼, 형님은 제 목숨을 구해주면서 인생이 꼬이셨어요. 제가 앞으로도 두고두고 진하게 은혜를 갚을 생각이거든요. 평생.”

“아, 진짜! 내 평생 은혜를 갚겠다는 말이 이렇게 소름 끼치게 들리는 날이 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어휴. 이 징그러운 녀석 같으니. 하하하.”

모르는 사람이 보면 혹 우리 둘이 싸우는 건 아닐까 걱정할 수도 있겠지만, 이게 바로 우리가 나누는 사나이만의 언어(?)다. 여자들처럼 닭살 돋는 오글거리는 말을 서슴지 않고 주고받는 그런 섬세한 세포 따윈, 우찬 형님이나 내겐 존재조차 할 수 없으니 거친 수컷들의 대화를 나눌 수밖에.

오늘 이 자리에 함께 참석한 시연이와 조연서씨가 부끄럽다는 듯 우리를 보며 고개를 젓고 있지만, 외면하고 도망가지 않은 것만 해도 많은 발전을 이룬 거다. 그런데 쓰리사이즈 이야기는 좀 과했나 보다. 나를 보는 우리 시연이 눈빛이 조금 샐쭉해졌다.

하여간 이놈의 주둥이. 말을 뱉는 순간 이게 아닌 데 싶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크흠. 이제 시간 다 되어가는데 일단 행사부터 참석하시죠. 중국에서 있었던 이야기는 조금 이따 행사 끝나고 들려주세요.”

***

골든타운의 첫 삽을 뜨는 착공식은 꽤 성대하게 진행되었다. 우리가 직접적인 도움을 준 것이나 마찬가지인 조이봉 의원은 물론이고, 이번 보궐선거에서 대승을 거둔 민국당 의원들도 대거 참석했다. 당대표인 조일봉 의원까지 참석했으니 일종의 실버타운 착공식치고는 꽤 과한 느낌이었다.

반대로 대한당 인물들은 거의 참석하지 않아 괜히 마음이 찝찝했다. 설사 과거역사 연구소를 은밀하게 움직인 사람이 우리라는 걸 눈치채진 못한다고 해도, OO시에 아이두와 골든타운을 밀어준 사실이 그들 입장에선 반갑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본 정치는 영원한 승자도, 영원한 패자도 없는 곳이다. 그렇기에 이런 식의 정치적 편향은 경영자에게 별로 좋지가 않다. 가장 좋은 방법은 두루두루 잘 지내는 건데 그러기엔 이미 늦었다.

사실 고현호 상무의 예비 장인인 강현순 변호사가 서울시장이 되기 위해 정치판에 뛰어든 순간, 고현호 상무의 정치적 중립성은 본인의 의사와 전혀 무관하게 훼손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왕 이렇게 된 거 강현순 변호사를 확실하게 밀어주는 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마음은 분명 그런데, 마지못해 참석한 듯한 대한당 관계자들의 살벌한 눈빛을 보니 앞으로의 일이 아주 평탄하지만은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어휴. 생각만 해도 벌써 머리가 지끈거린다. 고현호 상무와 꼬이고 나서부터 내 인생이 꼬여버린 게 분명하다.

- 에. 이곳 골든타운의 정신이라고 할 수 있는 윤 스포츠센터의 윤승태 사장님의 평생 목표가 ‘요람에서 무덤까지’였다고 합니다. 에. 그게 무슨 말인고 하니 ‘사람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평생 운동을 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한국에서는 어린이 전문 스포츠 프로그램은 있었어도 노인을 위한 스포츠 전문 프로그램은 없었습니다.

“허 참. 그걸 어떻게 사람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평생 운동을 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지?”

“받아들이기에 따라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에잉. 마음에 안 들어. 순수한 실버타운 착공식에 왜 정치가인 축사를 하는 건지. 쯧쯧.”

골든타운 착공식에 참석하신 윤승태 사장님은 오늘도 여전히 까칠하시다. 그래도 자리가 자리인지라 내게만 속삭이듯 말씀하시는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아무래도 윤 스포츠센터를 다니는 회원들의 청탁이 여전한 모양이었다.

- 에. 그런데 이번에 우리 OO시에서 태동할 골든타운에서 운영될 노인 전문 스포츠 프로그램은 대한민국에서 최초,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도 몇 안 되는 케이스로도 큰 의미를 가집니다. 어떤 분들은 우리나라에 왜 노인을 위한 프로그램이 없느냐고 물어보실지도 모릅니다. 에. 그래서 제가 물어봤습니다. 당신이 생각하는 노인 운동은 어떤 것이냐고요. 그랬더니 스트레칭이나 맨손운동 아니면 게이트볼 아니냐고 하더군요. 맞습니다. 물론 그런 운동도 노인분들의 건강에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이곳 골든타운에서는 그런 것보다 훨씬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스포츠 프로그램을 만들어 제공할 예정입니다. 에. 그리고 어르신들로 하여금 조용한 노년이 아니라 활력있는 노년을 보낼 수 있는 도와줄 것이라 믿습니다···.

참석자들이 점점 지루해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조이봉 의원은 계속되었다. 한때 어렵다고 생각했던 보궐선거에서 승리할 수 도와줬던 골든타운이, 이렇게 첫 삽을 뜬다고 하니 감회가 새로웠던 것 같다.

“그런데 동수야.”

“네. 아버님.”

‘동수야’라고 부르면 ‘아버님’, ‘마 팀장’이라고 부르면 ‘사장님’. 우리 두 사람 사이에 지켜지고 있는 무언의 약속이다.

“어째 저 양반이 하는 말이 꼭 네가 날 설득할 때 했던 내용하고 비슷하구나.”

“그러네요. 역시 사람 생각은 비슷한가 봅니다.”

“네가 조이봉 의원에게 해준 말은 아니고?”

“음··· 제가 해준 건 아니고, 비슷한 말을 나눴던 기억은 있습니다.”

“그러니까 저 치가 지금 너랑 내 허락도 없이 우리 두 사람 말을 마음대로 인용한다는 거잖아?”

“뭐, 어떻습니까? 말에 특허권이 있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정치인 아닙니까? 그냥 그러려니 하세요.”

“정치인이라? 후후. 갑자기 확 이해가 되네. 그나저나 중국은 언제 가?”

“저는 한 달 정도 일찍 출발해서 준공식 준비를 해야할 것 같습니다.”

이제 곧 중국 월드 베리어스 클럽 1호점이 오픈한다. 사실 준공식 준비는 월드 베리어스 클럽 측 몫이지만 사업 파트너인 우리도 준비할 게 많았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중국 문화에 좀 더 익숙한 우리가 행사 준비의 거의 대부분을 맡기로 해서 할 일이 많았다.

“왜 그렇게 일찍 가? 월드 베리어스 클럽에서 준비하는 게 아니야?”

“제가 원래 일복이 좀 많잖아요. 그리고 1호점이잖아요. 철저하게 준비해야죠.”

“너 이 녀석. 이번에도 또 과하게 준비하는 거 아니야?”

“과하게 준비하면 좋죠. 1호점인데요. 그런데 설마 제 꼼수가 중국에까지 통하겠습니까? 그냥 실패만 안 했으면 좋겠어요.”

“겸손한 척하기는. 너 이 녀석. 내 앞에서는 그렇게 겸손한 척할 필요 없어. 자신감 넘치는 거 눈에 다 보여.”

“하하하. 그게 다 보이십니까?”

“그럼. 다 보이지. 그래서 시연이는 나랑 같이 중국 간다.”

“네? 아니 왜요?”

“왜긴 왜야? 아직 결혼도 안 했는데 대체 둘이서 뭘 하려고? 그냥 내가 데리고 갈 테니 그리 알아.”

“아버님. 이번에 제가 준비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잘 모르시나 본데요. 정말정말 중요하거든요. 윤 스포츠센터가 세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첫 교두보라고요.”

“그런데 거기에 시연이가 왜 필요해?”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된다고나 할까?”

“안 돼. 차라리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기지. 아무튼, 결혼 전까지 시연이 보호자는 나니까 그렇게 알아.”

헐······. 안 돼······.

============================ 작품 후기 ============================

이제 하나씩 슬슬 마무리 되고 있습니다.

중국시장 진출 에피소드는 짧게 끝내겠습니다.

중국 이야기만 마무리하면 진짜 완결이 코앞일텐데..

제게는 정말 애증의 소설이라, 완결이 앞두고 있으니 마음이 왠지 시원서운(?)하네요. 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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