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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가 전부는 아니야-376화 (376/424)

00376  소제목 추후 결정  =========================================================================

(제 글에서 등장하는 상호와 이름들은 현실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Rrrr

- 그래. 이봉이냐.

“네. 형님. 바쁘시죠?”

- 바쁘지. 그래도 지금은 좀 여유가 생겼다.

“죄송해요. 형님. 저 때문에 형님이 곤란해져셔서요.”

- 됐다. 그게 어떻게 네 잘못이겠냐. 잘못이라면 약속 따위를 헌신짝처럼 내던진 박도식 그 자식에게 있지. 신경 쓸 것 없다. 넌 좀 괜찮은 거냐?

항상 동생에게 좋은 형이였던 조일봉. 그는 이번 보궐선거에서 많이 곤란한 지경에 빠졌음에도 일말의 원망은커녕 오히려 동생을 걱정했다.

다정한 목소리를 듣자 조이봉은 더 이상 고민을 하지 않기로 했다. 자존심이 상해도 이대로 형을 곤란하게 안 되겠다는 생각이 더욱 커졌다.

“저야 뭐 여전하죠. 그런데 형님. 부탁이 있습니다.”

- 부탁? 생전 부탁 한 번 안하던 녀석이 갑자기 무슨 부탁? 일단 들어나 보자.

그때부터 조이봉은 아이두 유치에 대한 이야길 꺼냈고, 두 사람은 전화기가 뜨거워질 정도로 오랫동안 대화를 나눴다.

***

조일봉 민국당 대표실

“대표님 말씀을 듣고 조사를 해봤는데 조이봉 후보의 의견이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래요? 정말 어린이집 유치로 지금 이 난관을 타개할 수 있다 이 말인 거요?”

민국당의 브레인으로 알려진 제갈현의 말에 조일봉이 반색했다.

“한국의 냄비 근성을 생각한다면 이런 신드롬이 얼마나 갈진 저도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 보궐선거가 끝날 때까진 충분히 그 위력을 발휘할 겁니다. 동지 녀석들이 아주 작정하고 마케팅을 한 것도 큰 힘이 되었고요.”

지금 한국에서 가장 많이 회자가 되고 있는 게 ‘내 약혼녀는 여우’라는 드라마다. 그리고 그 드라마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소재가 아이두였다. 그야말로 신드롬이라고 불러야 할 정도로 엄청난 반응이라 할 수 있을 정도.

지금, 사람들은 마치 자신의 아이들이 그곳에 다니기만 하면 영어를 술술 말하고 못하는 운동이 없는 영재라 될 거라는 착각에 빠져 아이두에 열광하고 있다. 분명한 착각이지만 중요한 건 그런 팩트가 아니다. 한국 특유의 과도한 교육열이 사람들을 환상에 빠트렸고, 그들은 자신의 자식이 경쟁에서 뒤지는 게 싫어 아이두에 정치적 논리까지 적용하고 있었다.

게다가 TV에서 나온 프로그램을 무작정 도입하고 그걸 미끼로 유아모집을 하는 어린이집까지 생겨나고 있었다.

“쯧쯧쯧. 하여간 애들 교육이라고 하면 뭐가 합리적인진 생각지도 않고 맹목적으로 변하는 이놈의 나라. 제갈 의원 생각은 어떻소? 정말 해볼만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거요?”

“가능성은 있습니다.”

“아니. 그말이 아니라 상대가 동지그룹 아니오. 대한당도 그냥 지켜보지만 않을 텐데 우리가 동지그룹을 움직일 수 있는지 그게 궁금한거요. 내가 움직였는데 실패한 게 알려지기라도 한 다면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될 수도 있는 거 아니오?”

민국당 대표가 동지그룹에 압력을 넣었다가 실패한다면 그렇지 않아도 불리한 보궐선거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조일봉이 직접 움직이는 건 어렵지 않다. 당대표라고 무게를 잡으며 움직이는 걸 싫어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지금 그가 걱정하는 건 성공여부였다.

“분명 쉽지 않은 일입니다. 고대성 회장에게 압력을 넣는 건 사실 불가능한 일이죠. 그 성격에 함부로 압력을 넣었다가 긁어 부스럼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럴 바에는 처음부터 시작을 안 하는 게 낫습니다.”

“그러면요?”

“결국 동지그룹이 만족할만한 카드를 제시해야 합니다.”

“카드라? 동지가 관심을 보일만 한 게 있긴 하고?”

“지금 아이두를 총괄하고 있는 건 고대성 회장이 아니라 고현호 상무입니다. 지금 엄청난 이슈가 되고 있는 동지마트 관련 프로젝트는 모두 그 친구가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고현호 상무? 그건 누굽니까?”

“고대성 회장의 셋째 아들입니다.”

“셋째? 어허. 그 양반은 능력도 좋군. 첫째 둘째도 능력이 출중하다고 알려져 있는데 셋째까지 그렇게 능력이 있단 말이오?”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최근 후보 경쟁에서도 가장 각광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저도 이리저리 알아봤는데 여간내기가 아닌 것 같습니다. 다행이라면 굉장히 합리적인 성격이라는 겁니다.”

제갈현도 이번 조사를 통해 고현호 전무에 대한 잠재력을 상당히 파악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고대성 회장보다는 상대하기 쉽겠군. 그렇다고 무작정 압력을 넣긴 어려울 테고. 괜찮은 방법이 있는 거요?”

“이번에 조사하다가 알게 된 건데 고현호 상무가 강현순 후보의 예비사위더군요.”

“강현순 후보?”

조일봉은 생각지도 못한 사람이 갑자기 튀어나와 깜짝 놀랐다.

강현순라면 이번 서울시 보궐 선거의 무소속 후보였다. 제1 야당은 민국당이지만 서울시에만큼은 무소속의 강현순이 대한당 후보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었다.

안방이라고 할 수 있는 곳에서 고전하고 있는 OO시와 2등 자리도 지키지 못해 제1 야당이라는 이름에 망신살이 뻗친 서울시. 이 두 곳은 이번 보궐 선거에서 민국당의 가장 골칫거리 지역이었다.

박도식이야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서울시에서의 졸전은 오롯이 당대표의 책임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지고 있는 상황. 더군다나 1년 전 그를 민국당에 영입하기 위해 삼고초려까지 했는데도 실패했던 터라, 조일봉에게 강현순은 반갑지 않은 이름이었다.

“네. 강현순 후보 둘째가 강효령이라고 딸인데, 고현호 상무와는 예전부터 약혼한 사이입니다. 얼굴 예쁘고 몸가짐이 단정하다고 소문이 자자해서 여기저기 눈독 들이는 사람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 집안 딸이면 설사 못생겨도 서로 데려가려고 할 거요. 어디 보통 집안이라야지 말이오.”

“그건 그렇죠.”

강현순의 증조부는 일제 강점기 독립 운동가로 활약하며 지금까지도 사람들에게 많은 존경을 받고 있다. 또한, 그의 조부는 6·25에 참전해 낙동강 전투에서 북한군의 파상공세를 막아낸 유명한 장군이었다. 전쟁이 끝난 후 군에서 제대하고 나서는 국회의원과 국무총리를 역임하며 전쟁으로 폐허가 된 대한민국 재건을 위해 한평생을 바쳤다. 그리고 그의 아버지는 대한민국 국민이 가장 사랑하는 소설가이다.

돈이 많은 건 아니지만 재벌 이상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곳, 강현순의 집안이 바로 그런 곳이었다.

만약 그가 무소속이 아니라 민국당 후보로 출마해서 제대로 된 지원만 받았다면 대한당 후보를 제치고 압도적인 지지율로 1위로 올라섰을지도 모른다.

“그런 집안의 사위라···.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뭡니까?”

껄끄러워할 거라는 걸 알고도 굳이 그의 이야기를 꺼냈다는 건 자신에게 뭔가 원하는 게 있다는 뜻이었다. 조일봉은 돌려말하지 않았다.

“대표님의 결단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야권 단일화를 말하는 거요?”

“네. 어차피 우리 쪽 후보는 가능성이 없습니다. 분석에 따라면 지지율은 더욱 벌어질 거라고 하더군요. 한 달만 지나면 대한당 후보와 강현순 후보의 양강체제가 완전히 굳혀질 겁니다. 지금은 강현순 후보가 뒤지고 있지만 선거 당일이 되면 박빙의 승부가 될 거라는 예측도 나왔습니다.”

“그럼 우리가 양보만 하면 강현순 후보가 많이 유리해지겠구려.”

“바로 그겁니다. 박동호 후보를 대표님이 누구보다 아끼는 건 알지만 대승적 차원에서 물러나게 해야 합니다.”

“쉬운 일이 아니오.”

“그걸 대표님이 해결해주셔야 합니다. 반대급부를 약속하든 아니면 다른 방법을 찾아내든 대표님이 박동호 후보를 설득하고 모양새 좋게 후보에서 물러나게 해야죠.”

최측근으로 일하면서 평생을 충성해온 사람이 박동호다. 단순히 한 사람을 쳐내는 일이 아니다. 그동안 음지에서 조일봉을 위해 노력해온 사람들까지도 모두 납득시켜야만 한다.

가장 충성을 바친 사람도 상황에 따라 내친다면 누가 믿고 따르겠는가? 민국당 내 그를 지지하는 사람 중 상당수가 실망감을 안고 돌아설 수도 있다. 절대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좋소. 내가 설득을 한다고 칩시다. 후보 단일화를 미꾸로 강현순 후보를 설득할 수 있는 거요? 예비 사위지 진짜 사위는 아니요. 강 후보 성격에 선거에서 이기기위해 예비 사위에게 과연 아쉬운 소리를 할지, 난 그게 의문이오.”

“딜은 강현순 후보가 아니라 강 후보 측근과 해야겠죠. 이를 테면 강 후보 와이프라든지 말입니다.”

“강 후보 와이프?”

“네. 사실 강현순 후보가 인간적으로 매우 훌륭한 사람이지만 경제적으론 유능함과는 거리가 멉니다. 인권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해온 일이 돈이 되는 일은 아니았죠. 아버지가 유명 소설가라고 해도 그 나이에 아버지에게 손을 벌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결국 가족을 건사한 사람은 강 후보가 아니라 그의 부인입니다. 지금 선거본부를 총괄하고 있는 것도 그녀죠.”

“대단하군.”

대단하다는 말로는 부족할 사람이 바로 강현순의 부인인 최순애다. 지금의 인권 변호사 강현순을 만든 사람이 최순애라도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대단한 여인이죠. 다행히 우리가 제시할 거래에 대해 최소한 고민은 해볼 정도로 합리적인 성격이기도 합니다.”

“좋소. 한 번 해봅시다. 어차피 여론 조사가 이대도 간다면 결국은 야권 통합을 해야할 거요. 그러니 그때 가서 타의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포기하는 것보다 가치가 조금이라도 있을 때 강현순 후보와 거래를 하는 데 써먹는 것도 괜찮겠지.”

“알겠습니다. 대표님.”

============================ 작품 후기 ============================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내일 다시 올리겠습니다.

소설 속 정치 이야기는 현실과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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