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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가 전부는 아니야-374화 (374/424)

00374  소제목 추후 결정  =========================================================================

(제 글에서 등장하는 상호와 이름들은 현실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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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동지그룹에서 일하고 있는 마동수라고 합니다.”

“아···. 네. 반갑지는 않지만 전 라인호 피디입니다. 그리고 이쪽은 표주숙 작가입니다.”

“표주숙이에요.”

약속 장소에 나온 두 사람의 표정은 불쾌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마치 ‘네가 바쁜 우리를 오라 가라 한 원흉이냐?’며 노려보는 듯했다.

초면에 굉장히 무례한 행동이었지만 그렇다고 기분 나쁜 건 아니었다. 사실 한국의 방송 현실에서 방영을 시작한 드라마의 피디와 작가는 세상에서 가장 바쁜 사람들이다. 그런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두 사람을 불러냈으니 이런 반응은 충분히 감수해야 할 일이었다.

처음에는 ‘내 약혼녀는 여우’라는 드라마의 PPL을 제안한 박서라에게 모든 것을 일임했다. 하지만 시작부터 소위 ‘빵’ 터져버린 작품에 숟가락을 올리는 게 쉬운 건 아니었다. 특히 박서라처럼 머리는 좋아도 대인관계 스킬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더더욱 어려운 일이었다.

이미 잘나가는 작품. 게다가 자존심 강하기로 소문난 피디와 작가는 PPL에 대해 굉장히 부정적이었다. 제작사에서는 우리의 제안을 반기는 눈치였지만 가장 중요한 두 사람이 들은 척도 하지 않는 상황이라 결국은 내가 나설 수밖에 없었다.

“바쁘신 줄 알면서도 이렇게 시간을 빼앗게 되어서 정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바쁜 줄 알면 용건만 간단히 해주시죠. 솔직히 말씀드려 동지그룹이라는 이름 때문에 이곳에 나온 건 사실입니다만 그걸로 우리를 압박할 생각은 말아주세요. 다행히 드라마가 출발이 좋아서 우리도 아쉬울 게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그게 아니면 두 분을 모시기가 정말 힘들어서 어쩔 수 없이 치사한 방법을 동원했습니다. 그만큼 제게는 중요한 일이거든요.”

“동지그룹 정도면 PPL은 넣어도 그만 안 넣어도 그만 아닙니까? 이렇게까지 우리 작품에 목 메달 필요까지는 없어 보이는데요.”

“한국에서라면 그렇죠.”

“한국에서라면요? 그 말씀 되게 이상하게 들리는군요. 한국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건가요? 그렇다면 굳이 우리 드라마에 PPL을 넣겠다고 귀찮게 하는 이유가 뭔가요? 그것도 눈코 뜰 새 업이 바쁜 사람을 이렇게 불러서요.”

내 말이 황당하게 느껴졌는지 라인호 피디의 질문에 날이 섰다.

“구승기씨 때문입니다.”

“구승기씨가 왜요? 좀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주시죠.”

구승기는 ‘내 약혼녀는 여우’의 남자 주인공이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한류스타이다.

“솔직히 말씀드려 한국이 아니라 중국 시장의 공략을 위해 PPL 요청을 드린 겁니다. 그리고 지금 피디님과 작가님께서 만들고 있는 드라마의 주인공인 구승기씨는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타죠.”

“그래서요?”

“이미 중국과 드라마 수출 계약을 완료했지 않습니까? 라인호 피디님과 표주숙 작가님이 만들고 구승기씨가 주연한 드라마라면 중국에서도 당연히 성공할 겁니다. 중국도 그걸 예상하고 방영도 되기 전에 사전 계약을 했겠죠. 중국에서 드라마 인기몰이에 성공한다면 중국시장 진출이 훨씬 쉬워지겠죠.”

“그것참. 아주 가능성이 없는 방법은 아니군요. 그렇지만 이미 말씀드린 것처럼 드라마 스토리를 해치는 PPL은 사양입니다. 그건 제작사와도 이미 약속한 부분입니다. 돈다발을 가지고 온다고 해도 사양입니다.”

피디 작가 모두 각자 분야에서는 굉장히 스타 대접을 받는 사람들이었고, 제작사에서는 그런 두 사람을 잡기 위해 PPL을 최소화하기로 약속했던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방법은 딱 하나다. 그들이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는 방법. 그래서 오늘 미팅을 위해 나름대로 이것저것 많은 걸 조사해서 왔다.

“표주숙 작가님.”

“왜 그러시죠?”

“작가님이 생각해주셨던 이번 드라마 엔딩의 원래 배경이 제주도였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몇 가지 문제로 강원도로 바꾸셨다고요?”

“휴우···. 어디서 그런 이야길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사실이에요. 예전에 제가 제주도 여행을 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곳인데, 사실 이번 드라마도 거기서 처음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그렇다면 정말 아쉬우시겠습니다. 드라마가 처음 탄생한 곳에서 드라마를 마무리한다면 정말 완벽할 텐데 말입니다.”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어쩌겠어요. 거긴 사유지라 주인 허락 없이는 촬영이 불가능하거든요. 만나서 설득하고 싶은데 만나 주질 않아요. 관리인에게 물어봐도 한국에 없다는 대답만 되풀이해서 어쩔 수 없이 포기했어요.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어떻게든 만나서 설득하고 싶은데 이미 드라마가 방송 중이라 그럴 여유가 없다는 게 아쉬울 뿐이에요.”

“제가 촬영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네? 어떻게요?”

“동지그룹 정보망을 이용하면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닙니다. 이미 그곳 주인의 소재는 파악해뒀고, 설득할 방법도 생각해뒀습니다.”

이번 중국 진출 프로젝트는 단순히 중국에서의 성공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화교들이 상류층을 차지하고 있는 동남아 시장 공략을 위해, 그리고 미국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그뿐만이 아니라, D&Y 피트니스 센터의 명성이 세계적으로 높아지는 건 동지 호텔·리조트 입장에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사실 예상보다 훨씬 크게 성공하는 바람에 배보다 배꼽이 더 커져 버린 상황이라서 그렇지 D&Y 피트니스 센터의 원래 목적은 호텔·리조트 서비스 부문의 경쟁력 강화에 있었다.

그러니 중국에서 성공만 할 수 있다면 땅 주인을 설득하는 게 아니라, 필요하다면 땅을 사들일 수도 있는 게 우리 동지그룹의 입장이었다.

“그··· 그게 정말인가요?”

“설마 제가 두 분을 어렵게 모셔 놓고 농을 치겠습니까? 우리 제안을 받아들이신다면 내일이라도 당장 라스트신을 촬영할 수 있도록 해드릴 수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흐음······”

생각지도 못한 제안에 두 사람은 서로를 슬쩍 한 번 바라보고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상당히 고민스러운 눈치였다. 그렇다면 그냥 지켜볼 게 아니라 확실히 쐐기를 박아야 한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제주도 촬영을 하는 동안 우리 동지그룹에서 운영하는 제주 리조트를 이용할 수 있도록 조처하겠습니다. 배우뿐만이 아니라 모든 스텝이 리조트에서 무료로 묵을 수 있도록 해드리죠. 제주도에서 필요한 다른 촬영 장소도 미리 말씀하신다면 우리가 모두 섭외해드리겠습니다.”

“비용이 상당할 텐데요? 그렇게 까지요?”

“제가 이미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한국이 아니라 중국 시장이 목표라고. 중국에서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그리 부담스러운 투자도 아닙니다. 혹시 스토리에 지장을 줄 것 같아서 고민이라면, 제가 준비해온 동영상을 보시죠.”

“어떤 동영상인데 그러시죠?”

내가 준비해온 태블릿을 실행시키자 표주숙 작가가 먼저 관심을 보였다.

“PPL로 부탁할 아이 두 교육 프로그램의 일부분입니다. 여자 주인공이 보육교사 설정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런 교습법이 드라마에 추가된다고 해도 전혀 뜬금없지는 않을 겁니다. 우선 보시죠.”

“네.”

아이 두에서 여러 가지 스포츠를 가르치며 영어와 산수를 함께 배우는 교육 프로그램이 재생되자, 두 사람은 준비해온 영상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 태블릿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어떻습니까? 여자 주인공이 영상 속의 강사처럼 아이들을 가르치는 모습이라면 그리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은데요?”

“도저히 거절하기 힘든 제안이네요. 전 괜찮은 것 같은데 라 피디님은 어때요?”

“나야 표 작가가 대본을 써주면 그대로 찍는 사람인데. 표 작가가 괜찮다면 당연히 오케이지. 그나저나 마 팀장님의 명성이 제 귀에까지 들리는 이유가 있었군요. 우리 두 사람의 마음을 완전히 읽고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는 걸 보면 말입니다.”

“과찬이십니다. 명성이랄 게 뭐 있습니까? 그냥 두 분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게 뭔지, 두 발에 땀이 나도록 열심히 돌아다니며 알아낸 덕분이죠. 어쨌거나, 그럼 우리가 제안한 PPL은 받아들이시는 거죠?”

“그럽시다. 표 작가도 별 불만이 없는 눈치니까요. 작품성을 해치지 않는 PPL이라면 거절할 이유가 없죠. 계약합시다.”

“감사합니다. 그럼 자세한 계약은 제작사와 협의해서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

처음부터 시청자들의 큰 호응을 얻으며 시작했던 드라마 ‘내 약혼녀는 여우’는 스토리가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더욱더 탄력을 받았다. 시청률 30%는 이미 돌파했고, 지금 언론의 관심은 이 드라마가 과연 40% 선을 넘을 수 있을까 여부였다.

과거 1990년대에는 ‘첫사랑’, ‘사랑이 뭐길래’, ‘모래시계’처럼 편당 시청률이 60%를 넘는 드라마도 있었지만 2010년대에 들어오면서부터는 그런 괴물 같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작품은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지금은 시청률 20%만 넘어도 히트작 대접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 되었고, 그렇다 보니 40% 돌파를 목전에 둔 ‘내 약혼녀는 여우’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은 과거 ‘모래시계’만큼이나 대단했다.

물론 한국이 아니라 중국 시장이 타깃이던 우리에게 지금과 같은 시청률 대박은 그리 중요한 사건이 아니었다. 한국에서 아무리 대박이 터져봐야 중국에서 실패한다면 말짱 도루묵이나 마찬가지니, 우리 팀은 드라마의 중국 흥행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TV의 위력은 우리의 예상을 완전히 뛰어넘을 만큼 대단했다. 이미 국민 드라마로 불리기 시작한 ‘내 약혼녀는 여우’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날이 갈수록 높아져만 갔고, 그 덕분에 아이 두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지금 현재 아이 두는 윤 스포츠센터 7곳과 D&Y 피트니스 센터 5곳 그리고 동지마트에서 관리하고 있는 아이두 캐주얼 10곳, 이렇게 총 22곳에서 운영되고 있었다. 그러나 12개의 아이 두는 서울, 인천, 일산, 분당 등 수도권 중에서도 핵심 지역에만 자리 잡고 있고 아이 두 캐주얼도 대전과 부산 2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수도권에 몰려 있는 실정이라 지방에서는 거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대전과 부산에서 운영되고 있는 아이 두 캐주얼도 가장 핵심 프로그램 중 하나인 수영이 빠져 있기 때문에, 사실 지방에서 제대로 된 아이 두 프로그램이 가동되고 있는 곳은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 상황에서 대중들의 아이 두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은, 예상치도 못하게 지방에 대한 차별문제로 불거졌다. 특히나 강남에서 가장 인기 있는 보육 프로그램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방에도 아이 두를 운영해달라는 요구가 봇물 터지듯 밀려들었고, 그 바람에 D&Y 피트니스 센터 홈페이지가 일시적으로 마비되는 사태까지 일어났다.

심지어 국회의원이 직접 우리 부서에 방문해서 자신의 지역구에 아이 두를 설치하라는 어처구니없는 요구까지 하고 가는 웃지 못할 헤프닝이 일어날 정도였다.

다행히 새로운 동지마트 점포가 대구와 광주에 지어지고 있었고, 그곳은 처음부터 아이 두를 염두에 두고 수영장까지 갖춘 제대로 된 시설을 마련 중이라는 발표로 성난 민심(?)을 조금이나마 무마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고작 두 곳으로는 지방에 사는 사람들의 불만을 완전히 잠재울 수 없었고, 우리는 중국 진출 프로젝트까지 잠시 뒤로 미룬 채 새로운 대책 마련에 골몰해야 했다.

============================ 작품 후기 ============================

언젠가부터 제 글이 재미가 없어졌습니다. 그런 생각이 들면서부터 글쓰기에 대해 회의감이 들기 시작하더군요. 가끔 좋아하는 장르소설 작가님들의 글을 읽다 보면 제 글이 한없이 초라해지는 걸 느낄 때도 있습니다. 일종의 자괴감이죠.

연중 없이 완결짓겠다고 약속을 했고, 그 약속은 꼭 지키고 싶었는데... 저에 대해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제가 좀 유리 멘탈입니다. ㅠㅜ

그렇게 회의감과 자괴감에 괴로워하다 보니 독자님과의 약속을 깨고 몇 달간 펜을 놓고 말았습니다.

몇 달 동안 그냥 논 건 아닙니다. 끊임없이 짓기 위해 쓰고 지우는, 지루한 일상의 반복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쓰고 지워도 제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나지 않더군요.

솔직히 내가 납득할 수 없는 결말을 가지고 완결을 지을 자신이 없어서 도망간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요즘 들어 이렇게 찜찜한 기분으로 2015년을 마무리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욕을 먹든, 내가 만족을 못 하든 일단 완결을 짓자. 이렇게 머물다가는 평생 죽도 밥도 안 되겠다. 그런 단순한 생각으로 돌아왔습니다.

많은 분들이 저에게 실망하셨을 겁니다. 기본적으로 약속을 지키지 않는 한심한 작가니까요.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어디 아팠던 것도 아니고, 그냥 제 역량이 부족했던 거라 마땅한 변명도 못 찾겠습니다. 자신이 없어 도망가버린 제가 부끄럽기만 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막상 돌아왔지만 대단한 결말이 생각난 건 아닙니다.

장고 끝에 내린 악수에 가깝습니다. 이상한 결말은 아니지만 굉장히 식상한 결말입니다. 읽는 분에 따라서는 뜬금없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이것도 일종의 스포일러가 되나요? 어쨌든 어디서 본듯한 매우 흔한, 그런 이야기로 완결을 지을 생각입니다.

재미없을 수도 허접하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저도 아무런 확신이 없습니다. ㅠㅜ

길어야 30회 이내. 대략 보름 안에 완결지을 계획이지만... 좀 더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어쨌거나 부족한 저를 믿고 기다려주신 독자님에게는 정말 뭐라고 감사인사를 드려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죄송하고 죄송합니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는데 항상 건강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P.S) 오늘은 정리가 끝나는 대로 2편을 더 올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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