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71 소제목 추후 결정 =========================================================================
(제 글에서 등장하는 상호와 이름들은 현실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이사님이 그렇게 신경 써주신다니 정말 다행이군요.”
“직장 상사로서 부족한 부하 직원이 있으면 가르치고 키우는 게 당연한 의무죠. 그런데 마 팀장님. 아까 말씀하신 좋은 건수가 뭔지 궁금하군요.”
나를 바라보는 박옹기 이사의 눈에는 탐욕이 가득했다.
“아···! 그랬죠. 사실 이번에 월드 베리어스 클럽과 제휴 계약을 맺으면서 꽤 괜찮은 조건을 걸 수 있었습니다. 갑작스러운 반일 시위로 월드 베리어스 클럽 입장이 조금 급했거든요.”
“역시 마 팀장님입니다. 월드 베리어스 클럽의 급한 사정을 이용하신 거군요. 잘하셨습니다. 원래 상대의 약점을 파고드는 게 비즈니스의 기본 아니겠습니까?”
“그렇죠? 박 이사님이라면 이해해주실 줄 알았습니다. 상대의 약점이 뻔히 보이는 데 정면승부하는 건 바보나 하는 짓이죠. 사나운 맹수들도 먹이 사냥을 할 땐 상대의 약점을 철저하게 파고들지 않습니까? 약점을 잡았다 싶으면 숨통을 콱 물고 숨이 끊어질 때까지 물고 늘어지는
철두철미함. 그게 바로 진정한 강자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그래서 동물의 왕국을 좋아합니다.”
“다른 곳도 아니고 세계에서도 손에 꼽는 최고의 대기업을 상대로 그런 배짱을 부리시다니, 들으면 들을수록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하하하.”
바보 같은 자식. 내가 이미 자신의 숨통을 물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표정이 어떻게 변할지 궁금해졌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는 법이니까요. 박 이사님. 혹시 어느 곳이라도 좋으니 월드 베리어스 클럽 지점을 가보신 적이 있습니까?”
“네. 작년에 독일로 출장을 갔을 때 운이 좋게 한 번 들렀습니다.”
“어땠습니까?”
“엄청나더군요. 우리가 생각했던 대형 할인 마트의 상식을 깨버렸다고 해야 하나요? 지점 하나가 작은 마을을 연상케 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규모도 놀라웠지만 나라에 따라 특색있는 상품을 취급하는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독일은 저도 못 가봤는데 거긴 어땠습니까?”
“독일 하면 뭐가 떠오르십니까?”
“음···. 맥주. 그리고 자동차?”
“그렇죠! 제가 가본 독일의 베를린 지점은 그런 특색에 맞춰 맥주는 물론이고 벤츠, BMW, 아우디 등 독일에서 생산되는 거의 모든 자동차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거기에 가본 저는 순간 그곳이 자동차 매장인지 아니면 박람회장인지 구분이 안 되더군요. 그만큼 엄청난 많은 자동차들이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대체 얼마나 많은 자동차들이 진열되어 있길래요?”
“쉽게 설명하자면 우리나라 대형 할인 마트 점포 하나를 통째로 자동차 매장으로 활용한다고 생각하면 편하십니다. 한 회사가 한 층을 전부 사용하더군요. 제가 태어나서 그렇게 다양한 외제차를 본 건 그 날이 처음이었습니다.”
월드 베리어스 클럽이 왜 세계 최고라고 불리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독일은 못 가봤는데, 이사님의 설명을 들으니 꼭 한번 가보고 싶어지는군요.”
“기회 되면 꼭 한번 가보십시오. 거길 가면 자동차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맥주도 공짜로 맛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월드 베리어스 클럽의 각국 지점에 방문하는 게 여행자들의 새로운 필수 코스로 떠오르고 있다고 합니다. 그만큼 다양한 볼거리와 놀거리가 있는 곳이죠.”
“그런 지점을 하나 지으려면 건축 비용도 엄청나겠군요. 중국이라면 얼마나 들까요?”
“중국이요? 거긴 그래도 땅값이랑 인건비가 비교적 저렴하니 유럽보다는 훨씬 적게 들 겁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그래도 최소 3,000억 원 이상을 필요합니다.”
건설사에서 잔뼈가 굵어서 그런지 내가 예상했던 예산과 비슷한 금액이 금방 도출되었다.
“매장당 그렇다는 거죠?”
“물론입니다.”
“그런데 제가 듣기로 월드 베리어스 클럽은 그런 지점을 중국에 20개 정도 지을 생각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요? 그것참. 그렇게 되면 건설 비용만해도 어마어마하군요. 역시 월드 베리어스 클럽이라고 해야 하나요?”
영혼없는 리엑션이라고 해야 하나? 이정도 떡밥을 던졌으면 알아들을 만도 한데 그런 이야기를 왜 내게 하느냐는 듯 뚱한 얼굴이었다.
“여기서 문제는 중국 건설사는 부실시공 등으로 믿고 맡길 수 없다는 게 두 회사의 중론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중국이 아닌 다른 나라의 건설사에 일을 맡길 생각입니다. 그것도 중국과 아주 가까우면서도 믿을만한 건설회사로요.”
“네? 중국과 아주 가까워요? 서··· 설마 마 팀장님이 얻어냈다는 조건이?”
그래 이 멍청한 자식아. 이제야 눈치챘냐?
“예리하시군요. 맞습니다. 중국 내 월드 베리어스 클럽 각 지점 공사는 D&Y 피트니스 센터가 책임지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참 안타깝지만 동지그룹에는 건설사가 없어요. 그렇다면 다른 건설사에 맡겨야 하는데, 월드 베리어스 클럽이 납득할 만큼 신용도가 있는 건설사가 우리나라에 두 곳밖에 없죠. 하나는 가야 건설, 하나는 미래 건설. 하지만···.”
“하지만 가야 건설은 고대성 회장님이 계신 한 절대 같이 일할 일이 없겠죠.”
“절대라는 말을 함부로 쓰면 안 되지만 우리 회장님과 가야 그룹 회장님이 서로 앙숙이라는 건 웬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죠.”
“그··· 그럼 마 팀장님. 월드 베리어스 클럽과의 공사 계약 건을 제게 맡기시려는 겁니까?”
“네? 이사님에게요? 글쎄요. 굳이 성급하게 그런 결정을 내릴 필요가 있겠습니까? 저는 그냥 이사님에게 힌트를 드린 것뿐, 결정된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미래 건설과 함께하면 좋겠지만 네임 벨류가 떨어지더라도 믿을만한 건설사는 우리나라에도 여럿 있습니다. 월드 베리어스 클럽 눈에 안 찰 수 있겠지만 제가 끝까지 설득한다면 들어줄 겁니다.”
“아니 왜요? 세계에서도 인정 받는 미래 건설이 있는데 당연히 우리 미래 건설을 선택하셔야죠. 마 팀장님이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중국은 아무 어중이 떠중이 아무 건설사나 건물을 세울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다른 회사와 달리 우리 미래 건설은 중국 내 지사도 설립되어 있어 행정적인 시행착오 없이 안전하고 빠르게 필요한 건물을 지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렇습니까?”
“그럼요. 그러니 이번 일은 제게 맡기는 게 어떻습니까?”
“총예산만 60억 달러짜리 대공사입니다.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죠.”
“하지만 마 팀장님이라면 고현호 상무님을 설득할 수 있지 않습니까? 마 팀장님. 이번 공사를 제가 맡기시면 섭섭하지 않게 챙겨드릴 수도 있습니다.”
대어를 물었다고 생각했는지 박옹기 이사의 말이 점점 더 은근해졌다.
“섭섭하지 않게요?”
“그럼요. 마 팀장님은 지금껏 만져보지도 못한 상상할 수 없는 거액의 리베이트를 챙겨드리죠. 어떻습니까? 구미가 당기지 않습니까?”
“흠···.”
“그리고 마 팀장님이 친형님처럼 생각한다는 백우찬 차장이 제 밑에 있다는 걸 잊지 않으셨겠죠?”
“지금 저를 협박하시는 겁니까?”
“아닙니다. 그럴 리가요. 자그마치 6조 원짜리 공사입니다. 제가 이번 공사를 따내면 최소한 상무 이사로 승진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되면 백우찬 차장을 부장으로 승진시키는 건 일도 아니죠. 거액의 리베이트와 생명의 은인인 백우찬 차장의 승진. 괜찮은 조건이지 않습니까?”
똑똑똑.
“아무도 들이지 말라고 했는데, 뭐야?”
갑작스러운 노크 소리에 애가 닳아있던 박옹기 이사가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죄송합니다.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뭐? 손님? 갑자기 무슨 손님이?”
“아! 죄송합니다. 박 이사님. 아마 제 손님일 겁니다.”
“마 팀장님 손님이요?”
“네. 고현호 상무님에게 시간 되시면 오라고 말씀드렸는데, 진짜 오셨나 보군요.”
“고현호 상무님이요? 어이쿠. 그럼 당연히 저도 환영이죠. 이봐. 뭐해. 어서 모시지 않고.”
고현호 상무가 찾아왔을 거라는 말에 박옹기 이사는 반색하는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시 후 종업원이 고현호 상무를 방으로 안내했다. 그런데 고현호 상무 혼자가 아니었다.
반갑게 손님을 맞이하려던 박옹기 이사는, 뒤따라 오는 남자를 발견하며 급격히 당황한 얼굴이었다.
“사······ 사장님. 사장님께서 여길 어쩐 일로?”
“나? 나야 고현호 상무님의 초대로 왔지. 혹시 내가 못 올 곳이라도 온 건가?”
“아닙니다. 그럴 리가요. 어서 자리에 앉으시죠. 새로 술상 내오라고 이르겠습니다.”
간단한 소개와 인사가 오가는 사이 새로 준비된 술상이 들어왔고, 가볍게 한 잔씩 마신 우리는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했다.
“마 팀장. 우리가 오기 전까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
“당연히 월드 베리어스 클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죠.”
“월드 베리어스 클럽에 대한 이야기라면 혹시 중국 지점 건설에 대한 건가요?”
“네. 사장님. 사장님도 알고 계셨습니까?”
고현호 상무와 함께 이곳을 찾은 사람은 다름 아닌 미래 건설의 전유수 사장이었다.
“네. 저도 고현호 상무님께 이야기 들었습니다. 마 팀장이 정말 큰일을 했더군요.”
“별말씀을요.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운이라니요. 마 팀장 능력 좋다는 건 저도 소문으로 익히 들어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마 팀장. 내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소. 이번 공사를 미래 건설에 맡기실 생각이신 겁니까?”
“저는 일개 팀장입니다. 그건 우리 상무님께서 결정하실 일입니다.”
“저런. 고 상무님은 마 팀장이 결정할 일이라고 하더군요.”
“어, 상무님. 정말 제 마음대로 결정해도 됩니까?”
“그래. 이번 일은 전적으로 마 팀장에게 맡긴다고 했잖아.”
“하하하. 그래요? 그럼 저야 당연히 미래 건설에게 공사를 맡기고 싶죠.”
“감사합니다. 마 팀장님. 역시 탁월한 선택이십니다. 사장님. 이번 일은 제게 맡겨주시는 게 어떻습니까? 오늘 자리도 제가 마련했고 마 팀장도 제가 설득했으니까요.”
내가 미래 건설과 함께 하고 싶다는 말이 끝나자마자 박옹기 이사는 재빨리 나서서 자신의 이권을 챙기려 들었다.
“박 이사님이요? 박 이사님이 왜요?”
“네? 마 팀장님. 아까 분명히 제게 일을 맡기신다고···.”
“제가 언제요? 아···. 제게 거액의 리베이트를 주신다고 약속하셨을 때요?”
“아··· 아니 마 팀장님. 여기서 그런 소리를 하시면···.”
“왜요. 그런 소리를 하면 안 되는 거였습니까? 어쩌죠? 저는 그렇게 뒷돈 받는 게 싫어서 고 이사님에게 일을 맡기기 싫은데요.”
“무··· 뭐요? 마 팀장님!”
“휴우. 정말 이해할 수가 없네. 전유수 사장님.”
“네. 마 팀장. 말씀하세요.”
“제가 미래 건설에 이번 공사를 맡기면 미래 건설은 우리에게 뭘 해주실 수 있습니까? 참고로 3,000억 규모의 지점을 20개 정도 짓는 대공사입니다. 그리고 단지 금전적 이득이 전부가 아니죠. 지금까지 지어진 월드 베리어스 클럽은 랜드마크를 넘어 그 지역의 심벌이 되고 있습니다. 그 공사를 맡은 곳이 미래 건설이라는 상징성 또한 대단하겠죠.”
“지금 우리가 짓고 있는 동지마트 신규 점포 두 곳에 대한 대금을 받지 않겠습니다. 두 곳을 합치면 천억이 넘을 겁니다. 그리고 제가 회장님을 설득해서 미래 그룹이 고현호 상무를 지지할 수 있도록 해드리죠. 많지는 않지만 우리 그룹이 동지 그룹 지분을 가지고 있으니 꽤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어떻습니까?”
미래 건설이 아니고 미래 그룹의 지지다. 미래 그룹 계열사인 미래 증권을 생각하면 절대 무시할 수 없는 협상 카드였다.
“정말 상무님을 지지할 수 있는 겁니까?”
“물론입니다. 제 이름을 걸고 장담해드리죠.”
“그럼 절대 거절할 수 없는 조건이군요. 그런데 죄송하지만 한 가지만 더 부탁드리고 싶군요.”
“뭡니까?”
“이번 공사의 미래 건설 측 실무 책임자를 백우찬 차장으로 해주십시오.”
“꼭 그래야 할 이유가 있습니까?”
“네. 백우찬 차장이 아니었으면 미래 건설에게 공사를 맡길 생각이 없었거든요.”
“하하하. 실무 책임자를 백우찬 차장에게 맡겨야 할 가장 확실한 이유군요. 좋습니다. 그렇게 합시다. 그럼 우리에게 공사를 맡기는 겁니까?”
“물론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 작품 후기 ============================
이게 아닌데... 이번 에피소드는 참 어설프네요. 죄송합니다.
마음 같아서는 싹 뜯어고치고 싶은데, 매일 연재를 하다보니 이것도 쉽지 않고.
일단 완결을 한 다음에 수정을 해야할 것 같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