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68 소제목 추후 결정 =========================================================================
(제 글에서 등장하는 상호와 이름들은 현실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동지그룹의 D&Y 피트니스 센터와 월드 베리어스 클럽 사이의 제휴 계약이 마무리되고 간단한 기념식을 가진 후, 기자들의 강력한 요청으로 예정되어 있던 기자회견을 한 시간 앞당겨 시작했다.
[안녕하십니까. 오늘 진행을 맡은 동지그룹 기획마케팅부의 조기훈 차장입니다. 조세핀 스톤 이사님도 함께 기자회견에 참석하는 관계로, 질문은 전부 영어로만 받겠습니다. 이미 공지했던 사항이기 때문에 이의 없으리라 믿고 질문받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기자분들이 몰린 관계로 질문은 1인당 1회로 제한하겠습니다. 물론 상황에 따라 추가 질문 한두 개는 하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제휴 계약과 전혀 상관없는 질문은 제 선에서 커트할 생각이니 아무쪼록 신중한 질문을 부탁드립니다. 지금부터 질문이 있으신 분께서 손을 들어주시면 제가 호명하겠습니다.]
조기훈 차장의 발언이 끝나자 참석했던 기자들이 일제히 손을 들었다.
[두 번째 줄 네 번째 칸의 파란 줄무늬 티셔츠를 입으신 분. 질문해주세요.]
자신감있게 번쩍 손을 들었던 파란 줄무늬 티셔츠의 기자는, 처음 기세와 달리 갑작스러운 호명에 매우 당황하는 표정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질문 없으십니까? 그럼 다른 분에게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아··· 아닙니다. 저··· 저는 종일일보 유승민 기자입니다. 조··· 조세핀 스톤 이사님에게 질문 드리겠습니다. 혹시 김치 아십니까? (Do you know kimchi?) 아니면 혹시 박지성 선수는 아십니까? (Do you know Ji-Sung Park?)]
뜬금없는 질문에 조세핀 스톤 이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얼굴을 찌푸렸다. 그러자 주변의 기자들이 벌떼같이 일어나 종일일보 기자에게 비난을 퍼부었다.
“저 자식 대체 뭐야? 아까 우리끼리 모여서 이야기했잖아. 절대 김치나 박지성 선수에 대해서는 질문하지 말자고. 그런데 왜 저래?”
“멍청한 자식. 저 자식 때문에 조세핀 스톤 이사가 인상을 찌푸렸잖아. 인상을 찌푸려도 예쁘긴 하지만 그래도 이건 나라 망신이라고.”
“쯧쯧쯧. 종일일보가 그렇지 뭐. 영어로 할 수 있는 질문이 저게 다일걸? 그러니 어쩌겠어. 이해해야지. 하여간 기자 망신은 저런 놈이 다 시킨다니까.”
“조용해 주십시오. 질문과 상관없는 이야기는 나중에 따로 나누시기 바랍니다.”
기자들이 너도나도 한마디씩 하자 회견장은 순식간에 시끄러워졌다. 조기훈 차장이 소란함을 멈추려고 애썼지만 이미 시끌벅적해진 분위기를 바로잡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나 소란은 오래가지 못했다. 조세핀 스톤 이사가 생긋 웃으며 마이크를 잡자 기자들은 비난을 멈추고 일제히 그녀의 말을 받아적기 위해 펜을 들었다.
[박지성 선수는 알아요. 저, 축구 좋아합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축구 선수잖아요. 열심히 뛰는 모습이 멋있어서 기억합니다. 그런데 김치? 죄송합니다. 그게 뭔지 잘 모르겠네요. 솔직히 제가 아직 한국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하지만 동지그룹과 파트너가 된 이상, 한국을 알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겠습니다. 마침 한국에 새로 사귄 좋은 친구가 있어요. 일 때문에 중국과 한국을 자주 오갈 예정이니 친구에게 부탁해서 천천히 한국에 대해 알아가도록 할게요.]
[어떤 친구인지 알 수 있습니까?]
앞자리를 지키고 있던 기자가 재빨리 질문을 던졌다.
[한국에서는 꽤 유명한 친구예요. 저보다 훨씬 아름다운 친구죠. 공항에 도착해서 그 친구 모습이 찍힌 광고판을 발견하고 정말 기뻤어요.]
[세상에! 조세핀 스톤 이사님보다 아름답다고요? 연예인입니까?]
[아니요. 윤시연 작가입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죠?]
[아! 물론입니다. 윤시연 작가라면 이사님이 그렇게 표현할 수도 있겠군요. 그렇다면 이번 제휴 계약은 윤시연 작가의 설득으로 이뤄진 겁니까?]
조기훈 차장은 계속되는 질문에 기자회견을 중단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번 질문은 꽤 민감한 문제라 일단은 조세핀 스톤 이사의 대답을 기다렸다.
[아닙니다. 션은, 여기서 션은 윤시연 작가를 부르는 애칭입니다. 션은 이번 계약과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다른 일로 친해질 수 있었고, 그 일은 조만간 기자님들도 알게 될 테니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그럼···.]
[잠시만 기자님! 그 질문은 여기까지 받도록 하겠습니다. 김치나 윤시연 작가님은 이번 제휴 계약과는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그러니 제 선에서 커트하고 다른 질문을 받겠습니다. 두 분 기자님은 이제 질문할 기회가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 주십시오. 그리고 지금부터 제가 호명하지 않은 기자분이 질문하시면 회견을 중단하겠습니다. 그럼 다른 질문 받겠습니다. 네. 네 번째 줄의 빨간 넥타이를 매신 기자분.]
[안녕하십니까. 미래일보 정윤환 기자입니다. 고현호 상무님에게 질문 드리겠습니다. 조세핀 스톤 이사님과 윤시연 작가님이 친구가 되었다는 말이 꽤 의미심장하게 들렸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계약도 상무님의 왼팔로 불리는 마동수 팀장의 작품입니까?]
정윤환 기자의 질문이 상당히 날카로웠다. 마동수 팀장은 경제 관련 기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인사였다. 그리고 윤시연 작가가 그의 피앙세라는 건 기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
그는 조세핀 스톤과 윤시연 작가가 친구가 되었다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쉽게 알 수 있었다.
[아아. 우선 제게 질문을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사실 모두들 조세핀 스톤 이사님에게만 질문을 던질 줄 알았거든요.]
고현호 상무의 장난스러운 대답에 이 자리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그런데 이렇게 제게도 관심을 주시네요. 감사합니다. 정윤환 기자님이라고 하셨나요? 예리하시네요. 맞습니다. 중국에서 일어난 반일 시위가 우리에게 기회라는 걸 알아차린 마동수 팀장이 재빨리 미국으로 건너가 여기 계신 조세핀 스톤 이사님을 설득했습니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그 친구를 일부에서는 미다스의 손으로 부른다지요? 그 별명에 걸맞은 성과죠.]
[솔직한 답변 감사합니다. 개인적인 질문이지만 혹시 나중에 두 분이 인연을 맺게 된 계기를 들을 수 있을까요?]
[허허. 남자들 사이의 인연이 뭐가 궁금하다고···. 그래도 궁금하시다면 연락 주십시오. 인터뷰에 응하겠습니다.]
[다음 질문받겠습니다. 네. 가장 오른쪽 구석에 앉아 계신 기자분 말씀하세요.]
[내일경제신문 경호일 기자입니다. 가장 기본적인 질문일 겁니다. 월드 베리어스 클럽이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 D&Y 피트니스 센터를 파트너로 선택한 이유가 뭡니까?]
경호일 기자의 질문에 조세핀 스톤 이사가 마이크를 들었다.
[동북 아시아 세 국가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자녀들에 대한 높은 교육열이죠. 그래서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중국은 조금 다르게 접근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많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D&Y 피트니스 센터에서 운영하는 아이 두가 우리의 중국 진출에 큰 힘이 되어줄 거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처음 파트너는 D&Y 피트니스 센터가 아니라 다나카 아크로바틱인 걸로 아는데요?]
[당시 D&Y 피트니스 센터는 고현호 상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담당하고 있었고, 그 때문인지 분위기가 많이 어수선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다른 파트너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다나카 아크로바틱은 칠면조 대신 닭이었군요?]
[네? 호호호. 칠면조 대신 닭이라, 재미있는 표현이군요. 하지만 거기에 대해서는 노코멘트 하겠습니다. 우리와 파트너였던 기업을 평가절하하고 싶은 마음은 없거든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눈치 빠른 기자들은 이미 그녀의 속뜻을 이해했다.
조세핀 스톤 이사의 친절한 답변에 기자들은 그녀에게 점점 더 호감을 가지기 시작했고, 기자회견 열기는 갈수록 뜨거워져 갔다.
***
「동지그룹과 월드 베리어스 클럽, 전격 제휴 발표」
「동지그룹의 D&Y 피트니스 센터, 중국진출 선언」
「동지그룹의 비밀병기, 또다시 일을 내다.
한동안 침체기에 빠졌던 거대 공룡 동지그룹이 다시 한 번 기지개를 켜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동지그룹의 비밀병기로 불리는 마동수 팀장이 있다.
동지그룹 마케팅부에 입사한 그는 이후 동지랜드, D&Y 피트니스 센터, 동지마트 맡으며 가는 곳마다 엄청난 대박을 터트렸다. 한 번은 우연이라고 해도 동지마트가 벌써 세 번째. 그의 능력이 우연이 아니라 실력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사람들은 손대는 곳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변한다며 ‘미다스의 손’이라는 별명을 지어 줄 정도가 되었다.
그런 그가 이번에 또다시 엄청난 일을 냈다. 바로 세계 1위의 대형 할인 마트인 월드 베리어스 클럽과의 제휴가 바로 그것이다. 관계자의 설명에 의하면 두 회사 간의 이번 제휴는 007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은밀하고 조용히 진행되었다고 한다.
“마동수 팀장은 정말 감이 좋은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에 따른 행동력도 빠르고요. 이번 일도 그렇습니다. 일본에서 일어난 중국 대사 계란 투척 사건과 중국 국기 소각 사건만 보고 바로 미국으로 건너간 게 마동수 팀장입니다. 이미 중국에서 반일 시위가 일어날 것을 예상한 거죠. 그 덕분에 우리가 다른 경쟁 업체를 물리치고 월드 베리어스 클럽과 제휴를 맺을 수 있게 된 겁니다.”
그를 아끼는 고현호 상무의 말이었다. ······ 후략 ············ 」
***
마동수의 포항 본가
늦둥이 아들인 마강수를 품에 안은 마동수의 어머니 류일화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신문 기사를 읽었다.
“강수야. 잘 들었지. 네 큰형이 이번에 정말 큰일을 했나 보다. 호호호. 엄마는 많이도 안 바라. 무럭무럭 커서 딱 네 큰형 반만 닮아라. 알았지? 절대 둘째는 닮으면 안 돼! 어휴. 그 녀석 벌써 널 골프선수로 키우니 어쩌니 하는데, 절대 절대 그 꼬임에 넘어가면 안 된다.”
***
“제기랄. 바로 이거였어. 현호가 자신있게 D&Y 피트니스 센터를 맡겠다고 한 이유가 바로 이거였다고. 이봐. 이 팀장. 어떻게 생각해?”
D&Y 피트니스 센터와 월드 베리어스 클럽 사이의 제휴 계약은 고현호 상무의 라이벌인 고평호 상무에게는 꽤 타격이 큰 소식이었다.
“그게 참···. 뭐라고 말씀드리기 애매합니다.”
“결과가 이렇게 명확한데 대체 뭐가 애매한데?”
“고현호 상무가 월드 베리어스 클럽과의 제휴를 믿고 그곳을 맡았다고 하기에는 미심쩍은 부분이 있습니다. 처음부터 두 회사가 제휴 계약을 맺은 거라면 몰라도 처음에는 다나카 아크로바틱과 계약을 맺은 것 아닙니까? 그 상황에서 누가 중국에서 반일 시위가 일어날 줄 알았겠습니까? 그냥 이번 일은 고현호 상무도 운이 좋게 얻어걸렸다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흠······. 그건 그렇지. 내가 좀 흥분했군. 설마하니 현호가 반일 시위를 예측했을 리도 없고···. 그럼 그 녀석은 대체 뭘 믿고 D&Y 피트니스 센터를 맡은 거야?”
“그건 저도 잘···.”
“젠장. 그나저나 이번 일도 마동수 그 자식 작품이라고?”
두 회사 간의 제휴 소식에 화를 내던 고평호 상무가 마동수에게 화살을 돌렸다.
“네. 약혼녀와 미국에 간다는 소식을 듣긴 했는데, 설마 조세핀 스토 이사를 설득하러 갈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습니다. 그냥 철없이 애인과 여행이나 즐기는 줄···.”
“쯧쯧쯧. 그렇게 방심하지 말라고 일렀는데. 아니지. 알았다고 해도 그걸 막기는 쉽지 않았을 테지. 아직도 마동수 그 자식을 엿 먹일 방법은 없는 거야? 이대로 놔두면 정말 현호에게 총수 자리를 빼앗길지도 모른다고. 무슨 말인지 알아?”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지금 괜찮은 방법을 강구중입니다.”
“그래야 할 거야. 그렇다고 과격한 방법은 곤란해. 어설픈 깡패 새끼들 동원했다가 정호형 한순간에 날아가는 거 봤지?”
“물론입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만족할 만한 성과를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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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추코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