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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가 전부는 아니야-366화 (366/424)

00366  소제목 추후 결정  =========================================================================

(제 글에서 등장하는 상호와 이름들은 현실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아직 부족해서 월드 베리어스 클럽을 상대로 뭘 요구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아서요.]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믿을 순 없지만 답답한 사람은 저니까 어쩔 수 없죠. 그래도 이런 모습을 보니 변수를 만들겠다는 말도 허언이 아닐 것 같네요. 좋아요. 이러면 어때요. D&Y 피트니스 센터의 독립성을 완전히 보장해줄게요. 그럼 진정한 의미에서 우리와 파트너가 되는 셈이죠.]

초반부터 강수였다.

중국 시장에 진출할 파트너라고 했지만 다나카 아크로바틱의 경우는 월드 베리어스 클럽에 완전히 종속되었다고 들었다. 그 말인즉슨 다나카 아크로바틱은 자신들이 만든 프로그램만 제공할 뿐 하나부터 열까지 그걸 활용하고 운영하는 건 전부 월드 베리어스 클럽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결국 월드 베리어스 클럽과의 제휴를 통해 명성은 올릴 수 있지만 아무리 인기를 끌어도 사전에 약속한 로열티 부분을 제외하고는 금전적 이득을 기대하기 힘든 계약이었다. 그런 불공평한 계약을 조세핀 스톤 이사가 나를 이용해 얻어낸 것이다.

그런데 그와 달리 완전히 독립성을 보장해준다는 건 일정 부분의 건물 사용료를 제외하고 운영부터 금전적 이득까지 모든 권한을 우리 D&Y 피트니스 센터에게 준다는 뜻이 된다. 다나카 아크로바틱과는 정반대의 매우 유리한 계약인 셈이다.

이 정도면 더 이상 욕심을 낼 필요가 없을 만큼 좋은 조건이다. 하지만 나는 여기서 한 가지 조건을 더 요구할 생각이다.

[음··· 건물 사용료만 내면 우리하고 싶은 대로 다 할 수 있다는 의미죠? 괜찮네요.]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엄청나게 좋은 조건 아닌가요? 미스터 마와 실랑이하기 싫어 제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조건을 내세웠어요.]

[신경 써주신 건 잘 알겠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더 요구사항이 있습니다. 월드 베리어스 클럽 입장에서도 손해보는 건 아닙니다.]

[······ 말해보세요. 일단 들어나 보죠.]

[중국에 들어설 월드 베리어스 클럽의 점포들도 이곳 본점과 비슷한 규모겠죠?]

[아니요. 인구는 더 많고 땅값은 더 싸요. 그래서 더 적극적으로 나갈 생각이에요. 아직 정확하게 말하긴 어렵지만 다른 대형 할인 마트들이 감히 넘볼 수 없는 수준의 규모가 될 거라고 생각하면 돼요.]

지금도 엄청난데 훨씬 대단한 규모를 생각하고 있다는 말에, 침이 꿀꺽 넘어가고 군침이 돌았다. 우리 동지 그룹에 건설사가 없어서 이런 먹음직스러운 공사를 먹지 못한다는 게 아쉬웠다. 그러나 먹여주고 싶은 사람은 있었다.

바로 내 생명의 은인인 우찬 형님이었다. 동지마트에서 일하면서 새로운 점포 공사를 우찬 형님에게 맡겼고, 그 덕분에 형님은 과장에서 차장으로 승진할 수 있었다. 나는 당연히 은혜를 갚는 일이라고 했던 일인데, 그게 꼭 형님에게 좋은 일만은 아니었다. 부장인지 이사인지 하는 작자가 나와의 친분을 알고 더 많은 일거리를 가져오라며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주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원하는 대로 일거리를 몰아 주려고 한다. 그것도 이사 따위가 욕심낼 수 없는 엄청난 일거리를 안겨줄 생각이었다.

당연히 망할 이사는 배제하고 우찬 형님을 통해, 미래건설과 다이렉트로 대화를 할 예정이다. 만약 미래건설이 그 이사를 싸고돌면 미래건설도 배제하고 미래그룹과 대화하면 그만이었다.

[그 정도 대단위 공사를 최소 10여 곳 이상에서 하면 공사비도 어마어마하겠군요.]

[10여 곳이요? 아닐 거예요. 1,000만이 넘는 대도시만 해도 10곳이 넘어요. 1,500만이 넘는 도시의 경우는 도시당 두 개의 점포를 세울 계획이니 거의 20곳은 된다고 보면 돼요.]

[그 공사를 설마 중국 회사에 맡길 생각은 아니시죠?]

[그게 왜요?]

[중국이 부실 공사로 얼마나 유명한지 모르셔서 그러십니까? 자칫 중국 건설사에 맡겼다가 안전사고라도 나면 시작도 전에 월드 베리어스 클럽의 명성이 바닥에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중국의 날림 공사는 여전히 불안요소다. 그럴 바에는 비용이 좀 더 들더라도 안전한 곳을 이용하는 게 낫다.

게다가 미래건설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건설사다. 큰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면 조세핀 스톤 이사가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건 아직 생각하지 못한 문젠데···.]

[제가 괜찮은 건설사를 추천해 드리죠.]

[설마 동지그룹의 건설사를 추천할 건가요?]

[그럼 너무 뻔뻔하잖아요. 걱정마세요. 다행히 우리 그룹에는 건설사가 없으니까요.]

[그러면요?]

[한국의 다른 건설사를 추천해줄 생각입니다. 미래건설이라고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곳이니 조세핀 이사님이 추천하셔도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건설회사라······. 좋아요. 제가 조사해보고 문제가 없는 회사라면 받아들일게요. 혹시 다른 요구사항도 있나요?]

[아니요. 이젠 없습니다. 저 그렇게 욕심이 과한 사람 아닙니다.]

[이미 충분히 욕심쟁이로 보였거든요. 아무튼 기대할게요. 과연 미스타 마가 말한 변수가 어떻게 나타날지···.]

[하하하. 네. 기대하셔도 좋을 겁니다. 꽤 시끌시끌할 테니까요.]

***

「중국 내 반일 감정 격화.

현재 동아시아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영토분쟁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중국과 일본 사이의 댜오위다오(釣魚島, 일본명 센카쿠.尖閣열도) 분쟁이다. 지난해 일본 정부가 동중국해에 위치한 이 열도에 대한 국유화 움직임을 보이면서 양국 간 분쟁은 더욱 격화되기 시작했다. 5개의 무인도와 3개의 암초로 구성된 열도 가운데 개인 소유로 되어 있는 3개의 섬을 정부가 매입해 국유화할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결정으로 중국 전역에서 반일 사위가 일어났고, 자동차 등 일본 제품 불매운동으로까지 확산되었다. 중국 당국도 댜오위다오 근해에 수시로 감시선을 출동시킨데 이어 항공기까지 진입시켰다. 일본도 이에 대응해 전투기를 발진시킴으로써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게 되었다. 영토분쟁이 외교마찰과 교역마찰로, 다시 군사적 충돌 위기로 확대된 것이다.

최근 일본에서 일어난 반중 시위, 특히 중국 대사를 망신주고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불태운 사건이 양국 간의 분쟁을 키우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이에 후진타오(胡錦濤) 총서기의 지도부가 막강한 경제력과 군사력을 앞세워 맞대응함으로써 정면 대결의 양상으로 치닫게 되었다. 2011년 신년에 들어서는 한때 국지적인 전쟁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위기상황까지 이르고 있다. - 대한일보 이만세 기자 - 」

***

[맙소사. 이런 미친 인간 같으니라고.]

중국 관련 속보를 보던 조세핀 스톤 이사가 신문을 와락 구기며 소리쳤다. 평소 감정 기복이 거의 없는, 항상 웃는 얼굴로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던 그녀가 마동수 때문에 여러 번 인상을 구겨야 했다.

처음 만난 마동수는 그냥 만만한 풋내기였다. 물론 자신의 외모에 관심을 두지 않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지만 그뿐이었다. 그녀는 중요한 계약을 앞두고 있었고, 그는 더 좋은 조건으로 계약하기 위한 먹음직스러운 희생양이었다.

그런데 알면 알수록 절대 만만한 풋내기가 아니었다. 풋내기는커녕 발톱을 숨긴 맹수에 가까웠다. 딱 한 번 본성을 드러냈을 때 그녀는, 날카로운 발톱에 무기력해지고 말았다

한편으로 그가 말한 변수가 대체 뭔지 한편으로 궁금하기도 했다. 그래서 자신을 위협했음에도 불구하고 기대하는 마음으로, 막연하게 변수가 나타나길 기다렸다. 대한민국에서 손꼽는 마케팅 전문가라는 말이 그녀의 호기심을 더욱 키웠다.

그러나 그가 호언장담했던 변수를 마주하는 순간, 조세핀 스톤 이사는 그동안 자신이 제정신이 아닌 인간을 상대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처음엔 절대 이게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정신이 제대로 박힌 인간이라면 절대로 생각해낼 수 없는 상식 밖의 위험천만한 해결책이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일 시위로 긴급 이사회 소집되자, 이 사건이 절대 우연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미쳤어. 미쳤어. 절대 제정신이 아닌 인간이야. 어쩌면 사이코패스일지도 몰라. 그게 아니라면 전쟁까지 일어날 수 있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을 벌일 리가 없잖아. 아니야. 사이코패스면 사랑을 모를 텐데, 그가 션을 대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러블리 하거든. 그럼 대체 뭐지? 아···! 내가 다시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인간을 상대하나 봐라.]

긴급 이사회가 열리는 회의장까지 마동수에 대해 끊임없이 욕을 하던 조세핀 스톤 이사는, 회의장 문앞에 도착하자 심호흡을 한 번 하고 흥분을 가라앉혔다.

지금 그녀에게 중요한 건 마동수가 아니라 이사회였다. 어쨌거나 자신이 우겨서 다나카 아크로바틱과 제휴 계약을 맺었는데 돌발 상황으로 인해 계약을 철회하게 생겼으니, 그 책임은 고스란히 그녀가 져야 했다.

아슬아슬하게 경영권 분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변수는 절대 그녀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최대한 침착하고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는 게 우선이었다.

[어서 오세요. 스톤 이사. 갑작스러운 중국 사태 때문에 다들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럼 주인공이 도착했으니 긴급회의를 시작해볼까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조세핀 스톤 이사를 맞이하는 더글라스 에리얼리 회장. 그러나 그녀는 그의 얼굴에서 통쾌함을 느낄 수 있었다. 아무래도 이번 사태가 그에게 매우 유리하게 돌아간다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다른 말이 무슨 필요가 있겠습니까. 다나카 아크로바틱과 제휴를 주장한 스톤 이사가 당연히 책임을 져야지요. 안 그렇습니까?]

더글라스 에리얼리 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로버트 이사가 발언을 하자 다들 공감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스톤 이사. 이번 사태를 책임지고 이사 자리에서 물러나는 건 어떻소?]

사람들의 호응에 힘을 얻었는지 로버트 이사의 발언이 점점 더 공격적으로 변했다.

[제가 왜요?]

[뭐요? 스톤 이사는 지금 사태가 보이지 않는 거요?]

[처음 주장했던 D&Y 피트니스 센터와의 계약이 늦어져 다나카 아크로바틱을 대안을 내세운 게 제 잘못이라는 건가요?]

[어허. 그런 말이 아니잖소. 다만 스톤 이사가 주장한 다나카 아크로바틱에 문제가 생겼으니 하는 말 아니오?]

[그건 해결하면 그만입니다.]

[어떻게 말이오?]

많은 이사들이 조세핀 스톤 이사를 몰아세웠지만 침착함을 되찾은 그녀의 얼굴에는 여유가 넘쳤다.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일 시위는 다나카 아크로바틱과 계약 해지를 할 수 있는 명백한 결격 사유입니다. 그러니 계약을 해지하고 다른 파트너를 찾겠습니다.]

[인제 와서 어느 세월에?]

[그렇지만 이미 찾아 놨는걸요.]

[아니 뭐라고? 대체 언제 말입니까? 중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반일 시위 소식이 전해진 지 얼마나 됐다고요?]

[항상 만약을 대비하는 건 월드 베리어스 클럽 이사로서 당연히 해야할 일입니다. 안 그런가요, 로버트 이사님?]

[크흠······.]

[동의한다는 뜻으로 알겠습니다. 호호호.]

[그래서 다나카 아크로바틱을 대신할 파트너로 누굴 생각하고 있는 거요?]

[원안이었던 D&Y 피트니스 센터요.]

[아··· 아니 뭐요? 처음에 반대하던 사람이 갑자기 거긴 왜요?]

그녀를 몰아붙이던 로버트 이사는, 생각지도 못한 이름에 크게 당황했다. 이상한 회사라면 말도 안 된다며 면박을 주려고 했는데, D&Y 피트니스 센터는 더글라스 에리얼리 회장이 추천한 곳이기에 그럴 수가 없었다.

[반대한 건 아니죠. 계약이 늦어지니 다른 대안을 찾았을 뿐 저는 처음부터 D&Y 피트니스 센터에 불만이 없었어요.]

[하지만 중요한건 D&Y 피트니스 센터의 마음 아니겠소? 우리에게 거절당한 곳인데 그렇게 금방 우리 제안을 받아들일 리가 있겠소?]

[그런데 이거 어쩌죠? 이미 D&Y 피트니스 센터에서 제 제안을 받아들였는걸요.]

[뭐라고요? 벌써요? 아니, 어떻게?]

D&Y 피트니스 센터는 더글라스 에리얼리 회장과 친분이 있는 곳이다. 그러니 당연히 그를 통해서 계약이 이뤄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떤 양해도 없이 조세핀 스톤 이사의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하니 로버트 이사는 황당한 마음이었다.

[약간의 손해를 감수하기로 했어요. 어쨌든 심려를 끼쳐 죄송합니다. 제가 예측할 수 없는 범위에서 일어난 돌발상황이지만 그에 대한 책임을 지라면 기꺼이 지겠습니다.]

이렇게까지 나오니 그녀에게 아무도 뭐라고 할 수 없었다. 돌발변수가 일어났다고 해도 이미 수습을 해버린 사람에게 뭐라고 하는 건 누가 봐도 억지였다.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이사회를 시작했던 더글라스 에리얼리 회장도 표정을 굳힌 채 침묵을 지켰다.

중국 사태는 조세핀 스톤 이사에게 불리한 소식이었지만, 그녀의 침착한 위기 대응은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던 이사진과 여자라고 의혹을 가지던 이사들에게 높은 점수를 받았다.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 작품 후기 ============================

중국 내 벌어진 반일 시위는 이번 에피소드로 간단히 넘어가겠습니다. 이야기를 너무 질질 끌고 가는 것 같아서요. ㅠㅜ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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