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61 소제목 추후 결정 =========================================================================
(제 글에서 등장하는 상호와 이름들은 현실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
짧은 공지
기억나실지 모르겠지만 동수 재산이 1,000억 원을 돌파했다고 소설에 쓴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합병 과정 등을 통해 주가 계산을 하다 보니 설정이 너무 과하더군요. 합병을 통한 주가 재조정을 제가 간과해서 그렇습니다.
그게 아니라도 처음부터 1,000억 원은 제가 너무 오버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1,000억 원에서 300억 원으로 재조정합니다. 처음 주식을 살 때 50억 원을 투자했으니 300억 원이라고 해도 6배나 오른 겁니다.
그리고 5%의 주식을 가지고 있던 주인공은 합병 비율 조정을 통해 2%로 비율 자체는 내려갑니다. 큰 회사를 먹었으니 비율이 내려가는 건 당연합니다. 물론 비율이 내려간다고 해도 비율의 기준이 되는 시가 총액은 훨씬 늘어나니 재산이 줄어드는 건 아닙니다.
스토리상 굉장히 중요한 건 아니지만 설정이 자꾸 꼬여서 이렇게 공지 남깁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이번 에피소드에서 언급됩니다.
제가 아직 어설퍼서 이런 실수를 하는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
시연이와의 대화를 나누자 막혔던 부분이 술술 풀리기 시작했다. 사고를 이런 식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웠고, 그녀와 이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사실에 신이 났다.
“와······! 그럼 조세핀 스톤 이사가 처음부터 월드 베리어스 클럽의 회장 자리를 노리고 있었다고 봐도 되겠는데요?”
“그렇지! 내가 듣기로 소피아 에저튼 그 여자는 회사 경영에는 별 관심이 없다고 했어. 그런데도 불구하고 월드 베리어스 클럽의 지분을 요구했다는 건, 그녀의 확실한 대리인이 될 수 있는 누군가가 있었다는 걸 의미해. 그리고 내 생각인데 소피아 에저튼의 관심은 회사보다는 전남편에 대한 복수심이 더 컸을 거야.”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건데요?”
“재산 분할을 할 때 월드 베리어스 클럽의 지분을 받는 대신 다른 부분에서는 꽤 많은 양보를 했다고 들었거든. 끝까지 이혼 소송을 했다면 위자료로 20억 달러 이상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어. 그런데 소피아 에저튼은 남편이 아끼는 월드 베리어스 클럽의 지분을 대가로 8억 달러 가까운 거액을 포기했다고 해. 그 이야길 듣고 처음엔 이해가 안 갔는데 이제야 알 것 같아. 남편이 가장 애정을 가지고 아꼈던 기업인 월드 베리어스 클럽을 남편으로부터 빼앗으려고 했던 거야. 아무리 그래도 그런 거액을 포기하다니, 멍청한 건지 대단한 건지···.”
내가 아는 바로 지금껏 최고 위자료는 호주 출신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이 아내와 이혼하면서 지급한 17억 달러였다. 그런데 고현호 상무의 설명에 의하면 에저튼 가문은 세계적인 부자인 루퍼트 머독보다 몇 배는 더 돈이 많다고 했다. 위자료 20억 달러가 절대 무리가 아니라는 소리였다.
그런데도 절반에 가까운 8억 달러를 포기했다고 한다. 8억 달러면 우리나라 돈으로 8,000억 원 정도 되는 어마어마한 거액이다. 나로서는 상상도 안 가는 거액을 포기했다는 게 지금도 완전히 이해가 가는 건 아니지만, 복수심에 불타 이성을 잃었다면 그런 말도 안 되는 선택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전 소피아 에저튼의 마음이 이해가 가요.”
“어떻게?”
“그녀는 남편을 정말 사랑했을 것 같아요. 남편의 외도 소식에 배신감이 컸겠죠. 어떻게든 복수를 하고 싶었을 거고, 남편이 애정을 가지고 키웠던 월드 베리어스 클럽의 경영권을 빼앗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했겠죠.”
“8억 불을 더 받아 내는 게 더 큰 복수가 아닐까? 엄청난 거금인데.”
“그 정도 부자가 되면 돈이 무의미하지 않을까요? 솔직히 저는 지금 동수씨가 로열티로 벌어다 주는 돈만 해도 감당하기 쉽지 않거든요. 처음엔 제가 직접 그런 거액을 만진다는 게 떨리고 신기했는데 나중엔 무감각해지더라고요. 숫자처럼 느껴졌어요. ‘아··· 우리가 많은 돈을 가지고 있구나.’ 이런 생각만 들뿐 대체 내가 얼마나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는지는 실감이 안 났어요.”
“맞아. 그건 나도 그렇더라. 돈이 너무 많아지니까 확실히 무감각해져.”
동지마트와 포에버마트의 합병은 일적으로 내게 큰 성공을 가져다줬을 뿐만 아니라 엄청난 돈벼락도 안겨줬다.
동지마트 주식의 5%를 가지고 있던 나는, 포에버마트가 합병되면서 그 비율이 2.0%로 줄었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 자산 총액이 커지니 주가 비율이 떨어지는 건 당연했다. 오히려 점포수로 따지면 12배 가까이 큰 포에버마트를 인수하면서도 비율을 2.0%나 유지할 수 있었던 건 내겐 큰 행운이나 마찬가지였다.
상장법인 간 합병가액 계산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자본시장법) 제165조의4와 그 동법 시행령 제176조의5에 규정돼 있다.
최근 1개월간 평균종가, 최근 1주일간 평균종가, 최근일 종가의 산술평균이 ‘기준시가’가 된다. 1개월간 평균종가와 1주일간 평균종가는 거래량에 가중치를 준 가중 산출 평균이다
그런 의미에서 땅콩 스캔들로 주가가 바닥에 떨어질 만큼 떨어졌던 포에버마트와 여러 가지 정책의 성공으로 고공행진을 달리던 동지마트의 합병은, 당연히 동지마트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
합병 비율은 1 : 0.4. 덕분에 점포 10개짜리 소박한(?) 대형 할인 마트의 5% 주식을 가지고 있던 나는, 140여 개 점포를 가진 거대 대형 할인 마트의 2.0%의 주식을 보유한 대주주가 됐다.
그런데 DJ마트 프로젝트와 방방곡곡 프로젝트의 성공으로 동지마트의 주가는 합병 때보다 세 배 이상 뛰어올랐고, 300억 원이던 내 재산도 드디어 1,000억 원을 돌파했다.
1억 원도 큰돈인데 그 돈의 무려 1,000배인 1,000억 원이다. 솔직히 실감이 전혀 안 나고 그냥 막연히 ‘내가 돈이 많구나.’라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 나도 그런데 나보다 훨씬 부자인 그들은 오죽할까?
“아마 소피아 에저튼의 마음이 그랬을 거예요. 그리고 호기심에 에저튼 가문이라는 곳에 대해 알아봤거든요.”
“설마··· 또 구글링으로?”
“네. 100% 신뢰하기는 어렵지만 최소한의 기초적인 정보는 얻을 수 있는 곳이잖아요.”
당연하다는 듯 말하는 시연이를 보며 뭔가 허무함이 느껴졌다. 그런 정보를 한 번도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아보려고 하지 않았던 내가 참 한심했다.
이게 바로 세대차이라는 걸까?
“그래서 구글링을 통해서 뭘 알았는데?”
“동수씨가 해줬던 말과 다르지 않았어요. 에저튼 가문이 대중들에게 크게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굉장히 명망 있는 집안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구글링 도중에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그게 뭔데?”
“소피아 에저튼 또한 꽤 에저튼 가문에 그리 뒤지지 않는 유명 가문이라는 사실요. 상속받을 유산만 해도 막대하대요.”
“그럴 수도 있겠네. 아무리 자유로운 미국이라고 해도 그 나라 상류층은 우리나라보다 더 보수적이라고 하니까. 음······. 그럼 뭐야. 어차피 남아도는 게 돈. 평생 써도 다 못 쓸 돈에 집착하는 것보다 자신을 배신한 전남편에 대한 복수에 눈을 돌렸다?”
“네. 저라면 그랬을 것 같아요.”
“뭐?”
“히힛. 어디까지나 만약에 그렇다는 이야기에요. 소피아 에저튼의 마음이 어떨까 생각하다가, 동수씨가 만약 바람을 피우면 내 마음이 어떨까 혼자 생각해봤거든요.”
“그런 건 가정이라도 하지 마.”
“알죠. 아는데 저절로 감정이입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바람 피운다고 생각하니까 기분이 어땠어?”
“당연히 정말 가슴이 찢어지죠. 그냥 가정이라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슬퍼서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러니까 동수씨······.”
“당연하지! 절대 그럴 일 없어. 그리고 난 재산관리부터 전부 시연이 네게 맡기잖아. 이미 네게 모두 올인했으니까 이상한 상상은 금지. 알았지?”
“그렇겠죠···?”
“그럼. 당연하지!”
“네. 믿을게요. 그래도 소피아 에저튼 그분의 기분을 조금이나마 이해한 것 같아 마음이 아프긴 해요. 그녀가 월드 베리어스 클럽에 집착하는 것도 결국은 사랑이잖아요. 불쌍해요. 마음이 떠난 남자에게 그런다는 게.”
시연이는 당장에라도 눈물을 흘릴 것처럼 슬픈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 눈빛에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저런 슬픈 눈을 보기 싫어서라도 절대 바람은 피우지 못할 것 같았다.
“어쨌거나 우리에게 중요한 건, 소피아 에저튼의 집착 때문에 우리가 이런 고생을 하고 있다는 거야.”
“그렇지만 꼭 안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아요. 한편으론 우리가 이렇게 오붓하게 미국에 올 수 있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잖아요. 그리고 이게 전화위복이 돼서 원래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월드 베리어스 클럽과 제휴 계약을 맺을 수 있을지도 모르고요.”
“음···. 그렇지. 위기는 곧 기회이기도 하니까. 고마워. 아무래도 네 덕분에 좋은 방법이 생길 것 같아.”
“정말이요? 정말 제가 동수씨에게 도움이 된 거예요?”
“그래. 그러니까 이번 미국 여행은 마음 편하게 즐기자고. 자···. 그럼 공주님. 이제 정말 미국 땅을 밟아 볼까요?”
***
공항 게이트에 도착하자 젊은 백인 여성이 ‘Welcome Mr. Ma ♡ Miss Yoon’라는 피켓을 들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름은 케이트. Someting 출판사의 직원이었다.
다 좋은데 하트라니···.
나는 민망했지만 시연이는 그 문구를 아이처럼 매우 좋아했다. 조세핀 스톤 이사가 아니라 그녀의 친구인 데이지 오하라 사장이 보낸 만큼, 케이트가 잘 보이고 싶었던 사람은 내가 아니라 역시 시연이었다.
어쨌거나 의도는 성공했다. 시연이가 환하게 웃고 있는 걸 보니 말이다.
[어서 오세요. 마동수씨 그리고 윤 작가님. 제 이름은 케이트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마중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이 기다리셨죠? 우리 짐을 찾아서 나오느라 좀 늦었습니다.]
시연이와 수다를 떠느라 늦었다고 할 수 없어 적당히 둘러댔다.
[걱정했는데 별일 아니라서 다행입니다. 비행기는 도착했다는데 두 분이 나오지 않아서 뭔가 잘못된 건 아닌지 걱정했습니다. 많이 피곤하시죠. 그럼 숙소로 모시겠습니다. 원하시는 대로 동지호텔에 예약을 해뒀습니다. 혹시 먼저 들르고 싶은 다른 곳이 있으면 말씀하셔도 됩니다.]
뉴욕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호텔들이 많았지만 나는 그런 호텔들을 거절하고 콕 찍어 우리 그룹의 동지 호텔로 숙소를 잡아달라고 부탁했다. 동지 호텔도 세계적인 호텔 체인인데 굳이 다른 호텔을 이용할 필요가 없었다.
[아닙니다. 곧바로 숙소로 가주세요. 오늘은 그냥 숙소에서 쉴 생각입니다. 그리고··· 혹시 Something과의 미팅은 언제쯤 가능할까요?]
[우리 사장님과의 미팅은 모레쯤 가능할 겁니다. 아··· 그리고 조세핀 스톤 이사님이 전해달라는 말씀이 있었습니다. 내일 시간 괜찮으시면 저녁 대접을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사장님도 같이 나오신다고 하는데, 내일은 일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을 생각이니 편하게 나오셔도 된다고 했습니다.]
[그래요? 그럼 그렇게 하겠다고 전해주십시오.]
[알겠습니다.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케이트 말로는 자신이 시연이의 책을 담당할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이것저것 질문을 많이 던졌다. 담당자로서 궁금한 게 많은 모양이었다.
나는 두 사람이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도록 조용히 창밖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JFK 국제공항에서 맨해튼에 있는 동지 호텔로 가는 길. 자동차가 퀸스버러브리지를 위를 지나자 묘한 긴장감이 나를 감쌌다.
시연이 덕분에 조세핀 스톤 이사에 대한 공략법이 생각났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녀는 절대 만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내게 이메일을 보내 같이 정치적 이유로 같이 일하지 못하게 돼서 아쉽다고 했지만, 그 정치적 이유를 만든 배후가 바로 그녀였다.
그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면 여전히 그녀의 배려에 속아 희희낙락거렸을지도 몰랐다. 사람을 제대로 다룰 줄 아는 무서운 여자였다. 그래서 긴장됐고, 한편으로는 승부욕에 괜한 기대감도 생겼다.
‘조세핀 스톤 이사. 한번 제대로 붙어 봅시다.’
나는 속으로 그런 유치한 다짐을 하며,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는 시연이를 향해 빙긋 웃어줬다.
============================ 작품 후기 ============================
마무리를 잘하는게 참 어렵네요. 이것저것 생각할 것도 많고. ㅠㅜ
원래 계획은 이번달 말까지 완결하는 건데 잘될지 모르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