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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가 전부는 아니야-345화 (345/424)

00345  소제목 추후 결정  =========================================================================

(제 글에서 등장하는 상호와 이름들은 현실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혹시 월드 베리어스 클럽의 조세핀 스톤 이사님 아니십니까?]

[누구시죠?]

아무리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백화점이라고 해도 갑자기 다가온 큰 덩치의 두 남자는 부담스러웠나 보다. 최대한 공손히 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조세핀 스톤 이사는 꽤 놀란 듯 한걸음 물러섰다. 그리고 조세핀 스톤 이사보다 한 뼘은 더 작아 보이는 왜소한 체형의 아사코가 그녀를 보호하듯 막아서며 우리의 정체를 물었다.

[이런. 갑자기 놀라게 해드릴 생각은 없었는데. 놀라셨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누군지 물었습니다.]

나의 정중한 사과에도 아사코는 단호했다. 윤권이의 큰 덩치에도 주눅들지 않을 만큼 강단 있는 여자였다.

[아차! 제 소개를 안 했군요. 스톤 이사님의 모습을 보고 반가운 마음에 실례를 범했습니다. 저는 한국의 동지그룹 D&Y 피트니스 센터에서 나온 마동수 팀장이라고 합니다. 이사님과 같이 계신 걸 보니 그쪽도 월드 베리어스 클럽 소속 직원인가 봅니다?]

아닌 걸 뻔히 알았지만 당당하게 서 있는 아사코를 한번 흔들고 싶었다.

(이사님. 동지그룹이라면 월드 베리어스 클럽과 원래 제휴하려던 곳 아닙니까?)

내 질문에 그녀는 고개를 돌려 스톤 이사를 힐끔 쳐다봤다. 그리고는 내가 알아듣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지 두 사람은 일본어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아사코야 당연했지만 스톤 이사까지 일본어를 할 줄은 몰랐다.

(맞아. 원래 애리얼리 회장이 제휴하려던 곳이 거기였지.)

(그렇다면 우연인 척해도 우연이 아닌 것 같은데 어떻게 할까요? 쫓아낼까요?)

(안 만나주니까 이렇게 스토커 짓을 하네. 그런데 괜찮겠어? 둘 다 덩치도 좋은데?)

(염려하지 마십시오. 우리 일본은 굉장히 치안이 잘된 곳입니다. 게다가 백화점 경비요원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으니 소란을 피우기 힘들 겁니다. 눈치가 있으면 조용히 물러날 겁니다. )

어떻게 나오는지 모른 척 지켜봤더니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는 갈수록 기가 찼다.

(미안합니다만 스토커 짓을 한 게 아닙니다.)

바보 취급을 하는 모습에 화가 난 나는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생각지도 못한 일본어에 놀랐는지 아사코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하지만 확실히 강단이 있는 여자였다. 당황스러운 상황에서도 이내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왔다.

(치졸하시군요. 일본어를 할 줄 알면서도 모른 척 듣고만 있다니요.)

(치졸한 건 그쪽이죠. 대화 중에 다른 나라 말을 하는 건 상대를 굉장히 무시하는 행동이라는 걸 모르시나 봅니다. 그리고 저는 분명히 제가 누군지 밝혔는데, 그쪽은 자기가 누군지도 밝히지 않으시고요. 혹시 누군지 알면 안 되는 사람인가요?)

오! 생각대로 그대로 일본어가 튀어나왔다. 역시 나는 위기에 강한 인간인가 보다. 이렇게 술술 일본어가 나오는 걸 보니 말이다. 이렇게 현지인과의 대화에서도 밀리지 않는 일본어 구사에 나도 깜짝 놀랐다.

(그··· 그럴 리가 있습니까? 단지 내가 누군지 설명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요? 저는 일본 사람들이 참 예의가 바르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도 않군요.)

(익! 모욕하지 마십시오. 굳이 감출 이유도 없으니까. 내가 누구냐면···)

[아사코. 됐어. 저기··· 마동수 팀장이라고 하셨나요?]

월드 베리어스 클럽의 이사와 다나카 아크로바틱의 직원이 같이 쇼핑하는 모습은, 누가 봐도 이상하게 생각할 수 있다. 나는 그 점을 물고 늘어진 거다.

그렇게 내가 아사코를 몰아붙이자 보다 못한 조세핀 스톤 이사가 영어로 말을 하며 화제를 전환했다.

[네. 스톤 이사님. 다시 한 번 인사드리죠. D&Y 피트니스 센터의 마동수 팀장입니다. 그냥 편하게 미스터 마라고 하셔도 됩니다.]

[그래요. 반가워요. 미스터 마. 저도 스톤 말고 조세핀이라고 부르세요.]

와···.

살짝 웃으며 조세핀이라고 부르라며 다정히 말하는 모습에 심장이 덜컥 버릴 뻔했다. 시연이가 아니었다면, 나도 지금 옆에서 넋을 잃고 민망할 정도로 입을 벌리며 서 있는 윤권이 꼴이 날 뻔했다.

사진이나 멀리서 지켜봤을 때는 그냥 미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직접 대면해 보니 생각 이상으로 차원이 다른 폭발적인 매력의 소유자였다.

여자의 직감 운운하던 정지영 과장의 헛소리가, 헛소리가 아닌 게 되어 버렸다. 원초적 본능에서의 샤론 스톤처럼 몸에서 저절로 색기가 뿜어져 나왔다.

하지만 어쨌든 간에 성 말고 이름으로 부르라고 한 걸 봐서는 시작이 나쁘지 않았다.

[아··· 감사합니다. 그리고 조세핀 이사님. 오해하는 마음은 이해가 가지만 오늘 만남은 정말 우연입니다.]

[후훗. 글쎄요. 과연 그럴까요? 여긴 여성구두로 유명한 명품 매장인데 남자 두 분이 방문하기에는 그리 적절하지 않은 것 같아요. 좀 더 솔직해지셔도 괜찮습니다. 미스터 마.]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 눈을 살짝 찡그렸다. 그런데 그 모습마저도 굉장히 자극적이었다. 조세핀 스톤 이사는 자신의 매력이 뭔지 제대로 파악하고, 그걸 이용할 줄 아는 그런 여자가 분명했다.

외모로만 따진다면 시연이나 우찬 형님의 애인인 연서씨보다 부족했다. 두 사람은 내가 직접 본 사람 중 최고의 미녀들이었다. 그런데 한국 나이로 마흔인 조세핀 스톤 이사에게서는 아직 20대인 두 사람이 흉내 내기 어려운 굉장히 성숙한 매력이 있었다.

시연이가 그렇게 부러워했던 연서씨의 섹시함도 그녀와 비교하면 순수함으로 보일 정도였다.

[조세핀 이사님. 저는 지금 아주 솔직합니다. 이사님의 연락을 기다리다가, 무료한 마음에 여자친구 선물이라나 사려고 이곳에 들린 거거든요. 여기 브랜드를 제 여자친구가 좋아합니다.]

[오···! 여자친구가 있으세요? 그분이 보는 눈이 있군요.]

[그렇긴 하지만 지미추(Jimmy Choo)라고 하면 누구나 다 아는 구두 브랜드 아닙니까?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에밀리 블런트가 말했죠. ‘네가 처음으로 지미 추의 구두에 발을 집어넣는 순간 너는 이미 악마에게 영혼을 판 거야.’라고요. 제 여자친구가 그러더군요. 그때부터 지미추와 사랑에 빠졌다고요.]

시연이가 내게 그런 말을 한 적은 없다. 부잣집 딸인 선물 받은 명품들이 상당히 많았지만, 한국 사람치고 큰 키 때문인지 구두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호호호. 발랄한 아가씨인가 보군요. 좋아요. 미스터 마의 우연이라는 말 믿어드리죠.]

[감사합니다.]

[그런데 미스터 마.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여자친구 사진을 좀 볼 수 있을까요?]

[보여드리는 건 어렵지 않지만 왜 그러시는지요?]

[지미추의 구두는 남자 안목으로는 쉽게 고를 수 없어요. 제가 도와 드릴게요. 제가 이래 봬도 얼굴과 체형만 봐도 그 여성이 어떤 스타일의 구두를 좋아하는지 알 수 있거든요. 호호호. 어떠세요?]

그녀는 말은 믿는다고 하더니 교묘하게 내 말을 확인하려 들었다.

[저기··· 이사님.]

확인하자면 못 해줄 것도 없기에 스마트폰에 담긴 시연이의 사진을 보여주려는 순간, 지금까지 잠자코 있던 아사코가 끼어 들었다.

지금까지 조세핀 스톤 이사와 나의 대화가 꽤 잘 풀리는 것처럼 보이자 경계하는 눈초리였다.

[무슨 일이죠. 아사코?]

[제가 알기로 한국에서는 여자에게 신발을 선물하지 않는 풍습이 있다고 합니다.]

신발을 선물해주면 그걸 신고 도망간다는 속설이 있긴 하다. 하지만 일본인인 그녀가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게 놀라웠다.

[그런 풍습이 있었어요? 흠···. 미스터 마. 그렇다는데요?]

[하하하. 아사코라고 했나요? 대단하네요. 그런 말까지 알고?]

[어쩌다 보니 알게 됐습니다. 제가 한국 드리마를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아사코. 단어 하나를 정정해야할 것 같습니다. 풍습이 아니라 속설이죠. 그리고 그 말은 여자 친구와 헤어진 원인을 외적인 요소에서 찾으려는 못난 남자들이 만들어 낸 바보 같은 소리입니다. 미안하지만 저는 그런 남자가 아닙니다. 여성의 섹시함의 완성은 누가 뭐래도 구두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내 여자의 섹시함을 완성시킬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사람은 저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짝짝짝.

[와우! 미스터 마의 방금 그 말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나도 같은 생각이에요. 구두야 말로 여성의 섹시함을 완성하는 궁극적인 무기죠. 호호호. 여기서 이렇게 마음이 맞는 친구를 만나다니 반갑군요.]

조세핀 스톤 이사는 아사코에게 한 내 말을 듣고 박수까지 치며 즐거워했다.

그녀는 아마 모를 거다. 내가 며칠을 쫓아다니며 관찰한 결과로 그녀가 좋아할 만한 말을 머리를 쥐어짜며 연구했다는 사실을···.

그 덕분인지 지금 그녀와 나의 관계는 나쁘지 않았다.

[조세핀 이사님이 저랑 같은 생각이라니, 저야말로 영광입니다. 그럼 정말 이사님을 믿고 구두 선택을 맡겨 보겠습니다. 여기 제 여자친구입니다.]

나는 당당히 스마트폰을 열어 시연이의 사진을 공개했다.

[아···. 이 여자분이 정말 미스터 마의 애인인가요?]

[물론입니다. 그런데 왜 그러시죠?]

[예쁘잖아요! 어쩜 이렇게 예쁠 수가 있죠? 제가 지금까지 많은 동양 여성들을 봐 왔지만 이렇게 예쁜 사람은 처음이에요. 설마 한국 연예인을 미스터 마의 애인이라고 속이는 건 아니죠?]

시연이 사진을 본 조세핀 스톤 이사는 정말 순수한 모습으로 감탄했다. 그녀의 남자친구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뿌듯해질 정도로 기분 좋은 감탄이었다.

[하하하. 설마 그럴 리가요? 뒤에 보시면 우리 두 사람이 다정하게 찍은 사진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한국에서 꽤 유명한 작가입니다. 조세핀 이사님이 관심을 가지고 조금만 알아보시면 알 수 있을 정도로요. 그런데 제가 금방 들통 날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좋아요. 믿죠. 자꾸 의심해서 미안해요. 미스터 마가 자꾸 제 예상 범위를 벗어나서 그런가 봐요. 그래도 한 가지는 이해가 가네요.]

[그게 갑자기 무슨 말씀이신지?]

[솔직히 전 미스터 마가 게이가 아닌지 의심했거든요.]

[네?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이신가요?]

[제 입으로 이런 말을 하기 미안하지만 제가 좀 매력적이지 않나요?]

[좀이 아니라 아주, 굉장히 매력적이십니다.]

[굉장히 매력적이라고요? 호호호. 옆에 남자분과 달리 무덤덤한 얼굴로 저와 대화하시던 사람이 할 말은 아니군요. 솔직히 살짝 자존심이 상했는데 여자친구 모습을 보니 미스터 마의 무덤덤한 반응이 이해가 갑니다.]

[제 얼굴 자체가 좀 무표정해서 그런 거지, 조세핀 이사님은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여자친구가 아니었다면 한눈에 반해 당장 고백했을지도 모를 정도로요.]

여자가 다른 여자의 외모를 칭찬할 때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금기가 바로 맞장구다. 심지어 내 여자 친구에 대한 칭찬이라도 비즈니스 관계에서는 절대 그 원칙을 잊지 말아야 한다.

[네네. 이번에도 믿어드릴게요. 호호호]

[아 참! 이사님. 제 여자친구 얼굴을 보셨으니 구두를 골라 주셔야죠. 이사님이 골라주신다면 제 여자친구도 정말 좋아할 겁니다.]

[음···. 어렵네요. 아까 제가 호언장담을 하는 게 아니었는데.]

[어울리는 구두를 찾기 어렵습니까?]

[아니요. 전부 다 잘 소화할 것 같아 대체 뭘 추천해줘야 할지 모르겠어요. 어쩐다···. 특히 저 두 개. 둘 중 무엇을 신어도 완벽할 것 같아서 저도 고르기 어려워요. 휴···.]

그녀가 가리키는 곳을 보니, 여성 구두에 문외한인 내가 봐도 숨 막히게 아름다운 미려한 곡선을 그린 멋진 구두가 섹시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하나는 타오르는 태양을 연상케 하는 정렬의 붉은색 그리고 또 하나는 도도한 검은 고양이가 연상되는 블랙이었다.

[그럼 둘 다 사면 됩니다.]

[호호호. 그럴 순 없죠. 제가 골라준다고 약속을 했는데. 그럼 이렇게 하죠. 하나는 미스터 마가 사고, 다른 하나는 제가 겸사겸사 미스터 마에 대한 사과의 뜻으로 직접 선물할게요. 어떠세요?]

[네? 아닙니다. 아무리 그래도 초면인데 그럴 수야 없죠.]

[거절하지 말아 주세요. 부탁이 있다면 나중에 두 개의 구두를 신은 여자친구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제게 꼭 보내주세요. 어떤게 더 잘 어울리는 지 꼭 확인하고 싶거든요.]

선물하겠다는 사람이 저렇게 간절하게 부탁하는데, 차마 거절할 수가 없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면목없지만 이사님이 주시는 선물 감사히 받겠습니다.]

[네. 잘 생각하셨어요.]

[그런데 이사님. 이런 말씀드리기는 좀 외람되지만 우리와 면담은 언제쯤 하실 수 있을까요?]

사는 사고 공은 공이다. 사적으로 선물을 받았다고 해도 오늘 그녀를 만나는 목적은 바로 월드 베리어스 클럽과의 면담에 있었다.

[아차! 그랬죠. 그럼 내일 오후에 하시죠. 1시쯤 괜찮으신가요?]

[1시요? 당연히 괜찮습니다. 우연히 만난 자리에서 드릴 부탁은 아닌데 이렇게 흔쾌히 승낙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별말씀을요. 제가 오히려 미안했죠.]

나와 그녀와의 대화가 더욱 친근해지자 아사코의 표정은 어두워져 갔다.

============================ 작품 후기 ============================

이렇게 쉽게 일이 마무리 될리가?????

여러분이 남겨주시는 선추코는 작가에게 큰 도움이 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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