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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가 전부는 아니야-342화 (342/424)

00342  소제목 추후 결정  =========================================================================

(제 글에서 등장하는 상호와 이름들은 현실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오사카는 일본 긴키 지방의 지명이다. 서일본 최대의 도시인 오사카 시와 오사카 부를 가리키는 지역 명칭이며, 넓은 의미로는 대판을 중심으로 하는 게이한신(오사카, 고베, 교토)을 막연히 총칭하는 데에도 사용된다. 도쿄에 이어 경제, 문화 등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도시 단위 경제 규모나 위성도시를 포함한 도시권 인구가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국제적인 규모의 메가 시티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번에 우리의 골칫거리가 된 다나카 아크로바틱 본사가 있는 곳이다.

“아···! 좋다. 일을 하러 왔든 어쨌든 외국 공기는 언제나 기분이 좋은 것 같아요. 안 그래, 미래야?”

“네. 과장님. 정말 좋은 것 같아요. 호텔 오는 길에 차에서 잠깐 구경했는데도 한국과 완전 다른 도시 모습에 괜히 설레는 거 있죠.”

스위소텔 난카이 오사카에 짐을 풀자, 정지영 과장과 추미래가 여행이라도 온 것처럼 신이 나서 호들갑을 떨었다. 외국에 나왔다는 것만으로 저렇게 좋아하는 걸 보니, 두 사람 다 여자긴 여잔가 보다.

우리의 아지트가 될 스우소텔은 오사카시의 중심인 난바에 위치한 호텔이며 오사카 호텔 위치상 가장 좋은 호텔로 평가될 만큼 오사카 모든 곳으로의 이동이 손쉬운 곳에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힐튼이나 리츠 칼튼과 달리 우리 동지 호텔의 라이벌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종의 금기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좋은 호텔이라도 내가 몸 담고 있는 회사의 라이벌이라면, 그곳은 일단 피하고 보는 게 소속원으로서 지켜야할 불문율이다. 오사카에 동지 호텔이 있었다면 당연히 그곳을 우리 숙소로 정했을 거다. H 자동차의 직원이 다른 회사의 차를 타지 못하고, S 전자의 직원은 S 전자에서 나오는 휴대폰만 사용해야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좀 아쉽다. 마음 같아서는 리츠 칼튼에 묵고 싶었는데.”

“여기도 충분히 좋은 것 같은데 리츠 칼튼이 그렇게 좋아요?”

“시설은 여기가 현대식이라 더 좋지. 리츠 칼튼 오사카는 꽤 오래된 호텔이거든. 그런데 실내가 18세기 미술품과 앤틱한 디자인으로 꾸며져 유럽풍 분위기가 물씬 풍긴데.”

“유럽풍 분위기를 느끼고 싶으면 유럽으로 가면 되지, 뭐하러 일본에서 그런 걸 찾아?”

“이래서 남자들이란···. 팀장님 같은 사람은 아무리 설명해도 이해하지 못할, 여자들만 느낄 수 있는 감성이 있어요.”

“여자들만 느낄 수 있는 감성? 이해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고 싶어. 나는 깔끔하고 깨끗한 호텔이 좋아. 그리고 여기랑 숙박비는 비슷하니까 정 과장이 원한다면 리츠 칼튼에 가도 좋아. 말리지 않아. 그로 인한 불편함은 정 과장이 감수해야겠지만.”

“됐거든요. 거기 묶으면 총무부에서 얼마나 깐깐하게 나오는데요. 왜 하필 리츠 칼튼에서 묵었나? 근처에 동지 호텔과 사이가 좋은 다른 호텔은 없었나? 그래이드가 떨어지더라도 다른 호텔에서 숙박할 일이지 왜 라이벌 회사를 도와주느냐? 등등. 어휴···. 생각만해도 벌써 진이 빠지려고 해요.”

“와··· 그 정도예요?”

“미래씨는 몰랐구나. 윗사람들은 우리 그룹과 라이벌인 회사를 이용하는 걸 일종의 이적행위와 비슷하다고 생각해. 만약 우리가 힐튼이나 리츠 칼튼에서 숙박하잖아? 그럼 출장비가 반으로 깎이는 건 여반장이고 심지어 돈 한 푼 안 나올 때도 있어. 얼마나 철저한데.”

정지영 과장은 본사로 오기 전 동지 호텔에서 근무해서 그런지 누구보다 그곳 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 한 푼도 안 주는 일이 있을 정도라니, 우리 그룹이 확실히 독하긴 독하다. 치사하고 더러워서라도 라이벌 호텔에 가는 일은 없을 것 같다.

“한 푼도 안 준다고요? 그건 좀 너무했다.”

“그런데 그게 이해가 안 가는 건 또 아니야. 미래씨도 생각해봐. 미래씨 가족이 가까이 있는 동지마트를 가지 않고, 근처의 3-마트를 이용한다고. 기분이 어떨 것 같아?”

“당연히 기분 나쁘죠! 아······ 이제 좀 이해가 가네요. H 자동차는 자기 회사에서 만든 차 말고는 공장 정문을 통과하지도 못하게 한다더니, 우리도 비슷한 경우라고 보면 되겠네요. 사람 사는 건 어디나 똑같구나.”

“그렇지. 그런데 그걸 이상하다고 매도하기도 어려워. 예를 들어 빵을 만드는 제빵사가 자기가 만든 건 먹지 않고 남이 만든 것만 먹는다고 생각해봐. 소비자들은 그 사람이 만든 빵에 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할 거야.”

“자기가 만든 빵도 먹고 남이 만든 빵도 먹어봐야 더 실력이 늘 것 같은데···. 하지만 무슨 말씀인지는 알 것 같아요. 그런 융통성을 기대하기에는 대기업이 너무 거대하죠.”

“어쭈. 미래씨 많이 늘었는데! 바로 그거야. 하나하나 융통성을 부여하기에는 회사는 너무 거대하고, 사람은 너무 많지. 그래서 대기업에서 천편일률적 통제는 필요악이야. 그걸 벌써 깨닫다니, 기특해.”

“과장님이 많이 가르쳐주셔서 그래요. 호호호. 감사해요.”

“어라. 그런 빈말도 할 줄 알고. 그래. 그래야 내 수제자답지. 얼른얼른 쑥쑥 커서 이 언니 많이 좀 도와주라.”

정지영 과장의 말처럼 추미래는 최근 들어 ‘일취월장’이라는 정말 말이 어울릴 정도로 실력이 쑥쑥 늘어가고 있었다.

처음 본사의 직원들이 동지마트에 합류했을 때는 주눅이 든 모습도 보였다. 다들 일류대 출신의, 동지그룹에서도 최고 엘리트들이라 불리는 인재들인 반면 그녀는 고졸 계약직 출신의 직원이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하지만 다들 추미래를 선입견 없이 대했고, 특히 정지영 과장과 태준호 대리가 물심양면 그녀를 도우면서 금세 원래의 밝은 모습을 되찾았다. 그리고 특유의 성실함이 발동되면서 이제는 당당한 팀의 일원으로서 자신이 맡은 일을 완벽하게 소화하고 있었다.

“당연하죠. 과장님의 수제자라는 이름에 부끄럽지 않게 앞으로도 열심히 배울게요.”

그런데 추미래는 원래 내 수제자였는데 언제 정 과장의 수제자가 된 거지? 그건 좀 서운해지려고 한다. 그래서 살짝 심술스러운 태클을 걸었다.

“하지만 미래씨!”

“네? 팀장님.”

“정 과장한테 많이 배우는 건 좋은데, 뻔뻔함은 배우지 마. 알았지?”

“팀장님! 제가 뻔뻔하다니요! 갑자기 서운해지려고 하는데요.”

“몰랐어? 정 과장, 되게 뻔뻔해.”

“풉···!”

“저 봐. 미래씨도 저렇게 웃잖아.”

“아··· 아니에요. 과장님. 그냥 팀장님 표정이 웃겨서···.”

“변명은 필요 없어. 크윽! 추.미.래. 너마저···.”

정지영 과장의 과장되고 코믹한 리엑션에 한바탕 웃음을 터트린 우리는 호텔 근처의 식당에 들러 늦은 점심을 먹으며 이번 업무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했다.

“정 과장. 조세핀 스톤 이사 일행은 지금 어디 호텔에 묵고 있대?”

“리츠 칼튼이에요. 그것도 최고 스위트룸에 숙소를 잡았다고 해요.”

“어···. 그럼 우리도 리츠 칼튼에서 묵는 게 더 유리한 거 아닌가요? 같은 호텔이었으면 대화를 좀 더 쉽게 나눌 수도 있었을 텐데요.”

“아니야. 그럼 더더욱 리츠 칼튼은 피했어야 했어. 사정하러 온 우리가 같은 숙소를 잡았으면 스토커 취급을 당했을 수도 있거든.”

“설마요?”

“그건 미래씨가 몰라서 그래. 걔네들이 얼마나 자신의 프라이버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출장을 와도 일과 시간이 끝나면 칼같이 쉬는 애들이야. 그런데 쉬는 시0간에 호텔에서 우리랑 마주쳐봐. 굉장히 불쾌하게 생각할 거야.”

“팀장님 말씀이 맞아. 솔직히 총무팀은 안 무섭거든. 우리에겐 든든한 상무님이 계시잖아. 일반 직원이 출장 가는 거랑은 대우가 다르다고. 출장 와서 5성급 호텔? 원래는 본사 부장급 정도는 되어야 가능한 일이야. 그래서 눈치 안 보고 당당하게 리츠 칼튼으로 정하라고 하려는 순간 조세핀 스톤 일당이 거기를 숙소로 잡은 걸 안 거지. 어쩔 수 없잖아. 결국 눈물을 머금고 숙소를 여기로 예약하라고 한 거야.”

“휴우······. 여러 가지로 참 어렵네요. 정확하게 원칙이 정해졌으면 좋겠는데.”

추미래는 정말 골치가 아픈지 한숨을 깊이 내쉬었다.

정지영 과장이 말한 게 일종의 관례라는 것이다. 법이나 규칙으로 따로 정해놓지는 않았지만 전례가 관습처럼 굳어진 하나의 약속. 이런 관례가 사회적으로 참 많이 숨어있고, 그래서 관례에 익숙하지 않은 신참자가 고생을 하게 된다.

하루 숙박비를 10만 원을 쓸 수 있다는 규정이 있는 회사에서 평사원을 출장 보냈더니 가격에 딱 맞게 고급 호텔을 숙소로 잡았다? 겉으론 뭐라고 하지 않아도 속으로는 굉장히 개념없다고 욕하는 곳이 회사다. 반면 출장비를 아끼려고 싸구려 숙소에서 자고 온 직원을 성실하다며 칭찬하는 곳도 회사다.

규정에는 절대 그런 설명이 나와 있지 않다. 직장인 여성들이 약한 분야가 바로 이런 관례다. 남성들은 관례를 일종의 전통이라고 생각하고 따른다. 꼭 전통이라고 생각하지 않더라도, 군대 등을 통해 조직사회에 익숙해진 남자는 웬만하면 그런 문화를 거스르지 않고 따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직장인 여성들은 그런 관례에 관심이 없거나 또는 선택사항이라고 의미를 축소하는 경우가 많다. 직장인 남성들은 참석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회식을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빠지는 것도 회식 자체를 일의 연장이 아니라, 시간 아까운 쓸데없는 모임 정도로 치부하기 때문이다.

남자 직장상사들은 그런 여자들에게 회식에 참석하지 않아도 괜찮다며 쿨한 척하지만 생각 이상으로 굉장히 쪼잔해서 그녀들의 행동을 일종의 반항이라고 받아들인다. 뿐만아니라 그런 일들을 하나하나 모두 머릿속에 기억해둔다.

그리고 언젠가 인사평가를 하는 날, 회식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실력이 우수한 여직원보다 능력은 평범해도 끝까지 회식에 남아 있던 남직원에게 높은 점수를 부여한다.

만약 여직원이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면 다른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실력이 월등히 뛰어나거나 아니면 회식과 같은 조직사회의 관례를 남직원들 이상으로 열심히 따른 덕분일 가능성이 높다.

최근에는 안 그런 회사가 많아졌다고는 하지만 관료제를 근간으로 한 대기업에서는 그런 관례가 여전히 기승을 부린다.

“나도 그게 제일 어려웠어. 사실 회사에는 관례라는 게 있는데 굉장히 남성 위주야. 우리 같은 여자 입장에서는 불공평해 보이지만 어쩔 수 없어. 직장 상사 대부분이 남성인데 조직 분위기가 여성스럽기도 어렵잖아. 회사에서 성공하려면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남성 위주의 관례라도 튀지 않고 묵묵히 따라야 해. 아직은 무슨 말인지 어려울 거야.”

“그런데 비합리적이라고 느낀 적은 거의 없어요.”

“그건 미래씨가 운이 좋아서 그래. 차장님이나 우리 팀장님 그리고 김수현 팀장님도 모두 관례를 강요하시는 분이 아니니까. 그러니까 그분들에게 정말 고마워해야 해.”

“아··· 그런 거예요. 팀장님. 정말 감사해요. 팀장님은 정말 제게는 생명의 은인 같아요. 덕분에 과장님이 말한 그런 비합리적인 일도 겪지 않았고, 그리고 외국도 벌써 두 번이나 와봤잖아요. 제 친구 중에 제가 제일 출세했어요. 호호호.”

찬양하듯 칭찬하는 그녀 때문에 갑자기 머쓱한 기분이 들었다. 성실함이 좋아 보여서 데리고 온 건데 생명의 은인이라는 말은 너무 과했다. 그리고 이런 진지한 분위기는 내 스타일이 아니다.

“미래씨. 너무 나를 믿지 마.”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관례를 강요하진 않지만 속으로는 전부 평가하고 있을지도 모르잖아. 안심하지 마.”

“그래도 상관없어요. 팀장님이 회식하자고 하면 저는 지구 끝까지라도 따라가서 참석할 테니까요.”

그래, 이래야 추미래답다. 아까 정 과장 수제자라고 해서 살짝 빈정상했는데, 금방 내 마음이 흐뭇해졌다.

“뭐? 하하하. 그래그래. 내가 언젠가 칠레에서 회식하자고 할지 모르니까 각오하는 게 좋아.”

“흥! 미래씨 실망이야.”

“헉! 왜요, 과장님?”

“내 수제자라고 해놓고 팀장님보고는 생명의 은인이라니. 그게 더 좋아 보이잖아.”

“앗! 과··· 과장님. 그··· 그게요···.”

다정한(?) 우리 두 사람의 모습에 정지영 과장이 괜한 심술을 부렸다. 마치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와 같은 유치한 질문이지만 순진한 추미래는 제대로 낚였다.

“자자. 쓸데없는 소리는 그만하고 다시 일 이야기로 돌아가자. 정 과장. 조세핀 스톤 이사와 약속이 언제라고 했지?”

“내일 오후 4시에 만나자고 연락이 왔어요.”

“뭐? 원래 2시에 보기로 한 거 아니었어?”

“맞아요. 그런데 조금 전 약속 시각을 변경한다며 이메일을 보냈더라고요.”

“제길. 왠지 찜찜한데.”

약속 시각을 변경했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4시면 괜찮을 것 같은데 왜요?”

“내가 알아봤는데 걔네들 업무 종료가 5시야. 아까도 이야기했다시피 공과 사가 매우 분명한 애들이야. 우리랑 상담하다가도 5시가 되면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릴걸?”

“헉! 그럼 우리가 상당할 수 있는 시간이 1시간밖에 없는 건가요?”

“1시간이면 다행이지. 왠지 찜찜해. 이거, 시간 질질 끌다가 4시 45분쯤 나타나는 건 아닌지 몰라.”

“설마요! 그래도 더글라스 애리얼리 회장이 직접 주선해준 만남인데요.”

“그러니까 일부러 그렇게 약속 시각을 바꾼 것일 수도 있어. 듣기로 그 여자, 회장 반대파라고 하더라.”

“그럼 우리와 미팅은 그냥 생색내기라는 거네요. 아··· 진짜 시작부터 난관이네. 역시 스톤이라는 성이 괜히 거슬렸던 게 아니야.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상대 의도를 정확히 모르는데 어쩌겠어. 조세핀 스톤 이사가 어떻게 나오는지 일단 내일 두고 보자고. 내일 모습을 보고 대책은 그때 세워야 할 것 같아.”

============================ 작품 후기 ============================

어제 오늘 만담이 좀 많죠? 제 나름대로는 태풍 전 고요함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자칫 지루할 수도 있다는 걱정이 드네요.

내일부터는 본격적인 갈등이 시작됩니다.

여러분의 선추코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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