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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가 전부는 아니야-337화 (337/424)

00337  소제목 추후 결정  =========================================================================

(제 글에서 등장하는 상호와 이름들은 현실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새해부터 동지그룹에는 많은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가장 화제가 되었던 건 역시 동지마트를 놀라울 정도로 크게 성장시켜놓고, 당당하게 본사로 입성한 고현호 사장과 그의 측근들이었다. 특히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빠른 승진 소식은 많은 이들의 부러움과 질투를 동시에 불러일으켰다.

마흔 살이 되기 전에 차장 자리에 오른 조기훈, 고작 서른 살의 나이에 팀장이 된 김수현, 20대에 과장을 단 정지영, 입사한 지 고작 1년이 조금 지났는데 벌써 대리가 된 태준호. 물론 이들의 승진 소식도 많은 부러움의 대상이었지만, 가장 많은 관심이 쏠린 건 역시 마동수 팀장이었다.

그가 입사 5년 차에 본사 마케팅부의 팀장이 된 것도 놀라운 일이다. 그러나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역시 마동수 팀장이 보여준 놀라운 능력이었다. 동지랜드, D&Y 피트니스 클럽 그리고 동지마트까지 그가 손댄 기업은 하나같이 기적과 같은 성공을 보여줬다.

처음엔 그냥 운이라고 치부하던 사람들도 연달아 보여준 세 번의 기적에는 결국 입을 다물어야 했다. 이젠 아무도 그가 지닌 능력을 의심하는 사람이 없었다. 심지어 김학수 부장과 마동수 팀장을 동시에 보유한 고현호 사장이 후계자 경쟁에서 결국은 승리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올 정도였다.

다른 곳도 아닌 대한민국 재계서열 5위의 대기업 동지그룹. 그런 거대한 대기업의 차기 총수를 만드는 일의 견인차가 되는 사람이라는 건, 어떻게 보면 샐러리맨이 받을 수 있는 최고의 극찬이었다.

더군다나 환상적인 미모를 자랑하는 윤시연 작가의 약혼자라는 사실까지 알려지는 바람에, 동지그룹에서의 그의 명성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었다.

***

동지그룹 고평호 상무실.

“현호가 D&Y 피트니스 센터를 맡겠다고 했더군요. 혹시 그 이유를 아는 분 계십니까? 동지마트를 그렇게 성공적으로 일궈 놨으면 분명 더 좋은 계열사를 맡을 수 있었을 텐데 왜 하필 D&Y 피트니스 센터일까요? 거기 꿀이라도 숨겨뒀나? 아는 사람 없습니까? 아무도 없어요?”

고평호 상무의 차가운 일갈에 사무실이 차가운 물을 뒤집어쓴 듯 얼어붙었다.

“들어보니 같이 데려간 부하 직원들이 원래부터 D&Y 피트니스 센터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고정호 전무가 자신의 사람인 권희태 과장을 억지로 집어넣으면서 팀이 완전히 깨져버린 것이죠.”

“그래서요?”

“꽤 능력있는 직원들로 알고 있습니다. D&Y 피트니스 센터를 성공적으로 런칭한 것도 그들이고, 결과론적으로 봤을 때 동지마트를 지금처럼 키우는 데 큰 공을 세운 사람들 아닙니까. 그러니 해외진출 프로젝트 또한 자신감이 있었을 겁니다.”

“홍 이사님.”

“네. 상무님.”

“지금 한 말씀은, 그냥 막연한 자신감으로 더 좋은 계열사를 맡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D&Y 피트니스 센터를 맡았다는 겁니까? 프로젝트 시작부터 말려서 완전히 침체에 빠진 곳을 말이죠.”

“그렇지 않겠습니까? 그들에게는 주특기나 다름없으니까요.”

“쯧. 좀 말이 되는 소리를 하십시오. 소문에 의하면 회장님이 동지 에너지를 제안했다는 말까지 들리고 있습니다. 그게 맞는지 아닌지는 몰라도 동지마트를 지금처럼 키운 공은 분명 높이 평가 받고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그런데 국내 시장에서는 제법 잘 나간다고 해도, 자산규모가 1조 원도 안 되는, 고작 10개도 안 되는 지점을 보유한 D&Y 피트니스 센터를 떠맡겠다고 하면서 아무런 확신도 없이 막연히 그랬다고요? 현호가 바봅니까? 차라리 바보였으면 좋겠지만, 녀석이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은 절대 바보가 아니죠.”

“죄송합니다, 상무님.”

“다른 분 없습니까? 가만히 앉아있지 말고 좀 합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의견을 내보십시오.”

고평호 상무가 답답한 듯 다그쳤지만 어렵게 의견을 낸 홍 이사가 망신을 당한 상황에서 또 다른 의견을 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때 한참 동안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고 조용하던 사무실 구석에서 정 부장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상무님.”

“오! 정 부장. 그래 이유를 알 것 같습니까?”

“이유랄 것까지는 없고요. 한 가지 흥미로운 소식을 듣긴 했습니다.”

“흥미로운 소식이라···. 그게 뭔가요?”

홍 이사처럼 헛소리를 내뱉을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에 고평호 상무는 그래도 아까보다는 기대감이 담긴 얼굴로 정 부장을 바라봤다.

“지금 고현호 사장이 데려간 직원들이 몇 달 전부터 단체로 중국어 공부를 시작했다고 하더군요.”

“그래요? 단체로 중국어 공부를 했다. 음···. 동지마트가 중국에 진출할 일은 없는 거로 아는데 갑자기 중국어라···. 그래서 정 부장 생각은 뭔가요?”

“이미 그때부터 D&Y 피트니스 센터를 맡을 준비를 하고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원래는 필리핀 진출을 준비했지만 책임자로 있던 권희태 과장이 이리저리 꽤 많은 실수를 저질러 일이 굉장히 꼬였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상황을 이미 알고 있던 고현호 사장 측 사람들이 별도로 중국시장 진출을 준비한 것으로 보입니다.”

“오호. 그거 일리가 있군요. 사실 중국시장에서 성공만 할 수 있다면 필리핀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죠. 인구가 10억 넘는 곳이니까요.”

“그렇습니다. 게다가 한류열풍이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나라 중 한 곳이기도 하죠. 성공하기 쉽지 않은 곳임은 분명하나 반대급부가 너무 커서 누구나 눈독을 들이는 나라니까요. 그리고···.”

“그건 좀 너무 끼어맞추기 의견 같습니다, 상무님.”

고평호 상무가 흥미를 보이자 힘이 난 정 부장이 추가적인 설명을 하려는데 그와 라이벌 관계라고 할 수 있는 곽 부장이 태클을 걸어왔다.

“끼어맞추기다? 곽 부장은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겁니까?”

“몇 달 전이면 한창 DJ마트 프로젝트와 방방곡곡 프로젝트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때입니다. 그런데 확실하지도 않은 D&Y 피트니스 센터를 위해 중국어 공부를 하다니요. 그게 말이 됩니까?”

“그렇게 바쁜 와중에도 중국어 공부를 한 건 확실한데, 그럼 곽 부장은 왜 그랬을 거라고 생각합니까?”

“네? 그··· 그건 저도 잘. 아마 동지마트가 중국 시장에 진출할 생각이었을 지도···.”

“어허. 지금 현호랑 부하 직원들이 전부 D&Y 피트니스 센터로 발령이 났는데, 동지마트로 중국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중국어 공부를 한다고요? 말이 되는 소리를 하십시오. 정 부장.”

“네. 상무님.”

“계속해보세요.”

곽 부장이 자신의 말을 끊었다가 오히려 망신만 당하자 정 부장은 통쾌한 듯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고평호 상무에게 살짝 고개를 숙인 뒤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갔다.

“사실 곽 부장님이 한 말이 아주 틀린 건 아닙니다. 그들은 그 당시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습니다. 그런 와중에 중국어 공부를 했다는 건, 그리고 그게 동지마트를 위한 게 아니라면 그만큼 중국 시장 진출에 확신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대체 그 확신이 뭘까요?”

“그건···. 죄송합니다. 솔직히 저도 얼마 전까지는 동지마트가 중국 시장에 진출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중국어를 배우는 이유를 그것밖에 없어 보였거든요. 그런데 난데없이 D&Y 피트니스 센터로 자리를 옮겨서 많이 당황했습니다.”

“죄송할 건 없습니다. 저 또한 예상 못 한 건 마찬가지니까요. 어쨌든 그들이 노리는 시장이 중국이라는 걸 알았으니 소득은 있군요.”

“상무님.”

“오! 현 이사님. 하실 말씀이라도 있습니까?”

1시간 넘게 회의를 하는 동안 얻어낸 거라고는 고현호 사장이 중국 시장을 노리고 있다는 사실 뿐이었다.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진출할 생각인지는 전혀 알지도 못하는 상황.

그 모습에 답답함을 느낀 현 이사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쓴소리 잘하기로 유명하지만, 그만큼 능력도 뛰어나 고평호 상무가 가장 신뢰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고현호 사장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면 어떡하실 겁니까?”

“네?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인지···?”

“예를 들어 고현호 사장이 중국 시장 진출에 성공할 수 있는 비장의 수가 있다고 가정을 해봅시다. 그럼 상무님께서는 그 일을 방해하는데 전력을 기울일 생각이십니까?”

“글쎄요. 그건 비장의 수가 뭔지 알고 난 다음에 해도 늦지 않겠죠.”

“허허. 상무님은 고정호 전무의 실수를 곁에서 보고도 그러십니까?”

현 이사는 가슴이 답답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형님의 실수요?”

“네. 솔직히 말씀드려 세력으로만 따지면 고정호 전무가 후계자 경쟁에서 가장 앞서고 있었습니다. 고현호 사장이 최근 들어 반짝하긴 해도 그 양반이 구축해놓은 세력은 두 분, 특히 고정호 전무와 비교하면 많이 부족했죠. 그런데도 뭐가 그렇게 마음이 급한지 조급증을 부렸습니다. 새로운 뭔가를 이뤄내서 인정받을 생각은 하지 않고, 고현호 사장을 찍어 누르는 데만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그 결과가 어떻습니까? 회장님의 진노를 싸서 결국은 동지그룹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됐습니다. 그런데도 상무님은 느끼는 게 없습니까?”

“음···. 어쨌든 제가 현호보다는 세력에서 앞서 나가니 조급증을 가지지 말고, 내 역량을 보이는데 애써라 이 말씀인 건가요?”

“그렇습니다. 대체 상무님이 고현호 사장보다 부족한 게 뭐가 있습니까? 고현호 사장을 호감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은 있지만 정작 제대로 손을 잡은 곳은, 요즘 유행어로 동피셜이라고 한다지요. 아무튼, 확실하게 함께하기로 한 곳은 동지 바이오가 전부입니다. 동지 호텔·리조트나 동지 푸드쿡은 호의적일 뿐 여전히 중립이죠.”

“그 두 곳 사장들이 좀 능구렁이같은 구석이 있긴 하죠.”

“네. 그러니 웬만해서는 확실하게 입장표명하는 일이 없을 겁니다. 그리고 동지랜드는 두 분의 막내 여동생이 운영하는 곳입니다. 중립을 지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니라고 해도 동지랜드가 가지고 있는 영향력은 매우 미미합니다. 결국, 남는 건 동지마트와 동지 바이오가 전부죠. 상무님이 세력 면에서 훨씬 압도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럼 고현호 사장이 일하지 못하게 방해하는 것에 집중하지 말고 상무님이 잘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게 훨씬 생산적이지 않을까요? 저는 고정호 전무가 저질렀던 실수를 굳이 답습할 이유가 없다고 봅니다.”

“··· 그렇긴 하죠. 현호가 최근에 너무 급성장하는 바람에 제 마음이 조금 조급했던 모양입니다.”

잠시 말이 없던 고평호 상무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동지랜드를 살려냈을 때는 그러려니 했다. 그러나 동지마트는 다르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무엇이든 해내리라 믿었던 아버지마저 실패했던 곳을 거짓말처럼 살려냈다. 그 모습에 왠지 불길함이 느껴졌다. 자신은 해내지 못한 아버지의 그림자를 동생인 현호는 당당한 모습으로 걷어냈다는 생각이 들자 마음이 급해진 게 사실이다.

현 이사가 지적해오자, 그제야 조급했던 자신의 속마음을 돌아볼 수 있었다.

“조급해할 필요 없습니다, 상무님. 고정호 전무가 떨어져 나갔으니 동지그룹은 어차피 상무님의 것이 될 겁니다. 자신을 믿으세요. 고현호 사장이 아등바등해서 키워놓은 회사들요? 그것들도 결국은 전부 상무님 차지가 됩니다. 넓은 아량으로 흐뭇하게 바라보세요. 어차피 상무님의 소유가 될 것들이니 제 살 깎아 먹기처럼 방해 공작에 괜히 헛된 힘을 쓰지 마십시오.”

“제 소.유.요···? 하하하. 현 이사님이 이렇게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고 계신 분인 줄을 제가 미처 몰랐군요. 그렇죠. 제가 저를 안 믿으면 누가 저를 믿어 주겠습니까? 언제나처럼 따끔한 조언을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오늘 회의 안건을 바꾸겠습니다. 우리가 전략적으로 밀고 나가야 할 사업분야가 있으면 기탄없이 의견을 말해주시기 바랍니다.”

***

“네. 상무님. 부르셨습니까?”

회의를 끝낸 고평호 상무는 곧바로 그의 수석비서인 이석근 팀장을 불렀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마동수 팀장, 그 녀석은 왠지 계속 거슬려. 결국은 그놈 때문에 형님도 자리에서 밀려난 거잖아. 이 팀장은 앞으로 마동수 팀장에 대해 집중적으로 파헤쳐 봐.”

“마동수 팀장을요? 혹시 고정호 전무님과 비슷한···.”

“혹시 폭력을 동원할 생각이냐고? 아니야. 그럴 생각은 전혀 없어.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는 말이 있잖아. 녀석의 약점이 뭔지, 그거라도 일단 파봐. 절대 쓸데없는 짓은 하지 말고. 무슨 말인지 알겠지?”

“알겠습니다. 상무님.”

============================ 작품 후기 ============================

주인공인데 삶이 호락호락해서는 안 되겠죠..ㅎ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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