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89 소제목 추후 결정 =========================================================================
(제 글에서 등장하는 상호와 이름들은 현실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
와룡그룹 이사회.
“쓸모없는 것들. 아직까지 제대로 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뭣들하고 있는 거야?
박경태 회장이 노기를 띠며 회의장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호통을 쳤다.
땅콩 스캔들 이후 매일 같이 이사회가 소집되었지만, 누구 하나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하기는커녕 사태는 갈수록 악화되어만 갔다. 이사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감히 박경태 회장과 눈을 마주칠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자라목이 되어 시선을 피하기에 바빴다.
“한심하다. 한심해. 내가 이러니 회장직을 내려놓을 수가 없지. 대체 믿을 놈들이 없어. 물려주면 와룡그룹을 키우기는커녕 말아먹을 놈들만 수두룩 한데 내가 어떻게 자리에서 물러나느냐고. 그렇게 등신들처럼 눈알만 굴리지 말고 대책을 내놓으라고. 전부 다 잘라버리기 전에.”
“저···. 회장님.”
“그래. 강 이사. 대책이 있어?
“불매운동을 이끌고 있는 주동자를 회유하는 건 어떻습니까?”
“뭐? 회유?”
박경태 회장의 얼굴이 일그러졌지만, 강 이사는 자신의 말에 관심을 가진다고 생각하고 신이 나서 주동자 회유에 대해 설명을 시작했다.
“네. 물론 회유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아주 불가능한 일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한다면 제아무리 도도한척하는 놈이라고 넘어오지 않겠습니까?”
“어휴. 저 화상. 지금까지 계속 그런 짓을 하다가 이 지경이 된 거 몰라? 와룡그룹이 깡패 양아치 집단이야! 걸핏하면 회유니 협박이니 그런 짓 말고는 방법이 없어? 응?”
“아··· 아닙니다. 회장님.”
“아니긴 뭐가 아니야. 호일이 그놈의 자식이 제 딸 살려보겠다고 고객은 물론이고 검찰에까지 손을 뻗치다가 이런 개망신을 당하는 거 아니야. 그런데 또 회유를 하자고? 강 이사 너 자식. 엘그룹에게 사주받고 우리 와룡그룹 끝장내려고 일부러 그딴 의견 낸 거지.”
“절대 아닙니다. 회장님. 정말입니다. 믿어주십시오.”
“개소리 집어치워. 거기 뭐해? 저 물건 여기서 치워버려.”
“회··· 회장님. 정말 아닙니다. 제 진심을 믿어 주십시오. 제가 어찌 감히 그런 생각을 하겠습니다. 전부 와룡그룹을 살려보겠다는 충의에서 나온 의견이지, 절대 와룡그룹을 망하게하려는 의도는 없었습니다. 회장님. 회장님. 회··· 회장님···.”
박경태 회장의 지시에 회의장 문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건장한 체격의 남자 직원 두 명이 강 이사의 팔을 잡아챘다. 이대로 끌려나가면 회사 생활은 끝이라는 생각에 강 이사는 필사적으로 용서를 구했지만, 누구 한 명 그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이 없었다.
다들 ‘내가 아니라 강 이사라서 다행’이라는 그런 안도의 표정이었다.
“쯧쯧쯧. 기껏 낸다는 의견이 저딴 거니까 우리 와룡그룹을 인간들이 만만하게 보는 거야. 그게 아니면 언론까지 우리를 이렇게 밀어붙일 리가 없지. 등잔 밑이 어둡다고, 주변이 온통 지뢰밭이었어. 저런 능력도 안 되는 쓰레기들이 그동안 와룡그룹 이사랍시고 월급 받아 간 걸 생각하면 속이 쓰려. 다른 의견 없어?”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는 말이 괜히 생긴 게 아니었다. 박경태 회장의 닦달에 아무 생각 없이 의견을 냈다가 개망신을 당하고 회의장에서 쫓겨난 강 이사를 보자, 회의에 참석한 와룡그룹 중역들은 기가 죽어 감히 말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없어? 아무도? 이것들이 정말. 전부 다 모가지 되고 싶다 이거지!”
“회장님.”
“그래. 박호준 상무. 무슨 좋은 의견이라도 있어?”
박경태 회장과 그의 둘째 부인 사이에서 태어난, 와룡그룹의 4남인 박호준 상무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세력 싸움에서 상당히 밀리고 있는 형국이었지만, 그래도 그동안 박호일 부회장을 견제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대항마였다. 특히 이번 땅콩 스캔들로 인해 그의 입지는 저절로 높아졌다. 이번 위기만 잘 극복하면 어쩌면 큰 형인 박호일 부회장보다 와룡그룹 대권에 한발 더 다가설 수도 있었다.
그와 한배를 타고 있는 막냇동생이 처음 포에버마트를 팔자는 의견을 냈을 때만 해도, 말도 안 되는 ‘개소리’ 취급을 했었다. 그러나 박호철 이사의 설명을 들은 그의 측근들이, 지금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일지도 모른다며 박호준 상무를 설득했다.
박호준 상무 입장에서야 온전한 와룡그룹을 물려받는 게 가장 이상적이다. 하지만 그것도 확실하게 그가 물려받게 된다는 보장이 있을 때나 가능한 일이다. 일단은 그보다 몇 발이나 앞서가고 있는 박호일 부회장을 끌어내리는 게 우선이었다. 그러려면 포에버마트를 매각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전부 박호일 부회장에게 넘기는 게 가장 이상적인 수순이었다.
일석이조. 와룡그룹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면서 모든 책임은 박호일 부회장이 짊어지게 할 수 있다는 측근의 주장에 박호준 상무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안타깝지만 지금 우리 와룡그룹 입장에서 포에버마트는 계륵(鷄肋)이나 다름없습니다.”
“그게 무슨 뜻이지?”
박경태 회장이 계륵의 뜻을 모를 리가 없다. 그의 질문은 포에버마트가 왜 계륵이냐는 의미였다.
“우리 포에버마트가 엘마트에 밀려 매출 순위 3위를 기록하긴 했지만, 작년 매출이 12조 원을 돌파할 만큼 효자계열사였습니다. 자산총액도 15조 원을 돌파했고요. 그런데 연하와 부회장님의 실수 때문에, 지금 포에버마트는 완전히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주가도 곤두박질치고 있죠. 한때 17조 원에 이르렀던 자산총액은 지금 현재 13조 원 근처까지 내려갔습니다. 이게 끝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내려갈 겁니다.”
“그러니까 대책을 내놓으라는 거 아니야. 내가 지금 그런 원론적인 이야기를 듣자고 이사회를 소집했다고 생각해?”
와룡그룹 임직원이라면 누구나 아는 이야기였고, 누구나 불편한 사실이었다.
“현실을 직시하자는 뜻이었습니다. 그냥 포에버마트 가치만 떨어지면 우리 와룡그룹이 워낙 튼튼하니까 어떻게든 버티면 됩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지 않습니까. 포에버마트를 살리려다가 지금 우리 그룹 전체가 휘청이고 있습니다. 불매운동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지 않습니까? 포에버마트에 국한되어야 할 불매운동의 대상이 와룡그룹 전체로 번지고 있습니다. 매출은 큰 폭으로 떨어졌고, 주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죠. 그 모든 원인이 포에버마트에 있습니다.”
“그래서?”
“포에버마트가 중요하다고 해도, 와룡그룹 전체와 비교하긴 어렵습니다. 지금의 포에버마트는 밑 빠진 독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계속 껴안고 있다가는 와룡그룹도 버티지 못할 겁니다. 회장님. 안타깝지만, 이제 놓아야 합니다. 포에버마트 자산총액이 더 떨어지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팔아버려야 와룡그룹이 살 수 있습니다.”
“뭐? 뭐를 팔아?”
“말도 안 됩니다. 회장님.”
“박호준 상무.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요. 포에버마트를 팔자고요?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요! 방금 본인 입으로 말했지 않소. 작년 매출이 12조 원이었다고. 황금알을 낳는 거위나 다름없는 곳이 바로 포에버마트인데, 그곳을 팔자니···. 혹시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오?”
박경태 회장은 황당한 표정이었고, 그런 모습은 주변의 다른 임원들도 다를 바 없었다. 여기저기서 웅성거렸고, 특히 박호일 부회장 측근들은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포에버마트를 판다는 건 실수를 만회할 기회 없이, 모든 책임이 박호일 부회장에게 돌아간다는 의미였다. 그걸 인정할 그들이 절대 아니었다.
“제 머리요? 어느 때보다 말짱합니다만. 그럼 방금 반론을 제기하신 분들 중에 지금 와룡그룹이 겪고 있는 난관을 극복할 방법을 가지고 있다면 말씀 좀 해주십시오.”
“크흠···.”
“없죠? 없을 겁니다. 저도 며칠을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고민해봤지만, 포에버마트를 처분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습니다. 계속 잡고 있으면 와룡그룹 전체가 무너집니다. 지금 포에버마트는 우리에게 암세포나 다름없습니다. 하루빨리 도려내야 합니다. 그것도 최대한 빨리 팔아야 그나마 제값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다른 곳도 아니고 포에버마트를 팔자는 이야기를 할 수 있···.”
쾅쾅!!!
“모두 조용!”
박호준 상무의 이야기에 계속 반발하는 의견이 나오자, 박경태 회장이 의사봉을 두들기며 주위를 환기시켰다. 모두 조용해지자 처음과 달리 평온한 안색을 되찾은 박경태 회장은, 차분한 목소리로 질문을 시작했다.
“포에버마트가 지금 우리에게는 암세포나 마찬가지니 최대한 빨리 팔아야 한다고?”
“네. 회장님. 지금 벌어지고 있는 불매운동은 매우 비이성적입니다. 그래서 더더욱 그 불길을 잡기가 어렵습니다. 논리가 통하지 않으니까요. 이럴 땐 불씨를 제거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 불씨가 포에버마트다?”
“그렇습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포에버키친이지만, 그걸로 국한시키기에는 판이 너무 커졌습니다. 대중들은 이미 포에버키친과 포에버마트를 동일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불매운동이 포에버마트를 대상으로 일어난 겁니다. 그러는 동안 우리 와룡그룹이 대처를 잘못했고, 그 화살은 포에버마트를 넘어서 와룡그룹 전체로 향하게 됐습니다. 여기서 시간을 더 지체하면 포에버키친과 포에버마트를 동일하게 생각했듯, 포에버마트와 와룡그룹을 동일하게 생각하게 될 겁니다. 그 전에 포에버마트를 팔아야 합니다. 그래야 더 이상 시빗거리가 생기지 않습니다. 불매운동이 일어날 명분이 사라졌으니, 와룡그룹을 향하던 대중들의 분노도 힘을 잃겠죠.”
“흠···. 포에버마트를 판다면 최대한 손해 안 보고 팔 수는 있고?”
“회장님!”
“화장님. 절대 안 됩니다. 포에버마트를 팔다니요.”
“다시 생각해주십시오. 회장님! 조금만 더 견디면 됩니다. 한국인들의 냄비 근성, 회장님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조금만 더 견디면 결국은 조용해집니다. 그때까지만, 그때까지만···.”
“닥치고 있어. 지금부터 나서는 사람들은 아까 강 이사 꼴을 보게 될 거야.”
박경태 회장이 박호준 상무의 말에 귀를 기울이자, 박호일 부회장 측근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박 회장은 그들의 반응에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어느 정도 손해는 감수해야할 것 같습니다. 지금 현재 자산총액이 13조 원인데, 그 값을 전부 받기는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각오해야겠지. 손해를 감수해서 자산을 11 ~ 12조 원으로 계산한다고 해도 한두 푼이 아니야. 그 정도 여력이 되는 기업이 얼마 되지 않을 텐데?”
“네. 지금 우리 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포에버마트 지분이 약 35%입니다.”
박경태 회장을 비롯해서 그 일가가 가지고 있는 지분이 약 25%. 그리고 와룡그룹 주지회사인 와룡물산이 약 5%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자산가치와 주가총액이 약간 다르지만, 어쨌든 대략 3조 5,000억 원 정도의 인수 자금이 필요하다. 그 정도 거액의 돈을,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포에버마트를 인수하기 위해 투자할 수 있는 기업이 대한민국에 그리 많지는 않다.
“3-마트는 정부에서 허락을 하지 않을 테고, 엘그룹에 포에버마트를 넘어가는 꼴은 못 봐. 그건 박 상무도 알고 있겠지?”
“물론입니다. 회장님. 혹시나 싶어 저도 몇몇 후보군을 나눠봤습니다. 그리고 가장 유력한 기업을 한 곳 찾아냈습니다.”
“거기가 어딘데?”
“동지그룹입니다.”
============================ 작품 후기 ============================
혹시나 싶어 비슷한 규모로 생각되는 롯데마트 2010년 현황을 알려드립니다.
물론 포에버마트의 모델이 롯데마트는 아닙니다. 그냥 참고만 해주세요.
2010년 롯데마트 자산
자 본 금 145,217,000,000원 (2010)
매 출 액 16,010,344,000,000원 (2010)
자산총액 18,658,356,000,000원 (2010)
주요 주주
신동빈 14.59%
신동주 14.58%
신격호 1%
이렇게 포에버마트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