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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가 전부는 아니야-277화 (277/424)

00277  소제목 추후 결정  =========================================================================

(제 글에서 등장하는 상호와 이름들은 현실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

고정호 전무 집무실.

“대체 어디까지 내버려 두고 있을 거야?”

“죄송합니다. 전무님.”

고정호 전무의 호통의 그의 수석비서인 육은지 팀장이 머리를 조아렸다.

“요즘 하는 일이 왜 그래. 눈에 거슬리는 마동수 좀 어떻게 해보라고 했더니, 어떻게 된 게 오히려 날개를 달아준 셈이 됐잖아. 이봐. 육 팀장.”

“네. 전무님.”

“마동수한테 뭐 받아먹은 거라도 있어?”

“아닙니다. 전무님. 제가 그럴 리가 있습니까?”

“그런데 요즘 하는 일이 왜 그렇게 흐리멍덩해. 마음에 안 들어. 기껏 마동수 약점을 잡아오라고 했더니 기부천사라는 말도 안 되는 이미지만 만들어주고 말이야. 젊은 녀석이라 마동수 그놈에게 마음이 간 거야?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그 자식 거기가 엄청 크다고 하던데. 너도 그 맛을 보고 싶어서 일을 안 하는 거지? 아니면 이미 맛을 보고 눈이 뒤집혔던가.”

“흐윽···. 아··· 아닙니다. 전무님. 절대로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제게는 전무님 한 분 뿐입니다.”

화가 난 고정호 전무가 그녀에게 다가가 신경질적으로 가슴을 움켜잡았다. 하지만 육은지 팀장은 그런 그의 행동은 전혀 제지하지 않았다. 블라우스 단추를 풀고 속옷 안으로 손이 들어왔지만 마치 당연한 일인 듯 조용히 서 있었다.

“그래? 정말 네겐 나 하나뿐이야?”

“네. 전무님. 제게 유일한 남자는 전무님뿐입니다.”

“후훗. 남자? 이봐. 육은지 팀장. 꿈이 너무 야무진 거 아니야? 내가 네게 남자이길 바라다니 말이야. 넌 내게 그냥 육변기야. 육변기. 육변기가 뭔지 몰라? 소변을 받으면 소변기, 정액을 받으면 육변기. 알아들어?”

“맞습니다. 전무님. 잠시 실언을 했습니다. 제가 어떻게 감히 전무님을 제 남자로 꿈꾸겠습니까. 전 전무님의 육변기입니다. 언제 어디서나 전무님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는.”

윤은지 팀장의 능력은 고정호 전무의 평가 이상으로 뛰어나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기업 대부분이 그렇듯 여자가 자신의 순수한 능력으로 회사에서 인정받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녀는 그래서 쉬운 길을 선택했다. 그것도 동지그룹 스페셜 원의 맏아들. 지금 현재 대권에서 가장 앞서 간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사람이었다. 덕분에 서른다섯 살이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마케팅부 이상의 요직으로 평가받고 있는 비서실 팀장직을 꿰찰 수 있었다.

고정호 이사가 가끔 모욕적인 말을 던지지만 그가 주는 반대급부는 그런 굴육은 쉽게 견딜 수 있을 만큼 대단했다. 빠른 승진은 당연하고, 화려한 오피스텔과 고급차 그리고 넉넉한 생활비까지 지원받고 있다. 팀장이라고 해도 그녀의 월급으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때와 장소를 가라지 않고 그녀의 몸을 원하는 것 말고는 그렇게 어려움도 없었다. 심각한 변태적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라서 몸이 고달픈 것도 아니었다. 아니 솔직히 서로 즐긴다고 생각하면 고정호 이사는 꽤 괜찮은 섹스 파트너였다.

“그래. 그렇지. 언제 어디서나 준비되어 있는 육변기 그게 자네가 내 수석비서가 된 가장 주된 이유야. 물론 눈치도 빠르고 일도 그럭저럭 괜찮게 하긴 하지만 말이야.”

“하···. 가··· 감사합니다. 전무님.”

가슴을 더듬던 손이 어느새 그녀의 스커트를 올리고 팬티 속으로 들어왔다.

“크크. 내가 이래서 육 팀장을 좋아해. 벌써 이렇게 젖어있다니, 하여간 음탕한 년이야.”

“전무님의 손이 닿으면 언제든 이렇게 변하는 걸요.”

“쯧. 아무리 네 몸이 마음에 들어도 요즘 하는 일이 요 모양이면 나도 육 팀장을 내칠 수밖에 없어. 무슨 말인지 알아?”

“죄송합니다. 전무님.”

“멍청한 것. 죄송하다는 말밖에 할 줄 몰라? 마동수. 마동수 그 자식 어떻게 할 거야? 자꾸 눈에 거슬린단 말이야.”

“하지만 전무님. 아무리 그래도 마동수 팀장을 함부로 건드릴 수는 없습니다.”

“왜?”

“전무님도 아시지 않습니까? 회장님이 직접 그의 승진에 관여하셨습니다. 그건 회장님의 재가 없이는 건드릴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저라도 감히 회장님의 뜻을 거스를 수는 없습니다.”

“누가 아버지의 뜻을 거스르래? 이러니 멍청하다는 소리를 듣는 거야. 아버지가 있으니 회사에서 마동수 그놈을 건드리지는 못하지. 하지만 그놈이 언제나 회사에만 있는 건 아니잖아.”

“네? 전무님. 하지만 그건···.”

고정호 이사의 말뜻을 그제야 이해한 육은지 팀장은 깜짝 놀라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 회사에서 쳐내는 게 아니라 개인적으로 손을 봐주라는 의미였다. 함부로 실행에 옮기기에는 위험 부담이 너무 컸다.

예전 모 대기업 총수가 사조직을 동원해 술집 종업원들을 구타하는 바람에 큰 망신을 당한 적이 있다. 그냥 망신으로 끝난 게 아니라 여론의 지탄을 받으며 그룹 전체가 위기에 빠졌었다.

“무슨 걱정을 하는지 알아. 그런데 마동수 그 자식을 이대로 두기에는 위험부담이 너무 커. 계속 눈에 거슬린단 말이야. 집안도 별 볼 일 없다면서. 그런 주제에 윤 스포츠센터의 유일한 상속자의 약혼자라니. 남자 신데렐라도 아니고. 어이가 없어서. 능력도 없는 자식이 여자 하나 잘 만나서 설치고 다니는 꼴 난 절대 못 봐. 그것도 윤시연처럼 엄청난 미녀를 독차지하다니 말이야. 마음에 안 들어. 그녀를 확 내 여자로 만들어 버리면 후계자 경쟁은 게임 오버인데. 쯧쯧. 그냥 요란하지 않게 조용하고 은밀하게 처리하면 되잖아. 어려운 일이야? 육 팀장이 자신없다고 하면 다른 사람 시키고.”

이제야 고정호 전무의 본심이 드러났다. 마동수가 거슬리는 것도 거슬리는 거지만 윤시연에게 음심을 품은 것이다. 그동안 종종 그녀에게 관심을 보이긴 했다. 어떻게 보면 적이나 다름없는 마동수의 약혼녀임에도 불구하고 그가 책임자로 있는 동지 에너지의 모델 자리를 제안하기도 했었다.

보기 좋게 거절당했다. 하지만 그래도 육은지 팀장은 설마설마 그가 윤시연에게 음심을 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워낙 엄청난 미인이니 다른 남자들처럼 관심을 가지는 것 그 이상은 아니라고 믿고 싶었다.

그가 유부남이라서? 윤시연이 약혼상태라서? 아니다. 그런 건 고정호 전무에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윤시연은 윤승태 사장의 무남독녀다. 그가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지는 육은지 팀장보다 고정호 전무가 더 잘 알고 있다. 제정신이 아니면 그녀를 욕심내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아무래도 한동안 잠잠하던 그의 여성편력이 다시 도진 것 같았다.

그러나 그녀는 못하겠다고 대답할 수 없었다. 다른 사람에게 일을 맡긴다면 수석비서 자리는 내놓아야 한다. 어떻게 올라온 자리인데. 여기서 내려갈 수는 없었다.

다행히 윤시연의 마음을 돌리라는 얼토당토한 요구가 아니었다. 마동수가 회사 일에서 손을 떼게 하면 된다. 그 정도라면 어떻게든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닙니다. 제가 하겠습니다. 제게 맡겨 주십시오. 전무님.”

“그래? 그런데 설마 이번에도 마동수를 도와주려는 건 아니지?”

“네?”

“지난번처럼 기부천사니 어쩌니 하는 얼토당토않은 별명이 붙는 일이 생기는 건 아니냐고 물은 거야.”

“절대 아닙니다. 지난번 일은 정말 입이 열 개라도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릅니다. 전무님이 원하시는 대로 꼭 회사 일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만들겠습니다.”

“오늘따라 왜 이래. 내가 언제 손을 떼가 만들래?”

“그러면 어떻게···.”

“회사에서뿐만 아니라 윤시연, 그 여자에게서도 떨어트려 놔. 겁을 주든 병신을 만들든 그건 육 팀장이 알아서 하고. 알아들어?”

“그··· 그게, 아닙니다. 아··· 알겠습니다. 전무님. 맡겨주십시오.”

***

Rrrr

“네. 도서 출판 길벗입니다. 아! 윤시연 작가님 신작이요. 교정 마무리해서 출판사에 넘겼으니 이제 곧 나올 겁니다. 우리가 직접 고객님에게 배송할 수 있느냐고요? 아니요. 그건 안 됩니다. 구매는 온·오프라인 서점을 이용해 주십시오. 죄송합니다. 저희 출판사는 책을 제작만 하지 판매는 하지 않습니다.”

Rrrr

“네 도서 출판 길벗입니다. 윤시연 작가님 책이요? 곧 나옵니다. 네? 죄송합니다. 책은 보내드릴 수 없습니다. 지금 전화 주신 독자님뿐만 아니라 다른 독자님들에게도 그런 전화가 걸려오고 있습니다. 심지어 어떤 분은 100권을 한꺼번에 주문할 테니 직접 배송해달라고 하시는 분도 계셨어요. 하지만 사장님 원칙이십니다. 책 만드는 게 우리 일이니 우리는 책 만드는 일에만 최선을 다하자. 파는 건 전문가인 서점에 맡기자. 이렇게요. 네. 죄송합니다. 독자님. 조금 있으면 각 서점에서 예약판매를 실시할 예정입니다. 그때 예약해주시면 윤시연 작가님이 찍으신 사진첩을 무료로 드립니다. 예쁜 손글씨가 들어간 사진첩이니 많은 기대를 해주셔도 좋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노하원이 마동수의 도움으로 출판사를 인수한 이후 길벗 출판사가 이렇게 바빴던 적은 처음이었다. 이게 모두 그녀의 딸인 윤시연 효과였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예비 사위인 마동수 덕분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그녀는 출판사를 인수하고 이름을 길벗으로 바꾸고 의욕적으로 경영에 참여했다. 윤시연을 임신하면서부터 전업주부로 살아왔던 노하원이다. 20년 넘는 세월 동안 집안일에만 충실하던 그녀가 처음으로 회사를 경영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남편을 열심히 내조하면서 자연스럽게 배웠던 노하우와 윤 스포츠센터의 안주인으로 활동하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던 인맥 덕분에, 큰 재미는 보지 못해도 그럭저럭 적자는 보지 않고 출판사를 꾸려나갈 수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던 초보자 노하원을 생각하면 그것만 해도 훌륭하다고 할 수 있지만, 그녀는 거기에 만족할 수 없었다. 넓은 인맥으로 여러 가지 일거리를 가져올 수는 있었으나 정작 책은 생각보다 잘 팔리지 않았다.

그래서 답답한 마음에 출판 쪽에서는 자신 이상으로 문외한이라는 알고 있었지만, 혹시나 싶어 마동수에게 조언을 구했다. 그때 그가 그녀에게 웃으며 한 마디를 건넸다.

‘어머님.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마시고 조금만 기다리세요. 이번 달 안에 좋은 소식 있을 겁니다.’

대체 그게 무슨 말인지 궁금해 자세히 이야기해달라고 말해봤지만, 그는 아직 확실한 건 아니라 말씀드릴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 얼마후 그녀의 딸이 TV 광고에 나오기 시작했고, 갑작스레 기부천사 이미지까지 더해지면서 더 이상 팔리지 않을 것 같았던 ‘그에게 내 마음을 담아 보낸다.’가 거짓말처럼 또다시 날개돋친 듯 팔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때마침 준비하고 있었던 윤시연의 첫 로맨스 소설은 출간도 하기 전에 드라마 계약을 완료했고, 여기저기서 출판을 독촉하는 전화가 걸려오는 바람에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 되었다.

Rrrr

“네. 도서출판 길벗입니다.”

직원들이 너무 바빠 전화받을 사람조차 없자 노하원이 직접 전화를 받았다.

- 여기 미우라 서점입니다.

미우라 서점은 우리나라 서점 중 매출 순위 10위를 유지하고 있는 평범한 업체다. 순위가 10위면 꽤 높은 게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상위 5개 서점이 매출의 90% 이상을 자치하고 있는 상황을 생각하면 그렇게 비중 있는 곳이라고는 하기 어려웠다.

“네. 안녕하세요.”

- 다름이 아니라 여남강녀 때문에 문의를 드리려고요.

여남강녀.

여우 같은 남자 강아지 같은 여자의 줄임말이다. 원래 윤시연은 강아지 대신 ‘개’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싶어 했지만, ‘개 같은 여자’라는 말이 주는 어감 때문에 강아지로 제목을 바꿨다.

그녀의 팬클럽 회원들은 제목이 발표되자마자 여남강녀라고 줄여부르며 윤시연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을 과시했고, 그 덕분에 다른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여남강녀’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네. 말씀하세요.”

- 저희가 이번에 독자적으로 여남강녀에 대한 이벤트를 준비했습니다. 그래서 물량도 많이 필요하고요. 윤 작가님 사진첩 말고 다른 선물도 준비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물량을 많이 소화하는 만큼 공급단가도 좀 낮춰줬으면 좋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별도의 선물 준비해드리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공급단가도 낮춰드릴 수 없어요. 우리 길벗은 메이저 서점이든 아니면 동네 작은 서점이든 똑같은 공급가를 맞춰드리고 있습니다. 출판사가 재창간하면서 정한 원칙이기 때문에 미우라 서점에 편의를 봐 드릴 수 없습니다.

- 그럼 곤란하죠. 이렇게 비협조적으로 나오면 우리 서점은 여남강녀뿐만 아니라 길벗 출판사에 나오는 모든 책을 취급하지 않을 겁니다.

“죄송합니다. 그렇게 하세요.”

- 무··· 뭐라고요? 지금 뭐라고 했습니까?

“그렇게 하라고 했습니다. 이미 이야기한 것처럼 대형서점의 횡포를 막기 위한 우리만의 원칙입니다. 싫으시다면 강요할 생각은 없습니다. 미우라 서점이라고 하셨죠? 앞으로 미우라 서점에는 우리 책을 보내지 않겠습니다.”

노하원이 길벗 출판사를 운영하면서 새웠던 원칙이다.

접대 no, 서점 차별 no.

사실 그동안 길벗이 고전을 면치 못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런 원칙 때문이었다.

- 여보세요. 진짜 어이없네. 당신이 뭔데 우리 서점에 책을 보낸다 안 보낸다 결정을 해. 사장 바꿔. 거기 사장이랑 직접 이야기하겠어.

10위에 지나지 않지만 출판사 입장에서는 미우라 서점도 갑이다. 덕분에 담당자도 꽤 어깨에 힘을 주고 살았다. 이런 대접?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제가 사장입니다.”

- 네?

“제가 사장이라고요. 그러니까 제 마음대로 해도 됩니다. 그럼 끊겠습니다.”

짝짝짝!!!

“자. 여기 잠시 주목.”

서점 담당자와 전화를 끊은 노하원은 손뼉을 치며 사무실 직원들의 주의를 환기했다. 모두 하는 일을 멈추고 그녀를 바라보자 단호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그 어떤 대형서점이라도 특별대우 없습니다. 협박하면 그러라고 하세요. 사장 바꾸라고 하면 바꿔주세요. 절대 그쪽이 갑이고 우리가 을이라고 기죽지 마세요. 다른 서점에 밉보여도 전 절대 여러분을 굶기지 않겠습니다. 그러니 자신감을 가지세요. 무슨 말인지 아셨죠?”

““네””

============================ 작품 후기 ============================

혹시 걱정하시는 분이 계실까봐 미리 말씀드립니다. 지난번과 같은 납치 이런 극단적인 상황은 나오지 않습니다. 힌트라면 동수에겐 윤권이가 있습니다. ㅎ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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