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35 소제목 추후 결정 =========================================================================
(제 글에서 등장하는 상호와 이름들은 현실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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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갑자기 모이라고 해서 의아했을 거야. 조금 전에 동지마트 TF팀의 마동수 팀장이라는 사람이 나를 찾아왔거든. 그 작자가 좀 황당한 이야기를 꺼냈거든. 이건 나 혼자 결정하기 어려울 것 같아 과장급 이상 회의를 소집했어.”
오즈생활환경의 송재윤 부장은 굉장히 덕장으로 알려진 사람이다. 그래서 군대 문화가 만연한 대부분의 영업부와 달리 오즈생활환경 영업부는 서로 간의 소통이 상당히 원활한 편이다.
상명하복에 익숙하던 영업부 직원들은 송재윤 부장의 스타일을 처음엔 꽤 낯설어했다. 그러나 부하 직원들을 꽤 존중해주고 신뢰를 바탕으로 상당 권한까지 부여하는 그에게 익숙해지면서 부서 분위기도 상당히 화기애애해졌다.
“동지마트요? 동지 바이오나 동지마트나 같은 동지그룹 계열사 아닙니까? 라이벌이나 다름없는 곳에서 우리에게 무슨 일이랍니까?”
“어허. 이 과장. 같은 계열사라고 해도 우리 물건을 팔아주는 곳인데 찾아올 수도 있지 뭘 그렇게 까칠하게 굴어.”
“그게 아니라···. 솔직히 윤 과장님도 동지 바이오가 마음에 안 들지 않습니까? 수출까지 합치면 자기들이 사실상 1위라고 얼마나 어깨에 힘을 주며 거들먹거리던지. 그래 봐야 내수시장에서는 2위인 주제에 말입니다.”
“그래도 동지마트를 동지 바이오와 같은 취급을 하면 곤란하지. 일단 무슨 일로 찾아왔는지 부장님 이야기나 마저 들어보자고.”
“아! 죄송합니다. 제가 요즘 동지 바이오 때문에 예민해서 그만···.”
이야기 도중에 끼어들었기에 기분 나쁜 표정을 지을 만도 한데, 송재윤 부장의 표정은 평온하기 그지없었다. 직원들 사이에 송 보살이라고 불리는 이유가 이렇듯 권위의식 없는 그의 행동 덕분이었다.
“아니야. 나도 ‘동지’라는 이름은 싫어. 그런데 마동수 팀장이 거절하기 힘든 제안을 해서 말이야. 그냥 받아들이자니 찜찜하고, 무시하기에는 떡밥이 너무 먹음직스럽거든.”
“대체 무슨 제안인데 그러십니까?”
“우리 오즈생활환경의 제품을 동지마트에서 독점으로 판매하고 싶다고 제안을 했어.”
“““““““““네?”””””””””
예상하지도 못한 말이었는지 회의에 참석한 모든 이들이 합창이라도 하듯 반문했다.
“하하하. 이 사람들 하고는. 하긴 나도 뭐 자네들하고 똑같은 반응이었으니 그렇게 이상한 건 아니군.”
“아니 부장님! 마동수 팀장이라는 사람이 대체 뭐하는 작자이길래 초등학생들도 안 믿을 조건을 가지고 와서 수작질이랍니까? 이건 우리 오즈생활환경 영업부를 완전히 무시하는 처사입니다.”
“그런가? 그런데 그 친구 얼굴은 나랑 그런 장난질을 하자는 그런 표정이 아니었거든. 김 과장 자네 생각은 어때?”
송재윤 부장은 골똘히 생각에 잠긴 영업부 정보통 김 과장을 불러 물었다.
“음···. 아주 없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지금 동지마트 책임자는 다들 알다시피 동지그룹 회장의 셋째 아들입니다. 용역비리로 요즘 한참 잘나가고 있죠. 그런데 동지 바이오 조강재 사장은 첫째 아들인 고정호 전무 라인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 동지그룹은 차기 총수를 놓고 세 아들들이 치열하게 경쟁을 하고 있죠. 정확하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셋째인 고현호 이사가 있는 동지마트와 고정호 전무의 측근인 조강재 사장이 있는 동지 바이오는 서로 껄끄러울 가능성도 충분히 있습니다.”
“그럼 정말 둘 사이가 어긋날 수도 있다는 말이군.”
“네. 아무리 그래도 같은 계열사인데 거래중단까지 할까 싶지만 정치적 논리가 개입되면 비상식적인 일도 많이 일어나니까요.”
“그러고 보니 저도 전에 비슷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동지 바이오가 자기들을 무시한다고 동지마트 생활용품 MD가 되게 투덜거렸었거든요. 제가 무슨 일인지 물어보니 아무리 지점이 적어도 그래도 같은 계열사인데 최소한 다른 대형 마트와 같은 가격에 제품을 공급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동지마트가 작다고 무시하는 게 아니면 이런 차별은 있을 수 없는 거라고 그러더군요.”
김 과장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윤 과장이 예전 기억을 더듬으며 설명하자 그제야 다들 어느 정도 수긍하는 얼굴이었다.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동지 바이오 놈들. 요즘 잘 나간다고 어깨에 힘주고 다니더니 이젠 같은 계열사까지 무시하는군요. 싸가지 없는 놈들.”
“그렇군. 거래 중단하고 재고는 전량 반품조치 했다고 해서 의아했는데 그런 일이 있었던 거군, 그래. 그럼 마 팀장이 우리에게 독점권을 준다는 게 다른 수작이 숨어 있는 건 아니란 이야긴데···.”
“할인율을 얼마나 요구했습니까? 얼토당토않게 요구한다면 거래액이 크더라도 무시해야지 않겠습니까? 동지마트가 요즘 인지도가 오르고 그래서 매출량도 꽤 늘어났지만 우리의 주 거래처라고 할 수 있는 3-마트, 엘마트, 포에버마트보다는 소화물량이 많이 부족합니다. 괜히 독점권에 혹해서 많이 할인해줬다가 대형 할인 마트 3사가 그 사실을 알게 되면 문제가 커질 수도 있습니다.”
“무리한 요구는 아니었어. 지금 금액보다 5%만 추가적으로 더 할인해달라고 하더군.”
“그럼 대형 할인 마트 3사와 동일한 가격을 맞춰달라는 의미군요. 그 정도면 확실히 무리한 요구는 아닙니다.”
송재윤 부장의 이야기에 김 과장이 재빨리 계산기를 두들겨 동지마트가 요구한 할인율을 계산했다.
“무리한 요구가 아닌 게 아니라 그 정도면 우리에게 상당히 유리한 조건이죠. 동지 바이오 제품은 전량 반품한다고 했으니 그쪽은 매출이 마이너스가 되는 거 아닙니까? 동지 바이오는 마이너스 우리는 플러스. 가만히 앉아서 두 배 차이를 벌이는 거죠.”
“그럼 고민할 게 뭐 있습니까? 독점권을 주는데 꿍꿍이만 없다면 거절하면 바보죠. 당장 시행하죠. 동지마트가 우리와 독점 거래를 한다고 동지 바이오 녀석들에게 얼른 알려주고 싶습니다. 하하하.”
동지 바이오에게 가장 반감이 심했던 이 과장은 생각만해도 기분이 좋은지 엉덩이까지 들썩였다.
“그럼 다들 동지마트와 독점 거래하는 것에 찬성하는 거지?”
“““““““““네?”””””””””
“좋아. 그럼 마 팀장에게 그렇게 이야기하고,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 논의를 해야겠군. 오늘 회의는 이것으로 끝. 모두 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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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기다리셨습니까?”
미래씨에게 이것저것 이야기를 해주고 있는데, 송재윤 부장이 밝은 미소를 지으며 회의실로 들어왔다. 얼굴 표정을 보아하니 내가 제안한 내용을 받아들이기로 한 모양이었다.
“아닙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빨리 나오셨군요. 회의는 짧게 하시는 스타일인가 봅니다.”
“하하. 제가 예전에 영업부에서 일하면서 회의를 회의가 들도록 많이 했더니 웬만하면 회의는 짧고 알차게 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훌륭하신 생각입니다. 그런 부장님이 수장으로 계셔서 그런지 이곳 영업부는 다른 회사 영업부와 달리 굉장히 서로 친밀해 보였습니다.”
“그렇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군대 서열문화를 없애려고 노력을 하고 있긴 합니다. 아차! 새로운 사람을 데려왔으면 소개부터 했어야 했는데. 이 친구가 동지마트와 계속 거래를 해왔던 영업 담당자입니다. 윤 과장. 인사드려.”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하던 송재윤 부장은 뒤늦게 함께 들어온 남자를 소개했다. 평범한 키에 약간 통통하고 피부가 하얘서 푸근한 인상을 주는 사람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오즈생활환경 영업부의 윤칙원 과장입니다. 동지마트 직원들에게 팀장님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드디어 얼굴을 보게 되었군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아! 윤칙원 과장님. 그동안 우리 동지마트 직원들을 고생시켰던 바로 그분이군요.”
“네? 제가요?”
“그럼요. 다른 대형 할인 마트보다 물건을 비싸게 주셔서 우리 직원들이 오즈생활환경 물건을 파는데 얼마나 고생을 했다고요.”
“아! 그건 정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저 같은 월급쟁이가 회사 원칙을 깰 수는 없어서. 개인적으로는 많이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조만간 동지마트 생활용품 담당 직원분들과 식사라도 해야겠군요. 그동안 서운했던 일 사죄도 할 겸 앞으로 잘 부탁드린다고요.”
“식사는 마음으로만 받겠습니다. 거래 업체 직원과의 식사는 회사 내규상 금지되어 있으니까요. 대신 앞으로는 우리 동지마트를 많이 배려해주세요. 잘 부탁드립니다.”
그동안 우리에게만 물건을 비싸게 팔아서 서운했다는 이야기를 돌려서 말했다. 당황하라는 의도도 숨어있었는데, 이런 정도의 일은 익숙했는지 윤칙원 과장은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끌었다.
“물론입니다. 우리 오즈생활환경 제품을 독점으로 판매해주시는 데 당연히 많이 도와 드려야죠. 기존보다 할인율을 낮추는 건 당연한 거고, 몇몇 제품은 독점 기념으로 프로모션을 들어가려고 하는데 괜찮을까요?”
“프로모션을요? 어떤 형식의 프로모션을 생각하고 계십니까?”
“최고는 역시 1+1 행사 아니겠습니까? 조금 전에 우리 부장님 말씀을 들으면서 몇 가지 생각해둔 제품이 있습니다. 우리 오즈생활환경의 스테디셀러라고 할 수 있죠. 독점 기념으로 프로모션을 진행하면 고객들 반응도 좋을 겁니다.”
나 또한 어느 정도의 프로모션은 생각하고 있었지만, 윤칙원 과장은 기대 이상으로 적극적이었다. 이런 사람이 담당자라면 앞으로 동지마트와 오즈생활환경 사이의 업무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그렇습니까? 저는 할인율만 좀 더 낮추려고 온 건데, 이거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는군요. 행사를 시작하면 저도 얼른 구매를 해야겠습니다. 오즈생활환경은 1+1 행사 잘 안 하기로 소문난 곳이잖습니까?”
“대형 할인 마트에서 우리 제품을 독점 판매한 적이 없는데 우리도 신경을 써야하지 않겠습니까? 혹시 압니까? 반응이 좋으면 다른 대형 할인 마트도 우리에게 독점권을 줄지요.”
“그것참. 잘 되길 빌어야 할지 안 되길 빌어야 할지 애매하군요.”
“네?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잘 되면 다른 대형 할인 마트도 오즈생활환경에게 독점권을 줄 수 있지 않습니까? 그렇게 되면 우리 동지마트만의 장점이 사라지게 되는 셈인데, 그럼 또 찬밥 신세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는군요. 그렇다고 반응이 안 좋으면 독점의 의미가 없어지니 그래서도 곤란하고 말입니다. 하하하.”
“아! 그 말씀이셨습니까? 그건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솔직히 3-마트나 엘마트가 독점권을 줄 가능성은 거의 없으니까요. 그래도 혹시 독점권을 준다면 그건 전부 동지마트 덕분인데 제가 어떻게 동지마트의 은혜를 잊겠습니까? 그때가 돼도 서운함을 느끼시지 못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 말씀 잊지 않겠습니다.”
“계약서도 쓰기 전에 분위기가 너무 화기애애해진 것 아닙니까? 마 팀장. 그런데 처음에 제게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에게 제안했던 내용을 계약서에 남겨주실 수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원하신다면 계약서에 독점 내용을 확실히 명시하겠습니다. 그리고 첫 독점 계약은 6개월로 진행하고 싶은데 괜찮으십니까?”
우리 대화를 지켜보고 있던 송재윤 부장이 뒤늦게 계약서를 언급했다. 아직 나에 대한 신뢰가 없으니 계약서에라도 확실히 명시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당연히 그럴 생각이었기 때문에 흔쾌히 승낙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독점권을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찌 되었든 동지 바이오와는 같은 계열사다. 최종적으로는 그들 제품 또한 팔아야 한다. 나는 지금 동지 바이오를 길들이려고 하는 거지 영원히 배제할 계획은 아니었다.
“6개월이면 기간도 적당하군요. 좋습니다. 그럼 법적인 검토를 모두 마무리하는 대로 최대한 빨리 계약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일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함께 식사라도 하러 가시죠? 제가 모시겠습니다.”
“아닙니다. 아쉽지만 거래처와의 식사는 금지라서요. 조만간 계약이 완료되면 기념으로 그때 높은 분들 모시고 가벼운 연회라도 하시죠. 오늘 아쉬움은 그때 달래는 걸로···.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아쉬움을 달래려면 최대한 계약을 빨리 진행해야겠군요. 오늘 만나서 정말 반가웠습니다. 마 팀장님.”
“저도 그렇습니다. 앞으로 우리 동지마트 잘 부탁드립니다. 부장님.”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