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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가 전부는 아니야-228화 (228/424)

00228  소제목 추후 결정  =========================================================================

(제 글에서 등장하는 상호와 이름들은 현실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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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수 덕분에 동지마트 TF팀의 정식 팀원이 될 수 있었던 미래는 최근 들어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미래의 아이디어로 팀원 모집에 들어갔지만 서라 이후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팀은 쌩쌩 잘 돌아가고 있었다.

대대적인 리뉴얼과 광고. 그리고 여러 가지 내부비리 척결 등으로 회사가 떠들썩했지만 그럴수록 그녀는 자꾸 팀에서 겉도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새롭게 합류한 서라는 미래로 하여금 자격지심을 느낄 만큼 유능했고, 그래서 팀장인 동수에게 신임도 많이 받았다. 그녀도 팀에 뭔가 일조하고 싶었지만, 모든 것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괜히 방해만 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섰다.

그때 문뜩 처음에 팀으로 합류할 때 동수가 해줬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제목의 시집을 선물로 주면서 이렇게 말했었다.

‘미래씨의 최대 장점은 긍정적이고 성실하다는 겁니다. 그건 아무나 가질 수 없는 놀라운 재능이죠. 자신을 믿고 열심히 노력하면 분명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없는 것처럼 나는 미래씨가 좌절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해서 성공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요.’

잠깐이지만 설레기까지 했던 그의 말을 다시 떠올린 미래는, 그때부터 팀에 도움이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했다. 모르는 게 있으면 동수는 물론이고 팀에 늦게 합류했지만, 그녀보다 나이가 많은 서라에게 도움을 요청하며 최선을 다해 실력을 키워나갔다.

그때쯤 동수에게서 업무지시가 내려왔다. 다른 대형 할인 마트에서 판매되는 동지그룹 계열사 제품에 대한 소비자가격을 알아오라는 내용이었다. 비록 다른 TF팀원들이 하는 일처럼 난이도가 있는 일이 아닌 단순 노동이었지만, 팀에 도움이 되는 일이 하게 되었다는 사실에 기쁘기만 했다.

행여나 오차가 생길까 3-마트와 엘마트 그리고 포에버마트까지 서울에 있는 수십 개가 넘는 지점을 대부분 방문해서 일일이 가격을 체크했다. 대부분의 조사는 퇴근 시간을 이용해 수많은 지점을 돌아다니면서 했기 때문에 피곤하고 머리가 지끈거렸지만 동수와 팀을 위한다는 생각에 피곤함을 떨쳐버리고 최선을 다해 가격 체크했다.

미래의 부지런함은 비단 정확한 가격조사에서 끝나지 않아다. 잘나가는 다른 대형 할인 마트를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니, 동지마트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빠르고 정확한 가격 조사에 동수가 미래를 칭찬했지만, 미래는 그의 칭찬이 기뻐하며 안주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번에 여러 마트를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느꼈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그녀의 두 번째 기획안 작성하기 시작했다.

***

아! 정말. 이 망할 놈의 동지마트.

이놈의 회사는 알면 알수록 그동안 어떻게 돌아갈 수 있었던 건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빠는 무관심하고, 엄마는 춤바람이 나서 생활비를 빼돌리고, 동생은 허구한 날 사고나 치고 다니는 불쌍한 처지. 그런데 이젠 믿었던 친구까지 등을 돌린 상황.

생각만 해도 끔찍한 상황이 지금 동지마트의 처지다. 3-마트나 엘마트 그리고 포에버마트가 보유하고 있는 지점이 엄청나게 많으니, 매출을 생각해야 하는 동지계열사 입장에서 동지마트만 특별대우하기 어렵다는 건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최소한 같은 가격에 공급해줘야 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아도 가격 경쟁력이 우리의 가장 큰 약점인데, 알고 보니 동지 계열사가 앞장서 동지마트를 무시하고 있었다. 지금은 여러 가지 꼼수로 기대 이상의 매출 상승을 이뤄냈지만, 대형 할인 마트의 생명력이 가격인 걸 생각하면 상승세는 결국 꺾이게 되어 있다.

상승세가 꺾이기 전에 최대한 빨리 가격 경쟁력을 회복해야 하는데, 동지계열사부터 이 모양이니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흠…. 가격이 2/3 수준인 제품도 있다고요? 우리가 싼 제품은 없었어요?”

“안타깝지만 제가 조사해본 바로는 없었어요.”

“그게 말이 됩니까? 정말 하나도 없어요? 하나도?”

“네. 죄송해요. 팀장님.”

언성을 높이자 놀랐는지 미래씨는 하지도 않아도 될 사과를 내게 했다.

“아! 아닙니다. 제가 좀 흥분했죠? 미안해요. 미래씨에게 화를 내는 게 아니라 상황이 너무 황당해서 나도 모르게 큰소리가 나왔어요.”

“아니에요. 팀장님 마음 충분히 이해해요. 저도 조사하는 내내 마음이 답답했거든요. 동지계열사부터 동지마트를 차별하는데, 다른 업체보고 가격 조정을 해달라고 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에요.”

“휴…. 그러게 말입니다. 공급가를 조정해달라고 했다가 비웃음이나 안 사면 다행이죠. 이제부터는 이사님과 의논해서 방안을 찾아봐야겠습니다. 어쨌든 고생했어요, 미래씨.”

나는 미래씨에게 받은 자료를 면밀히 검토하기 시작했다. 정확한 공급가는 알 수 없지만, 판매가격이 100원 이상 차이 나는 경우가 많았다. 그 돈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대형 할인 마트에서 같은 제품이 100원 이상 차이가 난다는 건 가격 경쟁력에서 봤을 때 꽤 심각한 문제다.

최소한 다른 마트와 같은 공급가로 제품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는 데 지금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는 동지 그룹 계열사인 동지 바이오, 동지 푸드, 동지 오피스가 우리 동지마트에 얼마나 협조적일지는 장담하기 어려웠다.

다른 대형 할인 마트와 공급가를 차별해왔다는 사실부터가 문제지만, 그것보다는 지금 현재 동지그룹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권 경쟁이 더 큰 걸림돌이었다. 빵과 과자류를 생산하고 있고, 외식 사업부에서는 ‘푸드쿡’이라는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동지 푸드는 대권 경쟁에 중립적이다.

그러나 동지 바이오와 동지 오피스는 다르다. 샴푸, 화장품, 생리대 등 여러 가지 생활용품을 만드는 동지 바이오와 복사기, 프린터, 세단기 등 각종 사무용 기기와 용품들을 만드는 동지 오피스는 각각 고정호 전무, 고평호 상무와 연관되어 있다는 소문이 들리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또 다른 대권 경쟁자인 고현호 이사가 운영하고 있는 동지마트에 협력적으로 나올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몇 시간을 머리를 싸매고 고민해봤지만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혼자 끙끙 앓느니 고현호 이사에게 보고하고 함께 의논하는 게 나을 것 같아 곧장 옆에 있는 그의 사무실로 향했다.

“허허. 그러니까 우리 동지마트가 지금까지 같은 동지 그룹 계열사에게까지 차별을 받고 있었다는 말이야? 그것참. 굿이라도 해야 하나. 정말 별의별 문제가 다 일어나는 곳이네. 그래서 대책이 뭐야?”

나의 보고를 들은 고현호 이사의 표정이 굳어져 갔다.

“가격 조정을 해달라고 공문을 보내거나, 아니면 해당부서 책임자를 만나 미팅을 해야겠죠?”

“대책이 그것뿐이야? 동지 푸드는 거기 사장님이 나랑 친분이 어느 정도 있으니 가격 재조정이 가능할 거야. 그런데 동지 바이오와 동지 오피스는 다를 텐데. 형님들과 꽤 밀접하게 관련된 곳이라고. 비협조적으로 나올지도 몰라.”

“그건 저도 압니다.”

“그런데?”

“그런데 방법이 없어요. 괜찮은 방법 좀 알려주세요.”

“뭐라고?”

“그냥 회장님에게 이르는 건 어떨까요? 우리 동지마트가 동지그룹 내에서도 차별받고 있으니 억울하다. 해결해달라고요.”

“얼씨구. 점점. 그게 될 것 같아?”

“안 될까요?”

“우리 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 잊었어? 이미 동지마트에서는 마음이 떠난 사람이야. 그러니 지금은 동지마트보다는 다른 대형 할인 마트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실 거야. 거기가 우리보다 훨씬 물건을 많이 팔아주니까. 원래 동지그룹 주인장이 그런 사람이잖아. 마 팀장도 다 알면서 웬 심술이야.”

고현호 이사의 말처럼 심술 맞다. 고생고생해서 이제 좀 안정시켰다고 좋아했는데, 더 큰 난관이 기다리고 있는 꼴이라 심사가 뒤틀리긴 했다. 땀을 뻘뻘 흘리며 힘들게 정상에 올랐더니 그게 정상이 아니고 그 뒤에 더 큰 봉오리가 기다리고 있다면 나 아닌 다른 누구라도 초연하기 쉽지 않을 거다.

특히나 동지마트처럼 뒤에 보이지 않던 큰 봉오리가 몇 개씩이나 더 기다리고 있다면 이게 정말 끝나기는 끝날까 막연한 두려움까지 생길 수도 있다. 솔직히 고백하건대 이 일이 끝나기는 할까 처음으로 두려움을 느꼈다. 고현호 이사의 전폭적인 지지와 김학수 부장의 든든한 서포트만 있다면 어떻게든 해낼 수 있을 거라 막연한 자신감이 있었는데, 이제 그런 근거 없는 자신감은 모두 사라져버렸다.

============================ 작품 후기 ============================

너무 여자팀원만 합류한 것 같아 남자직원을 추가하려고 하는데 캐릭터 잡는 게 쉽지 않네요. ㅠㅜ

늦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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