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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가 전부는 아니야-179화 (179/424)

00179  소제목 추후 결정  =========================================================================

(제 글에서 등장하는 상호와 이름들은 현실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사무실은 정말 가관이었다. 낮잠 자는 사람, 인터넷으로 온라인 맞고를 즐기는 사람, 소설책을 읽는 사람,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떠는 사람.

이건 정말 개판 5분 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엉망진창이었다.

이렇게 방종에 가까운 행동을 한다는 건, 그들의 행동을 통제할 책임이 있는 사람이 그만큼 마트 일에 무관심하다는 의미였다. 처음부터 점장에게 문제가 있다는 건 알았지만 이건 정말 정도가 심했다. 대체 어떤 인간인지 당장 찾아가 상판대기부터 확인하고 싶었다.

“@#&.”

“#$&.”

암담한 상황에 한숨을 내쉬며 매장으로 다시 돌아오려는데 어디선가 신경질적인 목소리가 들렸다. 정확히 뭐라고 하는지는 들리지 않았지만, 심상치 느낌이 들어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다가갔다.

“이봐요. 추미래씨. 사람이 왜 그렇게 말귀를 못 알아들어요?”

“주임님. 하지만 고객이 요청하는데 어떻게 모른척할 수 있어요.”

“그냥 대충해요. 대충. 추미래씨가 그렇게 설치고 다니면 다른 직원들이 피곤하다는 거 몰라요?”

“하지만...”

“그놈의 하지만. 귓구멍이 뚫렸으면 잘 들어요, 추미래씨. 당신 하나가 아등바등한다고 해서 여기가 살아날 것 같아요? 그럴 일 절대 없습니다. 여긴 이미 가망성이 없어요. 그러니 다른 사람처럼 조용히 월급이나 처받아 먹으면서 지내란 말이에요.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제가 볼 땐 가능성이 있어요. 이렇게 상권이 좋은 곳인데 그냥 포기하고 손 놓고 있는 건 너무 억울하지 않으세요?”

“염병. 이봐. 지금까지 내가 한 말 대체 뭐로 들은 거야? 그냥 닥치고 조용히 살라고. 이해력이 딸려? 고졸이라 상황파악도 못 하는 거야? 네가 뭐라고 설쳐. 개뿔 잘난 것도 없는 년이 왜 자꾸 말대답이야, 응? 다른 사람은 너보다 멍청해서 이렇게 사는 줄 알아? 계약직 주제에 나설 때 안 나설 때 구분도 못 하고.”

“...”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말할 테니 똑똑히 잘 들어. 넌 어차피 계약직이고 1년 후면 계약은 끝나. 그리고 우리는 너랑 더 이상의 계약을 맺을 생각이 없어. 네가 아무리 노력해봤자 1년이 지나면 모두 허사가 된다는 의미야. 그러니 괜한 일에 쓸데없는 힘 쏟지 마. 잘 보이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어.”

“저도 주임님 같은 사람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 전혀 없어요. 그리고 이 거지 같은 곳에서 오래 있고 싶은 생각도 없고요. 그렇지만 고객님들은 무슨 죄예요. 그분들은 저처럼 멍청하게도 ‘동지’라는 이름을 믿고 찾아온 것일 텐데요. 저는 그래서 앞으로도 제일은 계속 할 겁니다.”

“뭐 이런... 너 이런 식으로 나오면 재미없어.”

“그래서 뭐? 너가 할 수 있는 일이 뭔데? 기껏 해봐야 자르기밖에 더하겠어?”

처음에는 꼭 예전의 나를 보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녀는 예전의 나와 다르게 당찼다. 처음에는 약간 주눅이 든 듯했지만, 상대가 더 강하게 압박하자 기죽지 않고 오히려 앞섰다. 갑자기 추미래라는 저 계약직 여직원에게 호감과 호기심이 생겼다. 물론 이성으로서의 감정은 아니다.

“너? 너 지금 ‘너’라고 했어?”

“그래 ‘너’라고 했다. 막말은 네가 먼저 했잖아. 열 받아? 열 받으며 한 번 치던가. 나도 덕분에 깽 값 좀 벌어보자.”

“뭐 이런 싸가지 없는 년이 다 있어.”

미래라는 여자의 도발에 주임이라는 남자는 정말로 열이 받았는지, 손을 크게 뒤로 올렸다. 정말로 때릴 줄 몰랐던 그녀는 고개를 돌리며 눈을 질끈 감았다. 내가 아무리 위장잠입으로 이곳에 왔다고 해도 차마 그 모습을 그냥 지켜볼 순 없었다.

“저어. 안녕하십니까?”

“누... 누구. 당신 뭐야?”

“협력업체 직원인데 말씀 좀 여쭤보려고요.”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같은 동지그룹 직원이지만, 같은 그룹이면 협력업체 아니겠는가?

“뭐? 그런데 왜 가슴에 방문 패찰이 없어?”

“조금 전에 보안 직원이 그냥 보내주던걸요.”

“쯧. 하여간 쓸모없는 밥버러지 같은 것들. 그래서 물어볼 게 뭐야?”

“화장실이 어딥니까?”

“뭐? 허 참. 이제는 협력업체 놈들까지 나를 무시하네. 두고 보자고 나중에 합병되면, 그때도 나를 무시할 수 있는지.”

“네? 합병이라니요?”

“됐어. 넌 몰라도 돼.”

그의 말을 듣는 순간 뇌리에 번쩍하고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이들의 태업과 합병. 이 두 단어는 매우 의미심장했다.

동지마트의 유일한 장점이 있다. 10개 지점이 모두 알짜배기 상권에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 우리 동지그룹 회장님이 다른 대형 할인 마트와 차별화하기 위해 양보다는 질을 선택한 덕분이다.

결과적으로는 실패한 정책이지만, 다른 대형 할인 마트들이 봤을 때는 충분히 군침을 흘릴만했다.

그렇다면 동지마트 직원들의 태업에 가까운 행동도 이해가 간다. 만약 동지마트가 3-마트나 엘마트와 합병된다면 대우도 달라질뿐더러 호가호위처럼 슈퍼 갑질을 할 수 있게 된다. 나라도 동지마트보다는 다른 두 곳의 직원이 되고 싶을 것 같다.

이 시점에서 한 가지 의문점이 생긴다. 과연 이곳 직원들의 독자적인 생각일까? 아니면 3-마트나 엘마트 측과 어떤 교감이 있었던 것일까?

눈앞에 있는 망할 주임 놈은 자신이 얼마나 큰 실수를 한 건지도 모르고 여전히 어깨에 힘을 줘가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참 바보 같은 인간들이다. 합병이 되면 정규직은 다 고용승계될 것으로 생각하는 걸까? 그건 홈에버 사태만 봐도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을 텐데, 왜 이런 어리석은 선택을 했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럼요. 제가 뭘 알겠습니까? 하하하.”

“화장실은 입구 왼편에 있으니 거기서 똥을 싸든 오줌을 싸든 알아서 하고 얼른 여기서 사라져.”

“감사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또 뭐?”

“제가 가면 그 여자분을 때리실 생각입니까?”

“뭐? 그건 네놈이 상관할 바가 아니잖아. 빨리 가던 길 가지?”

“못 가겠는데요.”

아직 동지마트 행당점에 대해 파악해야 할 일은 많았다. 어쩌면 모른 척 지나가는 게 더 이득일 수도 있다. 그러나 시연이 또래로 보이는 추미래라는 어린 여직원을 그냥 두고 가기에는 내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하. 이젠 정말 별의별 놈들이 다 기어오르는구나. 이봐. 어디 협력업체라고 했지?”

“동지요.”

“뭐? 어디?”

“동지라고요.”

“네? 동지 어디신데요?”

그제야 내 말을 알아들었는지 말투가 달라진다. 동지그룹 계열사에서 생산하는 물건도 당연히 동지마트에서 판매한다. 내가 어느 계열사에서 나왔는지 그게 궁금한 모양이었다.

“동지라고요.”

“보, 본사요? 아깐 분명 협력업체라고 하셨는데...”

“넓게 보면 본사도 동지마트의 협력업체죠. 안 그렇습니까?”

“그, 그렇긴 합니다만.”

“하지만 내일까지만 본사 소속이고 모레부터는 주임님과 같은. 이름이 어떻게 되시죠?”

“황달중입니다.”

“그렇군요. 황달중 주임님과 같은 동지마트 직원입니다. 아직은 정식 팀 명칭은 없고, TFT(TASK FORCE TEAM) 팀장으로 올 것 같습니다. 그러니 마동수 팀장이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정확히 말하면 팀장 대우다. 아무렴 어떤가.

“꿀꺽. 티, 팀장님이요?”

“네. 그렇게 됐습니다. 황달중 주임님의 부하 직원을 사랑하는 모습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합병 소문이 돌고 있다는 소식을 알려줘서 감사하고요.”

“네? 합병이라니요? 아닙니다. 그런 거. 하하하. 팀장님께서 뭔가 오해를 하신 모양입니다.”

“그건 제가 알아서 판단하겠습니다. 그리고 추미래씨라고 하셨나요?”

“네? 네, 그렇습니다.”

“열심히 하려는 모습은 보기 좋았지만, 그렇다고 직장 상사에게 그렇게 막말을 하면 곤란합니다.”

“죄송합니다.”

아까의 당당한 모습은 어디 갔는지 그녀는 내게 사과를 했다. 대충 어떤 사람인지 알 것 같았다. 상대가 부드럽게 나오면 부드럽게 대하고, 상대가 강하게 나오면 강하게 대하는 그런 류의 사람으로 보였다. 그것만 봐도 괜찮은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인간들이 수두룩한 세상에 그녀의 모습은 매우 시선했다.

“죄송하면 벌을 받아야겠죠. 사표 쓰세요.”

“네?”

“사표는 모레 동지마트 본사에 오셔서 직접 제출하세요. 그리고 오실 때 꼭 정장 챙겨입고, 입사지원서도 챙겨오시고요.”

“네?”

그녀는 어안이 벙벙한지 나의 말에 계속 반문만 했다.

“추미래씨가 싫지 않다면 동지마트 본사 직원으로 채용해서 우리 TFT의 팀원으로 합류시키고 싶군요. 당장 정규직으로 전환해드릴 수는 없지만 팀 프로젝트만 성공하면 정규직은 물론이고 저기 계신 황달중 주임님처럼 주임 직급을 달 수도 있습니다. 혹시 싫으세요?”

“아, 아니요. 전혀 그렇지 않아요. 너, 너무 갑작스러워서. 지금 이게 꿈은 아니겠죠?”

“이사님께서 제게 팀원에 대한 인사권을 주셨으니 꿈은 아닐 겁니다. 그리고 동지마트 본사가 어디 있는 줄은 아시죠?”

“네. 한 번도 가보지는 못했지만 송파점에 있다고 들었습니다.”

“맞아요. 여기 제 명함을 드릴 테니, 모레 오셔서 제게 연락을 주세요. 그럼 모레 봅시다.”

나는 아직도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못하는 두 사람을 뒤로하고 어깨를 으쓱이며 시연이가 있는 매장으로 향했다. 방금 나의 결정은 굉장히 충동적이었다. 그렇지만 왠지 추미래 그녀라면, 그녀가 가진 성실함과 열정이라면 내가 이끌어 갈 팀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받았다.

============================ 작품 후기 ============================

주인공이 있던 원래 팀의 팀원들이 엘리트 집단이라면

새롭게 만들어질 팀의 팀원들은 약간 아웃사이드 느낌의 외인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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