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56 소제목 미정. =========================================================================
(제 글에서 등장하는 상호와 이름들은 현실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D&Y휘트니스 클럽 목동 1호점 오픈이 삼 일 앞으로 다가왔다. 우리 팀은 혹시라도 실수한 부분은 없는지 하나하나 재점검을 하느라 분주했다.
“오픈식에 참여하는 손님들 맞을 준비는 잘 되고 있지?”
“네. 참석하기로 한 귀빈들에게 다시 전화 넣어 일일이 확인 작업 마쳤습니다.”
“강사진들 사기는 어때?”
“헬스 트레이너, GX프로그램 파트, 수영 파트, 골프 파트 모두 의욕이 넘치는 상태입니다.”
“의욕이 넘치는 건 좋은데, 너무 들뜨지 않게 하도록 해. 담당 치프들에게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절대 오버하지 않도록. 괜히 고객들에게 친절하게 대한다고 과장되게 행동하면 오히려 역효과만 나. 왜 있잖아. 백화점에 가서 옷을 살 때, 직원이 옆에 바싹 붙어서 오버하면 더 불편해지는 거. 친절하되 고객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할 수 있도록. 무슨 말인지 알지?”
“네. 다시 한 번 신경쓰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번 사고로 드러난 호텔 헬스클럽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우리는 치프라는 하급 관리자 제도를 만들었다. 헬스 트레이너, GX프로그램 파트, 수영 파트, 골프 파트 이렇게 4개의 팀을 만들고 그 파트 책임자를 치프라고 부르도록 했다. 회사로 치면, 주임이나 대리급이라고 할 수 있다. 그밖에도 총책임자를 매니저, 부책임자를 부매니저라고 하고 담당할 업무를 확실하게 구분해서 예전처럼 한 사람에게 모든 권한이 집중되는 일을 방지했다.
또한 회원들을 지도하거나 가르친다는 개념보다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모든 강사진에 대한 서비스교육을 실시했다. 예를 들어 호텔에서 귀빈들의 의전을 담당하고 있는 책임자를 초빙해 보다 품격 있는 고객응대를 위한 교육이나, 행동 전문가를 통해 강사진들이 가지고 있는 마인드의 변화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에 의무적으로 참석하도록 했다.
“매장들 준비는 어떻게 돼 가고 있어?”
“헤어숍, 네일아트, 마사지 그리고 스포츠용품 판매 매장은 모두 준비 완료했습니다. 인테리어도 모두 끝났고, 제품 디스플레이도 모두 완료했습니다.”
“참. 유니폼은 어떻게 됐어?”
“아까 오전에 받아서 개별적으로 모두 나눠줬습니다. 강사진, 시설관리 파트, 편의시설 담당 파트 전부 확인 했습니다.”
“디자인하고 재질은 어때?”
“어차피 동지호텔과 똑같은 디자인에 마크만 바꿔달기로 했기 때문에 무난합니다. 재질도 꽤 고급스럽고 괜찮은 것 같아요.”
목동에서 오픈하는 대형 스포츠센터 한 곳만 해도 상당한 규모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강사진(헬스트레이너, GX프로그램 강사, 수영 강사, 골프 강사, 그 외의 스쿼시를 비롯한 생활 체육 강사)만 해도 100명(2교대 근무)에 가깝고, 지하 3층 지상 6층인 건물 전체를 담당하는 시설관리(경비, 청소, 건물관리, 주차관리 등) 파트는 100명이 넘는다. 각종 편의시설(마사지, 네일아트, 태닝, 헤어숍, 용품 매장, 휴게시설 등)에서 일하는 인원과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일반직원들 그리고 별도의 시설(상담소 등) 운영에 필요한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300명은 넘는 규모다.
커봐야 수십 명밖에 되지 않는 큰 규모의 헬스클럽도 이곳 스포츠센터와 비교하면 명함도 내밀기 힘들 지경이다. 이런 규모의 스포츠센터 6곳과 컨트리클럽 2곳, 골프장 2곳을 운영하고 있는 윤 스포츠센터의 경우는 직원들만 해도 이천 명이 넘는다는 소리다. 스포츠 및 여가관련 사업의 중소기업 기준이 상시근로자수 200명 미만 또는 매출액 200억 이하라고 하니, 스포츠센터만으로도 대기업규모라는 이야기가 된다. 거기에 고객들은 대부분 우리나라의 상류층 사람들이니 그 영향력의 막강함은 상상하기도 힘들다. 솔직히 알면 알수록 주눅이 드는 집안이다.
“동수야.”
“네, 팀장님.”
“뭘 그렇게 멍하니 있어.”
“그게. 여기 한 곳을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인원들이 참 많다 싶어서요.”
“그러게 말이다. 좀 과한 것 같기도 하고. 시설 관리 파트의 일부분은 외주로 돌리면 참 편할 텐데. 윤 사장님이 그 부분에 대해서는 워낙 완고하시니...”
우리 동지그룹과 윤 스포츠센터의 가장 다른 점이 직원에 대한 경영자의 마인드다. 외주에 대한 인식도 마찬가지다. 윤 사장님은 항상 직원이 주인 의식이 있어야 제대로 일을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계신다. 그래서 그런지 청소하는 아주머니까지 친절한 곳이 윤 스포츠센터다.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서비스업 분야만 국한해서 본다면 상당한 장점 중 하나가 된다.
“대신 분위기는 좋잖아요. 위화감도 없고. 금방 티 나는 일은 아니라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좋을 거라 믿어야죠. 윤 스포츠센터가 지금의 위치까지 오를 수 있었던 노하우 중 하나니까요.”
“그건 그렇지만 요즘의 경영이라는 게 비용절감을 최우선시하는 경우가 많잖아. 비용 절감 중 가장 만만한 게 인건비고, 그러다보니 위에서 은근히 압박을 줘.”
“그래요? 왜 갑자기 간섭이래요? 이번 일은 윤 스포츠센터를 롤모델로 하는 일인데. 벌써부터 이렇게 딴죽 걸면 어쩌자는 건지.”
“경영 자체는 우리가 낫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눈에 뻔히 보이는 비용절감 방법이 있는데도 그걸 그냥 내버려 두니 답답한 모양이더라고.”
“어휴 정말. 만날 경영 쇄신한다면서 사람부터 자르는 게 버릇이 돼서 그런 것 같아요. 사람은 기계가 아닌데 그런 건 생각하지 않고 일단 인원감축부터 하고 보니. 설마 계속 피곤하게 하는 건 아니겠죠?”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고 있어. 앞으로가 문제야. 성과가 좋아야 해. 조금만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당장 인원감축부터 하려고 들지도 몰라.”
“갑자기 부담스러워지는걸요.”
인원감축이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상황에 따라서는 기사회생의 한 수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모든 일에 인원감축이 능사는 아니다.
“넌 아이 두 어떻게 되고 있어?”
아이 두. I DO. 이건 윤 스포츠센터에서 운영하는 탁아소 이름이다. 윤 스포츠센터에서 성공을 거두자, 우리 그룹에서도 욕심을 냈다. 그래서 서울 동지호텔과 이번 목동 스포츠센터는 프랜차이즈 개념으로 아이 두(I DO)를 도입했다. 덕분에 시연이가 관리하고 있는 통장으로 선지급금 로열티 2억 원이 추가로 지급되었다. 앞으로 강북과 강서에 3개의 스포츠센터가 더 생기면 윤 스포츠센터를 포함해서, 향후 20년간 매년 10억의 수입이 생기는 셈이다.
“지금 아이 있는 부모들 사이에서는 아이 두(I DO)가 꽤 화제잖아요. 강남보다 800만원 내렸다고 해도 1년이면 2,000만원인데 꽉 찼어요.”
나도 이정도로 인기가 있을지는 몰랐다. 공사 시작부터 공간을 확보하고 수용 인원을 100명으로 늘리는 대신 가격을 내렸다. 수용 인원이 많아 반드시 우리 스포츠센터 회원일 필요는 없도록 조치를 취했다고 해도, 무려 2,000만원이다. 목동이라 그런 건지, 아니면 무조건적인 강남 따라잡기인지는 알 수 없어도 놀라운 결과이긴 했다.
귀족 탁아소라고 입소문이 났지만, 사실 그만한 가치가 있는 곳은 아니다. 냉정하게 말해 상술에 가깝다. 대체 우리나라에서 강남이라는 게 뭔지. 내가 낸 아이디어라서 그런지 기분이 좀 씁쓸했다. 나야 돈 많은 사람들의 주머니를 털려고 한 것이지, 평범한 사람들이 무리해가며 등록하라고 만든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픈도 안했는데, 벌써 다 차? 넌 정말 치사한 놈이다.”
“네? 갑자기 왜 제가 치사한 놈이에요?”
“지금 회원 등록은 예상보다 조금 못 미쳐서 고심하고 있는데, 아이 두(I DO)는 이미 회원 모집 완료했다고 탱자탱자 놀고 있었다는 거 아냐?”
“저도 그저께가 돼서야 마무리했어요. 그리고 제가 아이디어를 내도 들어주지도 않으셔놓고는 이제 와서 저만 가지고 구박하세요. 갑자기 서운해지려고 하네.”
“그 봐라. 그저께 끝났는데 어제 오늘은 대체 뭐했어? 그러니까 네가 나쁜 놈이라는 거야.”
“에이, 너무 조급해하지 마세요. 조금 못 미치는 거라면서요. 삼일 후에 오픈식하면 회원등록이 많아지겠죠. 사람들이 직접 와서 회원들 운동하는 모습을 구경하면 마음이 달라질 겁니다.”
“휴.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
“아니면 이벤트라도 하세요.”
“무슨 이벤트?”
“단기회원 모집을 늘리면 되죠. 커플할인, ‘우리는 몸짱 친구다.’라는 이름으로 동성친구 할인, 가족할인 등등. 방법은 아주 많죠.”
“또 그 소리야? 그만 좀 하지? 놀이공원에서 일하고 온 거 티 내냐. 격 떨어져.”
“격 떨어지는 게 아니라 친근한 거죠.”
“이제 와서 할인해주면 이미 등록한 회원들이 가만히 있겠냐? 엉뚱한 소리 그만하고. 자자. 회의는 여기서 마무리하고, 다들 글피에 있는 오픈식 차질 없도록 마지막으로 다시 점검해보도록 해.”
“네.”
사실 조 팀장님의 말씀이 맞다. 큰마음 먹고 백화점에서 50만 원짜리 옷을 샀는데, 다음날 50% 세일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고객 입장에서는 열 받을 수밖에 없다. 커플 할인은 몰라도 ‘우리는 몸짱 친구다.’라는 이름의 동성할인은 한 번 해보고 싶었는데 좀 아쉽다. 난 이제 솔로에서 벗어났지만, 한국은 남자끼리 뭔가 할 수 있는 놀이가 유흥문화 말고는 별로 없다. 그래서 자꾸 동성할인을 추천했는데, 구박만 받았다. 아, 불쌍한 한국 남자들!
혹시라도 무슨 예기치 않은 일이 일어나지는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D&Y휘트니스 클럽 목동점 오픈식은 성황리에 무사히 마쳤다. 런칭행사처럼 화려하게 한 것은 아니었고, 간단한 커팅식과 다과회정도가 전부라 오픈식 당일은 오히려 여유로웠다. 새롭게 단장한 대형 스포츠센터의 위용과 깔끔하고 세련된 내부 환경 때문인지 회원모집도 급격히 늘어나 팀장님을 안심시켰다.
“축하합니다. 팀장님. 이제 대우라는 꼬리표는 떼셨네요.”
“하하하. 고마워.”
처음 약속처럼 목동 1호점을 오픈하자 조 팀장님은 팀장대우에서 팀장으로 직책이 변경되었다. 우리 팀의 경사는 이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축하해요. 김 과장님.”
“고마워요. 마 대리님.”
김 대리는 3월이 돼서 과장대우를 달았는데, 일주일 만에 과장으로 변경되었다.
“축하해. 정 대리.”
“호호호. 이제 같은 대리네요. 마 대리님.”
“축하해. 태준호 주임.”
“죄송해요. 우리끼리만 승진해서...”
“그게 왜 죄송해. 나야 대리 단지 반년 조금 지났잖아. 아직 한참 남았어. 그러니 전혀 그런 생각할 필요 없어.”
정 주임도 대리로 승진했고, 입사한지 반년이 지난 준호도 주임으로 승진했다. 조 팀장님과 김 대리, 아니 김 과장의 승진은 이미 약속된 것이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정 대리와 준호의 승진은 지난 번 성과급 지급으로 대신한 것이라 생각했는데, 조금 의외였다. 스페셜 원이 그만큼 우리 일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어쨌든, 우리 팀은 나만 빼고 모두 승진하는 엄청난 경사를 맞이했다.
그리고 우리 팀이 하던 일은 다른 팀이 대신 맡아서 계속 진행하기로 했다. 그럼 우리는? 처음에는 갑자기 하던 일을 넘기고 대기하라고 해서 당황했었다. 뭔가 실수가 있었나하는 걱정도 들었다.
며칠 후 우리에게 지금까지 일보다 더 힘든 수도 있는 임무가 떨어졌다. 해외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라는 특명이었다. 한류열풍이 불고 있는 동남아와 중국. 그리고 헬스클럽의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 때가 좀 이른 것 같았지만 동남아와 중국 시작은 우리 그룹의 뜻이었고, 미국은 윤 사장님의 강력한 의지가 담겨있었다.
스포츠센터의 해외 진출이라... 어려운 임무를 맡은 우리 팀원들은 걱정 반 설렘 반으로 이번 프로젝트 준비에 돌입했다.
◆ 서강대학교.
호리호리하게 잘 생긴 남자가 장미꽃다발을 들고 시연이 앞에 섰다.
“시연씨. 첫 눈에 반했습니다. 사랑합니다. 저와 사귀어주세요.”
“이야기 못 들으셨어요? 저 작년에 약혼했어요.”
그녀는 냉담한 얼굴로 왼손에 낀 약혼반지를 내보였다.
“상관없습니다. 결혼한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아니 결혼했어도 상관없습니다. 시연씨 같은 여자라면 이혼녀라도 저는 받아줄 수 있습니다. 하하하.”
“뭐? 이혼? 이봐요, 말라깽이씨.”
“.... 네?”
“우리 동수씨랑 아직 결혼도 못했는데 이혼? 말라깽이 너 죽고 싶으세요?”
이혼이라는 말에 시연이의 목소리가 차갑게 변했다.
“아... 아니 그러니까 그 정도로 제가 시연씨를 사랑한다는 말입니다.”
“생긴 것도 못생긴 녀석이 누굴 넘보는 건가요?”
“그...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이래봬도 잘생겼다는 소리 꽤 듣고 사는 사람입니다.”
“웃기시네요. 우리 동수씨처럼 남자답게 생긴 게 잘생긴 거지. 비쩍 곯아가지고는 기생오라비같이 생긴 사람이 무슨 헛소리를 하는 겁니까?”
“헉. 왜 이러십니까. 어이쿠. 시연씨. 진정하세요.”
화가 난 시연이는 남자가 들고 있던 장미꽃다발을 빼앗아 그의 얼굴을 내리치기 시작했다. 그녀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란 남자가 장미 꽃다발을 피해 줄행랑을 쳤다. 그리고 시연이의 과격한 모습을 본 주변 사람들의 얼굴은 황당함으로 가득 찼다.
“아, 창피해. 괜히 이혼이라는 말 때문에... 큰일이네. 동수씨가 이런 내 모습을 알면 실망할 텐데. 히잉.”
============================ 작품 후기 ============================
빨리 스포츠센터도 마무리를 해야 하는데 말이죠 ㅠ 다시 바빠지는 동수입니다.
미리 올립니다. 자정에 글을 올리긴 쉽지 않을 것 같네요.
여러분의 추천과 코멘트는 제게 큰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