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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가 전부는 아니야-125화 (125/424)

00125  하늘을 봐야 별을 딴다.  =========================================================================

(제 글에서 등장하는 상호와 이름들은 현실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 OO구치소.

면회실에는 채은성과 그의 부인인 이현주 그리고 윤 스포츠센터의 이용대 고문변호사가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구치소에 있으면 이혼 신청을 혼자서 할 수 있다고 하네요. 그래서 서류 제출 했어요.”

“여... 여보. 내가 지금 어떤 상황인지 알면서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해?”

“그 이야기는 더 듣고 싶지 않아요. 그냥 그렇게 아세요.”

봉순을 만나고 온 현주는 더 이상 남편과 살 수 없다는 마음이 확고해졌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이용대 변호사가 도움을 주겠다고 연락이 왔다. 남편의 출판사가 다른 사람에게 넘어갔다는 이야기는 들어서 알고 있었다. 지금은 모든 게 귀찮았다. 몇 년간 살 맞대고 살았다는 사실이 끔찍하기만 했다. 누구의 도움을 받던 빨리 남편이라는 인간과 이혼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래서 왜 자신에게 도움을 줄까 조금 의아했지만, 새롭게 출발하는 출판사가 제대로 시작도 하기 전에 구설수에 오르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말에 ‘그런가보다.’하며 납득해버렸다.

“아, 정말 답답하네. 왜 이렇게 사람이 독해.”

“누가 누구보고 독하다는 건지 모르겠네요. 불륜을 저지른 사람이 누군데요?”

“흠흠. 그건 그렇고 그쪽은 혹시 노 여사님과 같이 왔던 변호사 아닙니까?”

“맞습니다. 채은성씨.”

“그런데 왜 제 와이프와 함께 온 겁니까? 노 여사님이 제 걱정을 하시던가요?”

이 변호사는 그의 말에 기가 막혔다. 구치소까지 끌려온 주제에 아직도 뭐가 똥이고 뭐가 된장인지 구분하지 못하는 채은성이 정말 한심해 보였다.

“조세포탈을 해놓고 누가 걱정해주시길 바라십니까?”

“아... 아니, 그게.”

“변명은 됐습니다. 지금 채은성씨가 OO출판사와 노 여사님에게 얼마나 큰 폐를 끼치고 있는지 아십니까? 제대로 새 출발을 하기도 전에 이게 무슨 재를 뿌리는 행동이란 말입니까?”

“저... 정말 면목이 없습니다.”

“면목이 없다고만 하시면 곤란하죠. 책임을 지셔야죠. 회사 직원들에게 지급해야 할 돈까지 횡령하셨다면서요?”

단호한 이 변호사의 말에 채은성은 점점 기가 죽어갔다.

“제가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두 가지 일을 해주시면 됩니다. 저희가 부채를 모두 갚은 것은 알고계실 테고. 지금 이현주씨가 살고 있는 오피스텔을 회사 명의를 해두셨더군요. 덕분에 담보로 받은 대출은 모두 없어졌습니다.”

“맞다. 그 오피스텔이 있었군요. 그 돈으로 추징금을 갚으면 되네요. 하하하. 정말 다행입니다.”

오피스텔 이야기는 추징금을 낼 길이 막막했던 채은성에게 정말 희소식이었다.

“휴. 뭔가 오해를 하고 계신데, 정확하게 따지면 그 오피스텔의 49%만 채은성씨 몫입니다.”

“그렇게 되는 건가요? 그래도 추징금을 내주시면 제가 나가서 꼭 갚겠습니다. 변호사님.”

“갚으실 필요까지 없습니다. 마음 넓으신 노 여사님께서 오피스텔을 처분해서 추징금은 내주시겠다고 하십니다.”

“그게 정말입니까? 정말 고마우신 분이네요. 역시 제가 사람을 잘 본 것 같습니다.”

“대신. 채은성씨가 가지고 있는 출판사 지분은 모두 부인인 이현주씨에게 위자료로 넘기셨으면 합니다.”

“추징금을 내주시는 것은 고맙지만, 우리 두 사람의 이혼을 왜 변호사님이 상관하십니까?”

“OO출판사가 지금 채은성씨로 인해 얼마나 구설수에 올랐는지 아십니까? 저희는 최대한 채은성씨와의 관계를 부정해야 할 입장입니다. 지분을 모두 넘기고 이혼을 하면 이제 저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이가 됩니다. 그러니 저희가 상관을 하는 것이죠.”

구설수? 그런 것은 없었다. 이 변호사가 미리 손을 써둔 덕분이다. 세상은 아무도 채은성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나 구치소에 갇혀 있는 사람이 그런 사실을 알 수는 없었다.

“그... 그래도 앞으로 출판사를 경영하시려면, 제 도움이 필요할 텐데요.”

“하하하. 채은성씨, 지금 농담하십니까?”

“네?”

“직원들 돈까지 빼돌린 사람에게 무슨 경영을 배운다고 그러십니까? 도움을 주실 분들은 많으니 염려하지 마세요. 그냥 위자료로 지분을 넘긴다는 계약서에 사인을 하시면 됩니다. 그 즉시 채은성씨가 내야 할 추징금을 지급하도록 하겠습니다.”

“저... 저기 그래도.”

“다른 말씀은 필요 없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징역을 사느냐? 아니면 서류에 사인하고 풀려나느냐? 두 가지 중 하나만 선택하시면 됩니다.”

이 변호사의 단호하고 냉정한 말에 채은성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징역을 살 수는 없었다. 결국 그는 이 변호사가 내면 모든 서류에 서명을 했다. 서명이 끝나자 현주와 이 변호사는 볼일은 모두 끝났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그곳을 떠났다.

구치소에서 나온 현주와 이 변호사는 근처에 있는 카페에 들어가 이야기를 나눴다.

“도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저희에게도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이제 처음 말씀드린 것처럼 이현주씨께서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시면 됩니다. 지분을 모두 넘기시면 지금 바로 5억을 드리겠습니다. 그게 아니면 지금 살고 있는 오피스텔에서 계속 사시면서 지분에 해당하는 배당금을 받으시면 됩니다. 어떤 선택을 하셔도 저희는 괜찮으니 편하게 생각해보십시오.”

“지분을 모두 넘기겠습니다.”

지분을 모두 넘기고 5억을 받느냐, 지분에 대한 배당금을 받느냐. 그의 말을 들은 현주는 별다른 고민도 없이 현금 5억을 선택했다.

“여기 5억이 든 통장입니다.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그냥 지금 오피스텔에 사시면서 저희가 드리는 배당금을 받으면 더 편하실 텐데요.”

“아니에요. 그 사람과 살던 오피스텔도 싫고, 출판사와 계속 연관되는 것도 싫습니다. 빈털터리 남자와 이혼하면서 위자료로 5억이면 큰돈이죠. 감사합니다. 그럼 저는 가보겠습니다.”

현주는 49%의 지분을 모두 넘긴다는 서류에 서명을 하고 카페를 떠났다. 봉순에게 받은 2억까지 합치면 이제 7억이라는 거금 생겼다. 그 정도 돈이면 그녀가 새 출발을 하는데, 충분하리라 생각했다. 노 여사 입장에서도 손해 보는 일은 아니었다. 추징금이야 오피스텔을 처분하면 되는 일이다. 5억이라는 돈으로 나머지 49%의 지분도 확보했으니, 10억을 주고 51%를 인수한 것에 비하면 이득이라고 할 수 있었다.

토요일이 되었다. 나는 약혼식을 위해 시연이의 집에 정식으로 인사드리러 갔다. 윤 사장님과 시연이 어머님에게 드리기 위해 미리 준비해둔 선물을 들고 초인종을 누르자 시연이가 반갑게 나를 맞아줬다.

“동수씨. 어서 와요.”

“집에서 만나는데 이렇게 옷을 차려입었어?”

“저도 우리 아빠, 엄마에게 잘 보여야죠. 히히.”

나는 시연이와 가벼운 인사를 나누고 거실로 향했다. 그곳에는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계신 윤 사장님과 흐뭇한 미소를 짓고 계신 시연이 어머님이 나를 기다리고 계셨다.

“안 돼.”

한참 잘 이야기 하고 있는데, 윤 사장님이 갑자기 반대를 하셨다. 시연이와 나의 약혼식을 반대한다는 것이 아니라, 캐주얼한 약혼식에 대해서 필사적으로 반대하셨다.

“결혼식은 아버님이 원하시는 대로 할 테니까 이번에는 저희 의견에 따라주십시오.”

“흥, 아직 결혼은 허락한적 없어. 그리고 하나밖에 없는 딸의 약혼식을 그렇게 얼렁뚱땅 이상한 모양새로 치를 수는 없지.”

윤 사장님의 마음은 이해가 갔다. 눈에 넣어도 아플 것 같지 않은 소중한 딸을 위해서라면 뭔들 아까울까? 그래서 결혼식은 원하시는 대로 하시라고 했는데도 꿈쩍도 하시지 않았다.

“얼렁뚱땅이 아니라 즐거운 약혼식을 만들어 보자는 겁니다. 하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즐거운 그런 약혼식이요.”

“격식을 차려도 충분히 즐거울 수 있어.”

“편안하면서 즐거운 약혼식을 말하는 겁니다.”

“그래도 격식은 필요해. 안 그러면 격식을 왜 만들어놨겠나? 결혼식도 그냥 대충 길거리에서 포옹 한 번 하고 끝내면 되는 거지.”

시연이 어머님과 시연이는 말없이 윤 사장님과 나의 논쟁(?)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재미난 구경이라도 하는 듯 두 눈에 흥미로움이 가득했다.

“그러니까 결혼식은 제대로 하겠습니다. 겨우 20살짜리 여자가 결혼식도 아닌 약혼식을 하는데, 너무 호화롭게 하면 주변 시선이 곱지만은 않을 겁니다.”

“누가 뭐라고 그런다고? 그리고 자네는 왜 한 입으로 두말을 하나? 탁아소 사업을 할 때는 사회적 비난 따위는 필요 없다고 하지 않았나?”

“그건 비즈니스 아닙니까? 사람들이 맹렬하게 비난을 해도, 사업에 성공하고 그 수익의 일부를 사회로 환원하면 조용해질 일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약혼식은 다르죠. 이제 시연이는 베스트셀러 작가입니다. 그리고 나중에는 아나운서가 될 사람이고요. 사람들의 눈이 항상 따라다닌다는 의미입니다. 조용히 약혼식을 한다고 해도 소문은 금방 날겁니다. 약혼식장으로 사용한 호텔대관비가 얼마라고 하더라, 시연이가 입은 드레스가 얼마라고 하더라, 예물 교환하는데 얼마가 들었다더라, 사람들이 와서 먹은 음식이 얼마라고 하더라.”

“크흠.”

“그렇게 되면 늦게라도 약혼식을 안 사람들이 저희 앞날을 축복하기보다는 비난하는 경우가 더 많이 생기겠죠. 게다가 저는 아니지만 아버님은 사회 지도층에 계신 분 아닙니까? 비싸게 약혼식 할 돈으로, 저희 앞날을 축복하기 위해, 좋은 곳에 기부라도 하시면 나중에라도 얼마나 칭송을 하겠습니까?”

내가 말하고도 참 그럴 듯 했다. 이제는 윤 사장님에 대해서 너무 잘 알다보니 어떻게 설득해야 먹여 들어갈지 그림이 그려지는 것 같았다.

“호호호. 당신이 양보해요. 우리 마 서방 말을 들으면 정말 혹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번에는 마 서방 뜻대로 하고, 아쉬움은 결혼식 때 풀면 되잖아요.”

갈등하는 모습이 보이자 지켜만 보시던 시연이 어머님이 지원사격을 해주셨다.

“에잉, 그래도 하나밖에 없는 딸자식 약혼식인데.”

“아버님.”

“왜?”

“저는 아버님이 참 존경스럽습니다.”

“흠흠. 뜬금없이 갑자기 그런 말은 왜해?”

“20살 정도의 다른 여자들 같았으면, 화려함만 가득한 약혼식을 꿈꿨을 겁니다. 그런데 시연이는 그런 겉치레보다는 모두가 즐겁고 행복한 약혼식이 되었으면 하더군요. 저도 멋진 약혼식을 해주고 싶었는데, 시연이의 말을 듣고 계획을 바꿨습니다. 솔직히 이번 약혼식 아이디어는 전부 시연이 생각입니다. 그래서 아버님이 존경스럽습니다. 이렇게 마음까지 예쁜 사람으로 키우셨지 않습니까?”

처음부터 다짜고짜 ‘이건 시연이 생각이니 들어주세요.’라고 말했어도 결국은 들어주셨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마음속에 서운함이 남을 수 있다. 내가 이렇게 말을 빙빙 돌린 이유는 그런 서운함이 없는 기분 좋은 허락을 받기 위해서다.

“뭐, 사실 우리 시연이가 얼굴만 예쁜 건 아니지. 암.”

“그럼요. 얼굴보다 마음이 더 예쁘죠. 하하하.”

나는 윤 사장님의 말씀에 장단을 맞췄다. 세상에 자식 칭찬을 하는데 싫어 할 부모는 없다.

“우리 딸. 정말 마 대리 말처럼 해도 괜찮겠어? 서운하지 않아?”

“네, 아빠. 하나도 안 서운해요. 오히려 제가 생각한대로 할 수 있어서 더 좋아요. 히히.”

“그럼 그렇게 해야지. 우리 딸이 그렇게 기특한 생각을 했다는데 아빠가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초를 칠 수는 없지. 이제 식사나 하자고."

휴. 드디어 허락을 하셨다. 시연이 어머님은 정말 황송할 정도로 푸짐한 음식을 준비해놓으셨다. 배불리 식사를 마치고, 준비해놓으신 과일과 차까지 먹고 나서야 집을 나설 수 있었다. 인사를 하고 나오려는데 시연이가 배웅을 한다면서 따라 나왔다.

“동수씨.”

“응?”

“동수씨는 정말 말을 잘하는 것 같아요. 우리 아빠 한 번 고집부리면 며칠은 가는데, 어떻게 그렇게 쉽게 설득을 하는지 정말 멋졌어요.”

“별게 다 멋지다. 아버님이 나를 좋게 봐 주셔서 그렇지.”

“그런데요. 저는 동수씨 말처럼 그렇게 깊이 생각하고 약혼식을 준비한 게 아닌데, 아까 아빠랑 이야기할 때 갑자기 제 칭찬을 해서 민망했어요.”

“에이, 그건 민망한 게 아니지. 깊이 생각을 하지 않고, 무의식중에 그렇게 행동한다는 게 더 대단한거야.”

“우와! 전 그럼 대단한 여자인거네요. 헤헤.”

“그럼. 우리 시연이가 얼마나 대단한 여자인데. 그래서 내가 반했잖아.”

내 말에 시연이가 수줍게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우리는 가벼운 키스를 했다. 100일 기념일에 진한 스킨십을 나눈 후 그녀와 나는 약속이라도 한 듯 가벼운 스킨십만 나눴다. 꼭, 그날을 위해 두는 것처럼. 이럴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제 약혼식만 끝나면, 약혼식만 끝나면 그녀와...

============================ 작품 후기 ============================

흑. 오늘따라 글이 잘 안써지네요.

여러분의 추천과 코멘트는 제게 큰 힘이 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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