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91 세상에 죽으라는 법은 없다. =========================================================================
(제 글에서 등장하는 상호와 이름들은 현실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동수씨. 잠깐 동수씨 집에 들르면 안 돼요?”
“집? 집에는 왜?”
“컴퓨터로 자랑할 게 생겼거든요. 헤헤헤”
“자랑할 거? 그... 그럴까?”
식사를 한 곳과 집이 가까워 시연이를 오랜만에 집으러 데려갔다. 컴퓨터로 뭔가 보여줄 것이 있다고 하는데, 담배냄새가 풀풀 풍기는 PC방으로 데려가기는 싫었다. 그녀에게 점점 매혹되어가는 내가 잘 견딜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럴 때는 휴대폰으로 인터넷을 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그런 기능이 있는 휴대폰이 우리나라에도 있기는 하다고 들었다. ‘옴니아’라는 제품인데, 초기 단계 제품이라서 그런지 사용자들의 평가는 그리 좋지 않았다.
“짜잔. 제 팬 카페에요.”
집에 와서 컴퓨터를 켜주자 시연이는 주소창에 빠르게 주소를 처넣고, 매인 창에 카페 하나를 띄워서 자랑을 했다. 세상에, 팬 카페란다.
“시연님에게 우리의 마음을 담아 보낸다. 카페 제목이 책 제목과 비슷하네. 와, 우리 시연이 이제 팬들도 생긴 거야? 뭐야? 회원수가 벌써 천 명이 넘어?”
“히히히. 몰랐는데 제가 동지랜드 홍보모델을 할 때부터 생긴 카페래요. 제가 책을 출판하자 이름을 바꿨다고 하네요.”
“정성이 대단하다. 들어가서 인사는 했어?”
“아뇨. ‘제가 윤시연입니다.’라고 쪽지 보냈다가 욕만 먹었어요. 한 번만 더 장난치면, 강퇴시켜버린대요. 히잉.”
“하하하. 나중에 책이 잘 팔리면 사인회에 운영자 초대해서 오프라인에서 인증이라도 해야겠는걸?”
“그러게요. 강퇴당할까봐 더 이상 ‘윤시연’이라는 주장도 못하고 구경만 하고 있어요.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라도 남기고 싶은데.”
“그럼 네 사진이라도 올려봐. 그럼 인정해주지 않을까?”
당사자가 팬 카페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라니 재미있었다. 나는 의자에 앉아 천천히 카페를 둘러보았다. 어떻게 구했는지 동지랜드 모델을 할 때 찍었던 사진과 서강대 홍보모델 사진도 올라와 있었다. 몇 개의 사진만으로 사람의 인적사항을 알 수 있다니 무서운 세상이다. ‘이러다 정말 유명인이 되는 것은 아니겠지?’라는 생각이 들어 잠시 걱정이 되었다. 생각해보니 그녀가 아나운서가 된다면 지금보다 훨씬 유명해질 텐데, 괜한 걱정을 사서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 걱정은 접어버렸다.
“책에는 정면 사진은 나오지도 않았잖아. 어떻게 알아봤데?”
“저자 소개란에 서강대 재학 중이라는 말이 나와 있잖아요. 그래서 알게 되었데요.”
“대단들 하시다. 앞으로 선글라스 끼고 다녀야 하는 것 아냐?”
“에이, 회원수가 이제 천 명인데. 그래도 팬 카페가 있다니까 괜히 좋은 것 있죠.”
“그래. 앞으로 책이 더 잘 팔리면 회원수도 훨씬 많이 늘 거야. 이거 큰일이네. 이제 시연이와 데이트할 때는 마음 놓고 손도 못 잡겠네.”
“그건 아니죠. 책에다가 ‘나는 남자 친구 있습니다.’라고 선언했는데 누가 뭐라고 하겠어요?”
“그럼 뽀뽀는?”
“뽀뽀요?”
나의 짓궂은 질문에 시연이는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하고 우물쭈물 거렸다. 그 모습을 보자 당장이라도 키스를 하고 싶어졌다. 나는 약간 악마근성이 있나? 왜 시연이가 당황하는 모습이 이렇게 끌리는지 모르겠다.
“그래 뽀뽀. 이렇게 하는 거.”
“어머머. 동... 동수씨.”
시연이를 번쩍 들어서 침대로 갔다. 그리고 천천히 침대에 누였다. 꼭 이렇게 키스를 나누고 싶었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연이의 모습은 평소보다 더욱 매혹적이었다. 그녀를 집에 데려 오며는 이렇게 될 줄 알았다. 나는 천천히 입술을 내려 그녀의 입술에 포겠다.
“하아. 하아.”
키스를 나누던 시연이의 숨소리가 점점 거칠어져 갔다. 그러면서도 내 목을 꼭 껴안고 놓아주지 않았다. 침대에서 키스를 나누니 모든 것이 자유로웠다. 살짝 고개를 들고 그녀의 귓불에 입을 가져다 댔다. 혀를 살짝 내밀어 시연이의 귀를 희롱했다.
“히히히. 간지러워요. 동수씨.”
간지럽다는 그녀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의 길고 고운 목으로 입술을 옮겼다. 시연이의 새하얀 목덜미는 깨물어보고 싶을 만큼 탐스러웠다.
“아...”
나의 키스에 시연이가 작은 탄성을 내뱉었다. 그녀는 내 목만 열심히 감싼 채 어찌할 바를 모르며 잘게 떨었다. 천천히 그녀의 남방 단추를 풀어갔다. 단추가 하나하나 풀릴 때마다 그녀의 백옥 같은 젖무덤이 모습을 드러냈다. 차안에서 가로등 불빛만 의지할 때와는 기분이 전혀 달랐다. 마지막 단추까지 풀자 그녀의 납작한 배가 나를 유혹했다. 브래지어 위로 손을 올리고 시연이의 배꼽 주변을 입술로 훑어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천천히 그녀의 가슴을 향해 미끄러지듯 올라갔다. 도발적인 브래지어가 그녀의 풍성한 가슴을 살짝 가리고 있었다. 등 뒤로 손을 옮겨 자연스럽게 후크를 풀었다.
“동수씨. 불 꺼주면 안 돼요?”
그녀도 등 뒤의 브래지어 단추가 풀렸다는 사실을 알았는지 한 손으로 가슴을 살짝 가렸다. 얼굴이 살짝 붉게 변했다. 처음으로 이렇게 환한 곳에서 그녀의 가슴과 마주칠 기회다. 당연히 안 된다. 여기서 물러날 수는 없었다.
“보고 싶어서 그래. 네 가슴이 얼마나 예쁘다고.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돼.”
“그래도 부끄러운데. 히잉. 그... 그럼 동수씨도 사... 상의 벗으면 안 돼요? 저 혼자 이러고 있으려니 부끄러워서 그래요. 네?”
어려운 부탁도 아니다. 그런데 그녀의 가슴을 보고 싶다는 마음 때문인지 단추가 잘 풀리지 않았다.
“그러다가 단추 뜯어지겠어요. 잠깐 있어 봐요.”
그녀는 침대에서 일어나서 내 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나 와이셔츠 단추를 천천히 풀어내려갔다. 그녀의 움직임에 따라, 후크가 풀린 브래지어는 나를 유혹하듯 도발적으로 흔들거렸다. 시연이의 손 움직임이 끝이 났다. 나는 와이셔츠를 과감하게 벗어서 바닥으로 던졌다. 그리고 그녀의 남방과 브래지어도 벗겨버렸다. 그녀의 아름다운 가슴이 환하게 드러났다. 풍만하고 탄력적인 가슴 위로 귀엽게 생긴 유두가 오롯하게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그녀의 가슴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그리고 침대에 다시 눕혔다. 내 상체에 그녀의 따뜻한 체온이 그대로 느껴졌다. 잠시 키스를 나누다가 고개를 내려 시연이의 가슴을 혀로 살짝 건드렸다. 살짝 살짝 몇 번을 건드리니 그녀의 유두가 성을 내듯 빳빳해졌다.
“으음... 아...”
성이 난 그녀의 유두를 달래듯 입술로 핥다가 가볍게 깨물자, 그녀는 내 몸을 힘껏 껴안았다. 시연이의 가슴을 애무하면서 그녀의 허벅지를 손으로 쓸어내렸다. 청바지 안에 숨은 그녀의 육감적인 허벅지가 그대로 전해졌다.
“하아.. 하하..”
시연이의 자극적인 숨소리에 나는 점점 더 짐승이 되어갔다. 허벅지를 쓰다듬던 손이 그녀의 허리로 향했다. 꽉 붙는 청바지 안으로 손을 살짝 밀어 넣었다. 손끝에 시연이의 속옷이 살짝 느껴졌다. 더 밑으로 내려가서 그녀의 전부를 느끼고 싶었다. 나의 두터운 손이 청바지에 걸려 뜻대로 되자 않자 다시 손을 꺼내고 그녀의 바지 단추를 풀었다.
“도... 동수씨. 안 돼요.”
“응?”
“오... 오늘이 그날이라.”
역시 하늘은 무심했다. 대박 스포츠센터가 나를 속 썩이더니, 판타지 세계에서나 볼법한 붉은 마법이 나를 좌절하게 만들었다. 그렇다고 불만스럽지는 않았다. 오늘은 그녀의 탐스러운 가슴을 본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시연이를 내 품으로 끌어당기고 그녀의 등을 살며시 쓰다듬었다. 시연이에게서 전해지는 체온이 내 마음을 따뜻하게 데웠다.
“그만 옷 입으면 안 돼요?”
“왜? 나는 네 체온이 느껴져서 좋은데. 싫어?”
“아... 아뇨. 그냥 부끄러워서.”
“그럼 이불이라도 덥고 있자.”
내가 그녀의 상체를 이불로 가려주자, 시연이는 나를 꼭 껴안고 재잘재잘 이야기를 시작했다. 요즘 하고 있는 학교 홍보활동 이야기, 책 판매가 점점 늘어가는 이야기, 친구들과 나눴던 대화, 수업시간에 들었던 교수님의 농담. 그녀의 수다에 하루 피로가 말끔히 풀리는 것 같았다.
“참, 아까 좀 피곤해보이던데, 무슨 일 있어요?”
시연이는 이제 나의 표정만 봐도 내가 무슨 감정인지 알아차리는 경지에 오른 것 같았다. 회사일 때문에 고민이 많아 약간 굳은 표정으로 그녀를 만났나보다. 그래도 시연이를 만나자마자 기분이 좋아져 회사일은 금방 잊었었는데 그 표정을 기억하고 질문을 해왔다.
“그냥 회사에 잠깐 문제가 생겨서.”
“무슨 일인지 물어봐도 돼요?”
“음. 자세한 이야기는 복잡하고, 간단하게 설명해줄게. 어떤 사람 A가 아이스크림 가게를 만들려고 했어. 그래서 시장조사도 하고, 가게를 지을 땅도 알아보고 다녔지. 일이 잘 진행되어서 괜찮은 장소를 찾은 거야. 이제 아이스크림 가게만 열면 되는데, 근처의 어떤 곳에서 다른 사람 B가 아이스크림 가게를 짓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거야. 그래서 난감한 지경에 빠진 거지.”
“그래요? 그럼 A라는 사람이 다른 곳에 아이스크림 가게를 열면 안 돼요?”
“문제는 거기만큼 좋은 장소가 없다는 점이고. 그것보다 더 큰 문제는 A라는 사람과 B라는 사람이 엄청난 라이벌이었다는 사실이야. A는 자존심이 상해서 도저히 이대로 물러날 수 없는 상태지. 그래서 어떻게든 빨리 아이스크림 가게를 짓고 싶은데, B가 이미 가게를 짓고 있는 상황이라 너무 지금 지으면 너무 늦어. 이미 늦었으니 가게는 천천히 짓더라도, 고객을 위한 어떻게든 서비스를 강화해서 B와의 경쟁에서 이길 궁리를 하는 중이야.”
“그렇구나. 그런데요. 동수씨?”
“응?”
“그럼. 그냥 다른 업종의 가게를 인수해서 인테리어만 고치면 되는 일 아니에요?”
“그런가?”
“그렇잖아요. 굳이 아이스크림 가게를 지을 필요가 뭐가 있어요. 혹시 장사 안 되는 다른 가게를 인수해서 디자인만 확 바꾸면 될 일인데요. 그럼 새로 짓는 것보다 훨씬 빠르잖아요.”
음. 듣고 보니 괜찮은 방법 같았다. 스포츠센터로 리노베이션을 하려면 꽤 넓은 건물이 필요하다. 리노베이션은 리모델링보다 넓은 의미다. 건축법규에 따른 증·개축, 대수선, 용도 변경까지 가능하니 건물만 잘 찾으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문제는 적당한 건물이 있을까하는 점이다.
적당한 건물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가격 등을 생각해서라도 좀 낡은 건물이라야 한다. 그리고 입주자 문제도 원만히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스포츠센터가 들어설 정도의 규모는 되어야 한다. 아마 입맛에 딱 맞는 건물을 찾기는 힘들 것이다. 그래도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나중에 포기하는 일이 생기더라도 한 번 찾아는 봐야겠다 싶었다.
안 되면 새로 짓고 있는 건물에 입주하는 방법이라도 찾으면 될 것 같다. 시연이의 조언 덕분에 굳었던 머리가 맹렬하게 다시 회전하는 느낌이었다. 그것도 수영장 시설을 집어넣으려면 용도 변경 등 까다로운 절차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이대로 당하고만 있기에는 그동안 노력한 시간이 너무 억울했다.
품에 안겨 나를 올려다보는 시연이의 모습이 너무나 기특했다. 그녀의 단순한 아이디어가 어쩌면 우리 팀의 숨통을 틔울 수 있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이쁜 녀석. 넌 역시 행운의 여신이었다. 나는 그녀를 와락 껴안고 열심히 키스를 퍼부었다.
“헉. 도... 동수씨. 수.. 숨 막혀요. 히잉.”
◆ 시연이네 집.
시연이는 집에 돌아와 컴퓨터부터 켰다. 그리고 자신을 ‘윤시연’으로 인정해주지 않는 카페로 들어갔다. 카페에 사진을 올려보라는 동수의 말에 따를 생각이었다. 우선 사진 폴더를 열어 마음에 드는 사진을 골랐다. ‘동수씨와’라는 이름의 폴더였다. 이름답게 그 폴더 안에는 동수와 시연이가 함께 찍은 사진들이 있었다.
“내 사진만 올리는 것보다 동수씨와 함께 찍은 올리는 게 더 신뢰감이 갈 거야.”
< 제가 정말 윤시연 맞아요. ㅠㅠ >
- 안녕하세요. 운영자님. 안 믿어주실 것 같아서, 남자친구와 함께 찍은 사진 몇 장 올립니다. 제 책을 읽고 소감을 남기신 고마운 분들에게라도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어요. 정말 윤시연 맞으니 강퇴는 말아주세요. 좋은 소식 기다릴게요. ^^;
시연이는 글과 함께 동수와 찍은 사진 3장을 올리고 씻기 위해 욕실로 들어갔다. 시연이가 씻고 있는 동안 그녀가 올린 게시물에서는 작은 소동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 정말 우리 시연님일까?
- 아닐 거야. 시연님 옆에 있는 곰 같은 남자가 합성했을거야.
- 합성 아닙니다. 전문 포토그래퍼로서 말씀드립니다. 저는 버클리에서 사진 공부를 했습니다. 세계적 사진 작가인 스티브 맥커리님 밑에서 조수로 일했죠. 그리고 김중만님과 함께 일한 적도 있습니다. 그런 제가 말씀 드립니다. 합성 아닙니다.
-니가 스티브 맥커리 밑에서 일했으면, 나는 카르티에 브레송의 아들이다. 그렇지만 저 사진이 합성이 아닌 것은 확실함.
- 운영자 뭐하삼? 빨리 시연님이 글 남길 수 있도록 조치하지 않고.
- 운영자!!!!!!!
- 야!!!!!!! 운영자.
============================ 작품 후기 ============================
아직도 제 글에 대한 제목을 올려주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설문조사는 끝났지만, 정말 감사합니다. 재미있는 제목도 있더라고요.
새 단장을 해서 그런지, 최근 줄어들던 선작수가 다시 늘었습니다. 여러분의 조언 덕분인것 같습니다. 그리고 코멘트에도 남겼지만, 수정한 프롤로그가 처음부터 제 글을 읽어주신 분들에게는 재미를 반감시킬 수 있다는 사실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재미있는 글을 써서 보답하겠습니다.
가시기 전에 선추코 잊지 말아주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