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75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혔다. =========================================================================
(제 글에서 등장하는 상호와 이름들은 현실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Rrrr
“네. 마동수입니다.”
“안녕하셨습니까? 마동수 고객님. 저 국민은행 박 차장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계좌이체문제로 전화를 하려고 했는데, 직접 전화가 왔다.
“네. 일이 잘 된 모양이죠?”
“그렇습니다. 잔금을 모두 납부해서 오늘부터 고객님이 그 빌딩의 소유권은 취득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소유권이전등기촉탁신청만 하시면 등기권리증을 확보할 수 있고, 등기부등본상 제 3자에게 공시할 수 있게 됩니다.”
“소유권이전등기촉탁신청이라는 것 복잡한 건가요?”
“아닙니다. 필요하시면 저희 법무팀에서 대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요? 그럼 그렇게 해주세요. 고생하셨어요.”
“고생은 뭘요. 저희가 도움을 받아 감사한일이지요.”
당연히 감사해야지. 지들이 가지고 있는 악성채권을 해결해준 것이나 마찬가진데.
“아 그리고 제가 불러주는 계좌로 3억 이체 가능합니까?”
“그럼요. 해드려야지요. 절차에 따라 본인확인과 보안카드 확인만 해주시면 바로 이체 해드리겠습니다. 우선 계좌번호부터 불러주세요.”
역시 은행 VIP는 좋다. 뭐든지 알아서 해결해준다. 돈을 이체하고 나니 마음이 개운해졌다. 그만큼 내 통장 잔고도 텅 비었다. 이제 내 통장에는 꼴랑(?) 3억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요트 산다고 1억 7천 내면, 잔고는 1억 5천도 안 된다. 월급통장도 시연이가 관리하니 돈 들어올 곳이 별로 없다. 그래도 새로 구입한 건물에 대한 서류정리가 마무리되면 이자를 제외하고도 매달 2,500만 원 정도 들어와서 다행이었다. 원래 건물 소유권이 완전히 넘어오면 리모델링이라도 해서 외관을 산뜻하게 바꾸고 임대료나 좀 올릴까 했는데, 당분간은 돈이 없어서 안 될 것 같다.
오후에 과장님이 오셔서 다시 협상에 들어갔다. 며칠간의 협상으로 다들 지친 표정이었다. 표정을 보니 오늘은 뭔가 진전이 있을 것 같았다. 하루 4 ~ 5시간을 ‘된다. 안 된다.’를 가지고 싸웠으니 힘들만 했다. 유예기간을 한쪽은 5년, 다른 한쪽은 3년이니 사실 결론은 나왔다. 회의에 들어가 한참을 옥신각신하다가 결국 4년으로 합의를 보고 배당률에 대한 논의를 하기로 했다.
“다들 지치신 것 같으니까 배당률은 저희가 최대한 양보하죠. 그냥 30%로 갑시다. 괜찮죠?”
과장님의 과감한 발언에 다들 웅성웅성 거렸다.
“정말이십니까? 다른 말하기 없깁니다.”
“물론입니다. 합의 보시겠습니까?”
내가 볼 때는 과장님도 지치셔서 꼬장을 부리시는 것이다. 우리가 배당률을 30%로 하겠다는 이야기는 총 배당률을 그렇게 정하자는 이야기다. 그러니까 총 배당률을 다시 지분 비율인 6 : 4 로 나누면 결국 12%를 지급하겠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그냥 30%라고 했으니 저쪽에서는 오해를 한 것이다. 실현 가능한 순이익에서 원래 윤 스포츠센터 몫이 40%인데, 여기서 30%를 준다는 이야기는 배당률이 무려 75%나 된다는 말이 된다. ‘아’다르고 ‘어’다르다고, 정말 현격한 차이이다. 서로 엄청난 오해를 한 것이다.
“그럼. 그렇게 합시다. 조 과장님 이제 보니 아주 통이 크네 그려.”
윤 스포츠센터의 대표 한 분이 과장님의 속내를 파악하지 못하고 바로 합의를 하려고 했다.
“배당률은 75%라고 확실하게 명시해주세요.”
바로 지적하는 사람이 있었다. 한두 명은 속일 수 있어도, 금방 들통 날 꼼수였다. 누구였나 보니 역시 협상 때문에 윤 스포츠센터에서 투입된 사람이었다. 저 사람 덕분에 우리도 지금 개고생하고 있는 셈이다.
“저는 30%라고 말씀드렸는데요?”
“하하하. 조 과장님. 말장난은 그만하시죠. 다들 지치신 것 같으니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죠. 그만 나가들 봅시다.”
아직 정확힌 뜻을 파악하지 못 한 사람도 그 사람의 이야기에 우르르 따라 나갔다.
“너무 티 나는 꼼수를 부리셨어요.”
“그러냐? 답답해서 그냥 장난 좀 쳤지. 그런다고 그냥 나가냐? 내일 또 와야 하네.”
과장님이 원래 저런 분이 아닌데, 5개월의 기다림과 결론이 나지 않는 회의만 계속하다보니 장난을 좀 심하게 치셨다. 과장님이 장난을 친 사실을 이해하면 당연히 윤 스포츠센터 사람들도 화를 낼 것이다. 결국 오늘 회의도 이걸로 끝이다. 이게 다 우리 오너 때문이다. 그 양반이 이 업무 관련 직원들 모두를 긴장하게 만들어서 안하던 행동까지 하게 만들었다. 역시 무서운 분이 틀림없다.
“내일은 김 대리님도 같이 오죠.”
“김 대리는 왜? 성격이 까칠해서 이런 회의에 별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데.”
“일단 과장님이나 나나 지쳤지 않습니까? 새로운 피가 필요하죠. 그리고 그동안 우리가 너무 유들유들하게 행동했습니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실실 웃으면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저쪽에서도 강하게 나오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김 대리가 필요하다?”
“그럼요. 왜 경찰도 용의자 취조할 때, 착한 경찰 나쁜 경찰 놀이 하지 않습니까? 한 성격하는 사람이 등장해줘야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양반처럼 협상에 임했는지 깨닫겠죠.”
“음. 그것도 괜찮을 것 같네. 그렇지 않아도 내가 오늘 깽판을 쳐버렸으니 내일은 저쪽도 만만치 않게 나올게 분명하고, 이럴 땐 김 대리의 독설이 필요할지도 모르지. 그렇게 하자고. 왠지 내일이 기대된다. 가자고. 마 대리.”
다음날 우리와 함께 온 김 대리는 정말 무시무시한 협상능력을 보였다. 처음 보던 내게 했던 그런 막말은 전혀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아픈 곳을 콕콕 찌르는 독설로 좌중을 압도했다.
“협상을 하겠다는 의지는 있으세요?”
“조삼모사 하는 원숭이도 아니고 왜 자꾸 눈앞의 이익만 가지고 싸우려고 하세요.”
“그건 다섯 살짜리 코흘리개 꼬마도 알 수 있는 일 아닌가요?”
“대체 이해할 수가 없군요. 전체 이윤이 적으면 경기가 안 좋아서 그럴 수 있으니 배당률을 줄이고 긴축재정을 하고, 이윤이 많아지면 배당률을 높이자는 이야기가 그렇게 이해가 가지 않으세요. 계산이 안 되세요?”
나는 왜 김 대리가 협상에 임하지 않는지 절실하게 깨달았다.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 저렇게 무서운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다니 정말 대단한 여인이었다. 정말 저러면 안 되는데, 문제는 저 말이 통한다는 것이었다. 평범한 다른 사람들은 그냥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변해서 씩씩거렸지만, 냉정하게 협상을 지켜보던 뉴페이스에게는 제대로 먹혀들었다. 똑똑한 사람에게 정확한 근거를 가지고 조목조목 따져가며 냉철하게 논쟁을 벌이다보니 뉴페이스의 페이스가 점점 말려버렸다. 그 사람이 아무리 똑똑해도 협상 당사자는 아니다. 결국 5개월 동안 협상을 준비한 김 대리의 방대한 자료에 녹다운이 되고 말았다.
원래 과장님과 내가 원한 것은 이게 아니었다. 싸늘한 미녀가 싸가지 없이 말을 막 하다가 사라지면, 열 받아 있는 윤 스포츠센터 사람들에게 다가가 좋은 사람의 얼굴로 살살 달래며 원하는 바를 뽑아낼 생각이었다. 그런데 김 대리가 제대로 한 방 날려버렸다. 그때부터는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되었다. 그렇다고 터무니없는 조건을 제시한 것은 아니다. 우리 회사에 적을 두고 있다고 해도, 윤 스포츠센터 또한 나와는 각별한 곳이다. 그런 내가 봐도 충분히 상식적인 조건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회사로 돌아가 모든 보고를 마치고 나니 속이 후련했다. 협상을 이번 금요일까지는 할 것 같다는 예상을 했는데, 이렇게 빨리 끝날 줄은 몰랐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양 팀장과 이 대리도 안녕이다. 그래도 약간 불안했다. 스페셜 원이 끼어드는 바람에 과장님의 공로가 인정되지 않으면 팀장 대우로의 승진이 물 건너갈 수도 있었다. 제발 그 일만은 일어나지 않기를 열심히 기도했다.
“헉. 시연아 조심. 조심해. 스톱.”
“끼익...”
협상은 마무리가 됐고 위에서 최종 결재가 내려올 때까지는 당분간 칼 퇴근이라, 요즘은 시연이 운전연수를 핑계 삼아 매일 만나고 있었다. 나는 시연이에게 운전을 가르치면서 절대 화를 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결심이 언제 깨질지 모를 위태위태한 상황이 계속 되었다.
“히잉. 동수씨. 제가 운전을 너무 못하죠?”
“아냐. 잘하고 있어. 처음부터 운전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 속도만 내지 않으면 돼.”
말은 그렇게 해도 너무 불안했다. 나는 시연이에게 레이서의 본능이 숨어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인적이 거의 없는 한적한 도로로 나와 운전을 시작한 시연이는, 운전석에 앉자마자 거의 본능에 가깝게 액셀러레이터를 밟아댔다. 인적이 드물다고 해도 큰 도로가 아니고 조금 구불구불한 코스가 있는데도 그냥 일단 밟고 봤다. 자세는 정말 좋았다. 처음 배우는 다른 여자들처럼 핸들에 바싹 붙어 앉지도 않고, 긴팔과 다리를 이용해 여유로운 자세로 운전을 한다. 그러데 속도가 문제다.
“그게 살짝 밟는다고 밟는데, 확 나가네요. 제가 언제쯤 잘할 수 있을까요. 저도 동수씨처럼 멋있게 한 손으로 핸들을 돌리고 싶은데.”
꿈도 야무지다. 나도 처음 1년 정도는 열심히 두 손으로 핸들을 돌렸었다. 그러다가 손에 점점 핸들이 익으면서 한 손을 사용하게 된 것이다. 원칙적으로는 두 손으로 운전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그런데 시연이는 내가 운전하는 모습만 보고 자꾸 나를 닮고 싶어 했다. 카메라도 그러더니 항상 눈높이만 높은 것이 문제였다.
“그건 아직 일러. 1년 정도는 차를 운전해야 익숙해질 수 있어. 그때까지는 두 손으로 안전하게 운전하도록 하자. 자 다시 출발.”
“네. 운전도 열심히 하도록 할게요. 아자븅. 가자! 모닝아.”
“워. 워. 속도가 너무 빨라. 시연아. 속도 줄여. 브레이크. 브레이크.”
“끼익...”
슬슬 인내가 한계에 이르기 시작했다.
“이게 빠른 건가요? 전혀 빠른 것 같지가 않은데.”
내가 겁먹어서 그럴 수도 있다. 불안한 운전자가 운전하는 차의 조수석에 앉아있으면 마음이 조마조마할 수밖에 없다. 보통은 내버려둬도 알아서 잘하는데, 왠지 자꾸 옆의 차와 부딪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야 좀 조심해.’라고 했다가 싸우기도 한다. 그래도 시연이는 너무 속도를 낸다. 급하지 않은 경사로라고 해도 일단 커브길이 나오면 속도를 줄이면서 들어가는 것이 원칙인데, 커브길에서 속도를 더 낸다.
“시연아. 일단 커브길이 보이면 속도를 줄여야 해. 굳이 브레이크는 밟지 않는다고 해도 액셀러레이터에서는 발을 때야지.”
“그런데 커브길에서 속도를 내면 뭐랄까 속도가 붙는 게 확 느껴져서 자꾸 밟게 되네요. 미안해요. 동수씨. 저 때문에 고생이죠?”
“아냐. 괜찮아. 그럼. 괜찮고말고. 속도만 내지 않으면 돼. 그리고 미안하다는 소리도 하지 말고.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잖아. 자. 다시 출발하자.”
“히히히. 네. 가자. 모닝아.”
다행히 시연이의 운전이 점점 나아졌다. 원래 운동 신경이 있던 녀석이라서 그런지 빨리빨리 배웠다. 그래서 걱정이다. 저렇게 쉽게 배우다보면 자신감이 붙어 너무 쉽게 속력을 내기도 한다.
“그렇지. 아주 잘하고 있어. 그럼 우리 진짜 차도로 달려볼까?”
“차도로요? 괜찮을 까요?”
“괜찮아. 지금 시간에 달려봐야 속도 낼 수 있는 길도 없고. 방어운전만 확실하게 하면 사고가 나도 그냥 가벼운 접촉사고가 전부야. 겁먹지 말고. 천천히 달려보자.”
큰 도로로 나가서 운전해도 곧잘 했다. 가끔 너무 빨리 달리려고 하면 그때만 제지를 할 뿐 웬만하면 그냥 내버려뒀다. 그래도 마음은 정말 조마조마했다. 금방이라도 옆의 차에 부딪칠 것 같아서 온 몸에 힘이 들어갔다.
요령이 생겼다고 끼어들기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사이드미러가 익숙할 리가 없으니 너무 막무가내로 들이밀었다. 얘가. 얘가. 아주 겁도 없다. 일단 대가리부터 들이밀다 보니 옆의 차가 놀라서 차를 멈추는 경우도 있었다.
“빵. 빵. 빵. 빵. 빵. 빵. 빵.”
“야이 미친년아. 그 따위로 운전하려면 집에 가서 발 닦고 잠이나 자.”
결국 참지 못한 어떤 운전자가 창문을 내리고 욕을 하고 가버렸다. 시연이가 실수를 했다고 해도 욕하는 놈을 보니 욱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시발. 처음부터 잘하는 새끼가 있었어.’라고 반박하고 싶어도 이미 그 차는 저 멀리로 사라져버렸다. 그때부터 시연이의 자신감이 뚝 떨어졌다. 보다 못한 나는 일단 갓길로 세우게 하고 내가 차를 몰아 한적한 곳으로 이동했다.
“아까 그 말에 많이 놀랐어?”
시연이는 대답은 하지 않고 고개만 도리도리 흔들었다.
“그럼 화가 났나보네?”
“쪼금요.”
“앞으로 계속 운전할거지?”
“네. 해야죠. 재미있어요. 운전. 아까 기분이 좀 나빴지만 금방 괜찮아질 거예요.”
“계속 운전할거면 앞으로 별의 별 사람들을 다 만나게 돼. 아까 같은 사람? 그 정도는 양반이야. 자동차로 막 위협하는 미친 인간들도 있거든. 그리고 우리나라는 여성운전자들을 좀 무시하는 경향이 있잖아. 그래서 더 말을 쉽게 해. 그 말 다 신경쓰다보면 운전 못해. 신경 쓰지 말고, 실력을 키우면 돼. 우리 어머니도 얼마나 운전을 잘하시는데.”
내가 조근조근 이야기를 하자 시연의 표정이 다시 밝아졌다. 그 미소를 보니까 내 마음도 편했다. 사실 아까 운전 중에 나도 정말 시연이에게 큰 소리를 낼 뻔 했었다. 그런데 웃는 시연이를 보니 참기를 잘했다 싶었다. 운전 연습하다가 부부싸움 많이 한다고 하더니 그 마음을 조금 알 것 같았다.
“정말 어머님이 그렇게 운전을 잘하세요?”
“그럼. 완전히 카레이서라니까. 그래서 좀 무서워. 운전 경력이 20년이 넘으셨는데도 지금까지 무사고야. 그러니 시연이 너도 금방 잘할 수 있을 거야.”
모르겠다. 시연이가 나중에 어떤 운전자가 될지는. 인터넷에서 조롱하는 소위 ‘김 여사’가 될 수도 있고, 우리 어머니처럼 20년 무사고의 배태랑 운전자가 될 수도 있다. 가끔 말도 안 되는 사고를 치는 여성 운전자가 있어서 전체가 무시 받지만, 결국 인명피해까지 이어지는 큰 사고를 내는 사람들은 운전이 미숙한 사람이 아니라 의외로 자기 실력을 과신하는 베테랑 운전자들인 경우가 많다. 자신의 운전 실력을 과신하는 방심과 급한 성격 때문이다. 실력이 늘지 않아 운전할 때 벌벌 떨면서 해도 좋으니 제발 우리 시연이는 그런 난폭한 사람들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 다시 운전 해보자.”
“네. 이번에는 저도 잘할게요.”
내 이야기에 자신감이 붙었는지 잘 운전하던 시연이는 결국 사고를 치고 말았다. 집 근처로 오던 도중 내 얼굴을 보며 이야기를 하려다가 커브길을 늦게 발견하는 바람에 브레이크 밟는 타이밍이 늦어버렸다. 결국 내차 모닝의 오른쪽 타이어가 보도블록을 살짝 긁으면서 쭉 찢어지고 말았다.
렉카를 불러 차를 견인했고, 우리는 차 뒷좌석에 앉아 정비소로 끌려가는 처량한 신세가 되었다. 아까 말 취소다. 과속하는 난폭한 운전자도 싫지만, 운전 실력도 빨리 늘었으면 좋겠다. 우어어. 불쌍한 내 모닝.
◆ 시연이 집.
집으로 돌아온 시연이의 표정이 밝았다.
“아빠. 아빠.”
“응. 아빠 여깄다. 왜? 무슨 일 있어?”
“나 오늘 운전 연습했어요.”
“네. 동수씨랑 같이요. 히히히.”
“끄응. 동수씨? 그래 사고는 안 내고 잘 했어?”
“그게 있죠. 보도블록에 살짝 긁히는 바람에 타이어가 찢어졌어요.”
윤 사장은 딸이 사고를 냈다는 말에 깜짝 놀랐다.
“어쩌다가? 어디 다친 곳은 없어?”
“괜찮아요. 모닝 타이어만 찢어졌어요.”
“모닝? 마 대리 차가 모닝이었어?”
“두 대 가지고 있어요. 하나는 BMW X5라고 했나? 그거고. 하나는 회사 출근할 때 사용하는 모닝요. 그거 엄청 귀여워요.”
“그래서? 네가 운전 연습을 하는데 BMW인지 뭔지는 아까워서 모닝으로 연습했다 이 말이네?”
“그건 아니죠. 그 차는 너무 커서 모닝으로 먼저 연습을 한 거죠.”
“남의 집 귀한 딸을 그런 경차에 태운단 말이지? 고얀 녀석. 내일 당장 차부터 사자.”
“차요?”
“그럼. 그녀석이 아까워서 너한테 못 맡겼다는 BMW X5? 그걸로 바로 사주마.”
“전 작고 귀여운 차고 좋은데.”
“그래? 그럼 거기서 나오는 쿠펜가 쿠펀가 그걸로 사면되겠네. 내일 당장 아빠랑 매장으로 가자. 에잉. 나쁜 녀석 같으니라고.”
“아빠 그러지 마요. 우리 동수씨가 왜 나빠요. 나 운전 가르쳐주면서 화도 안내고 얼마나 잘해줬는데요. 그런데 아빠?”
“응?”
“차는 내일 동수씨랑 같이 가서 고르면 안돼요?
“...”
============================ 작품 후기 ============================
새로운 챕터의 시작입니다. 오늘은 3연참입니다. 손가락 뼈마디가 쑤셔요 ㅠ
시연이 운전하는 부분에서 혹시 짜증나지 않으셨나요? 저는 제가 써놓고도 짜증이 부글부글. 역시 저도 주인공처럼 마음이 넓은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ㅎ
여러분의 추천과 코멘트는 제게 큰 힘이 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