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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가 전부는 아니야-74화 (74/424)

00074  도랑 치고 가재 잡고, 님도 보고 뽕도 따고.  =========================================================================

(제 글에서 등장하는 상호와 이름들은 현실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주말이 끝나고 부모님은 고향으로 내려가셨다. 그래도 당분간 서울로 자주 올라오신다고 하셨다. 첫 손주니 오죽 좋으실까 싶었다. 우리 집 일도 그렇고 시연이와의 관계도 술술 잘 풀리는데, 회사일은 월요일에도 진전이 없었다. 부장님도 은근히 신경을 쓰시는 것 같았다. 주말 빼면 일 시작한지 겨우 이틀 지난 것이지만, 오너께서 적극적으로 움직이셨으니 부장님도 조급증이 생기실 만하다. 과장님도 스트레스가 쌓이셨는지 같이 일하는 준호를 데리고 술자리를 가졌다. 술 마신다고 딱히 일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그렇게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 우리 직장인들의 삶이다.

3차로 치킨 집에 들러 치맥을 먹고 있을 때, TV뉴스에서 비리관련 이야기가 특종처럼 쏟아져 나왔다. 또 정부의 누군가가 큰 비리를 저질렀던 모양이다. 하여간 저놈의 비리는 어떻게 끊이지를 않는다.

“만날 저렇게 뒤로 뇌물을 받으니까 우리나라가 이 모양 이 꼴이야.”

일이 잘 안 풀리니 과장님도 뉴스를 보며 투덜거리셨다. 나야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과장님은 거의 5개월 가깝게 이 일만 하고 계시니 그럴 만도 했다.

“그러게요. 저렇게 뇌물을 받으면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가는데 말이죠.”

“너희들도 조심해.”

“네? 우리가 뭘 조심해요?”

“혹시 윤 스포츠센터에서 선물이라도 주면 받지 말란 말이다. 그게 다 업무상 배임이야. 알아들어? 에잇, 치사한 윤 스포츠센터.”

결국 과장님의 화는 협상의 대상인 스포츠센터로 향했다. 그런데 과장님의 말을 듣다보니 뭔가 찝찝했다. 내가 로열티명목으로 받는 돈도 오해의 소지가 충분히 있었다. 아무리 근거가 확실하다고 해도 스포츠센터에서 주는 돈을 받고 있는 직원이 협상을 진행한다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었다.

지금이야 합의를 하지 않았으니 문제는 전혀 없다. 그런데 합의를 한 이후가 문제다. 협상이라는 것은 서로 조금씩 양보하며 적당한 선에서 합의를 보는 과정이다. 따라서 누구에게도 100% 만족을 주지는 못한다. 만약 협상 당사자인 내가 윤 스포츠센터로부터 돈을 받는 사실이 알려진다면 회사입장에서는 당연히 찝찝할 수밖에 없다. 혹시라도 내가 윤 스포츠센터로부터 돈을 받은 것 때문에, 일부러 회사가 불리하게 계약서를 만든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처음에는 모른척할 수 있다. 그런데 나중에 가칭 ‘D&Y 휘트니스 클럽’이 정상화 되었을 때, 이 문제를 핑계 삼아 윤 스포츠센터를 퇴출시킬 카드로 이용할 수도 있다. 그게 불가능 하다고 해도, 최소한 당사자인 나는 구설수에 올라 회사를 그만둬야 하는 상황에 몰릴 수밖에 없다. 지금도 내게는 양 팀장과 이 대리라는 적이 있고, 나중에 고 이사와 함께 일하게 되면 적은 더욱 많아지게 될 것이다. 내가 지금 이 일을 해결하지 않으면 언제 비수가 돼서 나 또는 고 이사를 공격할지도 모른다. 나야 억울해도 그만두면 되지만, 나로 인해 고 이사가 피해를 입는 것은 싫다.

이런 고민이 시작되자, 술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신경도 쓰이지 않았다. 가장 좋은 방법은 내일이라도 당장 윤 스포츠센터에 돌려주는 것이다. 아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돈 문제만 깨끗이 해결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 오히려 지금까지 협상을 질질 끌고 왔던 것이 내 입장에서는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그런데 사람 마음이라는 것이 간사한 게 내 손에 들어왔던 돈을 꺼내놓기가 좀 아까웠다. 상황이 긍정적으로만 흐른다면, 20년 동안 140억이라는 막대한 수익이 생기는 건수다.

술자리를 파하고 집에 돌아와서도 계속 고민을 했다. 내 수중에 이미 백억 이상의 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욕심이 생기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게다가 그 돈을 믿고 과감하게 건물을 샀는데, 갑자기 그 돈이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불안한 마음도 생겼다. 그렇게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은 그냥 쿨하게 돌려주기로 마음먹었다.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돈이 얼마나 위험한지 형진이 덕분에 충분히 깨달았기 때문이다. 내일 윤 사장님께 돈을 돌려줘야겠다고 마음먹었는데, 갑자기 머리를 휙 하고 지나가는 꼼수가 생각났다. 내게는 시연이가 있었다. 이 일을 잘 포장하면 윤 사장님과 시연이 모두에게 점수를 딸 수도 있는 일이었다.

다음날 나는 과장님께 윤 사장님과 단독면담을 해보겠다며 보고를 하고 시연이가 있는 학교로 왔다. 시연이를 먼저 보고 강남으로 넘어가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문자를 보내놓고 있으니 다음 시간이 공강이라며, 잠시만 기다리라는 메시지가 왔다. 조금만 기다리니 시연이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멀리서부터 열심히 달려오고 있었다. 그녀를 보자 주말에 나눴던 조금 진한 스킨십이 생각나 심장이 콩닥콩닥 뛰었다.

“동수씨. 이 시간에 어쩐 일이에요?”

“잠깐 얼굴 보러. 할 말도 있고. 길 건너 스타벅스라도 가자.”

시연이를 데리고 카페로 가서 아메리카노와 카라멜마끼야또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다.

“내가 윤 사장님에게 돈을 받는 게 있어.”

“아빠한테요? 왜요?”

다짜고짜 돈을 받는다고 하니 시연이는 약간 정색을 했다.

“이상한 생각하지 말고. 전에 나랑 같이 준비했던 탁아소 있지.”

“네. 요즘 그 일이 잘된다는 이야기는 들었어요.”

“그게 처음부터 내가 계획하고 만들었던 일이잖아.”

“저도 그래서 동수씨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는걸요.”

“정확하게 뭐라고 해야 하나. 일종의 로열티 비슷한 것을 받게 되었거든. 내가 만든 아이디어니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싶다고 하시면서.”

“그런 일이 있었어요? 그럼 잘된 일이네요.”

대강의 자초지정을 듣자 정색했던 시연이의 얼굴이 풀렸다.

“응. 안주셔도 그만인데, 정당한 대가라면서 자꾸 받으라고 해서 염치불구하고 받았어.”

“그럼요. 잘하셨어요. 일한만큼 받는다. 항상 우리 아빠가 하시던 말씀인걸요.”

“아무튼, 월급통장도 관리하는 김에 그 돈도 네가 관리해보라고. 월급 통장은 세금 문제도 있고 해서 내 명의로 해야 하잖아. 그런데 윤 사장님으로부터 받게 될 돈은 완전히 시연이 네 명의로 해서 마음껏 관리해봐.”

“네? 얼마나 되는 돈 인데요?”

시연이의 질문에 나는 내가 받은 계약금과 앞으로 받게 되는 돈에 대해서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복권까지 이야기 했는데 돈 문제에 대해서 거짓말을 할 일은 없었다.

“그렇게 많이요. 너무 많은데, 제가 잘 할 수 있을까요?”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마. 일단은 정기예금으로 넣어두고 거기서 일부분만 따로 준비해서 펀드를 구입하든 주식을 투자하든 네 마음대로 해보는 거지. 손해 보면 다시 일부분만 가져와서 다시 해보고. 그러다보면 늘 수밖에 없어.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거든.”

“그래도 동수씨 돈인데.”

“왜? 월급통장 달라던 패기는 어디가고? 내가 노력해서 번 돈을 관리하고 싶다며. 윤 스포츠센터에서 받는 돈이지만, 그것도 내가 노력해서 받는 돈이야. 그러니까 부담 가지지마. 내 돈이 네 돈이라고 생각하고 편하게 관리해봐. 난 너 믿어.”

“정말 저를 그렇게까지 믿어주는 거예요? 고마워요. 동수씨. 제가 정말 알뜰한 여자의 모습을 보여줄게요. 히히히.”

돈을 돌려주기 싫어서 시연이를 이용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물론 결혼하게 된다면 부부니까 누구 돈인지가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그렇게 따지면, 그 돈을 윤 스포츠센터에 그냥 돌려준다고 해도 결국 언젠가는 시연이게로 갈 돈이다. 어젯밤에 고민하면서 돈에 대한 미련은 버렸다. 그 돈이 없다고 해도 내가 앞으로 살아가는데 전혀 불편함은 없을 것이다. 기왕 돌려줄 거 좋은 모양새로 돌려주면 받는 사람도 부담스럽지 않다. 내가 원하는 것은 그것이다.

나는 단지 이 일을 이용해 시연이와의 관계를 좀 더 돈독하게 하고 싶었다. 주말에 있었던 부모님 일도 그렇고, 나를 먼저 좋아했다는 이유만으로 그녀는 나를 위해 너무 많은 애를 쓰고 있다. 좀 편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여러 가지 방법으로 내 마음을 표현하겠지만, 이렇게라도 ‘내가 너를 믿는다.’는 마음을 전달해 그녀의 마음을 조금은 편안하게 해주고 싶었다. 꼼수면 어떤가? 이런 방법들이 쌓여 그녀도 좀 더 자신감 있게 나를 대한다면 서로의 미래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다.

시연이와의 대화를 마치고 나는 윤 사장님을 만나기 위해 강남으로 넘어갔다.

“왜? 협상이 쉽지 않아? 설마 그래서 부탁하러 온 것은 아니지?”

윤 사장님은 내가 당신을 찾아온 것에 대해 은근히 기분이 좋아보였다. 내가 좀 살랑거리면서 고개라도 숙이기를 바라셨는지도 모른다. 협상을 하게 될 회사의 사장님이기 전에 시연이의 아버님이기 때문에 나도 그러고 싶다. 그런데 자꾸 신경을 건드리신다. 은근히 약을 올리시다가 내가 뭔가 반응을 보이면 그것을 즐기신다. 그러니 내가 고분고분 해드릴 수가 없다. 내가 고개를 숙이고 고분고분해지면 그 순간은 즐거우실지 모르지만, 얼마못가 금방 심심해지실 것이 뻔하다. 그럼 또 나를 괴롭히려고 들지 모른다. 이왕 괴롭힘 당할 거 당당하게 당하자는 것이 내 마음이다.

“협상이야 어떻게든 되겠죠. 다른 용건입니다.”

“다른 용건?”

“그 로열티건 돌려드리려고요.”

“뭐라? 내가 그 돈 돌려주면 협상은 없을 것이라고 했을 텐데.”

“저도 돈이 생기면 좋죠. 그런데 생각해보니 오해의 소지가 있겠더라고요.”

“무슨 오해? 내가 정당한 가치를 책정해 돈을 주겠다는데, 누가 오해한다고 그래?”

윤 사장님은 내가 까칠하게 군다고 생각하시고 조금 역정을 내셨다.

“제가 지금 윤 스포츠센터와 협상 중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윤 스포츠센터에서 주는 돈을 받는다고 하면 저희 회사에서 저를 좋게 볼 리가 없겠죠. 배신자라는 소리를 들을지도 모릅니다.”

“음. 그건 또 그럴 수 있겠네.”

“그래서. 괜히 뒷말이 나오기 전에 오늘 돈을 돌려드리려고 합니다.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윤 스포츠센터에도 피해가 갈 수 있습니다.”

“우리가?”

“물론 정당한 대가입니다. 그런데 뭐가 좀 꼬인 사람들은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제가 뇌물을 받고 윤 스포츠센터를 위해 계약을 유리하게 해준 것이라고 이야기가 분명히 나옵니다. 협상이라는 것이 결국 서로가 양보하는 것이지 않습니까? 나중에 일이 정상화 되면 어떻게든 핑계를 만들어 윤 스포츠센터를 퇴출시키려고 들지도 모르죠.”

“그럼 계약 안하면 그만이네.”

역시 이렇게 나오실 줄 알았다. 누구에게 아쉬운 소리 하는 것을 체질적으로 싫어하시는 분이다. 스포츠센터 사업의 성공도 오직 뚝심으로 이루어낸 결과가 분명할 것이다.

“에이, 겨우 코 묻은 돈 때문에 미국에서 마스터로 불릴 기회를 놓치시겠다고요?”

나는 윤 사장님이 내게 돈을 주시면서 코 묻은 돈이라고 했던 말씀을 인용했다.

“흠.”

“대신.”

“대신?”

“제 모든 권리를 시연이에게 양보하겠습니다.”

“시연이에게?”

윤 사장님이 내게 주지 않아도 될 돈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지적재산권에 대한 인식이 약하다. 내가 아주 특별한 아이디어를 냈다면 모르겠지만, 결국 틈새시장 하나를 공략했을 뿐이다. 정식으로 내게 컨설팅을 의뢰한 경우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에서는 보통 성과급을 주지 로열티를 주지는 않는다. 솔직히 내게 주는 돈에 시연이가 아주 연관이 없다고는 말하지 못하실 것이다. 아무 상관도 없는 내게 그런 호의를 베풀기는 쉽지 않다.

결국 방식의 차이이며 명분의 차이다. 무조건 거지 적선하듯 아무 이유도 없이 내게 돈을 줬다면 당연히 기분이 나빠서 거절했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분명히 도움을 드렸고 그 도움에서 발생한 이익의 일정부분을 주겠다고 말씀하시니 내가 거절할 명분이 없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계속 거절을 하면 나만 속 좁은 사람이 된다.

“네. 시연이게 모든 권리를 양도하고 싶습니다.”

“자네가 뭔데?”

또 심술이시다. 나는 최대한 윤 사장님의 속내를 생각해서 한 말인데, 이렇게 나오시면 정말 곤란하다.

“그럼 그냥 사장님이 가지세요. 저도 쓸데없는 오해를 받는 것은 싫습니다. 그리고 제 능력을 인정해주는 것은 너무 감사한 일이지만,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윤 스포츠센터에도 피해가 가는 일입니다.”

“뭐? 그냥 나 가지라고?”

여기서 윤 사장님이 ‘아니야 그냥 시연이 줘.’라고 하면 결국 내게 준 로열티는 시연이 때문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 된다. 내게 심술부리시다가 자충수에 빠지셨다. 그래도 난 동방예의지국에서 자란 예의바른 청년이다. 어른을 너무 몰아가는 것도 예의가 아니다.

“사장님 눈에야 제가 부족하겠지만, 제가 시연이를 많이 아낍니다. 제가 가장 아끼는 사람에게 그 정도 권리야 양도할 수 있죠.”

시연이도 우리 부모님께 잘 보이려고 그렇게 애를 썼는데, 나도 노력하는 모습은 보여줘야 할 것 같았다. 주말에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많은 것을 보고 느꼈다. 그렇다고 노골적인 말은 하기 그렇고, 그냥 아낀다는 표현으로 돌려 말을 했다.

“흠. 그래? 그럼 뭐. 어쩔 수 없지. 그냥 순.수.하.게. 아끼는 마음으로 권리를 양도한다고 하니, 그렇게 하게. 서류작업은 어떻게 해줄까?”

“어차피 같이 준비한 일이기도 합니다. 제가 정말 시연이에게 양도한 것으로 하면 일이 꽤 복잡해지겠죠. 그냥 저는 권리를 포기한 것으로 하고, 시연이를 로열티에 대한 공동 권리자로 만들어 돈을 지급하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친딸이기 때문에 상속세에 대한 탈세 의심 받지 않게 정확하게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건 내가 알아서 하지.”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확실히 돈을 건넸다는 근거를 남기기 위해 계좌이체를 하겠습니다. 그리고 돌려드리는 3억 중에 1억은 저와 시연이 이름으로 기부 좀 해주세요. 돈 받았다는 사실은 언젠가는 드러나게 돼있습니다. 그때를 대비해 미담 하나 만들어 두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하여간 그놈의 잔머리는.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하지.”

정식으로 은행에 입금된 돈이기 때문에 근거가 남을 수밖에 없다. 내가 지금 돈을 돌려준다고 해도 예전에 돈을 받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시비 거는 사람이 생길 수 있다. 그렇게 시비 거는 사람이 생기면, 그때서야 ‘짜잔’하고 등장해 회사에 누가 될까봐 이미 모든 권리는 포기했으며 금액의 일부는 사회에 환원까지 했다며 잘난 척을 해줄 생각이다.

윤 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눈 후 밖으로 나오자 마음이 개운해졌다. 돈도 많은데 괜한 미련을 가지고 고민을 했었다. 돈을 돌려주는 방식도 내 마음에 들었다. 호의를 가지고 준 돈을 그냥 돌려주면 내게 가졌던 호의가 실망으로 변할 수 있다. 열심히 잔머리를 굴린 덕분에 돈은 돌려주고, 그러면서도 윤 사장님의 호의는 거절하지 않고, 게다가 시연이에게 점수도 딸 수 있었다. 도랑 치고 가재 잡고, 님도 보고 뽕도 따고.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둔 내 잔머리가 기특했다.

◆ 동수의 고향 집.

동수 어머니가 야시시한 옷을 입고 안방으로 들어왔다.

“아니. 임자. 갑자기 그 해괴망측한 옷은 뭐야?”

“당신도 참. 뭐 생각나는 거 없어요?”

“생각나는 거라니?”

“우리 큰 며느리가 선물한 장뇌삼 드셨잖아요.”

“그. 근데?”

“근데 라뇨? 그게 남자한테 억쑤로 좋다던데.”

“흠흠. 이 사람이 정말 못하는 소리가 없어.”

“있어 봐요. 내가 생각나게 해줄게요.”

“아. 아니. 잠. 잠깐만. 임자. 이. 이러지마.”

동수 어머니는 잘 준비를 하고 침대에 누우셨던 동수 아버지에게 몸을 날렸다.

============================ 작품 후기 ============================

이번 챕터는 여기까지 입니다. 소제목을 정하자마자 마무리네요.

이번 글은 크리스마스 선물(?)입니다. 손가락에 쥐가나도록 열심히 썼습니다.

남은 연말도 차분하게 잘 마무리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추천과 코멘트는 제게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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