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54 꿩 대신 닭. =========================================================================
(제 글에서 등장하는 상호와 이름들은 현실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고 이사와 술을 진탕마신 날은 일과를 거의 날려버렸다. 일은 벌써 벌려놨는데 손이 열 개라도 부족할 판이었다. 주문했던 모닝이 나왔다고 해서 영업사원에게 부탁해서 동지랜드까지 차를 가져오게 했다. 2년 정도 된 정든 내 차는 그렇게 어머니 품으로 떠나보내고, 나는 노란색의 장난감 같은 모닝의 주인이 되었다. 정말 장난감 같았다. 그동안 차에 뭘 그렇게 많이 집어 넣어놨는지 뒷좌석까지 짐을 싣고 나서야 모든 물건을 옮길 수 있었다. 괜히 경차를 구입한 것은 아닌지 후회가 되었다. 그래도 차는 잘나갔다. 999cc고 차가 가볍다 보니 예전에 몰아봤던 다른 경차와는 다르게 힘이 느껴졌다. 물론 비교적 그렇다는 이야기다. 옆에서 몇몇 직원들이 차가 예쁘다고 이야기를 해줘서 그나마 위로가 되었다. 시연이는 그래도 예쁘다고 좋아할 것 같았다.
다음날은 새벽부터 동호회 사람들이 찾아왔다. 주말 새벽이라서 그런지, 내가 올렸던 사진이 괜찮아서 그런지 20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참가했다. 내가 부탁한 다섯 분의 형님을 제외하고는 당연히 입장권을 끊게 했다. 우리 놀이공원 입장료가 13,000원이고 단체 할인하면 9,000원이다. 15명이면 무려 13만 5천원이다. 나도 땅 파먹고 장사를 할 수는 없다. 사진 콘테스트를 열려는 이유도 우리 놀이공원에 들어와 사진을 찍으려면 입장료를 내고 들어와야 하기 때문이다. 천 명만 참가해도 입장료 수입이 천삼백 만원이다. 1등 상금으로 천만 원을 주고도 남는 액수다. 고 이사가 섭외한 사진작가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한다면 그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것이다. 홍보가 목적이지만 아마 손해도 보지 않을 좋은 행사가 될 것이라 믿는다.
회원들에게는 원래 이 시간에 공개하는 것이 아닌데 특별히 공개를 한다고 오히려 내가 잘난 척을 했다. 형님들 말고는 정확한 사정을 모르기 때문에 다들 내게 고마워했다. 역시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지옥불이라도 찾아간다는 우리 동호회 사람들다웠다. 저들 중에는 형님들보다 더 유명한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우리 동호회 사람들의 실력이면 각종 블로그의 메인을 한동안 차지할 수 있는 좋은 퀼리티의 소개 글을 작성해줄 것이다. 내가 뒤에서 따로 부탁할 필요도 없다. 그만큼 이곳의 아침은 아름다운 곳이다. 이번 출사가 반응이 좋으면 여러 사진 동호회에도 홍보해서 토요일과 일요일 아침에만 개장하는 맞춤형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다. 최소 인원을 20명으로 잡으면 용돈벌이 수준이라고 해도 도움은 된다.
“똥수야. 여기 윽수로 좋네.”
경상도가 고향인 형님이 우리 공원을 자랑거리인 예쁜 정원들을 보고 감탄을 하셨다. 당연한 일이다. 놀이공원을 예쁜 정원들로 자랑한다는 것이 이상하지만 어쨌든 입소문을 타면 보다 많은 고객들이 찾아올 것이다.
“그렇죠. 형님? 제가 괜히 모시려고 했던 게 아니라니까요. 저도 처음에 여기 와보고 깜짝 놀랐잖아요. 아무튼, 잘 찍어주세요.”
“걱정마라. 회장님(동호회)에게도 잘 이야기해서 우리 카페 메인에도 한동안 올릴 수 있도록 해주꾸마.”
“고마워요. 형님. 역시 형님밖에 없다니까요.”
덩치에 어울리지도 않는 애교를 부리며 동호회 사람들을 이곳저곳 안내했다. 따로 설명이 필요 없었다. 그냥 내버려둬도 알아서 좋은 포인트를 찾아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찰칵, 찰칵.”
경쾌한 셔터음에 마음이 흐뭇해졌다. ‘그래 열심히 찍어서 열심히 날라라.’ 그렇게 속으로 기원하며 사람들이 사진 찍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봤다. 예쁘게 핀 해바라기와 맨드라미를 발견하고 접사렌즈로 렌즈를 바꿔서 찍는 사람들도 있었고, 표준렌즈로 전체적인 풍광을 먼저 담는 사람들과 망원렌즈로 여기저기를 입맛대로 당겨서 찍는 사람들도 있었다. 다들 각자의 장비와 개성에 맞게 예쁜 사진을 찍어 줄 것이다.
네 시간 정도가 지나자 사진을 거의 다 찍은 듯 한가롭게 경치를 구경하고 있었다. 어지간한 사람들이었다. 돈을 들여 들어와서 사진을 찍고 있으니 한 장이라도 더 건지려는 마음은 이해가 갔다. 나도 한때 저렇게 열심히 찍고 다녔으니 그 마음을 모를 리가 없었다. 시간은 이미 개장 시간을 지났고, 그냥 가기는 아쉽다면서 청룡열차나 바이킹을 타고 가겠다고 해서 단체할인보다 조금 더 저렴한 가격으로 티켓을 끊어줬다. 아침에 출사를 와서 입장권을 내고 사진을 찍고, 놀이공원에 왔으니 기구도 타고 음식도 먹으면 그게 다 우리 놀이공원의 수입이 된다.
대충 즐길 만큼 즐긴 사람들은 여기와 같은 여행지 코스로 잡은 광릉수목원을 가기 위해 떠났다. 그곳 말고도 다른 여행지까지 들러서 사진을 찍은 다음 광릉불고기에서 식사까지 하고 돌아갈 것이다. 그럼 다음날부터 ‘아름다운 놀이공원과 주변 여행지’라는 식의 제목을 단 소개 글들이 인터넷을 통해 주르륵 올라오게 되고 천천히 입소문이 나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생각만 해도 기분 좋은 일이다.
오후에는 ‘달인 찾아 삼만리’ 작가가 찾아왔다. 그저께 고 이사와 술을 마신 여파에서 아직 회복하지 못한데다가 오늘 아침부터 손님들을 맞았더니 온몸이 나른했다. 그래도 지금까지 내가 준비한 아이디어 중에서는 가장 파급력이 큰일이기 때문에 표정관리를 잘하고 반갑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이번 일에 대해 책임을 맡고 있는 마 동수대리라고 합니다.”
“네. 안녕하세요. 달인 찾아 삼만리 작가 김미숙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합니다.”
“아닙니다. 부탁은 제가 해야죠.”
보통 옷에 긴 머리를 대충 묶은 평범한 여자였다. 이름이 뜨기까지는 작가생활이 힘들다고 하더니 피곤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일단 차부터 한잔하시죠. 커피, 녹차, 주스, 냉수 이렇게 있습니다.”
“물 주세요.”
여름이라 갈증이 많이 났나보다.
“여기 있습니다. 여름에 여기까지 오시느라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고생은요 무슨. 여기보다 훨씬 오지도 가봤으니 걱정 마세요.”
“그래도 갑작스럽게 부탁을 해서 곤란하지는 않았는지 걱정입니다.”
“어머. 아니에요. 저희가 오히려 고맙죠. 동영상 보니까 정말 흥미진진하던걸요. 거기다 요즘 엄청 뜨고 있는 브이걸까지 섭외해주셔서 우리가 할 일이 얼마나 줄었는지 몰라요.”
역시 쇼프로그램 작가라서 그런지 붙임성이 좋았다. 그렇게 인사치레를 나누고 본격적으로 일에 대해 논의를 했다. 다른 것들은 지금부터 보면 되지만, 나는 우리 놀이공원의 아침풍경을 꼭 소개하고 싶었다. 그래서 내가 찍은 사진 몇 장과 아까 아침에 형님들이 찍어놓은 것 중 일부러 부탁해서 얻은 사진들을 함께 보여주면서 방송을 할 수 있는지 물었다.
“와. 예쁘네요. 놀이공원에 이런 곳도 있어요. 괜찮을 것 같아요. 아침에 일찍 와서 찍으면 되니까. 이런 것들도 보여주시고 준비 많이 하셨네요. 호호호”
“그럼요. 이번 기회에 우리 놀이공원을 알리려고 직원들 모두 노력하고 있습니다. 많이 도와주세요. 그리고 촬영 당일에 식사는 저희가 준비할 테니 그쪽으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네. 감사해요. 그럼 현장부터 같이 가보시죠.”
나는 작가를 데리고 공원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작가는 자기가 가지고 온 카메라로 이곳저곳을 찍기도 하고, 메모지에 뭔가를 열심히 적기도 했다. 알아서 잘하고 있는 것 같아 그냥 옆에서 묵묵히 지켜만 봤다. 그녀는 정말 열정적으로 돌아다녔다. 덕분에 나는 오늘 하루 종일 놀이공원을 헤매고 다니는 팔자가 됐다. 공기 좋은 곳에 와서 살았더니 먹는 양도 많이 늘어 살이 찔까 걱정했는데, 요즘처럼 바쁘면 오히려 너무 살이 빠질까봐 걱정해야할지도 몰랐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나서 온 작가는 저녁시간이 다 돼서야 일을 마쳤다. 나는 옆에서 음료수와 먹거리도 사주면서 최대한 환심을 사기위해 노력했다.
“이정도면 끝난 것 같아요. 여기 드리는 메모에 적힌 놀이기구는 방송 촬영시간 동안 운행을 중단해주셔야 저희가 편할 것 같아요. 시간도 같이 체크했으니 크게 무리는 없을 것 같은데 어때요?”
브이걸과 진행자가 함께 놀이기구를 타는 모습까지 찍을 예정이라 필요한 일이었다. 평일이기도 했고, 방송을 위해서라면 그 정도 불편은 감수할 용의가 당연히 있었다.
“네. 괜찮습니다. 이렇게 시간까지 지정해주셔서 저희야 편하겠습니다. 다 끝나셨으면 같이 식사라도 하러 가시죠. 제가 근처에 있는 유명한 고기 집에 예약을 해뒀습니다.”
“정말요? 고마워요.”
최대한 잘 보여야 좋은 그림들을 많이 찍고 편집도 잘 해줄 것이다. 그래서 고 이사님의 카드를 빼앗아 유명한 한우가게에 예약을 해뒀다. 덕분에 나도 공짜로 포식도 할 수 있으니 이래저래 좋은 일이다.
“참. 그날 브이걸 매니저 생일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놀이공원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동원해서 축하파티를 해줄 생각인데 그것도 촬영이 가능한가요?”
작가와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그날이 매니저 생일이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브이걸이 나를 위해 일부러 시간을 내주었다는 사실에 꼭 보답하고 싶었다. 그래서 촬영당일 저녁은 생일파티를 겸해서 동지랜드 법인카드로 시원하게 쏠 생각이다. 하는 김에 반짝이는 전구들도 켜주고 회전목마도 짜잔하고 등장시키고 폭죽도 터뜨리면 스토리도 되고, 방송 분량도 많아지니 좋을 것 같았다.
“정말요? 생일파티는 어떻게 하실 계획이신데요?”
“드라마에서 본 것처럼 하려고요. 주인공이 남자라서 웃기긴 하겠죠. 그래서 오히려 코믹이 될 수도 있고. 회전목마 주변에 전구를 잔뜩 걸어놓고 매니저가 나타나면 ‘짜잔’하면서 전원을 켜야죠. 그리고 멈춰있던 회전목마가 돌아가면서 브이걸이 선물을 들고 나타나는 거죠. 그 때 폭죽도 좀 터트리고. 또 뭐가 있을까요? 어쨌든 그렇게 한 번 해볼 생각이거든요.”
“호호호. 작가하셔도 될 것 같은데요. 좋은 것 같아요. 사연도 있고, 그림도 좋을 것 같아요. 몰래 카메라처럼 갑자기 등장하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잠깐만요. 이것도 적어놔야겠네요.”
다행이었다. 사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조금 유치했다. 그래서 ‘드라마를 너무 많이 보신 것 아니에요.’라며 욕을 먹을까 은근히 긴장했었다.
“그리고 방송 촬영할 때 관계자들의 인원수도 꼭 알려주세요. 점심도 대접하겠지만, 생일상도 같이 드셔야죠. 이사님께서 뷔페로 준비하신답니다.”
“정말요? 와, 이번 촬영 정말 기대가 크네요. 볼거리도 많고 먹을 것도 푸짐하고 감사해요. 이렇게 신경 써주셔서.”
“별말씀을요. 다 우리 동지랜드를 잘 봐달라는 뇌물입니다. 하하하.”
“당연하죠. 그날은 특별히 신경 써달라고 부탁할게요. 염려놓으세요.”
다행히 호감을 준 것 같았다. 특별히 신경 써준다고 했으니 최소한 엉망으로 만들지는 않을 것이다. 일부러 사진동호회 사람들을 미리 불렀다. 이들을 통해 입소문이 난다고 해도 당장 큰 효과를 얻기는 힘들다. 그런데 방송을 통해 전국에 알리면 사람들은 궁금해서 블로거들이 올린 소개 글을 찾아볼 테고, 그곳을 통해 우리 동지랜드에 대한 호감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이것이 바로 시너지 효과고 냉정하게 말하면 꼼수가 된다. 인근 관광지와도 어제 오후에 만나 구두합의를 마쳤다. 서로의 입장권을 가지고 오면 10%의 할인혜택을 주기로 했다. 안내책자도 서로 비치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 사실을 방송을 통해 알려줄 것을 작가에게 부탁했으니 많이는 아니지만 분명히 효과는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들도 우리 덕분에 간단하게 소개를 받게 되고, 그곳을 찾는 고객들 중에서도 우리 동지랜드에 오는 사람이 생길 것이니 서로가 좋은 일이다.
식사를 마치고 작가를 배웅하고 나서 숙소로 돌아오니 온몸이 노곤했다. 사진 콘테스트는 홍보팀에서 알아서 하기로 했으니 내가 신경 쓸 문제는 없다. 야외 결혼식도 시설과에서 세부적인 일을 맡기로 했다. 호텔과의 직접적인 협의야 계속 내가 해야 한다. 그들도 영업을 하는 사람이라 너무 노련해서 잘못하면 정말 결혼식장대여 비를 제외하고는 한 푼도 못 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여기저기에 일을 맡고 놓으니 그나마 살 것 같았다. 만약 그것까지도 내가 하려고 했으면 지금처럼 숙소에서 누워있지도 못했을 것이다.
Rrrr
시연이었다. 바쁘다 보니 자꾸 깜박한다. 중간 중간에 생각은 나는데 일하다보니 이따 해야겠다는 생각만하고 잊고 있었다.
“시연아! 보고 싶다.”
이럴 때는 이렇게 적극적으로라도 표현을 해서 서운함을 풀어줘야 한다. 키스를 나눈 다음 제대로 된 대화도 못했으니 서운함이 쌓였을 것이다.
“에? 진짜요? 히히히. 서운했는데 선생님 말씀을 들으니 괜찮아졌어요.”
“그래? 미안해. 여기 일이 많이 바쁘네. 일하는 곳이 서울이었으면 자주 얼굴 보러 갔을 텐데 선생님도 너무 서운하다. 우리 시연이 얼굴이 보고 싶어서.”
“히잉. 저 감격해서 눈물이 나려고 해요. 저도 선생님이 너무너무 보고 싶어요. 휴대폰 사진도 선생님과 제가 찍은 사진으로 바꿔놨어요. 잘했죠?”
“응. 잘했어. 기특해. 옆에 있었으면 잘했다고 머리라도 쓰다듬어줬을 텐데.”
“어쩔 수 없죠. 월요일에 제가 가잖아요. 저 그날 촬영하기로 한 것 기억하시죠?”
깜박했다. 홍보책자 제작이야 홍보팀에서 맞고 있어서 나는 잊고 있었다. 일을 빨리빨리 진행하다보니 월요일에 시연이가 직접 와서 계약을 하고 바로 촬영에 들어가기로 했다.
“그럼. 당연히 기억하지. 나도 얼마나 기다리고 있는데.”
그렇게 한참을 통화를 하다 보니 하루 피로가 싹 가시는 것 같았다. 역시 시연이는 내게 피로회복제 같은 존재였다. 정직해야 한다는 사실은 안다. 그런데 연애를 몇 번 경험하다보니 가끔은 거짓말이 필요하다고 그런 거짓말이 얼마나 나를 편하게 하는지 깨달아버렸다. 고 이사와 술을 마셨을 때 옆에 연예인이 있었고, 월요일에 촬영이 있다는 사실도 깜빡했다. 그런데 정직하게 말해버리면 오해를 풀기위해 너무 큰 노력이 필요해진다.
정직함과 가끔의 거짓말 중 어떤 것이 좋은지 모르겠다. 이미 거짓말의 편안함을 알아버렸고 그래서 정직함에 대한 치열한 고민보다는 거짓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때 묻은 성인의 사랑을 선택했다. 내 말을 철썩 같이 믿고 있는 시연이를 보면 양심이라는 녀석이 콕콕 찔러대지만 앞으로도 나는 선의(?)의 거짓말을 계속 할 것이다.
◆ 윤 스포츠센터 목욕탕
“쏴아”
한 남자가 거칠게 물을 뿌리자 다른 한 남자가 열심히 솔질을 시작했다.
“이봐 이 대리.”
“네. 아저씨.”
“그게 지금 바닥을 닦고 있는 거야? 아니면 동계올림픽에서나 보는 컬링을 하고 있는 거야?”
“당연히 바닥을 닦고 있죠.”
“그럼 좀 거품이 나게 박박 밀어봐. 그게 뭐야 좀스럽게.”
“저도 한다고 하고 있는데.”
“이게 지금 뭐하는 건지 모르겠네. 일을 도와주겠다는 건지. 아니면 망치겠다는 건지. 애물단지 하나 때문에 일이 느네 늘어. 마 대리는 벅벅 잘도 밀더니. 있어봐. 솔하나 더 가지고 올 테니.”
나이 든 남자가 혀를 차며 탕 밖으로 나가자 젊은 남자는 구부정했던 허리를 힘들게 펴기 시작했다.
“에구구. 허리야. 죽겠네. 죽겠어. 내가 왜 이 일을 한다고 했지. 미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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