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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가 전부는 아니야-39화 (39/424)

00039  뛰어야 부처님 손바닥, 뛰어봤자 벼룩  =========================================================================

(제 글에서 등장하는 상호와 이름들은 현실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진희와 관계를 가지고 나자 몸에 있던 피로까지 풀리는 것 같았다. 그 날부터는 기다리는 것도 지겹지가 않았다. 그래봤자 회사와 스포츠센터를 오가는 쳇바퀴 같은 지루하고 고단한 삶의 연속이었다. 그렇게 5월이 끝나고 6월이 시작할 무렵 윤 사장님이 나를 호출하셨다.

“그래 그동안 할 만했나?”

“솔직히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이제는 적응이 어느 정도 돼서 그럭저럭 살만해졌습니다.”

“그렇다니 다행이구먼. 그럼 계속 욕탕 청소를 할 텐가?”

“하하하. 아닙니다. 덕분에 여자 목욕탕도 들어가 보고 너무 좋은 경험이라 이젠 그만하고 싶습니다. 일 좀 주시지요.”

계속 청소라니 끔찍한 소리다. 힘이 들 다기보다는 늦게 퇴근하는 바람에 너무 자는 시간이 부족했다. 그래서 청소를 더할지 묻는 윤 사장님의 의사에 약간 비꼬아서 대답을 했다.

“그러 길래 누가 그렇게까지 열심히 하라고 했나? 그냥 일찍 퇴근해서 집에서 쉬었으면 될 일이지.”

“그래도 그럴 수는 없지요. 같이 시작했는데 혼자 내빼는 것은 제 스타일이 아니라서 그랬습니다. 원래 오지랖이 넓은 편입니다.”

윤 사장님은 방긋 웃으며 대답하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셨다. 뭔가에 생각이 빠지신 모습이었지만 이내 입을 여셨다.

“일을 달라고 했나?”

“네. 이제는 저희 회사와 회장님의 스포츠센터가 확고한 파트너쉽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언제 누가 제휴를 한다고는 했고?”

“넷?”

정말 이럴 줄 알았다. 역시나 내 인생은 쉽게 가지 못한다. 어차피 당장 대답을 하실 생각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도 이렇게 협박조로 나오시면 불안한 것은 ‘을’인 내 입장이다.

“너무 쉽게 생각하지 말라는 말일세. 그래서 안내 일을 하면서 무슨 생각을 했나?”

“네. 안내 일을 하면서 덕분에 스포츠 센터의 거의 모든 구조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곳들을 천천히 돌아보면서 이 건물을 세울 때 사장님이 얼마나 고민하고 노력하고 관심을 가지셨는지 알게 됐습니다. 건물 내부의 위치 하나하나가 그냥 만들어진 곳이 없더군요. 다 의미가 있고, 상징성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최선의 동선을 생각해서 회원들이 편안하게 운동하고 쉴 수 있는 그런 공간으로 이루어졌더군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왜 저희 회사의 높으신 분들이 이곳과 제휴하고 싶어 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윤 사장님의 고개가 천천히 끄덕여졌다. 어느 정도 정답을 말한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요한 것이 있다면? 나는 자네가 그런 칭찬보다는 그래도 개선점을 말해주기를 바랐는데?”

“제가 감히 전문가들이 만든 공간에 감 놔라 배 놔라 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다는 말은 그래도 할 말은 있다는 말인가 본데? 솔직하게 말해보게. 운동 전문가들이 보는 시선보다 더 참신한 아이디가 나올지 어떻게 알겠는가? 괜찮네.”

“이 곳은 분명 운동하기 최적의 공간 활용을 보이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만들어진지 기간이 어느 정도 되어서 최근에 운동을 하려는 고객의 성향을 완전히 파악하지는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딱 꼬집어 뭔가가 잘못되었다고 했다가는 혹시 모를 반발심이 생길지 모른다. 그래서 이 센터가 세워진 시기를 핑계로 슬쩍 내 아이디어를 이야기 해 볼 생각이었다.

“그래? 어떤 면이 아쉽던가?

“예전에도 그랬지만 요즘 부모들은 특히 아이에 대한 관심이 높을 때입니다.”

“우리도 이미 아이들에 대한 운동 프로그램은 잘 만들고 있다고 생각했네만.”

“그런 말이 아닙니다. 운동을 하고 싶어도 아이들 때문에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부가 같이 운동을 하려면 아이를 어디 맡겨야 하는데 주변의 탁아시설도 퇴근 시간 이후까지 돌봐주지는 않습니다.”

“계속 해보게.”

“건물 안에 탁아시설을 만들자는 생각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2층을 잘 활용하면 공간이 나올 것 같습니다. 게다가 사장님도 일부러 나중을 위해 공간의 여유를 두셨다고 생각합니다.”

“왜 그런 생각을 했는가?”

“모든 건물 내부가 완벽한데, 이상하게 2층만 조금 부족했습니다. 괜찮긴 하지만 뭔가 너무 여유가 있는 공간을 활용하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사장님이 실수를 하셨나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주변을 둘러봐도 2층을 제외하면 흠잡을 곳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사장님이 혹시 일부러 이렇게 공간을 만들어 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 그것은 잘 봤네. 그럼 어떻게 그 공간을 탁아시설로 활용할 생각인가?”

“지금은 각종 GX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선생님들에게 하나의 룸을 배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시간이 비어서 활용하지 않는 공간도 꽤 있습니다. 선생님들에게는 죄송하지만 1인 1실의 개념은 너무 비효율적입니다. 스케줄을 조금 빡빡하게 짜면 몇 개의 GX룸을 비우고 다른 곳보다 넓은 휴게시설을 활용하면 충분한 공간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휴게시설이야 2층 라운지가 있으니 충분히 가능할 것 같습니다.”

“음. 그렇다고 해도 저녁에 운동 오는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너무 큰 희생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나? 꼭 어린 아이만 있는 부부만 우리 회원들도 아니고 말일세.”

“그래서 제대로 된 탁아소를 같이 운영하면 됩니다.”

“나보고 아이들 놀이방을 운영하라고?”

“생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릅니다. 놀이방을 운영한 다기 보다는 회원들의 편의시설을 운영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편의시설을 운영하면서도 이익창출을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운영하시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흠”

윤 사장님은 나의 말에 계속 고민을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조금 더 설득하기 위해 계속 내 생각을 이야기했다.

“일단 회원 분들의 아이만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나이가 많은 회원 분들의 손주들 또한 그 자격을 부여하면 수용할 수 있는 아이들의 규모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 울음소리 때문에 싫어하실 회원님들을 위해서 방음시설까지 완벽하게 구비된 구조로 만들려면 시간과 돈은 투자하셔야 하지만 반응은 예상외로 폭발적일 수 있습니다.”

“어떻게 말인가?”

말을 많이 했더니 입이 탔다. 앞에 있는 냉수를 한 모금 꿀꺽 마시고 심호흡을 하면서 다시 한 번 내 생각을 정리했다. 그냥 간단하게 의견을 제시하려고 했는데 윤 사장님은 조금 집요한 구석이 있으시다. 어쨌든 이 방안이 받아들여져서 성공적으로 운영된다면 우리 회사와의 제휴도 긍정적으로 생각하실 게 분명하다.

“50~60대 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회원 분들은 대부분 골프 연습과 스포츠 센터에서 직접 운영하는 골프장을 이용하기 위해서 회원 가입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전부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런 분들도 꽤 있지. 그래서?”

“그 분들에게는 당연히 손주들이 있을 겁니다. 요즘같이 제대로 된 탁아시설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아버님들은 모르겠지만 어머님들은 가끔 자식들이 맡기는 손주 때문에 제대로 된 생활을 할 수 없게 되기도 합니다. 아무리 부유해도 특별히 유모를 두고 아이를 키우는 곳은 잘 없습니다. 그런데 믿을 수 있는 윤 스포츠센터에서 회원들을 위한 탁아소를 운영한다고 하면 옳다구나 하고 이곳에 맡기려는 분이 많으실 겁니다. 아이를 맡겨놓고 운동을 하시다가 손주가 보고 싶으면 슬쩍 와서 한번 보고 갈 수 있고, 회원이 아닌 자식 분들도 자신들의 부모님을 통해 우리 탁아소를 이용하다보면 이곳에 가입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럴 듯 하군.”

“결국은 ‘온 가족이 다 함께 모여 운동할 수 있는 가족 중심의 새로운 윤 스포츠센터’라고 극찬을 받을 것이 분명합니다. 핵가족화가 되면서 가족에 대한 그리움은 더 커져가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아이를 핑계로 모였지만 자주 보면 서로를 더 아낄 수 있게 됩니다. 온 가족이 모여 함께 운동하는 따뜻한 스포츠 센터. 어떻게 보면 정체기에 빠진 윤 스포츠 센터가 다시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허허허. 자넨 참 말을 달콤하게 해. 저번에는 세계적인 마스터라 되라고 하더니 이번에는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경영자가 될 수 있다고 나를 유혹하는구먼. 확실히 사람의 의욕을 고취시키는데 일가견이 있어. 흠.”

“원래는 새로운 브랜드가 완성이 되면 그 때 시도해보려고 했던 구상입니다.”

“그런데?”

“이곳에 와보니 작은 규모의 놀이방은 있지만 아이와 함께 온 부모들 중 한 사람은, 꼭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모습이 안타까워서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서 말씀드리게 되었습니다.”

“휴. GX담당 선생님들의 불만소리가 벌써부터 들리는구먼.”

결국 한 번 해보겠다는 말씀이었다. 내 일은 여기까지다. 이제 잘 시행되기만 하면 우리 회사와의 제휴도 걱정이 없을 것 같았다.

“네. 행정직 직원들과 논의를 하시고 사업에 대한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되시면 바로 시행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어허. 이렇게 무책임한 사람이 있나?”

“네?”

“자네가 그러지 않았나? 같이 일을 시작했는데 혼자 빠져나가기 미안했다고. 그런데 그것은 전부 빈말이었나? 아니면 내게 잘 보이기 위해 꾸민 수작이었나?”

악! 이건 정말 아니다. 시연이 아버님이라 이런 말을 드리기는 죄송하지만 능구렁이가 따로 없다. 여기서는 내가 뭐라고 해도 내가 내 발을 건 꼴이 된다. ‘아닙니다.’라고 하면 저 일은 완전히 내 일이 되는 것이고, ‘네’라고 하면 정말 잘 보이기 위해 수작을 부린 놈이 된다. 무서운 분이시다.

“여기서 제가 ‘네’라고 하면 저희 회사와의 제휴는 없던 일이 되는 거겠죠?”

“흠흠. 말해 뭐하나?”

“저도 원래 그러려고 했습니다. 제가 생각한 아이디어인데 당연히 함께 해야지요. 이번에 함께 참여해서 생긴 노하우는 앞으로 저희 회사의 건강 관련 사업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럼요. 암요.”

“그럼 나와 함께 행정실로 가세. 직원 소개도 해주겠네. 두 명 정도 붙여주면 빠르게 진행할 수 있겠나?”

“네. 그래 주시면 감사하죠.”

“그리고 아마 그 중에 한 명은 시연이가 될 걸세.”

“네? 시연이는 왜?”

“이런 무심한 사람을 봤나. 시연이가 내 유일한 딸일세. 지금은 아나운서를 한다고 저러고 있지만 직장생활 몇 년 하다가 내일을 도와야지 않겠나?”

“하하하. 그건 그렇군요.”

“그러니 이번 기회에 일을 한 번 가르쳐보라는 말이네. 우리가 대단한 재벌가는 아니라도 슬슬 일을 배우긴 해야 할 것 아닌가?”

“그래도. 아직 일해 본 경험도 없는데 담당 직원은 두 명으로 하시는 것이 어떨까요?”

“지금 내 딸 무시하나? 잘 가르쳐보게. 자네도 알다시피 똑똑한 아이야. 금방 배울 거네.”

그렇게 시연이와 얼굴을 마주보고 일을 하게 생겼다. 그 때 안마사건(?) 이 후 나는 시연이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었다. 시연이의 얼굴만 보면 그 때 꿨던 꿈이 생각나서 얼굴이 화끈거리고 염치가 없었다. 나이 서른에 주책이지만 피하는 것이 상책이었다. 그런데 사장님 때문에 다시 얼굴을 보게 생겼다. 정말 큰일이다.

나는 행정실에 가서 그곳에 일하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눴다. 당연히 떨떠름한 표정들이다. 국민은행 사람들을 만나봐서 알지만 이런 어색한 분위기를 없애려면 또다시 친분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일의 시작은 친분이다. 협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될 일도 안 된다.

Rrrr

그렇게 간단하게 인사만 나누고 밖으로 나와 생각에 잠겼을 때 진희에게 전화가 왔다.

“네. 여보세요.”

“저 진희예요.”

“응. 그래. 알아. 무슨 일이야?”

“오늘 얼굴 좀 봤으면 좋겠는데요.”

“며칠 전에 만났잖아. 그리고 나 늦게 끝나는데.”

“그런 일 아니에요. 그냥 좀 봐요. 몇 시에 끝나요.”

“글쎄. 12시에는 끝날 것 같아. 이제는 청소는 안하니까.”

“그럼 12시에 거기로 갈게요.”

이젠 내가 퇴근하는 시간에 온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왠지 불안하다.

12시에 일을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어디 있나 찾아봐도 보이지 않아서 야외 주차장에 세워둔 내 차로 가면서 전화기를 들었다. 그런데 진희가 내 차 옆에 서있었다.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어?”

“네. 입구에서 기다리면 사람들이 볼 것 같아서.”

“응. 그래 잘 생각했어. 일단 타.”

“네”

“어디로 갈까? 차라도 한 잔 할래?”

진희가 타자 다른 곳으로 가서 차나 한 잔 하면서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

“그냥 여기서 이야기해요. 끝나면 그냥 갈게요.”

“무슨 이야긴데?”

그녀의 표정은 조금 망설이는 기색이 다분했다.

“생각해봤는데요. 우리 관계 이제 그만 둬야 할 것 같아요.”

“아니 왜?”

“일단 동수씨가 예전 같지 않아요. 여전히 다정하지만 그래도 예전 같지 않아요. 그리고 지난 번 섹스는 실망스러웠어요.”

“그게 무슨 말이야?”

나도 역시 남자다. 나와 섹스를 나눈 여자가 실망스럽다는 말을 하는데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날 진희의 반응은 충분히 만족했었다. 그래서 이해할 수 없었다.

“물론. 내 몸은 만족했어요. 동수씨는 정말 잘해요. 그런데 마음은 그렇지 못했어요. 제가 당신과 관계를 나눴던 것은 항상 몸과 마음을 함께 충족시켜줘서 그래요. 그런데 그날의 동수씨는 배려가 많이 부족했어요.”

그녀의 말을 듣자 예전 생각이 났다. 한 번은 나보다 나이가 조금 많은 누나를 만났었다. 내 몸은 건강해서 항상 자신감이 넘쳤지만 누나와 처음 관계를 가질 때 무척 혼나고 말았다. 첫째, 나와 관계를 가지는 여자는 포르노 배우가 아니다. 일본 야동에서 보는 것처럼 함부로 대하지 마라. 둘째, 여자 몸에서 액체가 나온다고 해서 꼭 흥분했다는 의미가 아니다. 사람 몸에 칼을 찌르면 피가 나듯이 여자의 몸 또한 자신의 몸을 보호하기 위한 반작용일 경우도 있다. 셋째,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만족시킬 수 있는 남자가 진정한 남자다.

그밖에도 정말 많은 이야기를 해줬다. 그 누나는 내게 마치 섹스의 스승과도 같은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 이후에는 항상 그 말을 잊지 않고 행동한다고 했는데 내가 실수를 한 것 같았다.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여기서 앞으로는 내가 더 섹스를 잘할게 이럴 수는 없다. 이미 깨진 관계다. 아쉽지만 여기까지인 것 같았다.

============================ 작품 후기 ============================

저는 여러분의 코멘트를 전부 보고 있습니다. 전체보기로 하기 때문에 중간 편에 올리신 코멘트도 잘 보고 있죠. 달아주신 내용 하나하나가 제게는 큰 힘이 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추천과 코멘트는 제게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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