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2.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습니까?
“구룡제께 들으셨지만, 무시하셨군요. 하기야 천하십대고수에 들어갈 분이시니 얼마나 같잖았을까요.”
“같잖아 하는 건 네놈 같은데?”
“그렇게 들렸다면 제 마음 한 구석에 오만무례함이 자리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검성의 제자라면 오만할 자격이 있지. 허나 천하를 위진할 자격까지 있을지 모르겠군.”
가마위의 태양존자가 거드름을 피운 순간이었다.
이화태양종의 대열에서 땅을 박차고 신형을 솟구친 존재가 있었다.
허공으로 높이 솟구친 그는 지상의 화운을 향해 일직선으로 내리꽂혔다.
“태양소마 명강이다! 성륜태양창으로 널 상대해 주마!”
자신감 넘치는 우렁찬 일갈과 함께 수중의 장창을 쭉 뻗는 명강.
창두에 새하얀 강기가 넘실거렸다.
걸리는 건 그게 무엇이든 태우고 박살을 내버릴 백열의 강기였다.
화운은 힐끔 눈길 한 번 주고는 수중의 검을 휘둘렀다.
번쩍!
새파란 섬광이 피어올랐다.
모두가 그렇게만 보았다.
헌데 그 결과가 무척 놀라웠다.
쓰-쾅!
굉음이 터졌다.
그리고 화운을 향해 벼락처럼 내리꽂히던 명강이 부서진 바위 파편처럼 튕겨져 날아갔다.
“이-놈!”
“감히 소종주를!”
“죽어라!”
명강이 날아간 순간 가장 앞에 있던 십이장로들이 반사적으로 달려들었다.
번-쩍!
화운이 다시 검을 휘둘렀다.
허공을 수평으로 가르는 길고 새파란 광채가 다시 한 번 번쩍 피어올랐다.
다들 그렇게만 보았다.
쾅쾅쾅쾅-!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온 굉음.
열두 명의 십이장로들이 한꺼번에 사방으로 날아갔다.
놀라운 광경이었다.
이화태양종 내에서는 유일존재인 종주와 두 명의 호법 다음으로 강한 그들이었다.
그것도 한두 명이 아니라 열두 명 전부가 일검에 날아가 버린 것이다.
태양존자조차 깜짝 놀라 가마에서 등을 뗐다.
“멈춰라!”
태양존자의 명령에 두 명의 호법들이 화운을 향해 달려가려다가 멈추었다.
“넌 그저 무당검성의 제자가 아니다.”
“······?”
“이미 무당검성의 그늘을 벗어난 게 틀림없다.”
“아니라고는 하지 않겠습니다.”
“좋구나, 좋아! 무당검성을 넘어선 제자라니!”
“아직 크게 다친 자는 없습니다. 이대로 물러난다면······!”
태양존자가 손을 뻗어 화운의 말을 막았다.
그리고는 가마에서 천천히 일어섰다.
“만인지상의 자리에 오르게 되면 그 어떤 것도 물러나게 만들지 못한다.”
거창하게 말하고 있지만 결국은 체면 때문에라도 이대로 물러날 순 없다는 뜻이다.
화운은 입매를 슬쩍 말아 올렸다.
“아직 만인지상의 좌에 오르지 못했을 텐데요.”
“태산만 보고 걷는 자는 결국 태산에 오르게 되어 있다.”
태양존자의 몸이 둥실 떠올랐다.
그의 몸에서 강력한 기운이 파동치며 양손에 새하얀 백열의 강기가 응집하기 시작했다.
화운은 그 모습을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태산이 아니라 동산이겠지.”
수십 장 허공으로 떠오른 태양존자.
그는 지상의 화운을 내려다보며 절대고수의 위엄을 터트렸다.
“무당검성의 명성은 케케묵은 과거의 유산! 본좌의 분노가 이 자리에서 태워주마!”
태양존자의 양손에서 백열의 강기가 쏘아졌다.
새하얀 열기의 강환.
극열의 강기를 훌쩍 뛰어넘어선 초열의 강환이었다.
그에 맞선 화운은 이전에 보여주었던 것처럼 두 발을 땅에 딛고선 채 마주 검을 휘둘렀다.
번쩍!
새파란 섬광이 피어올랐다.
꽝꽝!
태양존자가 쏘아 보낸 두 발의 초열의 강환이 중간에 터져버렸다.
“과연!”
감탄 위에 분노를 덧씌운 태양존자.
그의 양손에서 십여 발의 초열의 강환이 빗발치듯 쏘아졌다.
화운은 검을 들어 태양존자를 가리켰다.
순간 검신에서 튀어나온 새파랗게 빛나는 고리모양의 광채.
검멸의 검환이 초열의 강환을 향해 날아갔다.
쾅쾅쾅쾅쾅-!
태양존자가 날린 초열의 강환은 예외 없이 모조리 터져버렸다.
화운이 검환을 발휘할 때부터 태양존자는 놀라고 있었다.
한두 개도 아니고 십여 개의 검환을 동시에 발휘한 것도 놀랍거니와 빠른 속도로 날아가는 초열의 강환을 모조리 적중시켰다는 건 검환을 일일이 여의할 수 있다는 뜻이라 더더욱 경악스러웠다.
태양존자가 막연하게 상상했던 무당검성 제자의 무위보다 월등하게 높은 수준이었다.
태양존자 자신이 생사를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그만한 세력에 그만한 명성이면 욕심을 부리기보단 주위를 둘러봐도 되잖습니까.”
“어림없는 소리! 천상천하 만인지상에 오르지 못했거늘 어찌 만족하라는 것이냐!”
“만인지상······ 그렇게 사람들 위에 군림하고 싶습니까?”
“너 같으면 태산 정상을 눈앞에 두고 거기에 눌러 앉겠느냐?”
“우습군요. 그 태산 정상에 천마와 천종천마교가 있거늘 오를 수 있을 것 같습니까?”
“그래서 무해곡이 필요하다!”
“무해곡은 또 하나의 태산, 결코 당신이 오를 수 없는 곳입니다.”
“뭐?”
태양존자가 눈을 부라리며 헛소리라고 치부하려는 순간.
화운의 검에서 새파란 섬광이 길게 뻗어 나왔다.
태양존자가 반사적으로 초열의 강기를 일으킨 순간 새파란 광채가 더욱 짙어지며 커다란 하나의 형상이 되었다.
경외감이 절로 들게 만드는 만물을 압도하는 형상.
새파란 비늘이 온몸을 뒤덮고 있는 새파란 빛의 용!
바로 청룡의 형상이었다.
“의형강기!”
태양존자가 놀라 부르짖었다.
검환이나 장환은 그저 강기의 응집일 뿐이지만, 의형강기는 강기의 형태까지 시전자가 의지대로 변형하고 제어하는 경지다.
강기의 수발에 대한 경지가 한 차원 더 높을 뿐만 아니라 심기일체의 경지 역시 절정에 올라섰음을 의미한다.
태양존자가 꿈에서조차 이루고 싶어 하는 전인미답의 경지였다.
“천종천마교를 막는 데에 당신이 필요하지 않았다면 그냥 내버려두었을 겁니다.”
“······!”
“그만한 세력을 일군 분이시니 눈치 정도는 있으리라 믿겠습니다.”
화운의 말이 끝난 순간 허공을 유영하던 청룡이 안개처럼 흩어졌다가 검속으로 스며들어 사라졌다.
이후 검을 집어넣은 화운은 태양존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허공으로 둥실 떠올랐다가 일섬이 되어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다.
“대체 저놈의 정체가 무엇이기에?”
화운이 사라져 버린 곳을 멍하니 바라보는 태양존자.
좌절과 절망의 한 모습이었다.
***
화운이 무해에 도착했을 때 남궁현 등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다들 표정이 심각했다.
특히 남궁현은 초조해 보였다.
열두 살의 어린 나이의 그가 초조해할 게 뭐가 있을까?
화운이 의아해할 때였다.
“남궁숙부님께서 오셨어요.”
백리연이 말했다.
화운의 목이 부러져라 돌아갔다.
그의 시선은 멀리 사황의 거처를 응시했다.
“혼자 들어가신 거야?”
“분위기가 이상해요. 남궁 숙부님께서 우리들한테 절대 가까이 오지 말라고 하셨어요. 무슨 소리가 들려도 절대 오지 말라고······.”
백리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화운이 사라졌다.
무해전.
전각군의 중심에 세워진 삼층 건물.
화운이 무해전 입구에 나타나자 한 사람이 불쑥 튀어나와 앞을 막았다.
혈존이었다.
“주군께서 아무도 들이지 말라고 하셨다.”
“비키십시오.”
“건방······ 큽!”
혈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눈앞으로 공간이동 하듯 다가간 화운이 단박에 목을 틀어쥐었다.
깜짝 놀란 혈존이 반사적으로 자령신공을 발휘하려고 했으나 어찌 된 노릇인지 하단전의 공력이 움직이지 않았다.
갈수록 숨이 막혀 얼굴이 벌게지는 혈존.
화운은 혈존의 목을 틀어쥔 채 문을 열었다.
그러자 대전 안쪽에서 후텁지근한 열기 같은 공기가 와락 쏟아졌다.
화운은 혈존의 목을 틀어쥔 채 대전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갔다.
저벅저벅!
대전을 가로지르는 화운의 얼굴이 급격히 굳어갔다.
차가운 분노가 폭풍처럼 쏟아졌다.
화운에게서 등을 보이고 있는 한 사람.
옷 차림만 봐도 알 수 있다.
남궁검가주다.
그리고 그의 앞쪽 태사의에 거만하게 앉아있는 사람.
사황이다.
화운의 양손에 힘이 들어갔다.
차갑던 분노가 살기로 유형화하여 대전 바닥을 찢어발기기 시작했다.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야수가 화운의 뒤를 따르며 대전의 바닥과 벽을 날카로운 손톱으로 마구 할퀴어대는 것 같았다.
화운의 걸음을 따라 대전이 쑥대밭이 되고 있었다.
그 흉포한 기세에 남궁검가주가 돌아섰다.
핏기가 없는 얼굴.
늘 당당하던 얼굴이 병자처럼 보였다.
뚝! 뚝! 뚝!
피가 떨어지고 있었다.
깨끗하게 잘려나간 팔에서.
선홍의 핏물이 화운의 분노를 점점 광포하게 만들었다.
화운은 목을 틀어쥐고 있던 혈존을 높이 쳐들었다.
그대로 목을 부러트릴 작정이었다.
안다.
사황이라면 눈 한 번 깜박하지 않을 것임을.
하지만 이게 시작이다.
자신의 경고를 무시했으니 대가를 치러야할 것이다.
일이 터졌으니 대화도 필요 없다.
이제 남은 건 자신의 분노뿐이다.
“끄으으으!”
화운이 다가갈수록 혈존의 얼굴이 급격히 죽어갔다.
역시나 사황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상관없다. 그럴 것이라 예상했으니까.
스릉!
검이 저절로 뽑혀 나와 허공으로 둥실 떠올랐다.
화운은 검집을 던져버리고 검자루를 움켜잡았다.
“아이들을 데리고 남궁검가로 가십시오.”
화운이 말했다.
남궁검가주를 향한 말이었다.
시선은 사황을 노려본 채였다.
그런데 남궁검가주가 화운의 앞을 막아섰다.
“그러지 말거라.”
“비키십시오. 제가 저 늙은이한테 경고했습니다. 제 친인들은 건드리지 말라고. 단 한 사람이라도 건드리면 인간세상이 어찌되든 무해부터 끝장을 내버리겠다고.”
“난 괜찮다.”
“그게 괜찮은 겁니까?”
“내가 잘랐다.”
“······!”
화운이 눈을 치떴다.
그게 무슨 말이냐는 얼굴로 쳐다봤다.
“정말 난 괜찮다. 내 대에서나마 용서를 구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숙부님!”
“너도 알잖느냐. 본가가 은혜를 저버렸다는 것을.”
“모릅니다. 모른 척 했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었겠지요.”
“목숨이 걸린 일이었다. 은혜를 받았으면 응당 함께 싸웠어야했다.”
남궁검가주가 이렇게 말하는데 뭐라고 할 수가 있을까.
화운은 혈존을 던져버렸다.
사황을 향해서.
사황의 손짓에 혈존이 바닥으로 내려졌다.
화운은 손에 쥔 검을 바닥에 소리나게 박아 세우며 사황을 쏘아봤다.
“법보를 찾으러 떠날 겁니다. 얼마가 걸리든 법보를 찾아 돌아왔을 때 당신이 어떻게 했는지 볼 겁니다.”
화운은 그 말을 남기고 성큼성큼 밖으로 나가버렸다.
한 차례 폭풍이 휘몰아친 것 같았다.
대전엔 화운이 왔다가 간 흔적이 어지럽게 남아 있었다.
남궁검가주는 무겁게 한숨을 내쉰 후 사황을 향해 돌아섰다.
“기분에 따라 맘껏 폭발할 수도 있기에 아이입니다.”
“저놈의 버르장머리 따위는 관심 밖이다.”
사황이 차갑게 말했다.
남궁검가주는 허리를 숙였다.
“남은 팔은 천종천마교와의 싸움이 끝난 후에 자르겠습니다. 허락해주십시오.”
“두고 보겠다.”
“감사합니다.”
남궁검가주가 다시 한 번 허리를 숙였다.
***
“현아.”
“형, 아버진 괜찮아? 태사부님이 정말 무서워 보였어.”
“현아, 넌 누구냐?”
“아버진 괜찮냐니까 그런 건 왜 물어?”
“말해봐. 넌 누구냐?”
“대남궁검가의 소가주 남궁현. 됐지?”
“그래, 넌 대남궁검가의 소가주다. 남궁숙부님께서 나오시면 무슨 말이든 하실 게다. 무얼 보던 무슨 말을 듣던 넌 대남궁검가의 소가주다. 그걸 잊지 마라.”
“혀엉······?”
더욱 불안해하는 남궁현.
하지만 화운은 더는 말해주지 않았다.
초조해 하는 남궁현과 그를 염려하는 백리연 등.
잠깐의 시간이 지나자 남궁검가주가 돌아왔다.
한쪽 팔이 깨끗하게 잘린 모습으로.
“아버······!”
반갑게 달려가던 남궁현이 놀라 굳어버렸다.
남궁검가주는 일부러 웃는 얼굴로 다가와 남궁현의 머리를 쓸어주며 말했다.
“네게 알려줄 이야기가 있다.”
“팔이, 팔이······!”
“팔 하나 쯤 없다고 어찌 되는 거 아니다.”
“하지만······ 하지만······ 아프잖아요. 어떡해요? 많이 아프잖아요!”
“걱정 마라. 아프지 않으니까. 그보다 너도 알아야할 게 있다. 본가가 저지른 잘못에 대해.”
“아버지······?”
남궁검가주는 남궁검가의 선대가 무해곡에 저지른 잘못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러나 이야기를 듣고 난 남궁현은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했다.
“실수잖아요! 누구나 실수 하나쯤은 할 수 있다고 그랬단 말이에요.”
“누가 그러더냐?”
“형이 그랬어요.”
남궁검가주는 화운을 한 번 바라본 후 다시 남궁현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래, 실수다. 누구나 실수 한 번쯤은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너무 큰 실수였다. 해서는 안 되는 정말 큰 실수를 저지른 거다. 그러니 본가의 남자라면 누구라도 그 실수에 대해 사과를 해야만 한다. 다행이 이 아버지가 그 사과를 할 수 있도록 태사부님께서 허락해주셨다. 알겠느냐?”
“그래서, 그래서 팔이······!”
“오냐, 내가 잘랐다. 진심으로 사과하는 마음을 담아서.”
남궁현의 두 눈에서 눈물이 기어코 넘쳐흐르고 말았다.
남궁검가주는 한 손을 뻗어 그 눈물을 닦아주려다가 머리만 쓰다듬어주었다.
그러자 남궁현이 더욱 눈물을 흘려대며 와락 껴안았다.
“녀석, 못 본 사이에 울보가 된 것이냐. 그래, 울어라. 사내도 울고 싶을 땐 울어야지.”
화운은 그 모습을 잠시 지켜보다 다가가 말을 건넸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습니까?”
“운아.”
“예, 숙부님.”
“난 현이에게 떠넘기지 않게 되어서 정말 기쁘다.”
“숙부님께서 괜찮다고 하시니 이번 만은 그런 줄 알겠습니다만, 다시는 그러지 마십시오. 제가 있는데 왜 굳이 그런 꼴을 자처하신단 말입니까.”
“남궁검가의 일이다. 더 이상 끼어들지 말거라.”
“누가 남궁검가의 일에 끼어든다고······!”
화운이 말을 멈추고 눈을 치떴다.
“뭡니까, 또 있습니까?”
“남궁검가의 일이라고 했다.”
“말씀하지 않으시면 그 늙은이를 찾아갈 겁니다.”
“하아, 그러지 마라. 본가의 일로 괜히 소란 떨 거 없다.”
“말씀하십시오.”
남궁검가주는 잠시 주저했지만 결국 말할 수밖에 없었다.
화운이라면 사황을 찾아가 따지고도 남을 터였고, 굳이 감추거나 화를 다스릴 사황도 아니었다.
“천종천마교와의 싸움이 끝나면 남은 팔도 자르기로 했다.”
“숙부님!”
“아버지!”
화운의 얼굴이 황당한 빛으로 굳었고, 남궁현은 얼굴이 핼쑥해졌다.
“수많은 목숨이 관련된 일이다. 내 두 팔로 매듭지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기쁜 일이다.”
“아뇨! 그것만은 안 됩니다. 두 팔이 다 잘리면 그게 사는 겁니까!”
“본가의 일이라고 했다.”
“제 숙부님의 일이기도 합니다. 천종천마교와의 싸움이 끝난 후라고 했으니 당장은 이대로 참을 겁니다. 하지만 그 후에는 제 팔을 대신 자르던지 그 늙은이의 목을 잘라버리던지 뭘 하던 제가 할 겁니다. 그러니 숙부님은 절대 나서지 마십시오.”
“말도 안 되는 소리!”
“지금 당장 해볼까요!”
화운이 당장 사황에게 쳐들어갈 기세인지라 남궁검가주는 한숨만 내쉬었다.
“그때 가서 다시 이야기 하자.”
“약속했습니다?”
“그래, 그때 다시 이야기 하자.”
“만일 제가 없다고 팔을 자르시면 그날부로 저 늙은이랑 끝장을 볼 거니까 절대 잊지 마십시오.”
“알았다. 알겠으니 그만 하거라.”
“알아들으셨으면 가요.”
“어딜 말이냐?”
“치료해야 할 거 아닙니까.”
“아, 그, 그래. 그러자구나.”
남궁검가주는 괜히 화운의 눈치를 보며 따라가야 했다.
앞서 가는 화운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무척.
‘남궁검가의 선대들, 잘 좀 하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