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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으로 무림지존-133화 (133/207)

#133. 혈풍전야

어둠이 잔뜩 내려앉은 밤.

당옥기가 신풍대 숙소로 찾아왔다.

“화산의 정찰대가 돌아왔다고 합니다.”

화운은 잠자코 기다렸고 당옥기는 화운이 궁금해할 부분을 바로 말해주었다.

“화 대주님 말씀대로 수만에 달하는 정체불명의 괴물들이 몰려오고 있는 걸 확인했다고 합니다.”

당옥기의 말에 화운의 표정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자신의 말이 거짓이길 바란다는 게 진심이었구나!’

당옥기는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받고 욕먹어도 좋으니 자신이 한 말이 거짓이길 바라는 이가 얼마나 될까?

당옥기는 자신조차 그런 사람이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화운을 응시했다.

“백리 소저.”

화운이 백리연을 불렀다.

“예.”

“싸움이 벌어지면 신풍대를 이끌고 당가와 함께 움직이십시오. 그리고 철수 명령이 떨어지면 여기 당 형을 데리고 뒤도 돌아보지 말고 사천을 빠져나가십시오.”

“대주님?”

백리연이 대답을 않자 화운이 그녀를 쳐다봤다.

“천마가 제가 가진 힘을 발휘하지 못하도록 제재를 걸었습니다. 제가 그 힘을 발휘하자마자 그 마귀들을 바로 풀어놓겠다고 했습니다. 천종천마교의 십만 교도들이 산채로 잡아먹힐 거고 곧바로 난주로 향할 겁니다. 전 그걸 감당하지 못합니다.”

“그럼 다시 시작하면 되잖아요.”

“다시 시작하고, 다시 시작하고, 일각 속에 영원히 갇히게 됩니다.”

“아!”

백리연이 놀라 탄성을 터트렸다.

선우유성과 남궁현도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고 당황을 금치 못했다.

당옥기만이 지금 백리연과 화운이 나눈 대화를 이해 못해 의아한 얼굴이었다.

“당 형.”

“예. 말씀하십시오.”

“천마가 죽기 전에는 정사의 구분이 무의미합니다. 신풍대와 함께 반드시 살아남으십시오. 살아남아서 그 마귀들을 상대할 비책을 찾으십시오. 제가 보냈다고 하면 정무맹에서도 문을 활짝 열고 도와줄 겁니다.”

“화 대주님은요?”

“천마가 직접 나서지 않는 한 날 죽일 자는 없습니다.”

말도 안 되는 말이다.

천종천마교에는 명왕이 있고, 광명좌사와 북명우사 그리고 구천각의 호법들도 있다.

광마종의 우두머리인 광마의 무위가 호법들 못지않다고 했다.

그런 마교의 거두들이 있음에도 이런 오만함이라니!

그런데 그 말대로일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정사의 구분이 무의미하다는 말에 동감합니다. 신풍대 분들께서 마다하지 않겠다면 일신을 의탁하겠습니다. 정무맹에도 찾아가 보겠습니다. 마귀들을 상대할 비책도 연구하겠습니다. 그러니 화 대주님도 목숨을 보중하십시오.”

진심은 서로 통하는 법이다.

당옥기와 화운은 굳은 신뢰의 눈빛을 교환했다.

화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백리연을 돌아봤다.

“알겠어요. 그렇게 하겠어요.”

백리연이 굳게 고개를 끄덕였다.

화운은 그 모습을 보며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

“차라리 모르는 게 더 나을 뻔했습니다.”

“아뇨. 그렇지 않아요. 화 공자님의 어려움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알고는 있어야지요.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얼마나 힘겨운 걸음을 하고 있는지 늘 기억하고 싶어요.”

“고맙습니다.”

“고마워해야 할 건 우리죠. 포기하지 않아줘서 고마워요.”

서로를 바라보는 두 사람 사이에 따스한 기운이 흘렀다.

보통의 대주와 대원이 보일 만한 광경이 아니었다.

그에 당옥기가 남궁현을 향해 두 사람을 눈짓한 후 자신의 두 엄지손가락만 세워 붙여보였다.

두 손가락처럼 한 쌍이냐고 물은 것이다.

남궁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옥기는 알겠다며 웃었다.

“저기, 대주 형님?”

남궁현이 넌지시 불렀다.

“말해라.”

“유성이랑 저도 형님의 외롭고 험난한 걸음을 알고 있는데요?”

“함부로 발설하면 죽는다.”

“아, 예. 누군 알아줘서 고맙고, 누군 발설하면 죽는 거군요. 하아! 나도 여자로 태어날 걸. 유성 오라버니, 우리 달구경이나 갈까요?”

“하지 마라. 징그럽다.”

선우유성이 싫다는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도 눈치가 있어 화운과 백리연에게 둘 만의 시간을 주려고 하는 남궁현의 생각을 알아차리고 밖으로 향했다.

남궁현이 쫓아가듯 종종 걸음으로 뒤를 따라가다가 문 앞에서 돌아봤다.

“옥기 오라버니도 빨랑 와요.”

“윽! 여기가 더 좋을 것 같은데······.”

중얼거리며 당옥기도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향했다.

그렇게 세 사람이 밖으로 나가버리자 백리연이 의자에서 일어나 화운에게 다가왔다.

“벗으세요.”

“······!”

“금창약을 발라드릴 게요.”

“아!”

“‘아!’ 라니요? 뭔가 다른 생각을 하셨나요?”

“아, 아니오. 아닙니다. 그냥 좀 무슨 말인지 몰라서······.”

백리연이 이런 말을 할 줄 몰랐던 화운은 적잖이 당황하며 재빨리 상의를 벗었다.

백리연은 화운의 뒤에 서서 이맛살을 찌푸렸다.

생각했던 것보다 상처가 심각했기 때문이다.

‘강한 사람······.’

백리연은 안쓰러운 표정을 지으며 품에서 금창약을 꺼낸 다음 상처에 조심스레 발라주기 시작했다.

흔히 날갯죽지라고 말하는 뼈 바로 옆으로 관통하였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왼팔을 전혀 쓰지 못하게 될 뻔했다.

등 뒤쪽에 금창약을 다 바른 백리연은 화운의 앞으로 이동했다.

그리고는 의자에 앉아 있는 화운의 앞에 자세를 낮추기 위해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화운의 가슴에는 상처가 더 컸다.

화산 장문인이 준 금창약을 발랐기에 덧나지 않고 아물고 있었지만, 처음 상처가 났을 땐 무척 심각했을 것 같았다.

백리연은 금창약을 꼼꼼히 발라주었다.

그녀는 자신이 의원이 아니라서 해줄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는 게 미안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이렇게 손을 내밀 게 되었다는 것에 조금은 놀랐고,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기뻤다.

하지만 지금의 이 기분은 영원히 자신의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걱정이 들었다.

“다시 시작하면 지금의 기억도 없겠죠?”

“예.”

화운은 백리연이 묻는 의도를 눈치채지 못했다.

그래서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예전에 그런 말을 하신 분이 계세요.”

백리연이 과거를 회상하듯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화운은 묵묵히 그녀의 말에 귀만 기울였다.

“강하게 심장을 건드리며 다가오는 사내는 독한 열병과 같아서 오랫동안 기억나겠지만 떨쳐낼 수는 있대요. 하지만 매일매일 보슬비처럼 다가오는 사내는 젖어버렸다는 걸 깨닫고 나면은 절대 떨쳐내지 못한다고 해요. 오늘도 내일도 그리고 모레도 보슬비처럼 계속 다가오기 때문이래요.”

말과 함께 금창약을 다 바른 백리연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화운이 막 입으려는 상의를 잡았다.

“제가 입혀드릴게요.”

화운이 상의를 잡고 있던 손을 놓자 백리연은 화운의 앞에 서서 화운을 두 팔로 감싸 상의를 걸쳐주었다.

“열병처럼 다가오는 사내와 보슬비처럼 다가오는 사내, 그런 사내들이 있었습니까?”

화운이 팔을 한쪽씩 넣으며 물었다.

백리연은 단정하게 마무리까지 도와준 후 화운의 옷자락을 놓지 않은 채 고개를 들고 쳐다봤다.

“대주님.”

“말씀하십시오.”

“언제든 다시 시작하면, 아니 다시 시작할 때마다 보슬비처럼 매일 매일······ 제게 다가와 주실 수 있나요? 지금 제가 손을 내민 것처럼······.”

“······!”

화운은 적잖이 놀랐다.

하지만 곧바로 대답했다.

“그러겠습니다. 반드시! 잊지 않고 매일 매일 보슬비처럼 다가가도록 하겠습니다.”

화운이 힘주어 말했다.

그 모습에 백리연이 미소를 지으며 볼을 발갛게 물들였다.

더 없이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화운은 백리연의 손을 잡았다.

따스한 기운이 손을 통해 전해지고 있었다.

같은 시간 건물 밖.

“하나만 물읍시다.”

“두 개 물어도 됩니다.”

“다시 시작한다는 게 무슨 말입니까? 일각 안에 영원히 갇힌다는 말도 무슨 뜻인지······.”

“당 형.”

“예?”

“함부로 발설하면 죽는다는 말 들으셨죠?”

“예.”

“그럼 달구경이나 하십시오.”

“달이 안 보입니다만?”

“마음속에 달을 그리면 됩니다. 참 밝다. 그치 유성아?”

“오늘 너······ 많이 징그럽다.”

어두운 밤이고 청성파 경내라 함부로 돌아다닐 수가 없어 세 사람은 창문 아래에 나란히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

***

사천과 섬서의 무림이 한 자리에 모였으나 각파가 운용하던 정찰대를 통합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혼선을 빚을 우려가 있어 정찰대는 각파가 그대로 운용하기로 했다.

하여 각파는 화운의 말에 대한 사실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이전에 보냈던 정찰대 외에도 천종천마교의 움직임을 계속 감시하기 위한 정찰대를 간밤에 보내두었다.

다음날 아침 날이 밝자 일만에 달하는 사천과 섬서의 무인들은 두 무리로 나누어 천종천마교 와의 격전을 벌일 송반 지역으로 향했다.

먼저 출발한 칠천의 숫자는 일반 무인들로 그들을 지휘하는 건 당문이 맡았다.

마귀들을 처박아 버릴 불구덩이 공사와 발목을 잘라 버릴 무영사 설치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나머지 삼천의 숫자는 격전에서 선봉에 설 무인들이었다.

화운과 신풍대 역시 선봉대와 함께 이동했다.

사천과 섬서의 무인들은 천하를 들썩거린 신풍대주와 신풍대에 관심을 보였다.

나름 잘나간다하는 문파나 무가의 무인들이 인사를 해오기도 했다.

화운과 신풍대는 어느 한 사람 차별 없이 일일이 인사를 받아주었다.

그 덕분에 나름 괜찮은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었다.

천종천마교와 싸울 것이라고 했지 금강마인처럼 단단한 마귀들과 싸울 거라는 것까지 밝히지 않은 것이 그런 분위기를 유지하는 데에 도움이 되기도 했다.

섬서와 사천의 무인들은 거의 일만에 달하는 대규모 숫자에 상기되어 전투와 패전에 대한 불안감 따위는 일절 찾아볼 수가 없었다.

청성산에서 송반까지는 그리 먼 거리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화운이 포함된 삼천의 정예가 도착한 건 거의 해 질 무렵이 되어서였다.

그들에 앞서 이른 아침에 출발했던 당문과 칠천의 숫자는 한 시진 전에 도착하여 일부는 천막을 쳤고, 나머지 숫자는 당화천의 지시 하에 구덩이를 파기 시작했다.

그런데 화운과 신풍대가 속한 정예가 도착하자 당화천이 마중을 왔다.

“일대가 암반지대인 모양이오. 구덩이를 파기가 쉽지 않을 것 같소.”

당화천의 말에 화산파 장문인 임장홍을 비롯한 수뇌부들의 얼굴이 당황으로 굳었다.

“그러면 큰일이잖소. 불구덩이야말로 가장 큰 피해를 줄 수 있을 건데 말이오.”

종남 장문인이 염려를 내뱉었다.

“일단 가서 봅시다.”

임장홍의 말에 당화천은 수뇌부들을 문제의 장소로 안내했다.

한쪽엔 가파른 산비탈이 길게 자리를 잡고 있고, 한쪽엔 강줄기가 흐르고 있어 수천으로 수만을 상대하기가 용이한 장소였다.

그런데 앞서 작업을 시작한 땅을 보니 한 자 깊이가 되기도 전에 단단한 암반이 드러나 있었다.

오천 정도의 숫자가 투입 되었음에도 암반 때문에 자리만 잡는 정도에 그치고 만 상태여서 수뇌부들의 안색이 대번에 어두워졌다.

구덩이는 최소 열 자(3.3m) 깊이에 폭은 서른 자(10m)로 파야했다. 거기다 길이가 산비탈과 강가까지 백여 장(300m)은 되었다.

정과 쇠망치로 일일이 깨는 작업으로는 격전의 날까지는 다 팔 수가 없었다.

밤을 새워 가면서 작업한다면 워낙 숫자가 많으니 가능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랬다간 싸우기도 전에 체력이 고갈 되고 말 터였다.

“그냥 파기만 해도 된다면 제가 해보겠습니다.”

상황을 지켜보던 화운이 나섰다.

당화천을 비롯한 수뇌부들이 어떻게 하겠다는 얼굴로 쳐다보자 앞으로 나선 화운은 검을 뽑아 들었다.

그러자 묵빛의 검신에 어스름한 주위를 새파랗게 밝히는 광채가 발현되었다.

“어?”

“그렇지! 강기로 부수면 되겠구먼!”

“다들 돌아가면서 하면 내력이 고갈될 일도 없겠소이다.”

“그럼 바로 시작합시다.”

무공을 땅이나 파는 데에 사용한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던 이들이라 잠깐 황당한 표정을 지었지만, 금세 답을 찾았다며 밝은 얼굴로 한 마디씩 했다.

이때 화운의 검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던 화산파 장문인 임장홍이 화운에게로 시선을 돌리며 한 마디 했다.

“강기가 아니로군.”

임장홍의 말에 다들 그게 무슨 말이냐는 얼굴로 화운과 화산파 장문인을 번갈아봤다.

“검환을 제 나름대로 변형시켜 본 겁니다.”

검환!

검술을 익힌 검자들이 첫 번째로 염원하는 게 검기이고, 검기의 경지에 오른 이들은 검강을 열망하기 마련이고, 검강에 오른 고수들만이 간신히 바라볼 수 있는 경지가 검환이었다.

다른 병기술을 익힌 이들도 마찬가지다.

강기와 강환의 경지는 차원이 다르다는 말로 설명할 정도로 격차가 컸다.

그래서 다들 놀란 얼굴로 새파랗게 빛나는 화운의 검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강기라고 생각했던 새파란 광채.

가까이서 살펴보니 과연 일반적인 검강과는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고리모양의 광채가 빽빽하게 휘감고 있었던 것이다.

“파편이 어디로 튈지 모르니 다들 멀찍이 물러서도록 합시다.”

임장홍이 크게 외쳐 말했다.

다들 경지에 오른 수뇌부들이 파편 정도에 다칠 우려는 없었으나 주위에 가득 들어서 있는 일반 무인들은 아니었다.

임장홍은 그들의 안위를 염려하여 뒤로 물러나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곧 당화천의 지시 하에 모두들 멀찍이 물러났다.

수뇌부들을 포함한 고수들은 일반 무인들 앞쪽에 일정한 간격으로 자리를 잡아 혹시라도 날아올 파편에 대비했다.

그렇게 안전마저 확보되자 화운이 허공으로 천천히 부상했다.

이십여 장(60m) 허공으로 부상한 화운이 검을 들어 올리자 검신에 촘촘히 휘감겨 있던 고리모양의 검환들이 일제히 쏟아져 나와 어둑해져 가는 사위를 새파랗게 빛냈다.

일백여 개에 달하는 검환들이 허공에 늘어서 있는 광경은 지상에서 보는 이들의 눈을 의심케 만들었다.

“검환을 날리는 정도가 아니라 저토록 자유자재로 부릴 수 있단 말인가!”

“세상에 알려진 무위보다 훨씬 더 윗줄인 것 같소.”

“허허허! 그냥 웃음만 나오는구려.”

그렇게 다들 놀라는 사이에 일백여 개의 검환들이 지상을 일직선으로 맹폭했다.

쾅쾅쾅쾅쾅쾅쾅쾅!

발바닥에 진동이 느껴질 정도로 굉장한 폭격이었다.

“또?”

누군가의 경악성이 터졌다.

맹폭이 끝나자마자 또다시 검환 일백여 개가 허공에 둥실 떠올라 있었기 때문이다.

쾅쾅쾅쾅쾅쾅쾅쾅!

또 한 번의 맹폭이 대지를 터트리며 뿌연 흙먼지를 어둠속으로 뿌려놓았다.

그런 가운데 허공에 또다시 새파란 검환 일백여 개가 발휘되었다.

“허허허!”

누군가의 허탈한 웃음과 동시에 지상이 맹폭을 당했다.

쾅쾅쾅쾅쾅쾅쾅쾅!

다행히 눈먼 파편들이 날아오지는 않았다.

하지만 다른 이유로 수뇌부들은 허탈감에 잠겼다.

검환 일백여 개를 쉬지 않고 연달아 발휘하는 화운의 신위에 감탄을 넘어 두려움까지 느끼다 다섯 번째 맹폭이 가해지자 자신들과는 차원이 다른 무위에 고개를 저어가며 허탈한 심정을 드러냈다.

하지만 일반 무인들이 느끼는 감정은 달랐다.

절대적이라 느껴질 만큼 엄청난 화운의 신위에 코앞까지 다가온 전쟁으로 잔뜩 위축되었던 사기가 단숨에 폭발할 것처럼 뜨겁게 타올랐다.

“절대경이야, 절대경! 마교고 뭐고 오라고 해!”

“맞아! 우리 쪽엔 신풍대주님이 있어!”

“까짓 거 전부 날려 버리자!”

“싸우자! 의기탕마!”

“의기탕마!”

일반 무인들의 사기가 거침없이 솟구쳤다.

의기로 마도를 쓸어버리자는 외침까지 터져 나왔다.

정과 사의 구분 없이 하나가 되어 환호를 터트렸다.

수뇌부들은 그 모습에 비로소 웃을 수 있었다.

이제야 제대로 싸울 준비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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