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 천사련으로
북궁설이 보는 화운은 실로 대단한 무인이다.
공력을 발휘하지 않고도 공격을 막아내고 자신을 날려버린 가공할 무위의 소유자다.
아울러 무슨 생각으로 그리 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적일 수밖에 없는 북궁설 자신이 한층 더 강해지는 것을 모른 척해 주었다.
사람으로서, 무인으로서 그리고 여인으로서 무척 호감이 가는 상대다.
하지만 북궁설은 천사련 소속이다.
천사련의 철봉황으로서 보면 화운은 척결 대상 중에서도 상위에 자리하는 존재다.
그만큼 천사련에 위협적이고 위험한 존재라는 걸 온몸으로 겪어봤다.
다시 말해 호감이 가는 사내이면서도 척결해야만 하는 대상인 것이다.
마음의 갈등?
그런 거 없다.
철의 심장을 가진 여인에게 남녀 간의 감정은 사치니까.
그렇게 냉정한 마음으로 맹주와의 내기에서 진 약속을 지키기 위해 찾아왔는데, 뜻밖에도 천마와 천종천마교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믿을 만한 이야기인가?
북궁설이 판단한 화운이라는 신풍대주는 거짓이나 일삼는 소인배가 아니다.
사실이거나 사실에 가까운 근거가 있을 것이다.
천사련 차원에서 반드시 조사해 봐야 하고, 만일 사실이라면 정무맹과의 전쟁은 그 양상을 바꿀 필요가 있다.
아울러 맹주와의 약속을 지키느라 열흘이라는 기간 동안 풋내기들과 어울리지 않아도 될 것이다.
천마와 천종천마교에 관한 일이라면 그만큼 막중한 사안이다.
“이번엔 네가 사신이 되어 당장 본련으로 가자. 우리끼리 치고 박다간 천마랑 천종천마교하테 뒤통수 쳐맞기 딱이다.”
북궁설의 말이 맞았다.
누구라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화운은 달리 생각하는 게 있었다.
“맹주님께 말씀드려보겠습니다만, 가더라도 열흘 후에 가는 게 좋을 겁니다.”
“이렇게 막중한 일은 서두르는 게 좋다.”
“천사련에서도 상황을 파악할 시간은 있어야죠.”
“······!”
“열흘 정도 후에 출발하면 거기까지 가는 시간도 있고 하니 도착 할 때쯤이면 뭐든 알아낸 게 있겠지요. 그러니 철봉황께서 지금 당장 하실 일은 천사련에 보고를 하는 것입니다.”
화운의 말이 맞다.
천사련의 입장에서도 뭔가 알아야 담판에 임하던 코웃음을 치던 할 게 아닌가.
북궁설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대꾸를 할 수가 없었다.
북궁설이 말이 없자 화운은 신풍대와 무룡대를 둘러보았다.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이 수련 열풍이라도 분 것처럼 생각에 빠져 있거나 자신들의 무공을 펼쳐보고 있었다.
화운은 다시 북궁설을 돌아봤다.
“맹주님께 다녀올 테니까, 여기 좀 부탁합니다.”
“부탁? 뭔 부탁?”
“보시고 좀 답답해 보이는 놈이 있으면 조언을 하든 시범을 보이든 하고 계십시오.”
“나 그런 거 잘못하는데? 그리고 당장 본련에 보고부터 하라며?”
“그럼 얼른 보고하러 가시든지요.”
화운은 북궁설을 두고 휘적휘적 가버렸다.
***
맹주전.
맹주전에는 간만의 여유가 가득했다.
사황과 천마.
누군가는 그들을 상대하고 막아야 하는데, 그러자면 금강부동을 필수적으로 익혀야만 했다.
그것도 상당한 수준으로.
하지만 무학에 대해 내로라하는 고수들임에도 한 달 가까이 매진하고도 걸음마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만큼 금강부동이 난해했다.
서로가 말은 하지 않았지만 다들 막막하던 차였다.
바로 이쯤에 화운이 어쩌면 금강부동을 능가할 수도 있는 검의 길을 찾아낸 것 같아 이제야 비로소 안도할 수 있었다.
그런데 간만에 차를 달여 마시면서 그동안 전전긍긍했던 피로를 씻어내던 차에 화운이 찾아오니 슬쩍 걱정이 앞섰다.
“무슨 일이 있는 것이냐?”
맹주 조극산이 물었다.
“예.”
화운이 진중한 태도로 그렇다고 하자 다른 사람들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봤다.
“말해 보거라.”
“예. 실은 제가 여기서 가르침을 받은 게 실로 커서 무룡대원들한테 제가 얻은 바를 나눠주고자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그들을 이해시키고자 천종천마교에 대해 말했습니다. 그들과 싸워야 할지도 모른다. 우리들의 적은 천사련뿐만 아니라 천종천마교도 있다고 말입니다.”
“잘했는데 그게 무슨 문제라는 것이냐?”
“철봉황도 함께 있었습니다.”
“흠, 내기 때문에 간 모양이구나.”
“예. 헌데 철봉황이 말하길 천종천마교가 천하행을 할 수도 있다면 정사대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으니 자신과 함께 천사련으로 가자고 합니다.”
“천사련으로?”
“예.”
조극산은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라 눈을 끔벅이며 다른 이들을 둘러봤다.
다들 대동소이한 얼굴들이었다.
하기야 지금까지는 금강부동에 빠져 다른 생각을 할 여력이 없었다.
“나쁘지 않은 생각 같소. 천사련과의 전쟁이 멈추게 되면 금강부동에 더 매진할 시간도 벌게 될 것이고, 천마와 천종천마교는 물론이고 사황에 대해서도 공동으로 대비할 수도 있으니 최악의 상황을 면할 수도 있겠습니다.”
이심환이 한 말이다.
그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분들의 견해는 어떻소?”
조극산이 다른 이들을 둘러보며 물었다.
그러자 점창의 장로가 말했다.
“천마쪽이야 그렇다 치고 사황에 대해 굳이 알려줄 필요가 있겠습니까?”
“사황의 존재에 대해 알고 있다는 것을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다면 모를까, 그렇지 못한다면 차라리 알려주어 천사련과의 신뢰를 두텁게 하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남궁검가주가 한 말이다.
“사파의 무리들과 무슨 신뢰입니까?”
“천마와 천종천마교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신뢰는 있어야겠지요. 물론 그들과 함께하지 않겠다면 그럴 필요가 없을 것이고요.”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점창 장로의 말을 듣고 생각해 보니 천사련은 정파와 물과 기름처럼 하나가 될 수 없는 앙숙 같은 관계다.
제천마존의 비동을 조사할 때만해도 서로 불가침을 무언의 합의하에 움직인 것이었는데, 결국 백리세가를 공격하는 등 뒤통수를 친 건 천사련이었다.
정무맹은 구룡태자가 독단으로 벌인 것이라는 걸 믿지 않았다.
잠깐 사이에 고민이 무거워졌다.
그런데 이때 늘 듣기만 하던 선우세가주가 입을 열었다.
“사신단을 보내더라도 거기에 신풍대주가 합류하는 건 좋지 않을 것 같습니다.”
누구도 생각하지 않았던 말이다.
모두들 이유가 뭐냐는 얼굴로 쳐다봤다.
그러자 선우세가주가 모두를 보며 말했다.
“신풍대주는 이화태양종을 궤멸시킨 장본인입니다. 눈에 가시 같은 존재로 보고 있을 게 뻔하고, 천사련 내에는 이화태양종 소속이거나 그들과 무척 가깝게 지냈던 이들도 있을 겁니다. 무슨 사달이 일어나도 일어날 겁니다.”
“아! 그렇군! 그 생각을 못했어!”
조극산이 선우세가주의 생각에 동감을 표했다.
이심환도 고개를 끄덕였고, 멸절신니나 우진궁주 같은 이들도 공감하는 반응들을 보였다.
그러면서 다들 화운을 바라봤다.
“신풍대주의 생각은 어떠냐?”
이심환이 화운에게 물었다.
“제가 갔으면 합니다.”
“위험을 무릅쓸 이유가 있느냐?”
“감히 건방진 말씀 좀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깔지 않아도 오해 같은 건 하지 않을 것이니 마음 편히 말해도 된다.”
이심환의 말에 화운은 고개를 숙여 보인 후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천마와 사황에 대항하기 위해 공조를 하게 되더라도 천사련이 본맹의 적이라는 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렇지.”
“이화태양종의 태양존자를 상대하면서 느낀 것이 있는데, 알려진 것보다 약하다는 것이었습니다. 후에 여기저기 알아보니 구룡제와 적성대도황이 태양존자보다 더 강하다고 하였습니다.”
“그렇지, 그럴 게야. 공식적으로 확인된 건 아니나 본맹도 그리 파악하고 있을 게다.”
“그래서 확인해 보았으면 합니다. 그들이 얼마나 강한지.”
“직접 대면해 보아야겠다는 거로군.”
“보내주신다면······ 직접 만나보고 싶습니다.”
화운의 의도도 나쁘지 않다.
장차 맹에 도움이 될 일이 분명하니까.
여기서 고려할 것은 위험을 무릅쓸 만한 것이냐는 거다.
지금 정무맹의 상황에서 혹시라도 화운을 잃는다는 건 손에 쥔 무기 하나를 잃어버리는 치명적인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네가 본맹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알고 있느냐?”
조극산이 우려를 표했다.
화운은 고개를 조아리며 대답했다.
“그들이 절 죽일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천사련 전부를 잃어야 할 겁니다.”
“어째서 그리 된다는 말이냐?”
“사황이나 천마 정도의 무위가 아니라면 제가 정면 승부를 하지 않는 이상 절 잡을 수는 없을 테니까요.”
충분히 이해되는 말이다.
금강부동을 어느 정도 익혀서 공간을 넘나드는 존재가 바로 화운이다.
구룡제와 적성대도황의 공세를 피하면서 천사련을 쓸어버릴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그런 극한의 상황까지 간다면 함께 간 사신단도 전부 죽게 되겠지만.
“그런 상황까지는 가지 말아야겠지.”
“그럴 기미가 보이면 경고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흠, 다들 어찌 생각하시는지요?”
조극산이 이심환과 다른 사람들을 둘러보며 물을 때였다.
군사 영호풍이 심각하게 굳은 표정을 지으며 잰걸음으로 들어왔다.
그는 맹주를 비롯한 사람들이 무슨 대화를 나누고 있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듯 곧바로 입을 열었다.
“마교에서 배반이 일어났습니다.”
느닷없는 영호풍의 말에 모두가 깜짝 놀랐다.
다만 화운만이 조금 다른 반응을 보였다.
‘멸제다. 보고가 올라오는 데에 걸리는 시간을 따져보면 열흘 전쯤일 테니까, 대충 시기가 맞아떨어지는 것 같아.’
화운이 멸제의 일을 떠올리고 있을 때 한차례 파문을 일으켜준 영호풍이 계속 말했다.
“멸제가 천마의 자리를 넘보고 무력궐기를 일으켰는데 실패로 돌아갔다고 합니다.”
“명왕이 막았다는 것이냐?”
“아닙니다.”
조극산의 물음에 영호풍이 단호히 그러면서도 심각한 얼굴로 대답했다.
그 모습에 조극산은 물론이고 모두들 한 사람을 떠올렸다.
“천마?”
“천마로구나!”
“예. 젊은 사내가 나타나서 멸제를 일격에 죽여 버리자 명왕이 그 사내의 앞에 꿇으며 천마지존을 외쳤다고 합니다.”
침묵이 무겁게 흘렀다.
천마의 등장.
화운이 들었다는 사황의 중얼거림이 사실로 판명이 나자 모두들 심각한 표정만 지었다.
“젊은 사내라면 반로환동했다는 건가? 천마의 제자일 가능성은?”
“거기까지는 확인하지 못한 모양입니다.”
영호풍이 대답했다.
하지만 실내의 공기는 급속도로 무거워졌다.
다들 과거의 그 천마일 거라고 단정하고 있는 분위기였다.
사황이 그랬다지 않은가.
이제 천마도 깨어날 시기가 되었을 거라고.
이 자리의 누구보다 강하면 강했지 약하지 않을 멸제조차 일격에 죽여 버릴 고수가 천마가 아니라면 누구겠는가.
반로환동.
무공이 반신의 경지에 올라 육신이 젊음을 되찾는 경지.
천마가 반로환동까지 했다면 대체 얼마나 강해진 것일까?
모두의 가슴이 답답하게 짓눌렸다.
“이 정도로 큰 사건이면 천사련에도 보고가 되었겠지요?”
화운이 물었다.
“모를 수가 없겠지.”
군사인 영호풍이 대답했다.
화운은 조극산과 이심환을 번갈아 쳐다봤다.
두 사람은 화운의 생각을 짐작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천마가 등장한 이상 천사련에서 더더욱 허튼 수작은 벌이지 못할 거라는 뜻이다.
“사신으로 보내주신다면 천사련과 협상해 보겠습니다.”
화운이 고개를 꾸뻑 숙이며 청했다.
화운이 사신으로 가려고 하는 이유는 딱 하나다.
모두에게 말했다시피 구룡제와 적성대도황을 직접 만나보기 위해서다.
그들을 직접 보아둔다면 혹시라도 훗날 그들과 싸우게 되었을 때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천마인데, 그는 대체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
천사련으로 향할 사신단을 꾸리고, 천사련과 담판 지을 요구사항을 정리하고, 담판 중에 상대측에서 나올 요구들을 예측하여 거기에 맞게 준비하는 등 사신단이 떠날 준비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사신단 대표는 남궁검가주가 맡았다.
막중한 일인만큼 화운에게만 맡길 수 없다며 그가 자청하고 나섰다.
보조로는 선우세가주가 동행했고, 화운과 신풍대가 호위를 맡았다.
신풍대의 숫자는 단 넷에 불과하지만 현재로서는 천사련에 가장 위협적인 이들이 바로 신풍대일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빠르게 준비한 덕분에 이틀 후 사신단이 정무맹을 출발했다.
거기엔 철봉황 북궁설이 합류하고 있었다.
북궁설은 천마와 천종천마교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보고를 보내자마자 화운에게서 멸제의 무력궐기와 천마의 등장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그 일로 정무맹이 사신단을 보낼 것이라고 하자 서둘러 천사련에 소식을 보냈다.
그리고 그녀 자신은 정무맹의 사신단에 합류했다.
정파무림연합맹이 자리를 잡은 장사에서 천하사파연합이 있는 계림까지는 사흘 거리였다.
여유롭게 움직여도 나흘이면 도착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웠다.
그런데 천사련으로 향하는 내내 북궁설이 화운에게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그러면서 시종일관 화운에게 질문세례를 퍼부었다.
무공은 누구에게 배웠느냐?
검마에게 배웠으면서 정파에 있는 이유는 뭐냐?
내력을 사용하지 않고 자신을 상대한 건 무슨 검법이냐?
무공에 관한 질문에서부터 신상에 관한 질문까지 쉴 새 없이 물어댔다.
마치 화운에 대해 모든 걸 알아야겠다고 작정한 사람 같았다.
그 광경에 모두들 웃거나 화운이 힘들겠다는 듯 고개를 젓기 일쑤였는데, 백리연 만큼은 그럴 수가 없었다.
‘왜 자꾸 받아주는 거지?’
좋은 의도라 할지라도 북궁설의 질문세례는 도가 지나쳤다.
분명 귀찮을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도 표정의 변화조차 없이 일일이 들어주고 대답하는 화운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차원이라고 여길 수도 있지만······ 아니 그런 것이길 바랐다.
‘그래, 그런 걸 거야. 사신이고 그러니까 존중해 주는 걸 거야. 그게 아니라면······ 아닐 거야. 그건······.’
백리연은 두 사람에게 자꾸만 신경이 쓰였다.
북궁설이 화운에게서 떨어졌으면 좋겠는데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그러라고 말할 수도 없어 더더욱 신경이 쓰였다.
두 사람의 대화에, 화운이 북궁설을 대하는 모습에 자꾸만 신경이 쓰여 자신이 지금 무슨 이유로 어디를 지나가고 있는지조차 인지하지 못하곤 했다.
남궁검가주와 선우세가주는 간만에 맹주전을 나와 아들들과 함께 바깥세상 바람을 쐬는 것이라 천사련으로 가고 있음에도 기분이 좋았고, 남궁현과 선우유성은 워낙 화운에 대한 믿음이 강해 천사련에서는 또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 기대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그런 기분도 잠깐이었다.
들리는 도시나 마을마다 두려움 가득한 경계심이 보였다.
낯선 이들을 조심하는 정도가 아니라 쳐다보는 것조차 삼갈 정도로 지나치게 경계했다.
그도 그럴 것이 천사련과 정무맹 사이의 영역은 전쟁터나 마찬가지였다.
두 세력의 사이가 워낙 가깝다보니 지금 당장 전쟁이 벌어지고, 내일 또 벌어져도 전혀 이상할 게 없을 정도였다.
사신단은 자신들의 전쟁이 일반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피부로 명확히 느끼며 천사련의 땅으로 향했다.
뜨거웠던 여름의 열기가 정점을 지나 가을을 향해 꺾여가는 팔월 말.
사신단은 천사련의 총단에 도착했다.
정무맹보다 수년 앞서 사파연합을 창설하고 총단까지 세운 천사련의 규모는 실로 대단했다.
전각군이라 부를만한 대단위 규모였다.
일이층 전각은 기본이고, 삼층과 사층 전각들조차 즐비하였고, 멀리 오층 전각 두 개를 붙여놓은 것 같은 웅장한 자태의 거대한 전각이 천사련의 위용을 과시하고 있었다.
화운은 예상 밖으로 거대한 규모를 보고는 깜짝 놀랐다.
‘와우, 저 정도면 천종천마교에 못지않잖아!’
놀란 마음으로 움직이다보니 어느새 천사련의 정문에 도착했는데, 거기엔 일백에 가까운 숫자가 마중을 나와 있었다.
한데 가장 앞쪽에서 기다리고 있는 이의 모습이 무척 눈에 익었다.
우락부락한 근육을 가진 장대한 체구의 노인.
낭왕이었다.
화운에게 팔이 잘린 그가 새하얀 천을 친친 감고 접견을 나와 있었다.
마치 이런 짓을 해놓고 무얼 바라고 왔느냐는 것 같았다.
‘구룡제와 적성대도황! 누가 내보낸 걸까?’
화운의 얼굴이 살짝 굳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