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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으로 무림지존-112화 (112/207)

#112. 절대검력

생사투는 말 그대로 목숨을 걸고 싸우겠다는 뜻이다.

북궁설은 말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녀가 발휘하는 검격이 달라졌다.

검법은 북두제왕검 그대로다.

검격을 받쳐주는 공력 역시 화륜심결 그대로다.

하지만 이전에 펼쳤던 검격과는 완전히 달랐다.

무초식의 검격!

정확히는 초식의 한계를 벗어난 경지다.

화아아악! 번쩍!

북궁설이 대지를 가르고 쏘아져오더니 벼락같은 일검을 휘둘렀다.

단순하지만 빠르고 강력했다.

그야말로 일검파천의 검세!

화운은 방심할 수가 없었다.

공력을 운기하지 않고 검세만으로 상대해야 했기 때문이다.

물론 뜻하지 않아도 자연적으로 검으로 흘러들어가는 공력이 있다. 그 공력이 있기에 지금까지 북궁설의 검력을 감당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할 수 있어!’

검을 마주 휘두르는 화운의 눈빛이 결연히 빛났다.

살고자하는 본능으로 인지의 감각을 초월하는 감각에 눈을 떠야 한다. 그리하여 산 자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영적인 기운을 검에 발현한다.

그것이 지금 화운이 이루고자하는 바다.

물론 종래에는 하단전과 중단전에 가득한 공력까지 합쳐져야 할 것이다.

그래야 모든 것을 베어버릴 검력이 될 것이니까.

쩌어엉!

화운의 검이 확 튕긴다.

초식의 울타리를 벗어난 북궁설의 검격에는 그녀가 가진 힘이 더욱 집중되어 있어 이전보다 훨씬 더 강력했다.

슈-욱!

지독한 열기를 뿜어내는 검이 송곳처럼 불쑥 찔러왔다.

상대가 미처 반응하지 못할 순간과 빠르기다.

허나 화운은 보통의 상대랄 수가 없다.

번쩍!

튕겼던 검이 마치 알고 있었다는 듯 수직으로 떨어졌다.

쩡!

화운의 검날이 불쑥 찌르고 들어온 북궁설의 검신을 정확히 때렸다.

그 힘에 검이 아래로 밀리는 순간.

북궁설의 몸이 팽이처럼 빠르게 휘돌았고, 그 궤적을 따라 회전한 검이 더욱 사납게 화운을 공격했다.

쩌엉!

화운의 검이 다시 북궁설의 검을 쳤다.

북궁설은 막히면 다시 뚫겠다는 듯 곧바로 다음 검격을 폭발시켰다.

번뜩이는 야수의 눈빛!

북궁설의 눈빛이 그랬다.

화운을 쓰러트리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성난 야수의 눈빛으로 이글거렸다.

쩌엉! 쩡쩡쩡쩡!

부딪칠 때마다 밀리는 건 화운의 검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스스로 떨어져 나간 북궁설이 자신의 검을 땅에다 박아 세우고는 손을 뗐다.

“졌다. 졌어. 완벽하게 졌어.”

북궁설은 격돌의 순간마다 가슴에 착용한 거무튀튀한 흉갑을 때리는 타격을 느꼈다.

처음엔 사술이라 여겼다.

사술이 아니라 하더라도 그쪽에 가까운 것이라 여겼다.

집중하지 않으면 느끼지 못할 정도로 워낙 미약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격돌이 거듭될수록 강렬해졌다.

결코 사술이 아니었다.

뭔가 알 수 없는 또 다른 검력이 가슴을 때리고 있었다.

“비무의 한계를 높이자고 하더니 겨우 이 정도입니까? 패배는······!”

“창피한 게 아니다!”

화운의 말을 자르고 외친 북궁설이 다시 검자루를 잡았다.

“벤다! 베겠다! 널 베어버린 다음에 묻겠다!”

북궁설은 흉갑을 때리는 타격에 대한 관심을 버리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소모되는 심력조차 공격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검을 뽑아든 북궁설이 땅을 박차고 허공으로 솟구쳤다.

촤라라라라락!

허공에서 돌개바람처럼 회전하며 파괴적인 강기와 지독한 열기를 동시에 발휘하여 화운의 머리위로 뚝 떨어졌다.

절체절명의 순간에나 펼치려던 궁극의 한 수다.

그러나 화운은 고개를 들지도 않았다.

어차피 북궁설의 모든 행동과 공격은 그의 감각 안에 들어와 있다.

그리고 화운 역시 본능을 따라 검을 휘두르는 데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지독한 열기를 함께 발휘하고 있는 북궁설의 검격.

그래서 더 선명하게 느껴졌다.

그 검격에 휘몰아치고 있는 격렬한 흐름이!

파괴적인 기운이 뿜어내고 있는 폭발적인 결이!

화운은 머리 위로 검을 휘둘렀다.

사람들 눈에는 그저 위를 막고자 검을 긋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화운의 검은 영적인 기운을 이끌고, 북궁설의 검격이 휘몰아치고 있는 거대한 격류의 간극을 벴다.

쩌어엉! 팅!

날카로운 쇳소리 뒤에 북궁설의 흉갑을 때리는 타격음이 선명하게 울렸다.

북궁설은 애써 무시하고 땅을 박차고 쏘아갔다.

어차피 진 것, 승패는 무의미했다.

죽더라도 알려줄 것이다.

철봉황을 무시할 수 없다는 걸.

쓰아악!

저돌적인 질주에 이어 거대한 격류 같은 검격을 파상적으로 퍼부었다.

절대에 오르지 못한 자라면 기세에 눌리고 격류 같은 검격에 속수무책으로 밀리다 전신이 난도질당하고 말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화운은 난도질당하기는커녕 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거대하게 몰아치는 폭풍 앞의 거목처럼 우뚝 서서는 금방이라도 뚝 부러질 것 같은 위태함을 묵묵히 이겨내며 혼신을 다해 일검 일검을 긋고 휘두를 뿐이다.

그렇게 숨 가쁜 격돌이 계속 벌어졌다.

삽시에 한 식경이 지나고 반 시진이 흘러갔다.

북궁설은 자신의 모든 힘을 쥐어짜 그녀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폭발시켰다.

화운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집중을 발휘했다.

쩌엉!

두 사람의 검격이 부딪친 충격음은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달라진 게 있었다.

‘팅!’ 하던 흉갑을 때리는 소리가 ‘떵!’ 하는 묵직한 충격음으로 바뀌었다.

북궁설은 가슴을 자르르 울리는 충격을 느꼈다.

화운의 검공이 한 발 더 나아갔음이 분명했다.

하지만 놀라지도 멈추지도 않았다.

얼마 남지 않은 자신의 모든 공력과 힘을 있는 대로 끌어 모았고, 육신의 근력까지 극한으로 몰아 그야 말로 죽을힘을 다하고자 했다.

“마지막이다!”

목청이 찢어져라 고함을 지르며 돌진하는 북궁설.

정무맹은.

정무맹의 무인들은.

이 순간 철봉황 북궁설이 여인의 몸으로 구룡성과 천사련 내에서 구룡태자 북궁무결 보다 더 많은 이들을 휘어잡은 이유가 무엇인지 두 눈으로 직접 보게 되었다.

철의 심장을 가진 아름다운 여인 철봉황!

북궁설은 불굴의 무인 그 이상이었다.

화아아악!

갑자기 돌진하는 북궁설의 검에서 새하얀 열기가 넘실거렸다.

백열의 강기다.

극한으로 치닫다 보니 그녀조차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검공이 한 단계 더 성장한 것이다.

순간 화운이, 두 눈이 아닌 또 다른 인지 감각이 백열의 강기를 들여다보며 천지양단의 일검을 그었다.

번쩍!

무음의 검광.

그리고 작렬하는 격돌.

뚜앙!

전에 없던 강렬한 굉음이 터짐과 동시에 한 사람이 수 장을 튕겨 날아갔다.

북궁설이다.

그녀는 쪼개진 장작처럼 날아가 땅바닥에 나뒹굴었다.

반면 화운은 일보를 뒤로 물리며 상체를 크게 휘청거렸다.

승자는 화운이다.

누가 봐도 북궁설이 당했다.

하지만 정무맹의 무인들은 함성을 지르지 않았다.

대신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으며 불굴의 무인 정신을 보여준 북궁설에게 소리 없는 찬사를 보냈다.

그것은 피아를 떠나 남자와 여인의 구분을 떠나 무인으로서 칭송받기에 충분한 모습이었다.

반면 화운이 보여준 검공은 보통의 무인들이 알아보기엔 너무나 현묘한 경지였다.

그것을 알아본 맹의 고수들만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화운은 북궁설을 향해 다가갔다.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백리연은 화운을 응시하며 그가 보여주었던 여유로운 검공을 가슴에 담았다.

함께 지켜본 선우유성은 북궁설의 불같고 폭풍 같은 검공을 머릿속으로 되새기고 되새겼다.

그리고 남궁현은 그 사이의 어딘 가에서 자신만의 길을 찾았다.

그렇게 신풍대원들은 물론이고 맹의 고수들도 각자의 상념에 빠져 있는 사이에 화운은 북궁설의 앞에서 멈췄다.

그녀는 땅바닥에 대자로 드러누운 채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하지만 두 눈은 지그시 감긴 상태였다.

화운은 그녀가 마지막에 자신도 모르게 펼쳤던 백열의 강기를 떠올리며 그 순간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하여 걱정스런 얼굴로 달려온 북궁설의 심복 적충을 향해 말해주었다.

“무아지경에 든 듯하니 스스로 일어날 때까지 곁을 지켜주시오.”

“······!”

적충은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가 화운의 배려에 감사의 마음을 담아 공손히 포권했다.

화운은 고개를 끄덕여 준 후 신풍대원들을 손짓해 불렀다.

잠시 후 세 사람이 달려오자 나직이 말했다.

“깨어나려면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 사신으로 온 분이니 지켜드리는 게 도리일 것이다.”

화운의 말을 알아들은 세 사람은 북궁설과 적충을 크게 에워싸는 품(品) 자 형으로 자리를 잡으며 바깥쪽을 경계했다.

그제야 화운은 정무맹의 원로 고수들을 향해 다가갔다.

“새로운 검의 길을 찾은 것이냐?”

가장 먼저 맹주 조극산이 흥분한 기색을 감추지 않은 채 물었다.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얼굴들이었다.

“그런 것 같습니다.”

화운의 대답에 모두들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새로운 검의 길을 찾았다는 건 곧 자신만의 무학을 만들었다는 것이나 진배없는 말이기 때문이다.

이는 곧 종사 대접을 받기에 충분하다는 뜻이다.

일대종사!

자신만의 무학을 만들고 문파를 세운 이를 칭송하는 말이다.

화운이 문파를 세운 건 아니니 일대종사라는 영광스런 호칭을 받을 정도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자신만의 검로를 찾았고, 지금까지 그가 해오고 천하에 미치고 있는 영향을 보면 일대종사 이상의 대접을 받기에 결코 모자라지 않았다.

“들어도 되겠느냐?”

이심환이 물었다.

화운은 공손한 태도로 대답했다.

“다들 아시다시피 금강부동은 공간을 여의하는 무학입니다. 풍검에서 말하는 무검무상, 즉 검도 없고 그저 검의만 존재한다는 경지도 넓게 생각해 보면 금강부동의 한 갈래에 들 수 있을 것입니다. 전 거기에 검마 스승님의 연혼팔검을 접목시켜 보고 있습니다.”

“연혼팔검?”

“예, 연혼팔검은 감각의 검입니다. 무수한 죽음의 순간을 겪으면서 감각적으로 죽음을 찾아 베는 검입니다. 그리고 그 검의 궁극은 인지의 감각을 초월하는 것입니다. 인지의 감각을 초월하는 심안으로 상대의 무공을 보고 생사를 가를 단 한 점을 찾아 베는 것입니다.”

연혼팔검까지 간략히 설명한 화운은 잔뜩 궁금한 표정을 짓고 있는 모두를 둘러본 후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검력에 대해 말해주었다.

“제가 생각하고 있는 검력은 상대가 펼치는 무공과 상대 그리고 그 둘이 존재하는 공간까지, 어쩌면 인지의 감각을 초월하는 심안이 닿는 모든 공간을 일검에 베어버리는 것입니다. 보셨다시피 이제 간신히 길을 찾은 듯싶어 아직 가야 할 길이 한참 남았습니다만.”

화운의 말에 모두들 입을 쩍 벌렸다.

그 말대로 된다면 이건 금강부동보다 더 놀라운 무학이 될 것이다.

일검으로 산을 부수고, 바다를 가르고, 하늘을 붕괴시키는 것이거늘 어찌 경악하지 않을까.

“실로······ 실로 놀랍군.”

이심환이 경외의 표정을 떠올렸다.

조극산은 질렸다는 표정을.

그러다 곧 조극산이 찬탄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절대검이로다. 네 말대로라면 베지 못할 것이 없을 터, 절대검력이라 칭하는 게 좋겠다.”

절대검력!

화운이 일대종사를 넘어 무림지존이 될 날까지 함께 하게 된 위대한 검학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감사합니다. 절대검력, 앞으로 그렇게 명명하겠습니다.”

“나 역시 고맙구나. 위대한 검의 이름을 지을 수 있어 실로 기쁘구나.”

조극산이 흐뭇하게 웃었다.

그런데 이때 무당파의 우진궁주가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심검과 유사하지 않습니까?”

“이 노구 역시 그 생각이 들었네.”

우진궁주의 말에 아미의 멸절신니가 동감을 표했다.

우진궁주는 멸절신니가 동감해주자 힘을 얻은 듯 얼른 말했다.

“본파의 태사조이신 검성께서 심검에 대한 화두를 던져주신 것이 있는데, 들어보겠는가?”

무당검성이 남긴 것이라면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무당파만의 유산이다.

그런데도 화운에게 묻는 우진궁주의 얼굴은 들어주기를 바라는 표정이었다.

이는 화운을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고 남이라 여기지 않고 있음이며 사황과 천마의 준동을 막을 자는 화운뿐이라는 걸 인지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알려주신다면 영광으로 알겠습니다.”

화운은 정중히 청했다.

그러자 우진궁주가 안도하며 오랜 기억을 더듬거리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눈이 이르는 곳에 검이 이르는 것! 마음이 행하는 대로 검이 따르는 것! 그것이 곧 심검이다! 그러니 일체의 공력 없이 단지 검만을 휘둘러서 눈이 닿고 마음이 행하는 대로 검흔을 남길 수 있다면 그것이 곧 심검의 시작이다!”

우진궁주의 말이 끝났음에도 화운도 다른 이들도 모두 침묵했다.

무당검성이 남긴 화두에 잠겨든 것이다.

잠시 후.

“심검······ 그래 심검이라면 사황과 천마를 능히 상대할 수 있겠어.”

이심환이 말했다.

그런데 어째 안도하는 표정이었다.

“맞습니다. 절대검력이든 심검이든 이제야 두 발 뻗고 잠을 청할 수 있겠습니다.”

조극산이 웃으며 말했다.

“망할 놈! 진즉 좀 그리 하지. 이 늙은 노구가 며칠 째 잠못 이룬 줄 아느냐! 괘씸한 놈 같으니.”

멸절신니가 화운을 향해 한 소리했다.

그러나 얼굴만큼은 흐뭇해하는 표정이었다.

화운이 어리둥절해 하는 이때 조극산이 다가와 화운의 어깨에 손을 짚으며 말했다.

“당분간 맹의 대소사에 관여하지 않아도 좋다. 아니 그냥 네놈이 하고 싶은 대로 하거라. 언제가 되었든 사황과 천마를 상대할 그 날을 위해 우린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으마.”

조극산은 그리 말하고는 흐뭇하게 웃었다.

그리고는 모두를 향해 말했다.

“우리와 함께하는 시간조차 이놈에게 방해가 될 것이니 그만 가십시다.”

“그러는 게 낫겠소이다.”

이심환이 고개를 크게 끄덕이더니 화운에게 따스한 눈길 한 번 주고는 돌아섰다.

조극산과 이심환이 걸음하자 다른 사람들도 웃으며 따라갔다.

“자네의 검은 심검을 따르고 있네. 의심하지 말고 생각대로 밀고 나가게.”

우진궁주가 남기고 간 말이다.

화운은 그저 공손히 예의를 갖출 뿐이다.

마지막으로 남은 두 사람은 남궁검가주와 선우세가주였다.

“너는 볼 때마다 놀라게 만드는 재주를 가졌구나.”

남궁검가주가 웃으며 말했다.

그러더니 멀리 북궁설을 지키고 있는 신풍대원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동생들을 지켜주거라. 난 솔직히 저 아이들이 없는 천하의 안녕 따위는 바라지 않는다. 천하가 지옥이 되더라도 저 아이들과 함께 있는 길을 택하겠다. 극단적인 말이지만 무슨 뜻인지 알겠지?”

“예.”

“그럼 됐다.”

남궁검가주가 어깨를 두들겨주고는 물러났다.

그러자 화운과 선우세가주만 서로를 대하게 되었다.

전에는 화운을 볼 때면 복잡한 표정이던 선우세가주였는데, 지금은 그렇지가 않았다.

그동안 많은 생각을 했는지 이제야 비로소 어른다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

“내가 틀렸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고맙다.”

선우세가주는 원래 말이 많은 사람이 아니었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럼에도 화운은 그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

“늘 한식구이길 바랐고, 지금도 같은 생각입니다.”

“우린 늘 한식구였다.”

“예.”

화운이 웃으며 고개를 숙이자 선우세가주가 잠깐 망설이더니 손을 뻗어 화운의 어깨를 가볍게 두들겨주었다.

그리고는 화운이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얼른 돌아서서 가버렸다.

“몸을 아끼거라.”

멀리서 선우세가주가 한 마디를 툭 던져주었다.

화운은 빙그레 웃었다.

그렇게 맹의 수뇌부들마저 모두 떠나고 화운만 남았다.

“아, 맞다! 가르침을 청하려고 모셨던 건데······!”

뒤늦게 퍼뜩 떠오른 생각이었다.

하지만 뒤를 쫓아가진 않았다.

자신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만으로도 큰 가르침을 받은 것이기 때문이다.

심검이든 절대검력이든 이미 한 걸음 내디뎠으니까 우진궁주의 말대로 의심하지 않고 앞만 보고 나아가면 될 것이다.

“그래, 이젠 정말 내가 하기 나름일 거야.”

화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검을 뽑아보았다.

이무기의 비늘로 만들어진 묵검이 요사스런 검은 빛을 발하고 있었다.

화운은 검신을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그래, 너랑 나랑 만족스런 결착을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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