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 세상은 공평해야 하는 거야
이옥영은 우문검가가 선우세가를 완전히 무너트리고자 뒤에서 획책하고 있다는 걸 모르지 않았다.
더군다나 최근에, 정확히는 신풍대에 관한 소문이 들려오기 직전에 항주 번화가인 동천로의 커다란 장원 정문에 우문검가의 현판을 내걸었다.
선우세가가 있음에도 항주 땅에 우문검가의 현판을 걸었다는 건 선우세가를 만천하에 망신 주는 것일뿐더러 항주에서 선우세가를 밀어내겠다는 선전포고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말해놓고도 더욱 울화가 치밀어 이옥영의 노화가 심각하게 들끓었다.
순간 화운에게서 따듯한 기운이 흘러나와 이옥영을 휘감아 들끓고 있는 노화를 가라앉혀주었다.
그 광경에 우문낙성이 크게 놀랐다.
‘손을 대지 않고도 상대의 기운을 다스려준단 말이냐? 태양존자를 홀로 쓰러트렸다는 소문이 사실이었단 말인가?’
좀 전에 남궁현이 한 말을 들었지만, 반신반의했다.
가재는 게 편인 법이니까.
하지만 지금 화운이 하는 모습을 보니 사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숙모님,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항주 아니어도 살 곳은 많습니다. 뭐 떠나야 하면 떠나는 거지요. 대신 떠날 때 떠나더라도 오랫동안 살아온 항주에 대한 애정은 남기고 떠나셔야지요.”
그렇게 말한 화운은 이옥영에게 다가가 그녀의 손을 잡아 의자에 앉도록 했다.
그리고는 우문낙성을 돌아봤다.
“신풍대주 화운입니다. 장천검 대협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화운이 정중히 인사하자 곁에서 지켜보던 천 노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
정작 당사자인 우문낙성은 벌레 씹은 표정이었건만.
“우문낙성이네.”
“대협을 굳이 청한 건 이자 때문입니다.”
화운이 해적도주를 가리키자 우문낙성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우문검가와 해적도주는 손을 잡고 있던 사이였기 때문이었다.
‘설마 알고 있는 건 아니겠지? 이자가 불었을까?’
우문낙성이 잔뜩 우려하고 있었다.
화운은 속으로 피식 웃었다.
‘식은땀 정도는 나야하는데, 그 정도는 아닌 모양이군. 하기야 우문검가는 식은땀 정도로 끝내선 안 되지. 당신들은 유성이한테 맡길 거야. 감히 항주 땅에 현판을 걸었다고? 사황과 천마의 일이 끝나고 나면 당신들 차례야. 유성이가 당신들의 본거지인 복건성까지 선우세가의 발아래 두도록 만들어주겠어.’
화운은 본심을 감추고 천연덕스런 태도로 말했다.
“해적도에서 잡아온 자입니다. 해적들의 두목이라더군요. 제가 신풍대를 이끌고 항주로 온 건 이자 때문입니다. 맹에 입수된 정보에 따르면 이자와 내통하고 있는 세력들이 있다는군요.”
“······!”
거짓말이지만 그것을 알 도리가 없는 우문낙성이기에 가슴이 철렁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당황할 정도로 크게 놀랐다.
“헌데 천사련과의 싸움으로 한창 바쁜 시국에 이런 하찮은 놈들이나 상대하는 것도 귀찮고 해서 우문 대협께 맡기면 어떨까 하고 생각하여 이리 청하게 되었습니다.”
화운의 말에 우문낙성의 얼굴에 한 줄기 기사회생의 빛이 떠올랐다.
‘옳거니! 그렇게 해준다면야······.’
우문낙성은 안도했다.
그러나 화운이 우문낙성의 속마음을 빤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아! 이건 아닌 것 같습니다. 제가 결례를 저질렀습니다. 감히 대협께 이런 하찮은 자를 맡길 생각을 하다니, 죄송합니다.”
화운이 정말 미안하다는 듯 포권까지 했다.
“아니 괜찮네. 결례라니, 당치도 않네. 맡겨만 주시게. 남사천과의 싸움으로 한창 바쁜 자네이니 이런 소소한 일은 내게 맡겨도 되네. 본가의 이름을 걸고 명명백백하게 밝혀보겠네.”
“아닙니다. 제가 너무 무례를 저질렀습니다. 아무리 바쁘기로서니 까마득한 후배인 주제에 이토록 하찮은 일을 감히 대협께 맡기다니요. 절대 그럴 수 없습니다. 절대요!”
화운이 단호하게 말하자 우문낙성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그러나 곧 표정 관리에 들어가며 대수롭지 않다는 얼굴로 말했다.
“아닐세. 본가에만 남아 있어 맹에 있는 분들께 미안하던 참이네. 이렇게나마 손을 거들 수 있었으면 하네.”
“손을 거들고 싶다는 겁니까?”
“바로 그렇네.”
“그렇다면 한 가지 도와주실 게 있습니다.”
“응?”
도와주고 싶은 건 해적도에 관한 것이지 다른 게 아니다.
그래서 우문낙성의 얼굴이 난처해지기 시작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화운은 못 본 척 얼른 말했다.
“제가 태양존자를 쓰러트린 일로 천사련이 바짝 약이 올랐나 봅니다. 절 죽이겠다고 천사련의 삼천육지 중 육지의 수장들이 전부 나섰고, 천하십이흉이라고 아십니까? 전대의 거흉들이라는데 혈선과 철탑거왕을 비롯한 자들이 몽땅 나섰다지 뭡니까. 그래서 우리 신풍대의 매서운 맛을 보여줄 참인데, 함께 가시지요.”
“······!”
화운은 맹으로 돌아가는 대로 무룡대를 이끌고 혈선 등과 한바탕 싸워야 한다.
이전의 시간에서는 그랬다.
화운은 그걸 상기하고는 우문낙성을 놀릴 요량으로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우문낙성의 얼굴이 눈에 띄게 당황으로 일그러졌다.
그가 이곳에서 고수 행세를 한다지만, 천하십이흉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심지어 낭왕에게도 미치지 못했고, 낭왕에 비해 한 수 처지는 나머지 육지의 수장들에게나 간신히 상대가 될 실력이거늘 어디 감히 혈선이나 철탑거왕을 상대할 생각을 하겠는가.
“정녕 그들이 나타났단 말인가?”
“예. 참 잘됐지요? 현재든 과거든 악행을 일삼던 자들은 모조리 쓸어버려야 여기 객잔에 계신 분들을 포함하여 모두가 안도하며 살 수 있는 세상이 될 테니까요.”
우문낙성은 아무런 대꾸도 못했다.
그렇다고 하면 화운이 다시 함께 가자고 종용할 것 같아서다.
“많이 바쁘신가 봅니다?”
“응? 아, 그렇다네. 본가의 가주님께서 명해둔 일이 좀 있다네.”
“알겠습니다. 선우세가를 짓밟느라 바쁘시다니 어쩔 수 없지요.”
“······!”
“선우세가는 꼴랑 열 분만 남기고 모조리 전장으로 나갔는데, 우문검가에서는 대단하신 고수분을 이렇게 남겨두고 항주 땅에 우문검가의 현판을 거셨네요.”
화운이 싸늘한 표정으로 날카롭게 찌르듯 말했다.
우문낙성은 그제야 화운의 말에 놀림을 당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아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하지만 태양존자를 쓰러트렸다는 화운에게 감히 검을 뽑지는 못하고 인상만 쓰는 게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바로 이때였다.
객잔 바닥에 웅크리고 있던 해적도주의 몸이 둥실 떠올랐다.
눈에 보이지 않는 기운이 그의 목을 잡아 허공으로 번쩍 들어 올린 것이다.
“컥! 살, 살려주십시오.”
화운에게서 강한 기운의 기동도 느끼지 못한 사이에 벌어진 일이라 우문낙성의 놀람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그래, 살려줄게. 대신 그쪽이 해야 할 일이 있어.”
“말씀만 하십시오.”
“그쪽도 들었다시피 항주가 선우세가를 내치는 모양이야. 그래서 내가 무척 기분이 안 좋아. 사실 그대로를 말하자면 선우세가가 무능해서 벌어진 일이지만. 유성아, 그렇지 않으냐?”
해적두목에게 말하다말고 선우유성에게 말을 걸었다.
선우유성은 흠칫 했지만 곧 담담한 얼굴로 대답했다.
“맞아. 본가가 무능했어. 난 억울하진 않아. 강호의 생리가 그렇잖아. 약자는 도태되고 강자는 다 가지는 거지. 정파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이번에 배웠어. 그래서 형.”
선우유성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검을 뽑았다.
묵빛의 날을 가진 검이 뽑히자마자 새파란 강기가 선명하게 맺혔다.
‘강기다! 선우가의 소가주가 이토록 성장했단 말이냐!’
우문낙성의 얼굴에 놀람과 경계의 빛이 떠올랐다.
선우유성은 그런 우문낙성을 똑바로 응시하며 화운에게 말했다.
“태양존자를 이기어검으로 죽여 버린 형한테 검을 더 많이 배울 거야. 그래서 내 능력으로 본가를 무시하는 자들을 모조리 짓밟고 본가의 이름을 만천하에 알리겠어.”
항주 땅에 우문검가의 현판을 걸어 선전포고를 한 것에 대한 답례였다.
우문낙성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맹에 있는 우문검가의 가주인 우문위가 직접 사람을 보내 선우세가를 상대로 한 모든 작업을 중지하라고 했지만, 한 발 늦었다.
거기서 오는 데에 시간이 걸려 우문위의 전갈이 도착했을 땐 계획대로 착착 진행된 일이 항주에 우문검가의 현판을 내건 후였다.
뒤늦게 현판을 내리는 것도 체면이 서지 않아 망설이고 있던 차에 화운과 신룡대가 들이닥친 것이다.
‘내렸어야 했어. 이 일을 어쩐다?’
우문낙성은 후회막심이었다.
하지만 때늦은 후회일 뿐이라 지금 당장 어쩔 수 있는 게 없었다.
우문낙성이 한참 답답해하고 있는 모습을 본 화운이 빙그레 웃으며 선우유성을 향해 말했다.
“그래, 너라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 거다. 삼 년 정도면 검환의 경지까지는 도달할 수 있게 도와주마.”
선우유성에게 한 말이지만, 실상은 우문낙성에게 한 말이기도 했다.
쉽게 말해 니들 뭣 되었다는 뜻이었다.
화운은 경악으로 일그러진 우문낙성을 뒤로 하고 해적도주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자, 하던 말을 계속해 볼까.”
화운이 말을 한 순간 허공에 둥실 떠 있던 해적도주가 화운을 향해 가까이 이동했다.
화운은 해적도주의 얼굴을 가까이서 직시하며 계속 말했다.
“항주가 선우세가를 내쳐서 내가 기분이 나빠. 거기까지 말했지? 자 그래서 말이야. 난 당신을 살려서 보내줄 거야. 어느 세력이랑 작당하고 있는지도 묻지 않을 생각이야. 그러니까 돌아가거든 앞으로 선우세가의 깃발이 보이면 절대 건들지 마.”
“맹, 맹세하겠습니다. 절대 어선들을 건들지 않겠습니다.”
“그게 아냐.”
“옛?”
“세상은 공평해야 하는 거야. 선우세가에 의리를 지킨 어선을 건들면 내가 가만 안 있지. 근데 선우세가가 싫다고 하는 사람들까지 다 같이 평온하고 그러면 내가 서운하지 않겠어?”
“그 말씀은······!”
“선우세가의 깃발! 선우세가의 깃발을 단 어선만 건드리지 않으면 내가 다시 해적도로 찾아갈 일이 없을 거야. 다른 배들이야 나랑 무슨 상관이겠어. 선우세가가 싫다고 하질 않나 돈 없다고 깔보고 무시하질 않나. 내가 그런 어선들까지 지켜줘야 할까?”
“아닙니다! 제가 알아서 아주 박살을 내놓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면 내가 시키는 것 같잖아.”
“아닙니다. 전 그냥 해적의 본분을 다할 뿐입니다. 매일같이 적극 약탈할 것입니다. 하지만 선우세가의 깃발을 단 배는 제가 그냥 무서워서 절대 안 건드릴 겁니다. 맹세하겠습니다!”
“이제야 말을 알아듣는군. 좋아, 그럼 믿고 보내주지.”
화운의 말이 끝나는 순간 해적도주의 몸이 둥둥 떠서는 창밖으로 향했다. 그런데 밖으로 나가기 직전에 창문틀 위에서 우뚝 멈추었다.
“궁금한 게 있는데 말이야. 우문검가가 어선들을 지키려고 나설 수도 있어. 그럼 어쩔 거지?”
“땅에서야 우문검가 앞에서 저희가 바짝 엎드려야죠. 하지만 바다에서는 아닙니다. 우문검가에는 대협 같은 고수가 없으니 바다에서만큼은 절대 저희들의 상대가 되지 못합니다.”
“아, 그렇군. 알겠어, 잘 가.”
해적도주는 그렇게 창밖으로 사라졌다.
화운이 놓아준 것이다.
“이러는 게 어딨느냐! 정파가 어찌 이런 짓을 해? 그러고도 정파란 말이냐! 그렇게 하면 항주 사람들이 선우세가를 따를 줄 아느냐!”
천 노가 화를 터트렸다.
그러자 화운이 그를 빤히 보며 말했다.
“못 미더워서 풍어제에서 쫓아낼 때는 언제고요! 따르지 마십시오. 선우세가는 항주를 떠나면 그만입니다. 우문검가가 있는 복건성도 있겠다, 장원 살 돈 정도는 나한테도 있으니까 그냥 가서 자리 잡으면 그만입니다. 그리고 정파니까 다 포기하고 떠나겠다는 겁니다. 정파가 아니면 이대로 떠나겠습니까, 모조리 죽여 버리지. 우문 대협, 안 그렇습니까?”
우문낙성은 대꾸조차 하지 못했다.
천 노는 그 모습에 비로소 힘의 우위가 어느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것인지 제대로 인지할 수 있어 의자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이 일을 어쩐단 말이냐. 해적들이 내 어선들만 약탈하겠다는 건데 대체 이 일을 어이 한단 말이냐!”
천 노가 탄식하며 주위를 둘러봤다.
천 노가 앞장서서 선우세가를 내치고 있다는 거야 온 항주 사람들이 다 알고 있던 터라 누구도 천 노를 동정하지 않았다.
되려 선우세가가 정말 떠나게 될까봐 천 노를 성토하는 말들이 객잔 여기저기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때 화운이 이옥영을 향해 말했다.
“숙모님, 세가의 깃발을 만드셔서 끝까지 세가에 의리를 지키려고 한 분들께만 나눠주십시오.”
“오냐, 그렇게 하마.”
이옥영이 대차게 말한 순간 천 노가 잽싸게 다가갔다.
“이 부인! 살려주시오. 이 늙은이 좀 제발 살려주시오.”
천 노가 굽실거렸으나 이옥영은 들은 체도 않고 객잔 주인을 쳐다봤다.
“장 대인, 이 정도 금액이면 충분하겠지요?”
“예?”
“여기 신검룡이 구해온 돈이면 지금 객잔에 있는 재료들로 만들 수 있는 요리들과 술을 몽땅 살 수 있겠지요?”
“그, 그러고도 남습니다만?”
“그럼 그렇게 해 주세요. 그리고 조용히 식사하고 싶으니까 우리 일행이 아닌 분들은 좀 이 자리에서 치워주셨으면 합니다.”
“알겠습니다.”
객잔 주인이 대답하며 천 노를 잡아 일으켰다.
“놔라! 내 발로 갈 것이다. 우문 대협 가십시다.”
천 노가 기댈 곳은 결국 우문검가 뿐이었다.
그런데 우문낙성이 막 돌아설 때였다.
“우문 대협.”
화운이 불렀다.
우문낙성이 돌아봤다.
“우문검가가 끼어들었다는 말이 들리면 내가 다시 해적도로 갈 겁니다. 해적도주를 맹으로 잡아가서 심문할 것입니다. 그러니 알아서 처신하십시오.”
화운의 말에 우문낙성의 얼굴이 처참히 일그러졌다.
‘다 알고 있었어. 본가가 해적도주랑 손잡은 걸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거야!’
우문낙성은 이옥영을 바라봤다.
“이 부인,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본가는 항주에서 물러날 것이고, 앞으로도 선우세가와 관련된 모든 일에서 손을 뗄 것입니다. 부디 선우세가가 항주에 계속 남아주시길 바랍니다.”
“멀리 안 나갑니다.”
이옥영은 눈길도 주지 않고 대꾸했다.
그래도 우문낙성은 정중히 포권하고는 물러가는 수밖에 없었다.
“우문 대협! 손을 떼겠다는 게 무슨 말이오? 우문 대협!”
천 노가 다급히 소리치며 따라가 보지만 황급히 돌아가는 우문낙성의 발걸음을 붙잡지는 못했다.
“속이 다 시원하네요.”
선우유성이 말했다.
“그래, 운이 덕분에 속이 다 후련하다. 허나 유성이 넌 이번 일로 배워야할 게 있다.”
“알아요. 다시는 무시받지 않도록 강해지겠어요.”
“강해져야 하는 건 무인의 본분이니 배우고 말고 할 일이 아니다.”
“그럼 뭘 배워야 한다는 거예요?”
“네 옆의 현이를 보거라.”
이옥영의 말대로 선우유성은 남궁현을 돌아봤다.
“천 노나 우문검가처럼 자신들의 돈과 힘만을 앞세워 다른 이들을 핍박하는 이들도 있지만, 남궁검가처럼 충분한 힘이 있음에도 과시하지 않는 곳도 있다. 넌 남궁검가의 당당함과 사람을 먼저 보고 사귈 줄 아는 현명함을 배워야 한다.”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저도 남궁검가가 참 대단하다고 늘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현이가 더 좋았고요.”
선우유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 참, 이렇게 대놓고 말씀하시니 얼굴이 화끈거릴까 고민되네요.”
남궁현이 히죽 웃었다.
그에 이옥영도 웃었다.
“현이 넌 가문에 대해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 남궁검가는 넘치도록 훌륭한 곳이니까. 그러니 네게 이어진 가풍을 후대에 잘 전하도록 노력하거라.”
“예. 숙모님 말씀 잘 새기도록 하겠습니다.”
남궁현이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화운은 그 모습들을 보며 의자에 앉아 미소 지었다.
‘그래, 이렇게 사는 거야. 마음에 안 드는 작자들은 혼을 내주고, 가까운 사람들과 웃고 즐기며 사는 거지. 그러기 위해서는 사황과 천마를 반드시 막아야겠지만.’
사황과 천마를 생각하자 금강부동에 대한 생각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금강부동······ 천하십이흉과의 싸움에서 시험해 봐야겠어.’
기존에 화운이 분석하고 정무맹의 원로고수들이 파악한 금강부동에다 이번에 혜능을 따라 신마대전을 보면서 새로이 깨닫게 된 부분이 화운의 머릿속에서 차곡차곡 아귀를 맞춰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