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6. 무해곡주
“어떻게 여기에······!”
화운은 간신히 말했다.
너무 놀라서다.
정말 상상도 해보지 못한 상황이 벌어진 때문이다.
지금 화운의 눈앞에 그가 있었다.
사황.
그 무지막지한 괴물이.
“여긴 어쩐 일이냐고 물었다.”
화운은 너무 황당무계하여 대답할 겨를도 없이 자신이 잘못 본 것인가 싶어 주위를 둘러봤다.
서가에 수천 권의 책들이 빽빽하게 꽂혀 있는 석실이다.
연검천이 보이고 사황이 있다.
그리고 또 한 사람.
피처럼 붉은 장포의 노인 혈존도 있다.
“여길 쳐들어온 겁니까?”
“무슨 헛소리냐!”
“헛소리?”
“이놈이 여길 어떻게 찾아온 것이냐?”
사황이 연검천에게 물었다.
화운과 사황이 아는 사이이자 적잖이 당황하고 있던 연검천은 퍼뜩 정신을 차리며 대답했다.
“무해곡을 찾아왔다가 밖에서 향아를 만난 모양입니다.”
“애가 또 혼자 나갔더냐?”
“속하가 한눈을 파는 사이에 그런 모양입니다.”
대답하는 연검천의 모습이 공손하기 짝이 없었다.
“속하라고요?”
화운이 놀란 얼굴로 내뱉었다.
일백 년 전 사황에겐 두 명의 심복이 있었다.
혈사와 사혼이 바로 그들이다.
혈존은 혈사의 후예였고, 연검천이 바로 사혼의 후예였다.
구혼사존 연검천.
화운은 연검천의 별호까지야 알 도리가 없었으나 그가 사혼의 후예라는 건 이제야 알아차렸다.
“그러니까 여기가 사황 당신의 본거지였네요. 크크큭!”
화운이 웃었다.
무해곡을 찾아온 일이 허망해서였고, 반대로 사황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어서였다.
“놈! 무엄하다!”
혈존이 호통을 쳤다.
순간 혈존을 쏘아보던 화운이 휘청거렸다.
“어랏! 왜 이러지?”
“이놈에게 무얼 먹인 게냐?”
“속하가 감당하기 어려워 보여 망혼진백산을 먹였습니다.”
“망혼진백산이 뭡니까?”
화운이 당황하여 물었다.
어지간한 독에는 아무렇지도 않은 자신이거늘 대체 무슨 독이기에 중독이 된 것일까.
“클클! 네놈의 혼백까지 녹여 버리는 극독이니라.”
혈존이 음산하게 웃었다.
아무래도 고수들을 상대하기 위해 무해곡이 만들어 낸 희대의 극독쯤 되는 모양이다.
“망할 늙은이들!”
화운이 바라보는 혈존의 얼굴이 마구 이지러져 보이며 눈앞이 빙글 돌았다.
바로 이때 사황이 손을 뻗었다.
날카로운 기파가 화운의 상의를 찢어버렸고, 품속에 있던 경천보패가 사황에게로 날아갔다.
“하여간······ 맘을 놓으면······· 젠장!”
투덜거리는 화운의 심장이 스스로 퍽 하고 터졌다.
***
정신을 차린 화운은 잠시 머릿속의 생각을 정리했다.
‘사황, 그가 무해곡주였어. 무해노인은 천하의 공격을 받았고 그래서 그렇게 천하를 짓밟은 거야.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그가 무해곡주라는 게 중요해. 왜냐면 그에게도 지켜야 할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니까. 으흐흐흐!’
속으로 음산하게 웃은 화운은 땅을 박차고 솟구쳐 단숨에 기암괴봉 위로 올라섰다.
사황이 뒷짐을 지고 서 있었다.
“네놈은 경천보패에 대해서나 알아보라고 하였지 않느냐!”
사황이 화를 터트렸다.
“제가 수하도 아닌데 이래라저래라 하는 건 아니죠.”
“놈!”
“무해곡주시죠?”
“그래서?”
“다시는 제 친인들을 죽이지 마십시오. 단 한 사람이라도 죽이면 그 즉시 무해곡으로 날아갈 겁니다. 아시죠? 속도만큼은 제가 더 빠르다는 사실을.”
“죽고 싶은 게로구나!”
사황에게서 거대한 기운이 폭발적으로 뿜어졌다.
분노가 극에 달한 모습이었다.
화운은 그 모습을 보며 팔짱을 꼈다.
“해 보십시오. 죽고, 죽고, 또 죽으면 그만이니까요.”
태연한 화운의 모습에 더욱 화가 났으나 폭발적으로 뿜어지던 사황의 기세는 씻은 듯이 사라졌다.
어차피 자신만 귀찮을 뿐임을 깨달은 것이다.
“비루한 놈! 무해곡을 찾은 걸 보니 새로운 무학이라도 익히려나 본데, 네놈 따위가 감히 천마를 상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것이냐!”
“천마뿐이겠습니까. 사황이라는 괴물도 반드시 처치하고 말 겁니다.”
사황의 미간이 확 찌푸려졌다.
하지만 화를 내지는 않았다.
“비루하다 못해 모자란 놈이어서 참으로 다행이다.”
“사람다운 모습이라곤 눈곱만큼도 찾을 수가 없으니 참 다행입니다. 죽일 힘이 생기면 주저하지 않고 죽여드립지요.”
화운이 지지 않고 받아친 순간 사황에게서 성난 경력이 몰아쳤다.
퍽!
화운의 머리통이 부서졌다.
정신을 차린 화운은 기암괴봉 아래에서 소리쳤다.
“올라가는 것도 귀찮으니까 어디 맘껏 죽여 보십시오!”
온 사방을 쩌렁 울리는 일갈이었다,
하지만 사황의 반응이 잠잠했다.
“올라가기 귀찮다고요!”
“한심한 놈 같으니! 이 순간에도 천마는 세상으로 나올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그를 위해 그렇게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냐!”
“뭔 순간이요? 그가 뭔 순간을 기다리는 건데요?”
“그걸 찾아내고 대비하는 게 네놈이 해야 할 일이지 않겠느냐!”
“······!”
“쓸데없는 일에 시간 허비하지 말고 그 신의 법보와 아수라 마신에 대해 알아보아라. 시간을 뒤트는 건 마신 아수라의 권능이라 하였으니 그것들을 조사하다 보면 그가 무얼 기다리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있을 게다.”
맞다.
천마가 말하길 시간을 뒤트는 건 마신 아수라의 권능이라고 했다.
경천보패가 아수라의 법보라는 뜻이다.
‘맞아. 사황과 천마. 두 사람과 싸울 생각만 했지 그들에 대해 알아볼 생각을 못했어.’
어쩌다 보니 사황의 존재에 대해서는 알게 되었다.
그에게도 지켜야 할 것이 있음도 알았고.
‘그래, 천마에 대해, 경천보패와 아수라에 대해 알아보아야겠어.’
화운은 사황의 생각에 동감했다.
막연히 강해지기만을 기다릴 게 아니라 천마에 대해서도 알아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문득 든 의문이 있다.
“사황께서는 무얼 하시려고요?”
“네놈도 들었지 않느냐! 천마지존공과 마신의 혼돈을 융합했다는 천마의 말을! 그를 상대하려면 기존의 무학으로는 어림없다! 신의 힘! 신에 필적할 무학을 찾아야 한다!”
“아! 그래서 무해곡에 처박힌 거구나!”
“말을 조심하라! 놈! 처박히다니!”
사황은 천하 무공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다는 무해곡의 방대한 지식에서 천마를 상대할 무학을 찾고자 했다.
자신이 읽어보지 못한 서책들 중에 혹여 신의 힘에 필적할 무학의 길이 있을지 찾아보는 것이 당장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편이었다.
“천마와 경천보패 그리고 아수라. 제가 알아보죠. 사황께선 신에 필적한 무학을 찾으십시오. 그리고 한 번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다시는 제 친인들을 죽이지 마십시오.”
“비루한 놈 같으니! 어디서 감히 협박을······!”
“협박이 아니라 사실을 주지시켜 드리는 겁니다. 피차 지켜야 할 것이 있다는 걸 말입니다.”
화운의 말이 끝남과 동시의 순간.
콰르르르릉!
기암괴봉이 굉음을 터트리며 그 자리에 무너졌다.
사황의 가공할 기운이 모래성을 허물 듯 짓눌러 버린 것이다.
누런 흙먼지가 천지 사방을 집어삼켜 버린 가운데 그 속에서 사황의 분노가 낮게 흘러나왔다.
“당장 네놈의 팔다리를 뽑고 정무맹과 천하를 피로 짓밟아주마!”
“제가 전력을 다한다면 이 자리에서 못 빠져나갈 것도 없을 것 같은데 한번 해 볼까요? 그리고 설사 제가 죽는다하더라도 다시 반복할 뿐이고, 그건 천마만 이로울 뿐이라면서요?”
“놈!”
“어차피 죽여야 할 사이더라도 천마라는 공동의 적도 있고 하니 서로 지킬 건 지켜가면서 품격 있게 굴자는 건데 그게 그렇게 못마땅하십니까?”
“······.”
“무해곡의 원한 이해합니다. 복수하고 싶다면 얼마든지 하십시오. 하지만 전 천하인들이 무참히 죽어 가는 꼴을 두 손 놓고 볼 수는 없으니 최선을 다해 막을 것입니다.”
“막을 수 있을 것 같으냐!”
“전 어렵다고 주저앉는 성격이 아닙니다. 부서지더라도 해야 할 일이라면 부딪치고 봅니다.”
“같잖은 놈 같으니!”
“같잖은 놈 맞습니다만, 이제부턴 밟히면 가만히 있지 않을 놈이라는 걸 잊지 말아주십시오.”
“정녕 죽고 싶은 게로구나!”
“이젠 그런 엄포 안 먹히니까 괜히 목에 힘주지 마시구요. 무해곡으로 가시거든 향아 좀 잘 키우라고 하십시오. 사람은 사람들 속에서 살아야 하듯이 애는 애들끼리 놀면서 자라야 하는 법입니다. 그만 가렵니다.”
화운은 사황을 두고 돌아섰다.
이제 그가 손을 쓰지 못하리라는 걸 알았고, 실제로 사황은 손을 쓰지 못했다.
‘천마와 경천보패 그리고 아수라. 어디서부터 알아보아야 하나?’
화운은 새로운 고민으로 미간을 찌푸렸다.
***
이전에 그랬듯이 화운은 무영투를 먼저 찾아갔다.
잔뜩 경계하는 무영투에게 공공무영비 십단공 무풍무영을 가르쳐 주며 어느 정도 흉내를 낼 수 있게 되거든 멀리 떠날 준비를 한 후 자신을 찾아오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환단 한 알을 챙긴 후 정무맹으로 복귀했다.
언제나 그랬듯이 무영투에게서 대환단을 얻어내는 건 참 쉬웠다.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로.
그래도 미안하지 않기로 했다.
원래 식구들끼리는 같이 쓰고 나눠 갖고 그러는 법이니까.
정무맹에 복귀한 후 맹주를 만나 보고를 했다.
이전의 시간과 똑같은 내용을 보고했고 행동도 그대로 했다.
신풍대로 돌아가 백리연의 손을 잡고 건곤무상의 검공을 가르쳐 준 것도 그대로 했다.
그 달콤하고 즐거웠던 순간만큼은 절대 놓칠 수가 없어 이전보다 더 많은 시간과 공을 들였다.
그 후에 맹주에게 부탁하여 정무맹의 원로들을 한자리에 모아두고 금강부동을 공개한 것도 그대로 했다.
아직은 원하는 만큼 금강부동을 분석해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만 다른 것이 있다면 그 자리에서 아수라 마신에 관한 전설과 천마에 대해 소상히 알고 있을 만한 사람 혹은 문파가 있는지 물어본 것이다.
“전설과 무림역사에 관한 정보와 기록이라면 하오문을 찾아가야 하네.”
“무림과 상계는 별개인 것 같아도 알고 보면 떨어질 수가 없는 사이라네. 천하에 뻗치지 않는 곳이 없다는 대륙전장이라면 무림역사에 관해서도 모르는 것이 없을 것이네.”
“칠대문파에도 정보와 역사를 관리하는 곳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오대세가들도 그렇게 하고 있을 텐데. 아닌가?”
제법 많은 말들이 나왔으나 당장 찾아가 볼 만한 곳으로 두 곳이 나왔다.
하오문과 대륙전장이었다.
대륙전장은 하남성 개봉에 있고, 하오문은 호북성 무한에 있다고 했다.
대륙전장은 이화태양종이 화수련을 납치하는 걸 막아야 하니 어차피 찾아갈 곳이었다.
‘이화태양종을 막고 대륙전장에 들렀다가 돌아오는 길에 하오문을 찾아가 보면 되겠다.’
대충의 여정을 정한 화운은 맹주의 명을 받아 신풍대를 데리고 대륙전장이 있는 호북성으로 떠났다.
화운은 호북성에서의 일도 이전과 똑같이 진행했다.
미리 검마를 만나 화수련을 구하는 것은 물론이고 검마가 다치지 않게 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검마가 크게 다치는 건 마음 아팠으나 이전처럼 많이 다쳐야 그가 대륙전장에 눌러앉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런 중상을 입어가면서 화수련을 구해주고 지켜주었기에 대륙전장에서 검마를 대하는 태도가 그토록 극진할 수밖에 없었으니까.
세상은 주는 것 없이 받을 순 없는 법이었다.
검마의 희생이 그의 남은 삶을 바꿔놓은 셈이다.
화운은 검마가 연혼팔검을 펼쳐 음산노괴를 상대하는 모습을 다시 보았다.
그 덕분에 인지의 감각을 초월하는 눈에 대해 한 발짝 더 깊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검마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화운은 대환단을 검마에게 복용시켜 준 후 그가 무너진 마음을 일으켜 세울 수 있도록 금강부동을 알려주었다.
이때 검마는 무해곡에 대해 알려주었다.
화운은 사황이 무해곡주라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검마는 스승의 마음으로 화운에게 도움이 되고자 했다. 화운은 그 마음을 지켜주고 싶어 처음 듣는 것처럼 굴었다.
화운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다른 사람의 마음을 더욱 세심하게 보듬어 줄 정도로 성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모든 여정을 마친 화운은 대륙전장의 장주에게 천마와 마신 아수라에 관한 전설이나 정보에 대해 부탁했고 대륙전장의 장주는 흔쾌히 자신들이 가진 정보와 기록을 아낌없이 내놓았다.
하지만 천마와 마신에 관해 도움이 될 만한 정보는 얻지 못했다.
화운은 하는 수 없이 하오문을 찾아 호북성 무한으로 출발했다.
***
하오문(下午門).
무림계라하여 무공을 익힌 무인들만의 세상일 수는 없다.
무인들은 그들이 사는 땅, 잠시 들리는 객잔, 기루, 도박장 등에서 무공을 알든 모르든 수많은 사람들과 접촉하고 부딪치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수많은 사람들 중에는 소매치기, 도둑질, 매춘업 등에 종사하는 최하류 인생들이 있기 마련, 그 밑바닥 인생들이 무인들의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하나로 뭉쳐 거대한 방파를 만드니 바로 하오문이다.
하오문은 천하에 지부를 두었고, 철저히 점조직 방식으로 운영했었는데, 그들의 힘이 상당해진 수십 년 전부터는 총단을 당당히 공개하고 있었다.
호북성 무한.
하오문 총단.
정오가 한참 지난 시각 화운과 신풍대가 도착했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손님을 맞는 접객당의 당주가 물었다.
“정보가 필요해서 왔습니다.”
“어느 급이신지요?”
“당신이 감당할 수 없는 최상급입니다.”
정무맹의 군사인 영호풍에게서 하오문의 일처리 방식에 대해 어느 정도 듣고 온 화운이기에 머뭇거릴 일이 없었다.
화운과 신풍대를 다시 한번 살펴본 접객당주가 살짝 곤란하다는 얼굴로 물었다.
“본문의 정보를 사려면 돈이 필요합니다. 제가 감당 못할 정도의 정보라면 막대한 금액이 요구되는데 그만한 준비는 해오셨는지요?”
“정무맹 사람입니다. 허튼 짓을 할 일은 없으니 귀문에서 다룰 수 있는 최상의 정보를 담당하는 분께 안내해 주셨으면 합니다.”
정무맹이라는 말에 흠칫한 접객당주는 기다리라는 말을 하고는 사라졌다. 그리고 잠시 후에 돌아와서는 화운과 신풍대를 후원의 귀빈실로 안내하고는 다시 사라졌다.
“다른 분들께선 이곳에서 쉬시고 대표되는 분께서는 절 따라오십시오.”
아리따운 시비가 찾아와 한 말이다.
화운은 신풍대 세 사람을 두고 시비를 따라갔다.
시비는 칠층 전각의 최상층으로 화운을 안내해 주었다.
그곳엔 이미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나고 있는 차가 준비 되어 있었지만 화운은 무해곡에서의 경험이 있어 일절 입에 대지 않고 무한의 경치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창밖을 내다보며 기다렸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 일다경 후.
“근자에 천하를 진동시키고 계시는 신검룡 신풍대주께서 본문을 찾아주시다니 참으로 영광이에요.”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들렸다.
화운이 돌아보니 한참 농익음을 과시하고 있는 이십 대 중반의 여인이 색채가 화려해 보이는 복장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절 알아보다니 대단하군요. 워낙 평범해서 어지간해서는 알아보기 힘들 텐데.”
“그 검 그리고 신풍대원들을 이끌고 오신 분이라면 아주 쉽게 눈치챌 수 있지요.”
화운의 외모야 평범하지만 백리연만 해도 눈에 띄는 미모다.
그런 미모의 여인이 낀 세 사람 혹은 네 사람, 거기에 묵빛의 장검.
천하무림에 관심이 있는 이라면 어렵지 않게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아! 그렇군요. 화운이라고 합니다.”
“천옥당이라고 해요. 문주님을 대신해서 이번 거래를 담당하게 되었는데, 설마 문주님이 아니라고 언짢으신 건 아니겠지요?”
“그럴 리가요. 정보가 필요해서 온 것이지 귀문의 문주님을 만나고 싶어서 온 건 아닙니다.”
“그렇다면 다행이에요. 좋아요, 그럼 거래를 시작해 볼까요. 무얼 알고 싶으세요?”
천옥당이 사내의 가슴을 유혹할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화운은 눈빛 한 번 흔들리지 않으며 대답했다.
“천마와 마신 아수라에 관한 모든 정보를 알고 싶습니다. 그들에 관한 오래된 전설까지 귀문이 가지고 있는 것이라면 모조리 전부 다요.”
“천마에 관한 건 최상급 중의 최상급이에요. 대금이 비싸죠.”
“동급의 정보라면 대금을 대신 할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궁금하군요. 천마와 동급이라는 정보가 무엇일지요.”
“무해곡.”
“······!”
“무해노인이 은거하게 된 진짜 이유.”
화운의 말에 천옥당은 두 정보의 경중을 따지느라 정신없이 머리를 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