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1. 아주 치열한 전투가 되겠어
화운은 정찰을 나갔다.
일섬의 속도라는 공공무영비의 구단공 무영비천(無影飛天)을 일다경 동안 펼쳤으니 대략 천사련의 무리들과 가까울 터.
그때부터 구름의 바다를 헤집는 비룡처럼 방향 전환이 자유롭다는 팔단공 운해비룡(雲海飛龍)을 펼쳐가며 지상을 꼼꼼히 살폈다.
“저깄군!”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빽빽한 숲이지만 수백에 달하는 무인들이 기세등등하게 움직이고 있으니 예민한 기감의 소유자인 화운이 그들을 찾지 못할 리가 없었다.
화운은 그들이 이동해온 경로를 살폈다.
수백의 숫자가 숲을 헤집고 왔으니 그들이 지나온 곳이 길처럼 확연히 구별되어 보였다.
그 방향의 연장을 예측해 보면 밤새 기습적으로 서두르지만 않는다면 내일 정오쯤에 만날 것 같다.
“좋아, 내일 보자고.”
화운은 왔던 방향으로 공공무영비를 펼쳤다.
지금처럼 미리 살피고 움직인다면 천사련이 병력을 분리하여 무룡대를 급습하려는 것을 시도하기 전에 신풍대만 데리고도 얼마든지 기습할 수 있다.
그럼에도 그렇게 하지 않은 건 무룡대의 반응이 보고 싶어서다.
신풍대원들이 활약하는 모습을 본 그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확인하고 싶어서다.
시기하고 질투하는지, 좌절하고 낙담하는지 아니면 인정하고 스스로의 분발을 다그치는 회초리로 삼는지.
‘칠대문파의 제자들다운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그들만큼 정파다운 무인도 드물다.
그들이 정파의 근간이다.
화운은 남궁현과 선우유성의 말을 듣고 무룡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하긴 신풍대만 데리고 사황과 천마 그리고 그들의 추종자들까지 전부 상대하겠다는 건 세 사람에게 너무 과한 짐을 지우는 것이지.’
사황과 천마야 화운 자신이 어떻게든 방법을 찾겠지만, 그들의 추종자만 해도 어마어마한 전력이다.
남궁현의 말대로 정파가 똘똘 뭉쳐 싸워야한다.
그러자면 저들을 배척하기만 하던 자신부터 생각을 고칠 필요가 있다.
화운은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무룡대와 신풍대가 있는 곳을 향해 날아가는 속도를 올렸다.
화운은 신풍대원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백리연과 선우유성은 운기를 하고 있었고 남궁현이 그들을 지켜주고 있었다.
워낙 심하게 수련을 해서 운기행공하는 정도로는 육체의 피로를 전부 풀어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었다.
“전부 운기가 끝나면 저쪽 계곡으로 오도록 해.”
화운이 두 사람의 운기행공을 방해하지 않고자 최대한 나직이 말하자 남궁현이 고개만 끄덕여 알아들었다는 뜻을 표했다.
화운은 자신이 가리킨 계곡으로 향했다.
시원한 물이 흐르고 있는 계곡 가에는 천사련의 동태를 살피고 오는 중에 사냥해 온 산돼지가 내장이 깨끗하게 들어내진 상태로 불에 구워지고 있었다.
사냥한 산돼지는 두 마리였다.
그 중 한 마리는 가까운 마을을 찾아가 굵고 길쭉한 쇠꼬챙이와 소금 한 사발을 받고 교환했다.
아무리 허기진 상태라 하더라도 소금이 없으면 빛 좋은 개살구일 수밖에 없는 것이 바로 고기였다.
화운은 이리저리 돌려가며 구웠다.
기름이 지글거리는 게 잘 구워지고 있는 것 같았다.
한 식경 정도 지나자 입맛당기는 냄새가 풍기기 시작했고, 다시 한 식경 정도가 지나자 제법 잘 익은 것 같았다.
“숨으려면 제대로 숨던가.”
화운이 갑자기 말했다.
그러자 이십여 장 떨어진 거목 위에서 인기척이 들리더니 한 사람이 바람처럼 날아왔다.
무당명검이었다.
“그냥 가버릴 줄 알았는데 의외로군.”
화운이 힐끔 보며 말했다.
“네 사람이 먹기엔 과하군.”
“오늘 저녁도 있고, 내일 아침도 있어.”
“여름이라 금방 상할 거다.”
“그럼 버리지 뭐.”
“상할 걸 뻔히 알면서도 방치하는 건 어리석은 거다.”
“때로는 알면서도 그래야 할 때도 있다.”
화운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미간을 찌푸리고 있는 무당검명을 향해 똑바로 섰다.
“물론 지금은 아니지만.”
피식 웃은 화운은 검을 뽑아 휘둘렀다.
눈은 무당명검을 직시한 채.
그리고는 곧 검을 집어넣은 다음 쇠꼬챙이에서 두 동강이 난 산돼지 고기 절반을 빼냈다.
놀랍게도 쇠꼬챙이는 멀쩡하고 고기만 반으로 잘려 있었다.
무당명검은 화운의 검이 얼마나 정교하고 빠른지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어 꽤나 놀랐다.
화운은 머리 쪽의 절반을 무당명검에게 내밀었다.
무당명검은 순순히 받았다.
“얼마나 상할 것 같나?”
무당명검이 물었다.
고기 이야기가 아니다.
내일의 싸움을 두고 한 물음이다.
“많이.”
무당명검의 얼굴이 무거워졌다.
“그런데도 싸워야 하나?”
“그래.”
“왜지?”
“피해서는 안 되니까.”
“왜 피하면 안 되는 거지?”
“그건 나의 답이니까 너의 답은 직접 찾아.”
무당명검은 심사가 복잡한 얼굴이었다.
사제들과 주위를 정찰하며 돌아다니다 보니 어릴 적 생각이 나서 살짝 감상에 젖었다. 그러다 퍼뜩 든 생각이 내일의 싸움으로 사제들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자신이야 죽어도 좋으니 맘껏 싸워보고 싶고 신풍대주의 무위를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서 싸움을 피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사제들을 잃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 너무 자신의 욕심만 채우려고 한 것 같은 생각을 지을 수가 없었다.
‘그래, 맞아. 나와 사제들의 답을 여기서 물을 순 없지.’
무당명검이 돌아섰다.
“소금도 가져 가.”
“······!”
무당명검이 돌아섰다.
“이왕 먹는 거 맛있게 먹어야지.”
“이왕 먹는 거······!”
“그래 이왕 먹는 거.”
화운의 말에 멍청한 표정을 짓던 무당명검.
곧이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왕 이렇게 먹게 된 거 맛있게 먹어야겠지.”
무당명검은 그릇에 들어있는 소금을 한주먹 들어내 비교적 깨끗해 보이는 돌덩이 위에 쏟아놓고는 그릇을 통째로 들었다.
“이왕 먹는 거 무룡대 모두가 맛있게 먹어야겠지?”
그리고는 화운의 말을 듣지도 않고 몸을 날려 가버렸다.
소금을 많이 가져간 걸 보니 사냥을 해서 무룡대 전부와 먹을 생각인가 보다.
화운은 피식 웃었다.
“멍청아, 이왕 이렇게 된 거 악착같이 싸울 생각을 해야지. 뭘 미안해하고 고민하고 그러냐.”
화운은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거의 다 익은 것 같지만 조금이라도 더 맛있게 먹기 위해 고기를 마저 구웠다.
“봐, 내 말이 맞지?”
반각 정도가 지나자 남궁현을 비롯한 세 사람이 나타났다.
그런데 남궁현이 선우유성의 이마에 손가락으로 튕겨 때리는 이른바 ‘딱밤’ 이라는 걸 먹였다.
“무룡대일 줄 알았는데, 언제 이런 걸 다 준비했대?”
선우유성이 이마를 문지르며 물었다.
화운은 남궁현을 쳐다봤다.
아무래도 자신이 이곳에 있는 걸 알고 있는 그가 선우유성을 상대로 사기를 친 모양이었다.
남궁현은 얼른 먼 산만 쳐다봤다.
“쯧쯧, 속이는 놈이나 속는 놈이나.”
화운은 한심하다는 듯 말했다.
그러나 속으로는 웃었다.
둘이 친구로서 각별하니 보기가 좋은 것이다.
“속여? 뭘?”
선우유성이 눈을 휘둥그레 뜨며 물었다.
“대주 형님이 뭘 오해하셨나 보다. 얼른 앉아. 누님은 여기 앉으십시오. 와! 소금도 준비하셨네요. 대주 형님 충성입니다.”
부산하게 자릴 잡으며 먹을 준비를 하는 남궁현의 모습에 화운은 웃을 수밖에 없었다.
“많이들 먹어둬. 한 시진 정도 충분히 쉰 후에 오후 수련을 할 테니까.”
“그러믄요. 수련해야지요. 먹자, 먹어. 먹고 수련한 귀신 때깔도 좋다더라. 누님도 많이 드시고 힘 좀 내세요. 광녀가 자길 흉내 낸 거냐며 달려들 것 같습니다. 어라? 근데 상반신은 어디로 사라지고 하반신뿐이랍니까?”
“배고픈 애들한테 적선 좀 했다.”
“아, 그러셨구나. 난 또 대주형님께서 상반신에 애착이 있으셔서······ 어이쿠, 농입니다, 농! 주먹 푸십시오. 대주 형님 덕분에 잘 먹겠습니다. 현이 너도 얼른 먹어. 푸히히! 하반신에 애착이 있는 난 엉덩이살부터 먹어볼까나.”
사기 친 게 들킬세라 선우유성이 딴 생각을 못하도록 열심히 농을 해대는 남궁현 덕분에 피식피식 웃을 수 있는 점심이 되었다.
***
오후 수련은 살짝 바꾸었다.
우선 백리연과 선우유성이 숲으로 들어갔고, 남궁현은 화운과 직접 검을 맞댔다.
그리고 한 시진 후에는 선우유성이 화운의 검을 직접 받았다.
그렇게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때까지 정신없이 수련하고 나니 세 사람은 다시 녹초가 되었다.
한 식경 정도 꼼짝도 않고 드러누웠다가 반 시진 정도 운기를 하고 나니 주위가 온통 깜깜한 밤이었다.
세 사람은 낮에 먹고 남은 고기를 허겁지겁 뜯어 먹은 후 계곡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그리고는 화운이 지어준 통나무거처로 기어들어가 코를 골았다.
그렇게 세 사람이 정신없이 잠에 취하자 화운은 세 사람이 수련했던 곳으로 갔다.
달빛도 없는 어두운 밤.
화운은 홀로 검을 뽑았다.
‘이번 싸움은 천수여래가 되어야겠다.’
관세음보살은 자비로 중생을 구제하고 이끄는 보살로서, 중생의 모든 것을 듣고 보며 보살피기에 천 개의 손과 눈을 가졌다고 하여 천수천안(千手千眼) 관자재보살 혹은 천수여래라 부르기도 한다.
어둠 속에 집중하고 있는 화운의 뇌리에 무당검성에게 배웠던 건곤무상의 건곤입신의 이치를 시작으로 연혼팔검의 검의와 공공무영비 십단공 무풍무영 그리고 금강부동까지 차례로 스쳐갔다.
꼬리에 꼬리를 물 듯 차례로 흐르던 생각들이 어느 순간 각축을 벌이듯 중구난방으로 떠오르며 뒤섞였다.
화운은 흘러가든 뒤섞이든 그저 가는 대로 내버려두었다.
대자연의 이치가 관여하지 않고, 제어하지 않는 것이니까.
흘러갈 것은 흘러가고, 쌓일 것은 쌓이는 법.
어차피 자신의 안에 있는 것이거늘 억지로 부리려 할 필요가 없다.
정리 된 것은 흐트러지기 마련이고, 어질러진 것은 자릴 잡기 마련이다.
검을 뽑아들고 우두커니 선 지 한 시진.
뒤죽박죽 무질서하게 뒤섞이던 생각이 하나가 되었다.
부동(不動)!
움직이지 않는다!
이미 하나가 되었으니 거기에 있음이다.
화운이 검을 그었다.
어둠의 공간이 갈라졌다.
어둠에 묻혀 소리만 들리니 그렇게만 여겨졌다.
그런데.
쓰컥!
십 장 밖 허벅지 두께의 잡목 중간 어림이 싹둑 잘렸다.
쓰-읏!
화운이 다시 검을 그었다.
좌측 십 장 거리.
툭!
잡목의 가지가 깨끗하게 잘려 떨어졌다.
쓰-읏! 카-각!
전면을 그었는데 뒤쪽 이십여 보 밖의 바위가 요란한 소리를 터트렸다.
쓰읏! 쓰읏!
화운의 검이 점점 빨라졌다.
좌측 십 장 거리의 가지가, 우측 칠 장 거리의 잡목이, 전방 십이 장 거리의 바위가.
화운의 검이 움직일 때마다 베어지고 쪼개졌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그러던 어느 순간 새파란 청광이 검신을 밝게 물들였다.
검강의 발휘다.
화운은 검강을 일으켜 계속 검을 휘둘렀다.
번쩍!
새파란 광채가 공간을 긋다가 돌연 사라졌다.
십 장 떨어진 곳에서 갑자기 새파란 광채가 번쩍이며 바위를 박살 내 버렸다.
번쩍! 번쩍!
새파란 광채가 어둠 여기저기서 번쩍거렸다.
그때마다 잡목들과 바위덩이가 터지고 박살이 났다.
화운은 한자리에 머물렀다.
공간과 공간을 잇는 결을 따라 검을 그었다.
그렇게 일다경이 지나자 주위가 온통 초토화되었다.
화운은 검을 거둬들였다.
‘대충 흉내는 낼 수 있겠다.’
만족한 화운은 신풍대원들이 잠든 곳으로 향했다.
그가 사라지고 나자 몇 사람이 나타났다.
정찰을 하던 무당명검과 그의 사제들이었다.
“대체 무슨 수련을 이토록 요란하게 했을까?”
사제들 중의 하나가 못마땅한 듯 말했다.
이때 주위를 둘러보던 무당명검이 소리쳤다.
“화섭자(火攝子)!”
화섭자는 기름 먹인 종이에 곱게 빻은 숯가루와 숯 알갱이를 적당히 뿌려 돌돌 만 것이다.
그렇게 하면 제법 오랫동안 불을 붙일 수 있다.
사제들 중 하나가 화석을 쳐서 화섭자에 불을 붙여주었다.
무당명검은 화섭자를 받아서 주위를 세세히 살폈다.
그리고 곧 놀란 표정을 지으며 화운이 사라졌던 방향을 응시했다.
‘그는 움직이지 않았어! 탄강을 연습한 거야!’
움직이지 않고 검강을 날려대는 실력.
무당명검은 단단히 오해하고 있었다.
***
해가 떴다.
무룡대는 어제도 오늘도 바빴다.
통나무를 잔뜩 만들어 땅에 촘촘하게 박아 방책을 만들었다.
천사련이 사방에서 달려들지 못하게끔 막아 적은 수로 많은 수를 효율적으로 상대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일선과 이선 그리고 삼선까지.
차례로 후퇴하면서 적의 숫자를 줄이고 아군의 체력을 비축할 수 있도록 작전도 짰다.
그 핵심은 다섯 명이다.
화산기룡 적엽명, 무당명검, 복호검후, 청성의 도룡, 점창의 분광.
칠대문파 후기지수들 중에서도 발군이라는 그들이 최전방에서 천사련의 예봉을 막고 아군의 움직임을 진두지휘해야 한다.
“나쁘진 않아. 문제는 천사련이지.”
저 정도 방책으로는 한 걸음도 막을 수 없는 고수들이 움직인 순간 전세가 급격히 달라질 것이다.
바로 그때 무룡대가 어떻게 대처할지, 그것이 문제다.
화운은 뒤를 돌아봤다.
해가 한참 뜬 시각이지만 신풍대는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
워낙 힘든 전날을 보냈기에 화운도 깨우지 않았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싸워야 할 그들이기에 지금은 푹 자면서 체력을 비축해야 한다.
그렇게 반 시진이 지났다.
백리연을 시작으로 신풍대 세 사람이 기어 나왔다.
“먹어두도록 해.”
화운이 내민 건 해가 뜨자마자 계곡물에 푹 담가서 먹기 좋게 불려놓은 육포였다.
세 사람은 그 육포를 잘근잘근 씹어 먹었다.
그러면서 전신의 근육을 풀어주고 신경들을 일깨웠다.
전신의 피로가 말끔히 사라진 건 아니어서 다소 무거운 감이 있지만, 싸우다 보면 풀어질 것이다.
그에 반해 전날 미친 듯이 검을 휘둘러댔던 감각이 근육에 고스란히 남아 있어 무의식중에라도 그렇게 휘두를 수 있을 것 같다.
“적이다! 적이 온다!”
“천사련이다!”
전방에서 무룡대의 외침이 들리더니 금세 소란스러워졌다.
“준비들 해.”
화운은 신풍대원들에게 짤막하게 말했다.
세 사람은 말없이 자신들의 복장을 가다듬으며 전투준비를 했다.
“가자.”
화운이 앞장섰다.
하지만 최전방으로 나서진 않았다.
오늘의 싸움은 무룡대가 방책을 세워가며 준비를 하였기에 그들이 먼저였다.
“긴장들 해. 내가 신호하면 바로 뛰어들고.”
“옛! 대주!”
“예.”
“그렇게 하겠어요.”
세 사람이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전날 당황하고 걱정하던 모습들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좋아. 아주 치열한 전투가 되겠어.”
고개를 끄덕인 화운이 전방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는 사이 천사련의 선두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선두에 눈에 익은 자가 보였다.
우락부락한 근육을 가진 장대한 체구의 노인.
일만 낭인들의 전설이라는 낭왕 동패, 바로 그였다.
그의 뒤로 도탑주, 잔월교주, 혈악주, 흑마갱주도 보였다.
낭왕을 선두로 하여 마치 사냥감을 몰아가는 맹수처럼 다가오고 있었다.
“다들 오랜만에 죽어보겠군.”
사황에게 엎드려 천하를 짓밟은 자들.
화운의 눈빛이 차갑게 변하기 시작했다.
맹수들을 사냥하는 포식자의 눈빛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