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셋으로 무림지존-87화 (87/207)

#087. 낚시 한번 해보지요

‘화산기룡 적엽명!’

맹의 수뇌부들이 맹주전에 들어간 이후로 돌아오지를 않자 화산의 장로 화영객 허정양과 비천각의 부각주인 우문위가 사람들을 대동하고 몰려간 적이 있다.

그때 화운은 적엽명을 봤다.

워낙 외양이 출중하여 화산기룡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잠깐 했었다.

그런데 오늘 그가 무룡대주가 된 걸 보니 화산기룡이 확실한 것 같다.

‘이 친구가 신풍대주? 신검룡이라고?’

적엽명도 화운을 알아봤다.

그날 그의 사숙인 이심환이 화운을 인정하는 태도로 대하는 것을 보고는 적잖이 놀랐었다.

‘태양존자를 쓰러트린 게 이 친구라고?’

적엽명은 화운을 살펴봤다.

그러나 아무리 살펴봐도 태양존자를 쓰러트릴 정도로 엄청난 기도가 아니다.

그 정도의 고수라면 앞에 있는 것조차 신경이 쓰일 정도로 압박감이 느껴져야 할 것인데, 칠대문파의 후기지수들 사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정도의 존재감만이 느껴졌다.

‘우문산의 주장대로 부풀려진 건가?’

우문검가의 소가주인 우문산은 말도 안 된다며 맹주가 신풍대를 띄워주려고 작심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여길 찾아오기 전까지는 우문산의 말을 무시했다.

자신의 눈으로 직접 보기 전까지는 속단하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그런데 이렇게 마주하고 보니 우문산의 말을 마냥 무시할 수가 없다.

소림의 장문대사를 비롯한 고수들과 태양존자의 싸움에 한 발 걸친 것이 부풀려진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래서 소문은 믿을 게 못 된다는 말이 있는 건가?’

적엽명이 그렇게 자의적인 판단으로 기울어지고 있을 때다.

“임무 때문에 왔나?”

화운이 물었다.

적엽명이 자신을 관찰하느라 말이 없자 먼저 말을 건 것이다.

“맞아. 신풍대와 공동임무라고 해서 왔는데······.”

적엽명이 말끝을 흐렸다.

임무에 대한 내용은 신풍대주에게 들으라고 했다는 말을 사람들 앞에서는 꺼내놓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화산의 제자로서 무룡대의 대주로서 체면이 서지 않는 일이다.

‘무당의 명검이나 아미의 복호검후를 데려오지 않은 걸 잘했군.’

그들이 알았다면 신풍대주가 얼마나 대단해서 그러냐며 검을 뽑을 지도 모른다.

다행히 그들은 지금 무룡대 숙소에 있었다.

천하에 이름깨나 알려진 칠대문파의 후기지수들과 함께.

‘자존심이 상한다는 건가?’

화운은 적엽명이 이해되지 않았다.

자신이라면 이런 정도는 대수롭지 않게 여길 것 같아서다.

하지만 사람마다 느끼고 생각하는 바가 다른 법이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내가 청했다. 신풍대만으로는 불가능한 임무라서 병력을 요청했는데 무룡대가 나설 줄은 몰랐군.”

화운은 굳이 적엽명의 체면을 깎아버리고 싶지 않았다.

적엽명은 그 같은 화운의 생각까지야 몰랐으나 화운이 일부러 상대를 무시하는 성격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아차렸다.

“허면 신풍대가 주관하는 임무겠군.”

“임무 특성상 그 내용에 대해서는 나만 알고 있으니까.”

화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황에 대한 건 아직 비밀이다.

화운이 악인촌을 방문하려는 것도 말할 수 없다.

그러니 처음부터 끝까지 화운이 주도해야 한다.

이것만큼은 적엽명의 자존심이나 체면 따위를 봐줄 생각이 없다.

“가라면 가고, 오라면 와야 한다는 건가?”

적엽명이 물었다.

삐딱선을 탄 물음이다.

신풍대가 주관하는 것이 불만임을 드러낸 것이다.

이렇게 대놓고 찔렀을 때 화운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고 싶은 것이다.

화운이 적엽명의 그 같은 속셈을 읽지 못할 리가 없다.

그래서 살짝 인상을 썼다.

지금 바깥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고 자신들에게도 임무를 달라, 왜 신풍대가 임무를 주관하느냐고 불만인 햇병아리들을 어떻게 할까?

화운의 고민은 금방 끝났다.

“선택권을 주지.”

“임무를 맡기 싫으면 그만 두라는 건가?”

적엽명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와 무룡대에겐 선택권이 없다.

이번 임무를 하달하면서 함께 전달된 명령이 임무를 맡기 싫으면 숙소에 조용히 처박혀 있으라는 것이었으니까.

무룡대 모두가 임무를 원했다.

임무를 완수하고 공로를 세우길 원했다.

신풍대보다 더 큰 공로를.

“그래도 상관없어. 하지만 내가 말한 선택권은 그게 아니야.”

“그럼 뭐지?”

“임무 중 무룡단이 해야 할 움직임을 무룡대주인 자네에게 알려주지. 그걸 할지 말지 선택은 자네가 결정하도록 해.”

무룡대에 관한한 거의 자율권을 주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적엽명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렇게까지 해주는 이유는?”

‘그야 니들을 데려가야 하니까 그렇지.’

그게 속마음이지만 그렇게 말할 수는 없는 일, 화운은 적당히 핑계를 댔다.

“임무에 실패하는 것보다 내부분열을 일으키는 게 더 형편없는 짓이니까.”

“······!”

적엽명은 화운의 말에 뭔가 뼈가 있다고 느꼈다.

‘뭘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적엽명이 화운의 속내를 파악하고자 머리를 굴릴 때였다.

“한 식경 후에는 출발했으면 하는데, 무룡대도 가능할까?”

화운이 물었다.

적엽명은 잠시 쳐다보다 말했다.

“반 시진 후로 하지.”

“그럼 반 시진 후에 북문 밖에서 보지.”

적엽명이 일부러 시간을 늘렸으나 화운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그렇게 하자고 했다.

적엽명은 고개만 끄덕이고는 돌아섰다.

그가 신풍대 숙소를 빠져나가자 함께 왔던 무룡대 대원들이 따라 나갔다.

“모두들 이따 보자.”

백리명이 마지막으로 나가며 모두를 향해 손을 흔들어주었다.

“너무 많이 양보한 거 아닙니까?”

이때까지 팔짱을 끼고 지켜보던 남궁현이 기분 나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물었다.

“뭘 양보했는데?”

화운이 되물었다.

“다 양보하셨잖습니까. 따를지 말지 선택권도 줬고, 출발시간도 저쪽에 맞춰주시고, 아닙니까?”

“그러고 보니 그러네. 근데 그게 왜? 기분 나쁘냐?”

“대주님께 기분 나쁘다는 게 아니라 상황이 그렇다는 겁니다. 상황이.”

“나한테도 불만 있구만 뭘.”

“아닙니다.”

“너 기분 좋거나 바라는 거 있을 땐 대주형님이라고 하잖아.”

“그건 아닌 것 같은데······.”

“그게 맞는데 뭘. 그리고 임무에 실패하는 것보다 내부분열을 일으키는 게 더 나쁜 거라는 말도 맞아. 그거보다 더 나쁜 건 사사로운 감정 때문에 분란을 조장하는 거고.”

“하지만······.”

“니 말대로 양보한 거 맞아. 많이 양보했다. 앞으로 더 양보할 수도 있고. 그렇게 하는 이유는 화산기룡의 체면 때문도 아니고, 분란을 막겠다는 때문도 아니다.”

“그럼 무슨 이유 때문입니까?”

“솔직히 말할까?”

“예. 솔직한 대답을 듣고 싶습니다.”

화운의 진짜 속내가 뭔지 남궁현 뿐만 아니라 백리연과 선우유성도 궁금하여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

“삐딱하게 나오는 모습에 기세를 눌러 버릴까, 그런 생각도 했는데, 그런 생각이나 하는 내 자신이 한심해 보여서 관뒀다. 귀찮기도 하고.”

“무슨 말인지 도통 모르겠습니다.”

남궁현이 고개를 저을 때다.

백리연이 끼어들며 말했다.

“알 것 같아.”

“뭐를요?”

남궁현이 백리연을 돌아봤다.

백리연은 화운을 향해 놀람과 헛웃음이 어우러진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현이 네가 세 살짜리 애들한테 무게 잡고 그러는 너 자신을 보면 어떨 것 같아?”

“한심하죠. 에에······!”

“바로 그거야. 화 소협은 그런 기분을 느낀 거야. 맞죠?”

뒤의 물음은 화운에게 직접 한 것이다.

“대충 비슷합니다. 그보다 이번 임무에 대해서 이야기하죠. 다들 가까이 와봐.”

세 사람이 화운의 가까이 모였다.

화운은 세 사람을 둘러보며 나직하게 말했다.

“이번 임무는 사황의 동태를 살피러 가는 거다. 내가 말했는지 모르겠지만, 사황은 손가락 하나만 튕겨서 날 날려 버린 말도 안 되는 고수다. 나 역시 그렇지만 누구도 그와 싸울 생각을 해서는 안 돼.”

화운의 말에 세 사람은 아무 말도 못할 정도로 놀랐다.

화운은 그런 반응을 이해한다는 얼굴로 계속 말했다.

“나도 놀랐다. 천하에 그런 고수가 있을 줄이야.”

“만났습니까? 아니 싸웠다고요? 언제요?”

“지난번에 혼자 나갔다 온 적이 있잖아.”

남궁현이 물었고, 대답은 선우유성이 해주었다.

둘 다 잔뜩 놀란 얼굴인 건 같았다.

백리연은 너무 놀라 굳은 얼굴처럼 보였다.

“맞아. 그때야. 여튼 사황을 만나면 세 사람은 그 즉시 달아나야 해. 상황을 살피고 말고 할 것도 없어 그냥 달아나. 알았지?”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손가락 하나로 화운을 날려 버릴 고수라면 자신들이야 더 말할 것도 없으리라.

“그렇게 위험한 사람을 어떻게 살펴?”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선우유성이 물었다.

“살피는 건 내가 할 거야.”

“형이?”

“그래. 도망칠 수 있는 거리에서 살펴보기만 할 거야.”

“그럴 거면 혼자 갔다 오지 왜 함께 가?”

“우린 한 식구잖아.”

선우유성이 물었고 남궁현이 타박하듯 말했다.

그러나 선우유성이 고개를 저었다.

“그건 그렇지만 함께 가봐야 우린 짐이 될 뿐이잖아. 이럴 땐 우리가 빠지는 게 맞아.”

“제 생각도 그래요. 함께 가는 건 좋지만, 짐이 되어 방해가 되고 싶지는 않아요.”

백리연도 선우유성의 말에 동참했다.

“듣고 보니 그러네.”

남궁현도 뒤늦게 선우유성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화운은 자신을 생각해주는 세 사람의 모습에 살짝 웃었다.

하지만 곧 진지한 표정으로 바꿨다.

“짐이라 생각되면 그렇지 않도록 더 노력해야겠지요.”

백리연이 서운하게 느낄 수도 있을 정도로 그렇게 말한 화운은 세 사람을 쓸어본 후 진지하다 못해 침중한 기색으로 말했다.

“내가 말했지. 사황에 천마까지 등장했다고. 그들의 존재는 세 사람과 상관없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아니야. 현실이야. 세 사람이 직면해야 하고, 직면할 수밖에 없는.”

이전의 삶 때 사황과 그의 수하들에게 처참하게 짓밟히고 모든 것을 잃었던 세 사람이다.

화운은 그때 만났던 세 사람을 떠올리며 계속 말했다.

“사황에게는 혈존이라는 극강의 고수가 따르고 있어. 과거 그를 따랐던 혈사(血邪)의 후예니까, 당시에 그를 따랐던 사혼(邪魂)의 후예도 존재할 공산이 커. 그들만 해도 정무맹이 감당할 수 없는 힘인데, 천사련 역시 태생 상 사황의 손발이 될 수밖에 없다.”

세 사람의 얼굴이 심각하게 굳었다.

화운의 말대로 자신들과 상관없는 존재 같다는 느낌이 없잖아 있었는데, 듣고 보니 결국 자신들이 맞닥트려야 할 상황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다들 알다시피 천마에겐 천종천마교가 있어. 그들의 힘 역시 정무맹으로써는 감당불가야.”

세 사람의 얼굴이 더욱 딱딱하게 굳었다.

사황과 그의 세력만 해도 이미 사도천하나 마찬가지인 것 같은데, 천마와 천종천마교까지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사황과 천마가 양립하기 어렵다는 거야. 한 산에 두 맹수가 공존할 수 없다는 논리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들은 서로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어. 그 사이에 정무맹이 존재한 거고.”

두 맹수 사이에 낀 새끼맹수.

정무맹이 딱 그 정도로 여겨지자 세 사람은 숨이 다 막혔다.

“내가 세 사람을 굳이 데려가는 이유는 그래서야. 세 사람은 더 강해져야 해. 사황의 수하들과 싸워야 하고, 천종천마교의 마인들과도 싸워야 해. 그들과 무수히 싸우고, 살아남으려면 지금보다 몇 배는 더 강해져야 해. 그러니 짐이니 뭐니 그런 생각은 버려. 악으로 부딪치고, 몸으로 이겨 내. 그러다 보면 지금의 무위가 우스워지는 그런 날이 반드시 올 테니까.”

세 사람은 아무 말도 못하고 화운만 쳐다봤다.

제법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지만, 아직은 피부로 느낄 정도는 아닌 것 같다.

워낙 충격적인 말이어서다.

어쩔 수 없다.

이 이상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직접 느끼고 이겨내는 수밖에.

“좋아. 이제 출발할 준비들을 해.”

화운의 말에 세 사람은 장비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장비라고 해봐야 검과 보호갑, 방패 그리고 약간의 건량과 육포가 든 개인 등짐뿐이었지만.

반 시진 후 장사 북문 밖.

화운과 신풍대는 북문에서 조금 떨어진 인적이 드문 숲에 자릴 잡고 기다렸다.

화운에게 수목이 빽빽한 밀림지대가 많은 운남으로 갈 거라는 말을 들은 세 사람은 경신술을 수련했다.

사황과 천마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던 때문인지 평소보다 훨씬 더 악착같은 모습이었다.

기민하기로는 백리연이었고, 변화무쌍하기로는 남궁현이었고, 선우유성은 저돌적이었다.

세 사람이 익힌 가전의 경신공부 특성이 그러했다.

화운은 세 사람에게 공공무영비 오단공 질풍무영의 오의를 간략하게 가르쳐 주었다.

그걸 깨닫는다고 하여 당장 사황의 눈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건 결코 아니다. 그러나 계속 수련하다보면 세 사람의 경신공부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 분명했다.

무공이라는 게 당장 급하다고 하여 퍼뜩 익히고 그럴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훗날을 내다보고 차근차근 수련해야 했다.

한 식경이 지났다.

북문 밖으로 일단의 무리가 우르르 몰려나오는 게 보였다.

선두에 화산기룡 적엽명이 보였다.

무룡대라는 뜻이다.

“와! 멋있다!”

남궁현이 잠깐 숨을 돌리고 있던 차에 그들을 발견하고는 탄성을 터트렸다.

말투와 표정을 보면 감탄한 게 아니라 비꼬는 것이었다.

그 소리에 백리연과 선우유성도 수련을 멈추었다.

“너무 뽐내고 있어.”

선우유성이 말했다.

그의 말마따나 무룡대원들은 평소 화려했던 복장 그대로 기세가 등등하여 이동하고 있었다.

“한때 우리들의 모습이기도 할 거야.”

백리연이 말했다.

남궁현과 선우유성의 말은 한심하다는 뜻이었다.

거기에 백리연도 동감했다.

그러나 어느 정도는 이해하는 측면도 있었다.

당당한 칠대문파와 오대세가로서 언제 잠행을 해보았겠는가. 더군다나 대부분이 강호무림 초출이나 마찬가지인 것을.

백리연 자신 역시 제천마존의 비동으로 갈 때 복장에 대해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고 평소 입던 그대로 갔었다.

“에이, 그래도 저렇게 병신 같지는 않았을 거예요.”

남궁현이 한심하다는 투로 말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화산기룡을 선두로 한 무룡대는 누가 봐도 임무를 떠나는 것이 분명한 모습으로 요란하게 북문을 나서고 있었기 때문이다.

화려한 복장의 백여 명 정도 되는 숫자가 행과 열을 맞춰 보무도 당당하게 이동하고 있으니 행인들 모두가 쳐다보고 있었다.

“와! 오늘 하루가 다 가기도 전에 천사련의 모두가 알게 되겠다. 잘 하면 정무맹의 후기지수가 몽땅 천사련의 손아귀에 사로잡힐 테고, 정사대전이 저 멍청이들 때문에 바로 끝나겠네! 멋지다, 멋져! 정사대전을 끝낼 끝판왕들의 등장이야!”

남궁현이 중얼중얼 조소했다.

이때 남궁현의 말을 들은 화운이 눈을 빛냈다.

‘잘 하면 일석이조가 되겠다.’

화운은 남궁현을 돌아봤다.

“현아, 가서 이쪽으로 안내해라.”

“예?”

남궁현이 쳐다보자 화운은 선우유성을 향해 말했다.

“유성이 넌 맹의 비천각으로 달려가라. 가서 부각주한테 천사련의 동태를 세심히 살피고 대규모의 이동이 있으면 이끄는 자들의 면면을 나한테 알려달란다고 해. 지금 이쪽에 부각주의 아들인 우문산도 합류해 있다는 걸 반드시 알려주고.”

우문산의 목숨이 걸린 일이니 부각주 우문위가 정보 가지고 장난질을 치지도 못할 것이고, 되레 비선들을 몽땅 투입해서라도 천사련의 움직임을 세심히 살필 것이다.

선우유성이 고개를 끄덕인 후 잽싸게 달려가자 남궁현도 뛰어갔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진짜 미끼가 될 생각인가요?”

“맞아요. 낚시 한번 해보지요.”

화운이 고개를 끄덕이며 백리연의 물음에 답했다.

두 사람은 나란히 서서 멀리 무룡대를 지켜보았다.

자신들 스스로가 그리고 화운의 선택에 의해 천사련의 누군가를 낚을 미끼가 되었음을 알지 못한 화산기룡 이하 무룡대는 첫 임무라는 흥분에 흠뻑 취해 온몸에 잔뜩 힘을 주며 당당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

이틀 후.

광서성 계림 천사련 총단.

천하사파연합인 천사련은 삼천육지 즉 세 개의 하늘과 여섯 개의 땅으로 구분된다.

천사련의 주축이랄 수 있는 삼천에는 구룡성, 적성대도문 그리고 이화태양종이 있다.

구룡성의 본거지는 광동이고, 적성대도문은 귀주 그리고 이화태양종은 운남이다.

운남은 대륙 중심에서 가장 먼 서남쪽에 위치했고, 귀주와 광동 사이에는 광서성이 있다.

하여 천사련은 귀주와 광동 사이 즉 구룡성과 적성대도문의 중간인 광서성 귀주에 총단을 세웠다.

“숫자는 일백 가량인데, 화산기룡, 무당명검, 복호검후, 점창의 분광, 청성의 도룡 등이 확인된 것으로 보아 정무맹의 신출내기들이 분명한 것 같습니다.”

천사련의 정보를 담당하고 있는 비살문주가 아뢰었다.

그의 앞에는 두 거인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천하사파연합의 거두인 구룡제 북궁도와 적성대도황 사도성 바로 그들이다.

묵빛의 구룡포를 걸치고 있는 백발의 노인이 바로 구룡제였고, 혈룡포의 노인이 적성대도황이었다.

두 사람은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휘하 수십 명의 사파거두들을 짓누르고 있었다.

“신풍대주라는 놈은?”

“함께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적성대도황의 물음에 비살문주가 답했다.

“행선지는?”

“북문으로 빠져나갔으나 장사를 크게 우회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회?”

“인근의 추격자들을 모조리 투입하였으니 하루 이틀 내로 행선지가 파악될 것입니다.”

“그놈, 신풍대주라는 놈을 잡아야겠다. 아울러 정무맹의 생쥐들을 모조리 사로잡아라. 사정대전을 바로 끝낸다.”

“미끼일 공산이 큽니다.”

“상관없다.”

“하오나······!”

“미끼라면 더 바랄 게 없다. 낚시꾼을 물속으로 끌어당길 정도로 더 강한 힘으로 물어버리면 된다.”

힘주어 말한 적성대도황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사파의 거두들을 쓸어보며 말했다.

“태양존자를 죽인 놈이다. 어설프게 상대하려다간 같은 꼴을 당한다는 뜻이다. 이 자리의 모두가 가라. 전부 가서 수단방법을 가리지 말고 놈을 죽여라. 그리고 남은 생쥐들을 모조리 끌고 와라.”

“존명!”

“명을 받듭니다!”

적성대도황의 명령에 사파의 거두들이 일제히 일어나 허리를 조아렸다.

천사련 삼천육지 중 여섯 개 땅의 주인들과 십오사파의 수장들 그리고 일인단신으로 천하에 흉명을 떨치고 다녔던 가히 흉신거두라 칭할 수 있는 사파의 고수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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