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셋으로 무림지존-76화 (76/207)

#076. 금강부동

금강부동의 등장에 폭풍 같은 충격이 몰아쳤다.

모두들 얼빠진 얼굴로 화운과 나한당주를 번갈아보기에 바빴고, 일부는 금강부동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느라 정신이 없었다.

“정녕 금강부동을 알고 있다는 것이냐?”

“좀 전에 펼쳐 보인 것이 금강부동신법입니다. 이제 막 한 걸음 내디딘 정도에 불과하여 소림 천 년의 전설에 누가 될 것 같습니다만.”

조극산의 물음에 화운이 대답했다.

그제야 여기저기서 좀 전에 화운이 보여준 경신을 떠올리고는 탄성을 내뱉었다.

“대사님, 소림의 결단이 필요합니다. 아니 대사님의 결단이 필요합니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형국이라 소림까지 의사를 여쭙고 할 시간도 아껴야합니다.”

이 순간 모두가 깨달았다.

화운이 보물 이야기를 하며 각대문파에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던 이유를.

잔꾀라면 잔꾀였다.

나한당주의 결단을 종용하기 위한.

그걸 알면서도 나한당주는 노할 수가 없었다.

혼자 꿀꺽 해도 아무도 알지 못할 것임에도 사황을 막기 위해 쓰겠다는 것이고 그것을 위해 소림의 허락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거늘 어찌 화를 낼 수 있겠는가.

그렇다고 이대로 금강부동을 공개할 수는 없는 일이어서 나한당주는 전신이 다 떨릴 정도로 당황하고 있었다.

“사황이, 진정 사황이 등장한 것인가?”

“예. 사황이 맞습니다.”

나한당주가 충격이 가시지 않은 얼굴로 물었고, 화운은 공손히 대답했다.

충격이 한차례 휩쓸고 간 좌중은 조용히 두 사람을 지켜봤다.

다른 일이었다면 물고 뜯을 생각을 했을 위인들도 워낙 충격적인 내용이라 꿀 먹은 벙어리마냥 입을 다물었다.

“금강부동은······ 어찌 얻은 것인가? 자세히······ 자세히 말씀해 보시게.”

“제천마존의 비동에 관한 말씀부터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사실 제천마존의 비동을 무너트린 게 접니다.”

“······!”

또 다른 충격적인 말에 모두가 술렁거렸다.

하지만 누구도 끼어들지 않고 예의주시했다.

“어째선가?”

“비동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으니까요. 무공이 약한 분들의 목숨을 앗아갈 기관만 가득한 곳이라 더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은 것입니다.”

화운이 비동을 막아버린 이유는 충분히 설명이 되었다.

사실이라면 다분히 협의지심의 발로인 행동이랄 수 있다.

하지만 그로 인해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비동에 아무것도 없다는 걸 어찌 아는 것인가?”

“모두에 앞서 제가 비동을 열었으니까요.”

또 한 번의 충격이 강타했다.

“금강부동이 거기에 있었단 말인가?”

“예.”

“정녕······.”

“대사님!”

“말하시게.”

“금강부동만이 사황을 상대할 수 있습니다. 소림의 것이긴 하나 사황이 들이닥치기 전에 소림의 누가 금강부동을 완성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가 없습니다. 지금 당장이라도, 혹은 내일이라도 또는 열흘 후 언제든 사황이 쳐들어올 수도 있으니 천하의 안녕을 위해 이 자리에서 금강부동을 공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이제까지와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충격이 장내의 모두를 뒤흔들었다.

설마 했던 일이 사실이 되자 모두들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으며 마른침만 삼켜댔다.

“잠시만, 잠시만 시간을 주시게. 수십 년의 수양이 이토록 짧을 줄이야. 시주가 욕해도 상관없으니 조금만 생각할 시간을 주시게.”

나한당주가 심사가 마구 헝클어진 얼굴로 말했다.

화운은 나한당주가 받았을 충격을 이해했다.

“그렇게 하십시오. 여기.”

화운이 공손히 말하며 손을 뻗자 저쪽 탁자 위에 있던 물주전자와 물잔이 동시에 날아왔다.

그 대단한 경공섭물의 발휘에 모두가 또 한 번 놀랐다.

나한당주만이 놀라고 그럴 경황이 없었다.

화운은 그에게 다가가 물잔을 내밀었다.

나한당주는 손을 뻗어 물잔이 아니라 물주전자를 가져가 벌컥벌컥 마셨다.

좌중은 조용했다.

아무도 입을 열지 않고 조용히 지켜보기만 했다.

욕심에 젖은 자들은 금강부동이 공개되기를 똥줄이 타도록 기대하겠으나 나한당주가 거부한다고 하더라도 대놓고 뭐라고 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한 분위기 속에 나한당주의 고민이 길어졌다.

천 년 소림의 전설이라는 금강부동.

전설로 남는 것이 나을까, 아니면 평범한 절학으로 전락하는 한이 있더라도 사황이라는 재앙을 막아야 할까.

절학이 절학으로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그 무공을 쉽게 상대할 수가 없어서다.

공개된 절학은 철저히 분석되어 상대할 비책 역시 만들어질 것이니 평범한 무공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설사 그게 아니라 하더라도 칠대문파와 오대세가 모두가 알고 있는 절학을 어찌 절학이라 할 수 있겠는가.

나한당주는 침음하며 고심할 수밖에 없었다.

화운은 나한당주의 고민이 길어지자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제가 아직 말씀드리지 않은 게 있습니다.”

“또 뭔가?”

입만 열면 모두를 충격에 빠트리니 나한당주조차 심마가 든 듯한 얼굴로 쳐다봤다.

“다들 믿지 않으실 것 같아서 망설였는데, 아무래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금강부동을 공개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직접적인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말한 화운이 좌중을 쳐다보자 모두들 숨조차 크게 내쉬지 않고 바라봤다.

“기암괴봉 위로 막 올라섰을 때 전 분명히 들었습니다. 북쪽 하늘을 바라보며 사황이 중얼거리던 말을.”

“대체 무슨 말을 들었다는 건가?”

나한당주가 물었다.

화운은 다시 그에게 시선을 맞추었다.

그리고 말했다.

“슬슬 천마가 깨어날 시기도 되었겠군.”

화운이 대답한 순간 난리가 났다.

“으헉?”

“천, 천마!”

“천마도 깨어난단 말인가!”

“무량수불!”

“정녕 천마란 말이냐!”

또 한차례 폭풍이 들이닥친 것처럼 사람들의 감정이 폭발적으로 흔들렸다.

사황이 언급되었을 때보다 훨씬 더 큰 정신적 충격이었다.

화운은 그 충격이 끝나길 기다렸고, 하나둘 정신을 추스른 이들은 화운에게 사실여부를 묻기에 바빴다.

화운은 사실이라고 대답했다. 정말 천마 역시 나오는 지는 확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자신이 잘못 들은 건 결코 아니다.

그러면서 생각해보면 동시대에 활동하고 함께 잠적했던 사황이 나왔으니 그 역시 나오는 건 필연이지 않겠냐고 말해주었다.

또 한차례의 폭풍이 지나고 나자 털썩 주저앉아 있던 나한당주가 화운에게 물었다.

“빈승이 끝내 안 된다고 하면 어쩔 생각인가?”

“그러지 않으실 거라 믿습니다.”

“어째서, 어째서 그러지 않는단 말인가? 금강부동은 오롯이 소림의 것이거늘!”

“소림이니까요.”

“소림······!”

“예. 소림이니까 믿을 수 있고, 소림이기에 감히 청할 수 있었습니다.”

“아미타불! 아미타불! 아미타불!”

나한당주의 얼굴이 한 대 맞은 표정이 되었다.

그는 불호를 연신 되뇌면서 자신은 불제자임을 깨달았다.

불제자에겐 보물보다는 중생을 구제하는 게 우선이거늘 무얼 고민한단 말인가.

육조 혜능께서 이 자리에 계셨다면 자신의 추한 모습에 호통을 치셨을 것이다.

반각이 지나자 고뇌에서 빠져나온 나한당주는 크게 탄식을 터트렸다.

“소림은 늘 소림이었던 것을······ 허! 불제자가 탐욕에 빠져 허우적거렸으니 참으로 민망하도다!”

스스로를 탓한 나한당주는 자세를 바로 하고 앉았다.

그리고 화운을 향해 진심을 담아 반장한 후 그 어느 때보다 온화한 얼굴로 말했다.

“화 시주. 금강부동은 뜻대로 하십시오. 이후에 벌어지는 모든 책임은 빈승이 맡도록 하겠습니다. 아미타불!”

“소림이 어째서 소림인지 대사님만 봐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사님의 결단은 수백 년 후대에까지 칭송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아미타불.”

화운이 공손히 합장하자 나한당주는 그저 불호만 중얼거렸다.

화운은 모두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상황이 보시는 바와 같습니다. 하지만 모두들 잊지 말아주십시오. 금강부동은 오롯이 소림의 것이고, 우린 이 시대에 도래한 크나큰 재앙을 막기 위해 잠시 배우는 것일 뿐이라는 것을.”

장내가 숙연해졌다.

각자 문파의 이득을 위해 이권다툼을 벌이기도 하는 사람들이지만, 근본적으로 정과 협을 추구하는 사람들이었다.

물론 사람의 욕심이 어찌 될지는 모르는 것이니 두고 볼 일이긴 하다.

화운은 마른침을 삼키고 있는 좌중을 바라보며 금강부동의 구결들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제행환허, 제행합도, 제행만신, 제행무상······.”

모두들 한 자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숨죽여가며 집중하고 있었다.

***

이틀이 지났다.

맹주 전에서는 침식을 잊어가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제행은 행함으로써 변화되는 모든 것을 말합니다. 무상은 끊임없이 변화하여 사라져 보이는 것이지, 덧없음을 뜻하지 아니 합니다.”

“환허는 불가가 아니라 도가의 공부요. 양신과 육체를 근원적인 도로 되돌리는 걸 말함이오. 육조 혜능께서는 어찌하여 불가와 도가의 공부를 한 자리에 둔 것인지 모르겠소.”

“생하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으며, 가지도 오지도 않는 바로 그 자리가 바로 실상의 자리이니 제행, 변화되는 모든 것을 환허로 되돌려라. 금강부동이니 실상의 자리에서 환허하라는 뜻일 겁니다. 문제는 실상이 뜻하는 게 육신인지 공력인지 그것도 아니면 공과 간을 채우고 있는 기운인지·······.”

금강부동의 구결들은 불가와 도가의 심오한 내용들을 담고 있어 꽤나 난해하였으나 정파의 명숙들이 이십여 명 넘게 모여 있으니 빠르게 분석되었다.

이틀이 지나자 각자 나름대로 금강부동에 대한 해법을 제시했고 일부는 실제 공력을 운행해 보기도 했다.

화운은 정파명숙들의 토론을 들으며 무영자가 가르쳐 준 금강부동신법과 비교해 보았다.

금강부동신법은 금강부동에서 파생된 한 갈래였기에 근본이 같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다른 이들의 생각과 직접적인 비교가 되었다.

‘역시 금강부동은 공간을 지배하는 무공이야.’

화운은 확신을 얻었다.

그리고 머릿속으로 상상만 했던 금강부동의 묘용들을 어떻게 수련해야 할지 그에 대한 실마리를 하나하나 찾아내기 시작했다.

“어떻습니까?”

화운이 나한당주에게 물었다.

“아주 좋습니다. 육조 혜능 조사의 가르침에 다다르려면 한참 멀었겠지만, 다양한 길을 제시해가며 함께 나아가고 있으니 느릴지언정 샛길로 빠질 우려는 없어 보입니다.”

나한당주가 자신의 앞에 놓인 책자를 화운이 볼 수 있도록 살짝 돌려주며 말했다.

그는 사람들의 토론을 기록하고 있었다.

두꺼운 책자로 벌써 두 권 째였다.

선우세가주와 청성파의 절광검 종사원 역시 필기를 하고 있었다.

누군가는 필기를 해야 했는데 두 사람이 자청했다.

다른 이들에 비해 무학에 대한 깨달음이 높지 않음을 알고 선택한 것이었다.

“설혹 사황을 막지 못하더라도 후대를 위한 안배로 남길 수도 있을 겁니다.”

“그렇구려. 이렇게 하고도 사황과 천마를 막지 못한다면 어쩌나 조급하였는데, 이제야 좀 안심이 됩니다. 아미타불.”

나한당주는 화운을 대함에 존중의 예를 다했다.

화운은 그것이 조금 거북하고 부담스러웠으나 다른 이들 때문에라도 자신의 존재감을 키워둘 필요가 있어 내버려 두었다.

나한당주에게서 물러난 화운은 화산파 한매검 이심환에게 다가갔다.

아까부터 인상을 쓰며 고심하는 게 보여서다.

“아까 하신 말씀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화산의 검이 왜 그토록 명성을 떨치는 것인지 알 것 같았습니다.”

“할 말이 있으면 그냥 하거라. 듣기 좋은 감언은 해가 될 뿐이라 달갑지 않다.”

“알겠습니다.”

일부러 존중의 태도를 보인 화운은 이심환이 아까부터 고심하는 부분이 뭔지 알 것 같아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육조 혜능께서 불가와 도가의 공부를 한 자리로 섞은 건 어느 한쪽에 연연하지 말라는 뜻이라 생각합니다. 전 그 말씀을 기존의 무학에 연연하지 말라는 뜻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공력으로 다스리려 들지 말라는 것이지요. 공간은 대기의 조화. 대기의 흐름에는 필연적으로 결이 존재하니, 어쩌면 공간이라는 건 결과 결의 가득 참이 아닐지.”

이심환은 자신의 공력으로 공간에 가득한 대기를 다스리려고만 들었다.

그러니 공간을 뒤트는 것조차 버거울 수밖에.

“검을 익히셨으니 풍검에 대해 아시겠지요? 풍검에 보면 결과 결의 간극마저 자유롭게 넘나들어야 무풍에 이를 수 있다고 합니다. 전 그 무풍이 곧 공간에 이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풍검의 궁극 역시 공간을 여의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결과 결 그리고 간극. 공간과 공간 사이에도 간극이 존재한다면, 그 간극에 도달할 수만 있다면, 그렇다면 공간을 여의할 수도 있지 않을까. 제가 생각하고 있는 금강부동의 요체는 바로 그것입니다.”

화운의 말에 이심환의 눈이 한껏 커졌다.

그는 자신이 무얼 잘못 생각했는지 대번에 알아차렸다.

그래서 더 놀라움이 컸다.

‘이놈은 정말 사황과 천마를 막아야 한다는 생각뿐이란 말인가? 그 어떤 욕심도 없이?’

이심환이 빤히 쳐다보자 화운은 일부러 고개를 숙이며 물러났다.

“주제넘었던 모양입니다. 죄송합니다.”

물러나는 화운을 이심환은 심사가 복잡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점심 무렵이 되자 군사 영호풍이 바쁜 걸음으로 맹주 조극산을 찾아왔다.

조극산은 한참 금강부동을 수련하던 참이라 달갑지가 않았다.

그렇다고 맹주의 직임을 마다할 순 없었다.

“천사련의 목표를 알아냈습니다.”

“어딘가?”

“대륙전장입니다.”

“대륙전장?”

“아무래도 본맹의 군자금에 타격을 주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 같습니다.”

“흠······.”

고민하던 조극산은 화운을 불렀다.

“천사련이 대륙전장을 치려는 모양이다. 네가 가라.”

“예?”

“둘러봐라. 어느 분께 도움을 청할 수 있겠느냐?”

맹주전 내부에는 맹의 주요 인사들이 여기저기 분산 되어 금강부동을 익히고 연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화운이 가장 한가해 보일 정도였다.

‘흠······!’

화운은 살짝 고민이 되었다.

천사련을 막으려면 며칠 동안 이곳을 떠나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진척 상황을 생각해보았다.

금강부동에서 파생된 금강부동신법을 익힌 화운 보다 더 앞서 나간 이는 없었다.

아직은 금강부동에 대해 가장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이는 화운이었고, 이제 첫 발을 디딘 정도에 불과했으나 금강부동신법까지 익힌 이도 화운뿐이었다.

그러니 며칠 사이에 누군가가 갑작스런 깨달음을 얻는다면 모를까 크게 상관없을 것 같다.

설사 그런 일이 벌어진다 하더라도 모든 상황에 대해 자세히 기록하고 있으니 크게 문제가 될 일은 없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대신 다녀올 때까지 맹주님께서 가닥 잡으신 건 확실하게 정리하셔서 가르쳐주셔야 합니다.”

“너도 알다시피 그리 쉬운 게 아니질 않느냐.”

“사황이나 천마를 상대하는 것보단 쉬울 겁니다.”

“끙! 노력해보마.”

“그러시다면 천사련 쪽은 군사님과 제가 막아보겠습니다.”

“그래, 그래. 얼른 가라.”

조극산이 대충 손을 내저으며 눈을 감았다.

화운은 영호풍과 함께 조극산에게서 물러났다.

둘이 맹주전의 출입구를 향해 대전을 가로지르고 있을 때였다.

군사 영호풍의 부관이 급하게 달려왔다.

“무슨 일이냐! 당분간 이곳에 출입하는 걸 금하겠다고 하지 않았느냐!”

영호풍이 따끔하게 일침했다.

“죄송합니다. 밖에 칠대문파의 제자들이 몰려와 맹주님 뵙기를 청하고 있습니다.”

“맹주님을? 왜?”

영호풍의 물음에 그의 부관은 장내의 눈치를 살피며 대답했다.

“칠대문파의 장로들께서 맹주전으로 들어간 후로 돌아오지 않는다고······.”

“······!”

영호풍이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이틀이나 밖으로 나가지 않았으니 오해를 살만하긴 했다.

그렇다고 무슨 확인이라도 하겠다는 듯이 몰려온단 말인가.

‘맹주님을 얼마나 믿지 않았으면······.’

영호풍이 인상을 쓸 때다.

“내가 나가보지.”

화산 장로 이심환이 엉덩이를 털고 일어났다.

그리고 대전을 가로질러 밖으로 향했다.

화운과 영호풍 그리고 부관은 이심환의 뒤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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