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4. 반가워서 그래
정파무림연합맹.
무영투를 만나고 온 화운은 맹에 복귀하여 맹주 조극산을 찾아갔다.
맹주는 군사와 함께 뭔가를 한창 궁리하는 중이었다.
“어서 와라. 갔던 일은?”
“지진이라도 일어났던 모양입니다. 지형이 완전히 달라져 버렸습니다.”
“조사대는 만나봤고?”
“그들은······ 전부 죽었습니다.”
“죽어?”
“예. 제가 도착했을 땐 이미 늦은 후였습니다.”
화운은 사황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기로 했다.
백 년 전에 사라졌던 그의 등장을 누가 믿을 것이며, 설사 믿는다 하더라도 무슨 대책을 세울 수 있겠는가. 혼자서 천하를 쓸어버릴 수 있는 고수이거늘.
대책은커녕 사황의 눈길이 닿지 않을 곳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런 곳이 있기나 한다면 말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전의 삶과는 달라진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천마 때문에라도 당장은 이곳으로 쳐들어오지는 않겠지. 천하를 짓밟고 다닐 시간도 없을 테고.’
기암괴봉에서 헤어질 때 그런 분위기가 확실했으니 적어도 당분간은 쳐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당분간은.
문제는 천마다.
천마가 천하로 나선다면 사황 역시 움직일 것이다.
둘은 필연적으로 부딪칠 것이고, 자신 역시 그 싸움에서 자유롭지 못한다.
어쩌면 천마의 강호행은 자신 때문일 수도 있다.
아수라 마신의 권능이라는 경천보패가 자신에게 있으니까.
그래서 맹주 앞에 선 이 순간에도 나오는 건 한숨뿐이었다.
“흠, 천사련에서도 그곳의 변동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던 모양이로군. 조사대를 제대로 구성해서 보냈어야 했는데······ 쯧쯧!”
맹주 조극산은 조사대가 천사련의 파견대와 만나 당한 것으로 받아들인 모양이었다.
사실과 전혀 달랐으나 화운은 정정해주지 않고 내버려두었다.
“마침 신풍대주가 당도하였으니 미리 이야기해 두는 게 어떻겠습니까?”
군사가 조극산에게 말했다.
사십 대 중반으로 보이는 군사는 조극산이 직접 데리고 온 인물로 신안영호가(神眼令狐家)의 영호풍이란 사람이었다.
정무맹의 주축인 칠대문파와 오대세가에서는 조극산이 군사를 데려왔다고 했을 때 그를 거부하고 자신들이 원하는 인물을 내세우려고 했으나 영호풍이 신안영호가의 당대가주임을 알고는 순순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신안영호가의 전략적 두뇌는 천하에 유명했다.
“그게 좋겠군.”
조극산이 고개를 끄덕이며 허락하자 영호풍이 화운을 응시했다.
화운은 무슨 이야긴가 싶어 관심을 가지고 쳐다봤다.
“사실은 장강에서 자네한테 당한 일로 천사련에서 보복을 준비하고 있다는 정보네. 아직은 그들의 목표가 어디인지 알지 못하네만, 알아내는 대로 자네가 그들을 막아주었으면 하네. 그 일까지 성공하면 본맹의 사기가 크게 치솟는 것은 물론이고 앞으로 벌어질 천사련과의 싸움에서 주도권을 확실히 잡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네.”
무슨 말인지 알겠다.
군사 말대로 된다면 확실히 그럴 것이다.
하지만 그래서 뭐? 그게 무슨 소용이냐고 묻고 싶다.
그런다고 사황을 막을 수 있을 것 같아? 천만에 말씀이다.
이전의 삶에서 사황 한 사람에게 정무맹이 쑥대밭이 되어버렸다.
맹주부터 시작해서 원로고수들 태반이 사황 한 사람조차 감당 못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다.
천사련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들은 제대로 된 반항조차 못하고 사황의 개가 되어 엎드렸다.
사황은 혈존과 구혼사존 둘만 데리고도 천하를 맘껏 짓밟아버렸다.
어른 셋이 아이들의 놀이터로 뛰어들어 마구 날뛴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거기에 천종천마교.
맹에서는 제대로 알고나 있을까?
천종천마교의 그 엄청난 무력을.
아니 사황보다 더 강한 천마가 여태 존재하고 있음을 상상이나 하고 있을까?
천사련과의 싸움······ 솔직히 이젠 우습다.
그들을 상대하느라 시간을 허투루 보내느니 차라리 어딘가에 처박혀 금강부동이나 미친 듯이 익히는 게 낫겠다.
금강부동을 익힐 수만 있다면 정무맹이 천사련에 쓸려버려도 모른 척할 수도 있다.
시간을 되돌리면 그만이니까.
다만 문제는 금강부동이 워낙 심오하여 혼자 낑낑댄다고 하루가 다르게 강해지고 그럴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제야 겨우 한 발 내디딘 금강부동신법만 해도 금강부동이 가진 수많은 묘용 중의 하나일 뿐, 진짜 금강부동은 아직 시작도 못했다.
“하루만 쉬고 싶습니다.”
화운이 입을 열었다.
예상치 못한 화운의 말에 맹주와 군사가 당황했다.
“이보게 신풍대주, 그렇게 한가롭지······.”
군사 영호풍의 말을 조극산이 막았다.
“그래라. 가서 푹 쉬어라. 하루가 아니라 이틀이어도 상관없다. 쉬고 싶은 만큼 쉬도록 해라.”
“감사합니다.”
화운은 대충 인사하고는 밖으로 나갔다.
뒤에서 군사가 이래선 안 된다, 사전에 준비해야 한다, 어쩐다며 주장하고 있었으나 화운은 신경조차 쓰지 않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지금은 천사련이 아니라 사황과 천마에 대한 대비책을 강구해야할 때였다.
‘대비책이 있다면······ 금강부동 뿐이겠지만.’
잠시 후.
화운은 신풍대 숙소에 도착했다.
정문을 넘어서니 꽤 널찍한 앞마당이 나왔다. 그리고 그 앞마당을 가운데에 두고 몇 개의 방들이 세 방향에서 에워싸는 형태로 지어져 있었다.
건물이 이층이고 방들의 크기를 어림짐작해 보면 얼추 일백 명 정도는 머물 수 있을 것 같았다.
화운은 따스한 햇볕이 쏟아지고 있는 앞마당으로 들어섰다.
앞마당 한쪽에 두 사람이 보였다.
선우유성과 남궁현.
몰락했다고는 하나 아직은 오대세가에 속하는 선우세가의 소가주인 선우유성 그리고 오대세가 중 수위를 다툴 정도로 여전히 잘 나가는 남궁검가의 소가주인 남궁현.
그 둘이 앞마당에 퍼질러 앉아 햇볕을 쐬고 있었다.
“어! 벌써 오십니까.”
인기척을 느꼈는지 남궁현이 먼저 돌아보고는 특유의 밝은 얼굴을 보여주며 일어섰다.
이전의 삶에서 보았던 증오에 찬 독한 얼굴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함께 있던 선우유성도 언제나 보여주던 사람 좋은 미소를 보여주며 일어났다.
둘을 보니 화운은 반가웠다.
기분이 절로 좋아졌다.
이전의 삶처럼 잔뜩 독 오른 모습들이 아니라서 더 좋았다.
‘그래, 난 혼자가 아니었지. 니들이 있었어.’
화운은 기분 좋게 웃으며 다가갔다.
딱!
“왜요?”
화운이 꿀밤을 먹이자 남궁현이 아프다는 시늉을 하며 쳐다봤다.
“이 대주님께서는 바쁘게 동분서주하고 계시는데 한가롭게 햇볕이나 쐬고 있어? 쬐끔 강해졌다고 방만하게 막 쉬어도 될 것 같아?”
“아니, 그게 아니라······. 악!”
화운이 또 다시 꿀밤을 먹였다.
남궁현이 피한다고 피했는데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 남궁현은 머리를 비비며 저만큼 달아났다.
화운은 선우유성에게로 손을 돌렸다.
“너두 일루와.”
“한 시진 내내 수련하고 잠깐 쉬는 중이었어. 막 놀고 그런 거 아냐! 진짜 아냐, 형!”
“그래?”
“이제 막 강해지는 거에 재미가 들렸는데 놀고 그럴 이유가 없잖아.”
“그럼 다행이고.”
화운이 손을 내렸다.
“제대로 묻지도 않고 이러는 게 어딨습니까?”
“너도 유성이처럼 잽싸게 말하지 그랬냐.”
“아니 말하고 있는데 또 때렸잖습니까.”
“내가 그랬냐?”
“와, 발뺌하시게요?”
“그랬다면 미안하다.”
화운은 피식 웃었다.
반갑고 기분이 좋아서 장난을 친 건데 선우유성이 너무 빨리 대처해서 꿀밤을 먹이지 못했다.
“미안하면 우리 요청 좀 들어주십시오.”
남궁현이 다가왔다.
“요청?”
“예.”
“뭔데?”
“우리 신풍대도 인원 좀 늘려주십시오. 그래도 명색이 무력대인데 뭔가 좀 무력대다운 활기가 넘쳐야하지 않겠습니까. 여기 좀 둘러보십시오. 꼴랑 우리들뿐입니다.”
둘이 의견일치를 본 것인지 선우유성도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기대를 드러냈다.
화운은 잠깐 생각했다.
예전이라면 절대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다.
신풍대는 소수 정예여야 하니까.
하지만 지금은 이런들 어떻고, 저런들 어떨까 싶다.
둘이 좋다는데.
“좋아. 쓸 만 한 사람이 있는지 너희들이 알아봐. 그럼 맹주님께 요청해 볼게.”
“진짜죠?”
“그래. 우리도 바글바글 지내보자. 뭐, 그것도 나쁘지 않겠지.”
화운이 그렇게 말하고 있을 때였다.
“오셨군요.”
한쪽 끝에 위치한 방에서 백리연이 나왔다.
욕조에 몸을 담그기라도 했던 모양인지 머리는 젖어있었고 기분을 아주 좋게 만드는 향기가 은근하게 풍겼다.
언제 봐도 아름다운 그녀였으나 막 씻고 나온 얼굴은 또 다른 매력을 풍겼다.
눈을 떼고 싶지 않을 정도였다.
화운의 시선이 움직일 줄을 모르자 바로 앞에서 멈춰 선 백리연이 쳐다봤다.
“무슨 할 말이라도 있으세요?”
빤히 쳐다보는 여인의 얼굴처럼 공격적인 게 또 있을까?
참을 수 없는 도발이고, 경계를 일시에 허무는 유혹이다.
화운은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그러다 그 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이 무슨 추태냐! 내가 지금 이런 생각이나 할 때냐!’
화운은 고개를 저으며 차분히 물었다.
“검을 가르쳐 줘도 되겠습니까?”
“좋아요.”
백리연이 웃으며 대답했다.
생글생글 웃는 모습이 뭘 해도 좋다는 얼굴이었다.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만, 진심으로 도움을 주고 싶어서 그러는데 손을 잡고 가르쳐줘도 될까요?”
“······!”
“아, 제가 말재주가 부족해서 설명하는 것 보다는 직접 느끼게 해주는 게 나을 것 같아섭니다.”
“좋아요.”
빤히 쳐다보던 백리연이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안도의 표정을 지은 화운이 앞마당으로 가서 자리를 잡았다.
“오세요.”
백리연이 다가오자 화운은 검을 뽑으라고 했다.
그리고 검을 뽑아든 백리연의 뒤로 가서 자신의 손으로 검을 쥔 백리연의 손을 감싸 쥐었다.
“아시다시피 사람마다 각자 성향이 있고, 검마다 지향하는 바가 다 다른 법입니다. 하지만 누구든 어느 검이든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같습니다. 검은 빠를수록, 현란할수록 그리고 세찰수록 강하다는 겁니다.”
화운이 검을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검이 움직이는 방향을 따라 백리연을 이끌고 그녀의 걸음이 자연스럽게 따를 수 있도록 왼손으로 어깨를 짚어 그녀의 몸을 유도했다.
백리연은 처음엔 어색하고 낯부끄러워 몸과 마음이 따로 노는 듯했다.
하지만 천천히 계속 움직이다보니 화운이 이끄는 움직임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각 정도가 지나자 자연스럽게 따라갈 수 있게 되었다.
“······!”
시간이 지날수록 백리연은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화운이 이끄는 움직임이 그녀가 가끔씩 펼치곤 했던 검무와 너무나 비슷했기 때문이다.
이따금씩 검의 궤적과 세기가 달라지긴 했으나 기본적인 움직임이 정말 유사했다.
‘난화십이검(亂花十二劍)을 알고 있는 것 같아!’
그런 의심을 떨칠 수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녀는 화운에 대한 믿음으로 의구심을 떨쳐버리고 화운이 알려주는 움직임에 집중했다.
그녀가 가끔씩 추던 검무와 다른 부분에 특히 집중하였다.
화운이 가르쳐주는 움직임은 시종일관 빠른 게 아니었다. 부드럽게 움직이다가도 검초의 마지막 종점을 찍는 순간 갑자기 빨라지곤 했다. 그러다가도 거짓말처럼 유유히 궤적을 그렸다.
그야말로 현란하다는 말이 무엇인지 검의 움직임을 통해 알려주는 것 같았다.
그러던 어느 순간이었다.
화운의 손을 통해 내력이 흘러나왔다.
검신으로 흘러간 내력이 검끝에서 실타래처럼 풀려나가 대기에 닿았다.
순간 막대한 대기가 와락 몰려들었다.
‘이, 이게 뭐지?’
백리연이 당황한 순간.
“검강을 만든다고, 검환을 발휘한다고 검끝에 내력을 응집하려고만 하니까 놓치는 겁니다.”
화운의 목소리가 귓가에서 들렸다.
백리연은 화운이 보여주는 내력의 흐름을 집중하여 관찰했다.
“내력을 일으켜보십시오.”
다시 화운이 말했다.
백리연은 검신에 내력을 흘려보냈다.
이전에 화운이 했던 말이 있어 검강을 만들려고 애쓰지 않고 그냥 흘려보내기만 했다.
“잘하고 있습니다.”
화운이 칭찬했다.
백리연은 묘한 감흥을 받았으나 화운이 중요한 뭔가를 가르쳐주려한다는 걸 알기에 검과 내력에 집중했다.
검신을 타고 흐르는 화운의 내력이 개천이라면 백리연의 내력은 실개천이었다.
실개천은 개천을 따라 대기의 바다에 닿았다.
내력과 대기의 조우.
그 생경한 경험에 백리연이 놀라워하는 순간.
“조금씩 내력을 더 많이 일으켜 보십시오.”
화운이 검무를 계속 이어나가며 말했다.
백리연은 그의 말대로 했다.
그러면서도 의식은 대기에 집중했다.
“오래 산 부부가 서로를 닮아가듯 함께 어우러진 기운은 날카로움이든 강한 패력이든 서로 닮아가기 마련입니다. 강제하려들지 말고, 그저 함께 어울린다는 생각으로 이끄는 겁니다.”
화운은 백리연의 내력이 늘어나는 만큼 자신의 내력을 줄였다.
그렇게 반 각의 시간이 지나자 내력을 완전히 거두었고, 다시 반 각이 지나자 백리연의 손을 놓아주고 물러났다.
백리연은 계속 검무를 췄다.
그녀의 검무를 따라 검끝에 맞닿은 대기가 세차게 유동했다.
한쪽에서 지켜보던 남궁현과 선우유성은 놀람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백리연의 검무를 따라 사방팔방을 세차게 휘몰아치는 대기의 기세에 어안이 벙벙했다.
팟팟팟! 쓰칵!
백리연의 검무가 사선을 날카롭게 그으며 끝났다.
그러자 허공이 날카롭게 갈라지며 오 장(15m) 떨어진 곳의 건물 기둥 중간이 거친 칼질을 당한 것처럼 쪼개졌다.
“후욱! 후욱!”
백리연은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도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화운을 쳐다봤다.
“이게, 이게 뭔가요?”
“하늘과 땅 사이에 난 검이라······.”
건곤무상검(乾坤無上劍)이라는 걸 말하려던 화운은 빙그레 웃었다.
그리고 무당검성이 자신을 배려해주었던 대로 따라 했다.
“내 손에서 시작된 검이나 마지막은 오롯이 백리소저의 것이었습니다. 완성하게 되거든 이름 정도나 알려주십시오.”
“그게 무슨······.”
백리연이 그건 아니라고, 왜 이토록 대단한 것을 가르쳐주고도 아닌 것처럼 그러냐고 말하려는 순간 남궁현과 선우유성이 달려왔다.
“대주 형님, 그거 뭡니까? 저도 좀 가르쳐주십시오.”
“싫어.”
“아니 왜요? 저도 연 누이처럼 신풍대원이잖아요. 같은 대원들인데 차별하고 그러는 거 아닙니다.”
“사내끼리 손잡고 그러는 거 아니다.”
“말로 가르쳐주시면 되잖습니까.”
“말재주가 없으니까 백리 소저께 무례를 한 거잖아.”
“그 말이 진짜였습니까? 손잡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라?”
남궁현이 황당하다는 듯 쳐다볼 때 선우유성이 끼어들었다.
“형, 난······.”
“너도 안 돼.”
화운이 고개를 저었다.
화운이 생각하기에 남궁현과 선우유성은 기존에 가던 방향 그대로 검강을 발현하고 검환의 무경으로 나아가는 게 나았다.
그래서 그쪽으로 좀 더 직접적으로 가르쳐 줄 생각이었다.
그러한 화운의 생각을 알지 못한 선우유성은 실망한 표정을 지었고, 남궁현은 그 실망감을 터트렸다.
“같은 식구끼리 이러는 건 아니죠. 우리한테도 가르쳐 주면 형님이 안 계실 때 우리끼리 서로 가르쳐 주고 묻고 그럴 거 아닙니까. 어려운 문제도 함께 머릴 맞대면 쉽게 풀 수 있듯이······!”
“그렇지! 바로 그거야!”
“그, 그치요. 제 말이 맞지요?”
“그래. 니 말이 맞아! 니 말이 맞다! 난해한 절학일수록 함께 궁리하고 수련하다보면 더 쉽게 길을 찾을 수 있을 거야!”
금방이라도 가르쳐 줄 것 같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던 화운이 정문 쪽으로 움직였다.
“어딜 가세요? 우리도 가르쳐 주셔야죠. 예?”
“맹주님께 간다. 각자 수련하고 있어.”
“아니 우리도······ 배우고 싶은데······.”
남궁현이 떼쓰는 아이처럼 화운을 따라 달려가다 정문 앞에서 멈추었다.
“이따 돌아오면 다시 말해보자.”
남궁현의 뒤로 떼쓰는 아이 하나가 더 달려와 있었다.
선우유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