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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으로 무림지존-66화 (66/207)

#066. 니들 다 들어가라고

대마전의 전주인 패도마와 염마전주는 대전 안을 돌아다니며 제법 세세하게 살폈다.

“혈접, 혈우, 혈검이 분명합니다. 조각난 쇠사슬을 보니 혈쇄도 있었고, 저기 갈라진 자는 사령 같습니다.”

“광마를 빼고 광마종이 전부 당했단 말이냐?”

“광마만 빠졌을 리가 없습니다.”

“여기 어딘가에 함께 널브러졌다?”

“그런 것 같습니다.”

“크음······ 저긴 강시당주고, 강시들도 동원된 것 같은데······.”

패도마가 가슴이 답답하고 심사가 복잡한 듯 인상을 썼다.

“검마라는 자가 와도 이 정도는 아닐 겁니다. 하물며 그 제자가······.”

“혈존을 죽였다잖아.”

“아, 참! 그랬지요.”

패도마는 놀람과 혼란 사이에서 어쩔 줄을 모르는 염마전주를 두고 화운에게로 다가갔다.

패도마가 다가오자 화운은 담담했고, 마경은 살짝 경계하는 눈치였다.

“설명해 봐. 하나도 빠트리지 말고.”

패도마가 말했다.

그는 섬뜩한 마기를 노골적으로 쏟아내 화운과 마경을 압박했다.

“대마전의 소관은 아닐 텐데 뭘 그리 나대는 것이오?”

마경이 퉁명하게 말했다.

순간 패도마가 한 발짝 다가서며 칼의 손잡이를 잡았다.

“다시 말해봐라!”

“말하면······.”

마경이 지지 않고 받아치는 순간 화운이 그의 대갈통을 후려쳤다.

“이 썅!”

마경이 인상을 쓰며 쏘아보자 화운이 더 눈을 부라렸다.

“안 그래도 터진 일을, 왜 더 키우려고 그래!”

“키우긴 뭘 키워? 수습하려고 그러는데 이 양반이 날 수하 보듯 하니까 그러지.”

“내가 보기엔 넌 도움이 안 될 것 같다. 비켜봐.”

화운이 나섰다.

그리고 패도마를 향해 말했다.

“날 잡으려고 함정을 판 모양입니다.”

“누가? 강시당주가?”

“광마종이라고 들었습니다.”

“광마종이 주도한 짓이라고? 그들이 왜?”

“이유를 말해주지도 않고 제 목부터 따려고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더군요.”

화운은 사연홍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마경의 말대로 그녀의 뒤에 멸제라는 존재가 있다면 감추는 게 나을 것 같았다.

“그래서 전부 죽였다는 것이냐?”

“제가 죽어줄 수는 없으니까요.”

패도마는 일순 할 말을 잃어버렸다.

광마종을 상대하는 건 자신도 벅차는 일이었다. 게다가 마경이나 광마 같은 경우는 단독으로 싸워도 장담할 수 없을 정도였다.

“둘이 손을 잡은 것이냐!”

패도마가 화운과 마경을 번갈아보며 물었다.

“전혀 아니올시다. 나도 지금 막 왔소.”

마경이 부인했다.

화운도 고개를 저었다.

두 사람의 그런 반응에 패도마는 고민했다.

강시당과 광마종이 이렇게 되어버렸으니 심각한 일이 벌어졌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화운의 존재 가치가 진짜임이 증명된 것이기도 했다.

패도마는 화운을 받아들였을 때 처하게 될 상황을 떠올렸다.

‘강시당은 멸제에게 머리를 숙인 지 오래다. 과연 멸제가 가만히 있을까? 가만히 있지 않으면······ 차라리 잘된 거 아닌가? 멸제가 보낸 자들이 이놈과 계속 부딪치게 만든다면······?’

패도마의 계산은 간단했다.

화가 난 멸제가 화운을 징치하기 위해선 더 강한 자를 보내야 할 터, 화운이 그들마저 요절을 내버린다면 그만큼 멸제의 전력의 약화가 되는 셈이다.

게다가 화운이 패도마 자신들의 쪽이라는 게 알려진다면 꿈쩍도 하지 않고 있는 명왕쪽에서도 더 이상 모른 척하지는 못하지 않을까?

패도마가 그 같은 계산을 하고 있을 때 화운이 슬쩍 걱정 된다는 투로 물었다.

“하단전을 봉인한다는 게 무슨 말입니까? 설마 혈도를 짚어 하단전의 공력을 움직이지 못하게 한다는 겁니까?”

“죄인에겐 당연한 조치다.”

“시시비비를 명확히 가리기 전부터 그렇게 합니까?”

“도주할 우려가 있으니까.”

“와! 절대 가면 안 될 곳이네.”

화운이 속마음과는 달리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때였다.

“죄가 있는 자들이 보통 그렇게 말을 하지.”

돌연 대전 입구 쪽에서 차분하면서도 힘이 느껴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화운 등이 시선을 돌려보니 검은 장포의 노인이 서 있었다. 그리고 노인의 뒤로 새까만 흑의에 검은 얼굴의 가면을 뒤집어쓴 자들이 잔뜩 나타나 있었다.

대전으로 이어지는 통로를 꽉 채우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일백은 충분히 될 것 같은 숫자였다.

“북명사신이다! 진짜 일 터졌다.”

마경이 중얼거렸다.

검은 장포의 노인이 바로 북명사신이었고, 그의 뒤로 도열해 있는 검은 가면을 쓴 자들이 북명사자였다.

북명사신과 북명사자들.

북명우사의 명을 따라 교의 중죄인들을 무력으로 다스리는 율법집행자들이다.

북명전이 천마교주의 직속이다 보니 이들이 율법으로 다스릴 수 있는 위치는 천마교주와 좌우이사를 제외한 전부다.

구천각의 호법들까지 예외가 없으니 율법을 어긴 자들에게는 가히 무소불위의 권력자인 셈이다.

“시작해라!”

북명사신의 명이 떨어지자 북명사자들이 대전 안으로 진입했다.

깜짝 놀란 염마전주가 부리나케 패도마의 곁으로 물러났다.

북명사자들은 날렵하게 신형을 날려 현장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화운 등을 에워쌌다. 한편으로는 입구 쪽을 봉쇄하는 등 현장을 유지하려는 행동을 보여주었다.

“제보자의 말에 의하면 이 사건의 용의자는 염마전의 마운이고, 마경과 두 분께서는 사건이 터진 후에 당도한 것일 터, 어찌 하실 것이오?”

북명사신의 시선이 패도마에게 꽂혔다.

북명사신과 북명사자들이 나타난 이상 패도마에게 선택권은 없었다.

“명부전의 무상들께서도 관심을 가지고 계시오. 판결에 치우침이 없어야할 것이오.”

“지금 북명우사께 사사로이 판결을 내리지 말라고 협박을 하는 것이오?”

북명사신이 엄히 소리친 순간 북명사자들 백여 명이 짧고 뭉툭한 칼을 뽑아들며 검은 가면을 쓴 얼굴들로 일제히 돌아봤다.

무척이나 음산하면서도 공포가 느껴지는 광경이었다.

“판결하는 날 북명전에서 봅시다.”

패도마는 말을 돌리며 한 발짝 물러났다.

“북명전은 항상 열려 있소.”

묘한 기분이 드는 말이었다.

여차하면 잡아가겠다는 말 같기도 하고, 언제든 찾아오라는 말 같기도 했다.

패도마는 모른 척 화운을 돌아봤다.

“일이 이 지경이 되었으니 일단 북명전으로 가라. 무상들께 여쭤 방편을 강구하여 데리러 가겠다.”

“하단전을 봉인한다면서요? 그럼 난 아무것도 아니게 되는 데요?”

“허면 본교에 들어오겠다며 찾아와 놓고 본교 전체를 적으로 돌릴 참이냐!”

패도마가 호통을 쳤다.

화운은 인상을 팍 썼다.

“그래서 나더러 지금 단전을 봉인 당하라는 겁니까?”

“본교 전체를 적으로 돌리고 도주할 생각이 아니라면.”

화운은 얼굴을 더욱 일그러트렸다.

모두가 보기에 어떻게 할지 고민하는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화운이 말없이 인상만 쓰고 있자 패도마가 북명사신을 향해 말했다.

“데려가시오. 단 판결이 나기 전까진 함부로 대하지 마시오. 본교의 미래가 될 수도 있는 놈이니까.”

“죄가 밝혀지기 전까진 손 하나 안 되오. 물론 죄가 밝혀지면 완전히 달라지겠지만.”

북명사신이 음산한 표정을 지으며 다가왔다.

화운은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당당히 섰다.

그런 화운의 앞에선 북명사신은 천천히 손을 뻗었다.

화운은 결연한 표정으로 북명사신을 빤히 응시하며 가만히 있었다.

팍팍팍!

북명사신의 손이 화운의 아랫배에 있는 주요혈도를 찍었다.

하단전의 내력이 움직일 혈도가 막혔으니 하단전이 완전히 봉쇄된 것이다.

그렇게 화운의 하단전을 봉한 북명사신은 피식 웃으며 한 걸음 물러났다.

이때 화운은 속으로 웃었다.

‘정말 하단전만 봉하잖아!’

화운이 활용하고 있는 단전은 하나가 아니었다.

검마에게 배운 혼원여의공을 대성하면서 중단전도 열었다.

중단전.

어떤 공력을 적공하느냐에 따라 다르긴 하나 중단전은 하단전과 달리 그 존재가 겉으로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

특별한 심공을 익히거나 절대의 반열에 오르지 않는 한 중단전까지 개문한 고수들도 정말 흔치 않다.

그런 이유들로 북명사신조차 화운의 중단전이 자릴 잡고 있는 걸 알아차리지 못했다.

화운은 굳은 표정을 유지한 채 하단전의 공력을 움직여 보았다.

북명사신이 막아버린 혈도가 아파왔다.

화운은 일부러 고통스런 표정을 지었다.

“공력을 일으키려들면 그와 같은 고통이 가중 될 것이니, 판결의 날까지 가만히 있어야 할 것이다.”

북명사신이 특유의 음산한 어투로 말했다.

화운은 알아들었다는 듯 굳은 얼굴을 더욱 일그러트렸다.

그런데 바로 이때였다.

“잠시 이야기 나눌 시간 좀 허락해 주십시오.”

마경이 북명사신에게 청했다.

“불허한다.”

“용의자일 뿐이잖습니까. 잠시면 됩니다.”

용의자라는 말에 북명사신은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

감옥에 갇혀도 용의자일 때는 누구의 접견도 허락되기 때문이었다.

“반각 주지.”

“감사합니다.”

마경은 화운을 한쪽으로 데려갔다.

“무슨 생각이냐?”

“뭐가?”

“네가 이렇게 호락호락할 리가 없잖아!”

“······.”

“솔직히 말해봐.”

화운은 대답을 재촉하는 마경을 빤히 쳐다보았다.

기실 마경이야 말로 무슨 속셈을 하고 있는 것일까?

화운도 궁금했다.

나중에 소나찰에게 당할 것이 염려되어 죽여 버렸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 화운이었다.

화운은 마경을 직시하며 힘 있는 음성으로 말했다.

“널 믿어보는 거다. 내 믿음과 판단이 틀린 거라면 너랑 나 둘 중의 하나는 반드시 죽을 거다.”

화운은 그 말을 끝으로 북명사신에게로 돌아갔다.

북명사신은 북명사자 둘에게 눈짓했다.

그러자 둘이 달려와 포승줄로 화운의 두 손을 묶은 다음 양쪽에서 각기 팔을 붙잡았다.

북명사신은 그 모습을 본 후 다른 북명사자들에게 명했다.

“누구도 들어오지 못하도록 입구를 막아라!”

“존명!”

“모두 나가 주실까!”

마지막으로 패도마와 염마전주를 향해 말했다.

패도마와 염마전주는 어쩔 도리 없이 밖으로 나갔다.

이어서 마경 역시 대전 밖으로 향했는데, 화운을 완전히 지나칠 때까지 의혹이 어린 시선을 떼지 않았다.

“나는 네놈이 정무맹의 신풍대주였다는 거 외에는 아무것도 모른다. 사실 관심도 없다. 왜냐하면 넌 그저 본전의 지하에 있는 명옥의 한 칸을 차지할 수인(囚人)일 뿐이기 때문이다.”

“······.”

“내가 수인을 대하는 태도는 딱 두 가지다. 무관심하거나 차라리 죽여 달라고 빌 때까지 괴롭히는 거다. 내가 어떤 태도를 취할지, 그 선택은 오로지 수인들의 몫이다. 그러니 판결을 받을 때까지 죽은 듯이 처박혀 있는 것이 좋을 것이다.”

화운은 굳은 표정만 지을 뿐 대꾸하지 않았다.

“그래, 그런 자세를 끝까지 유지해라.”

북명사신은 더 이상 대화를 나눌 가치도 없다는 듯 대전 밖으로 향했다.

그러자 화운을 양쪽에서 붙들고 있던 북명사자들이 화운을 잡아끌었다.

화운은 그들이 하는 대로 따라갔다.

심각하게 굳은 표정 안에 히죽 웃으면서.

‘후훗! 중단전이 멀쩡하니 하단전을 푸는 건 일도 아니다.’

화운은 대만족이었다.

이렇게 하단전만 봉한 채 북명전으로 들어가게 되었으니까.

다시 말해 중단전이 멀쩡한 채로 무불통이 있을 북명전으로 가게 된 것이다.

***

천종천마교 북명전.

교의 율법을 집행하고 죄인들을 다스리는 곳이다.

천마탑을 기준으로 북쪽에 자리하고 있으며 지상만 오 층인 거대전각이다.

‘역시 여기가 북명전이었구나.’

화운이 천종천마교에 처음 도착하여 하늘에서 살펴봤을 때 천마탑의 북쪽과 남쪽에 각각 하나씩 두 개의 오 층 전각이 있는 것을 보았다.

‘그렇다면 남쪽에 있는 것이 광명전이겠군.’

광명전은 광명좌사의 명에 따라 천종천마교 내의 종교로써의 모든 일을 총괄한다.

“명옥으로 데려가라. 주의가 필요한 자이니 가장 아래쪽에 가둬라.”

“존명!”

북명사신이 명하자 북명사자들이 화운을 끌고 북명전 안의 지하로 데려갔다.

얼추 세 개 층은 될 것 같은 숫자의 계단을 내려가고서야 첫 번째 층이 나왔다.

그리고 계단 끝에는 지상으로 올라가는 것을 단절하고 있는 것처럼 거무튀튀한 철문이 가로 막고 있었는데, 그 앞에 두 사람이 지키고 서 있었다.

그들은 북명사자가 화운을 끌고 오는 게 보이자 북명사자들에게 예를 갖춘 후 철문을 열었다

꾸그그그그긍!

요란한 소리를 내는 철문의 두께가 상당히 두꺼웠다.

얼핏 봐도 반뼘은 넘을 것 같았다.

안으로 들어가니 이십여 명의 옥지기들이 쳐다봤다.

하나같이 흉악해 보이는 얼굴들이었다.

“어떤 자입니까?”

뱃살이 출렁거릴 정도로 축 늘어진 비대한 몸집의 중노인이 북명사자에게 물었다.

명옥의 책임자인 명옥주였다.

“무저옥에 가둬라.”

“무저옥이요?”

명옥주가 놀란 듯 물었다.

“북명사신께서 내리신 명령이시다.”

“알겠습니다.”

북명사신의 명이라는 말에 명옥주가 허리를 조아렸다.

이때 듣고만 있던 화운이 물었다.

“무저옥이 뭐하는 데요? 무저갱처럼 한 번 들어가면 다시는 나오지 못하는 그런 곳이오?”

흔히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은 곳을 무저갱(無底坑)이라고 한다. 악마가 벌을 받아 한번 떨어지면 영원히 나오지 못할 정도로 깊은 구렁텅이를 가리키는 이름이다.

무저옥이 그 무저를 가져다 쓴 이름이라면 왠지 살벌했다.

그러나 북명사자들은 대꾸도 하지 않았다.

화운을 명옥주에게 인계하고는 철문 밖으로 나가버렸다.

“아직 판결도 받지 않았는데 무슨 무저갱이야!”

화운이 소리쳤지만 철문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닫혔다.

“아직 판결도 안 받았어?”

명옥주가 화운에게 물었다.

그러면서도 손으로는 화운의 허리춤에 걸려있는 검을 가리켜 옥지기들로 하여금 풀도록 지시했다.

“그렇소.”

화운이 대답했다.

명옥주는 옥지기가 건네준 화운의 검을 뽑아보았다.

시리도록 차가운 묵검의 검날이 날카로운 기세를 뽐냈다.

“좋군.”

검을 도로 집어넣은 명옥주는 그대로 자신의 허리춤에 찼다.

“무저옥이라며?”

“가장 아래라고 했지만 판결을 받은 건 아니오.”

“가장 아래, 거기가 무저옥이야. 그리고 여기 들어온 것 자체가 판결이야. 한 번 들어오면 영원히 나가지 못하는 곳인데, 다른 판결이 또 필요하겠어?”

“······!”

“이제 좀 감이 온 모양이지?”

명옥주가 씨익 웃었다.

그리고 옥지기들을 향해 외쳤다.

“무저옥을 열어라!”

“무저옥이란다! 모셔라!”

옥지기들이 복창하며 화운에게 달라붙어 안쪽으로 끌고 갔다.

쇠창살로 칸칸이 나누어진 뇌옥들 사이의 통로를 따라 안쪽으로 가니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나왔다.

옥지기들은 화운을 그 계단 아래로 이끌었다.

“말끔한 놈인데, 대체 뭔 짓을 저질렀기에 무저옥이지?”

명옥주가 천천히 뒤를 따르며 중얼거렸다.

“생긴 걸 보니 높으신 분 영애라도 건드린 거 아닐까요?”

옆에서 간사하게 생긴 옥지기가 따라붙으며 아첨하는 얼굴로 말했다.

“우리가 젤 싫어하는 계집질 잘하는 놈?”

“딱 그렇게 보이던뎁쇼.”

“그럼 신나게 괴롭혀 주어야겠군.”

“제 말이 그 말입니다요.”

간사하게 생긴 옥지기가 기대에 찬 얼굴로 음흉하게 웃었다.

이때 한 발 뒤에서 따르던 다른 옥지기가 말했다.

“북명사신께서 특별히 명한 놈이라는데 그래도 될까요?”

“머저리!”

명옥주가 갑자기 화를 내며 간사하게 생긴 옥지기의 머리통을 후려갈겼다.

“크윽!”

“니 새끼 땜시 하마터면 내 모가지가 달아날 뻔했잖아! 다들 그놈한테 손도 대지 말라고 해!”

“존명!”

“가자, 썅!”

명옥주가 휘적휘적 계단 아래로 내려갔다.

세 개 층을 내려가니 뇌옥이 하나도 없는 텅 빈 공간이 나왔는데, 그 한복판에 커다란 철문이 바닥에 만들어져 있었다.

화운을 데리고 앞서간 옥지기들은 바닥의 철문에서 빗장을 낑낑거리며 풀고 있었다.

철로 만들어진 빗장만도 두 사람이 간신히 들 정도로 크고 무거워 보였다.

쿵!

빗장을 풀어 한쪽에 내려놓은 옥지기들이 바닥의 철문을 들어서 열었다.

그러자 정말 무저갱처럼 칠흑 같은 곳이 나왔다.

이때 옥지기 중의 하나가 횃불을 가져와 철문 옆 바닥에 쪼그려 앉아 철문 아래로 횃불을 넣어 안을 살폈다.

“여긴 볼 때마다 섬뜩한 기분이 든단 말이야.”

“섬뜩해도 연 김에 그 영감 살아 있는지도 보고 와.”

“예?”

횃불을 든 옥지기가 화급히 돌아봤다.

명옥주가 도착해 있었다.

“들어가라고.”

“꼭 봐야합니까?”

“내가 누구냐? 여기 옥주잖아! 그럼 죄인들이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할 거 아냐?”

“이틀 전에 먹을 걸 가져다 줄 때 살아 있는 것 같았다고 들었잖습니까.”

“지금 당장 죽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늙은이다. 오늘 죽었을 수도 있다. 얼른 들어가라.”

명옥주의 말에 횃불을 든 옥지기가 울상을 지으며 바닥 아래의 무저옥을 내려다봤다.

“친구 좋다는 게 뭐냐, 다 함께 들어가.”

“그래, 다 함께 들어가자.”

울상을 짓던 옥지기가 반색하며 돌아보다 눈을 휘둥그레 떴다.

다행이라는 생각에 대꾸하고 보니 옥지기들 중 누군가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뭔 헛소리냐!”

명옥주가 어디서 감히 참견이냐는 듯 인상을 쓰며 돌아봤다.

다른 옥지기들 역시 같은 표정으로 돌아봤다.

그런 모두의 눈에 화운이 보였다.

투둑! 툭!

두 손을 묶고 있던 밧줄이 끊어지는 소리였다.

“억?”

“혈포삭이 끊어졌어!”

“무슨 짓을······?”

옥지기들이 당황하여 쳐다보고 있자 화운이 팔짱을 끼며 말했다.

“니들 다 들어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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