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9. 니미랄, 니들은 눈도 없냐!
그의 이름은 교천이라고 했다.
스스로 교를 찾아왔고, 십이무상들을 이끄는 명부전 전주의 눈에 들었으나 곧 교의 호법들의 거처인 구천각으로 가게 되었고, 거기서도 얼마 지나지 않아 교의 우사가 머무는 북명전으로 옮겼다.
그야말로 초고속으로 맹의 최상층부까지 간 것이다.
이유는 모른다.
기형적인 외모와 수뇌부들이 서로 데려가려 할 정도로 박학다식하다는 것만 알려졌을 뿐이다.
“이래봬도 노부가 삼십육대마에 속하는지라 총단의 소식을 종종 듣는다오. 이것을 줄 터이니 총단을 찾아가 보시오. 염마패라는 것인데 염마전에 들기를 희망한다는 일종의 신청패라고 보면 되오. 공자의 실력이면 염마전보다 상위인 대마전이나 명부전에 곧장 신청해도 되겠지만, 대마전에 들어가려면 여러모로 검증이 되어야 하고, 명부전은 교의 십이무상이 되겠다는 뜻이기도 해서 대마전에서 수년 이상 머물러야 하오. 그러니 염마전의 관문을 통과한 후에 전주한테 교천이란 자를 만나게 해줄 수 있는지 청해보시오.”
초검마가 동패 하나를 주면서 해준 말이다.
화운은 동패, 염마패를 가지고 천종천마교의 총단을 찾아왔다.
난주에서 반나절 거리에 백은(白銀)의 땅이 있다.
근동의 사람들은 수라백은이라 부르는 곳인데, 천종천마교의 총단은 바로 그곳에 있었다.
십만마도라는 지칭이 어울릴 정도로 거대한 성곽도시를 형성한 채.
동서남북 사방을 살짝 비튼 위치에 오층전각들을 세우고 그 전각들을 잇는 커다란 담을 축조하여 성곽을 구축한 다음 안쪽에 시커먼 목재로 지은 단층과 이층 혹은 삼층의 전각들이 즐비하게 자릴 잡았다.
그리고 한복판엔 멀리서 보아도 목재가 아닌, 돌로 지어진 것이 분명해 보이는 거대한 구층석탑이 어마어마한 위용을 과시하며 우뚝 솟아 있었다.
‘저기에 천마가 있으려나?’
천마는 늘 존재한다.
교주의 또 다른 신분이 천마니까.
천마가 죽으면 그가 지정한 혹은 모두를 힘으로 누른 자가 다음 대 천마가 되어 교주 자리에 앉는다.
그래서 천마는 늘 존재하고 마교와 함께 공포의 대명사로 군림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화운은 천마에 대한 생각을 털었다.
지금 그는 무불통을 만나러 왔지 천마와 대면하기 위해 온 게 아니다.
‘마도로 갔다는 양반이 왜 하필 저기까지 간 거야!’
천종천마교는 거대한 성곽도시다.
하물며 초검마의 말이 맞다면 그는 우사의 거처인 북명전에 있다고 한다.
일인지하 만인지상인 자가 북명우사다.
그런 자가 있는 곳엘 들키지 않고 잠입한다?
공공무영비를 익힌 화운이라 하더라도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염마패를 받아오길 잘했군.’
잠입이 불가능해 보이니 당당히 들어가는 수밖에.
허공에서 살펴본 화운은 지상으로 내려온 다음 천종천마교의 입구를 향해 걸어갔다.
입구엔 거대한 문이 있었지만 활짝 열려 있었다.
입구를 지키는 무인들은 몇 사람 되지도 않았다.
화운이 나타나자 자세를 바로잡는 등 나름 경계를 하는 모습이었으나 크게 신경 쓰는 것 같지는 않았다.
화운은 수장으로 보이는 자에게 초검마에게서 받은 염마패를 건넸다.
“염마패네. 오랜만이군.”
염마패를 확인한 수장이 옆으로 비켜섰다.
“도설! 염마패다!”
수장이 염마패를 던져주자 도설이란 자가 받더니 화운을 향해 말했다.
“따라오시오.”
화운은 도설이란 자를 따라갔다.
“간만에 시끌벅적하겠구나!”
수장이 멀어지는 화운을 지켜보며 중얼거렸다.
염마전.
염마전이라고 하여 염마라 불리는 마인들이 기거하는 큼지막한 전각이라도 되는 줄 알았다.
전혀 아니었다.
“잘해 보시오.”
도설이란 자는 염마패를 흉측한 마귀석상의 입에 물리도록 넣고는 가버렸다.
화운은 황당한 얼굴로 마귀석상 앞에 서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마귀석상 앞으로 깨나 널찍한 공간이 펼쳐져 있다.
‘여긴······ 연무장 같은데?’
화운이 의아해할 때다.
사방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열이 조금 넘는군······ 아냐, 스물이······ 어? 서른 가까이 되겠다.’
사방에서 몰려드는 기운.
살의에 가까운 섬뜩한 기운들이다.
물론 화운에게는 미친 개새끼가 성난 이를 드러낸 것처럼 느껴졌을 뿐이지만.
‘초검마 말이 일종의 신청패라고 했었지. 그 신청이라는 게 혹시?’
화운이 이 무슨 황당한 경우냐는 표정을 지을 때다.
“잠마천이 조용했던 것을 보니 염마전으로 직행한 놈이렷다!”
쇠를 긁는 듯 듣기 싫은 목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거구의 사내가 화운의 앞으로 나타났다.
터질 것 같은 근육을 가진 큰 덩치였는데, 덩치에 걸맞게 큼지막한 도끼를 쥐고 있었다.
“흐흐흐! 그렇게 겁먹을 것 없다. 모자라면 팔 하나로 끝내주마!”
거한이 입맛을 다시듯 혓바닥을 날름거렸다.
‘신청이라는 게 이런 의미였어? 싸우자는 거······ 도전이었단 말이냐! 초검마! 이씨, 제대로 설명해 주지 않고!’
화운은 자신의 의혹이 확실해지자 적잖이 당황했다.
‘일 터지면 안 돼! 무불통만 조용히 만나고 싶단 말이다!’
소리 없는 요구일 뿐이다.
“하아!”
화운은 한숨을 내쉬었다.
마교가 아니라 그 어느 곳이라 하더라도 행패를 부리는 자에게 ‘그래, 그런 사람이 이곳에 있으니 만나고 가라.’ 라고 하지는 않는다.
그러니 소란을 피워선 안 된다.
조용히 그리고 적당히 자릴 잡아 무불통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보고 그를 만날 수 있는지 알아보아야 한다.
하지만 흥분한 멧돼지처럼 돌격 직전인 거한을 보니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 같다.
“뭐하냐! 안 오면 내가 간다!”
“그래, 간다. 가!”
화운이 다가갔다.
싸울 생각이 없는 사람처럼 검의 손잡이를 잡지도 않고 터벅터벅 걸었다.
그러나 여긴 천종천마교다.
마인들의 땅이다.
상대가 싸울 생각이 없다고 ‘그래? 그럼 그만하자!’ 그러지 않는다.
부왁!
커다란 도끼가 공기를 찢어발기는 위험한 소리다.
거한이 화운의 가슴팍을 노리고 있었다.
그러나 화운은 가볍게 뛰어올라 피한 후 몸을 뒤틀며 거한의 머리통을 차버렸다.
간단한 발길질이었으나 천근의 힘이 실렸다.
거한은 십여 장을 쪼개진 장작처럼 날아갔다.
그리고 그대로 널브러졌다.
기절해 버린 것이다.
예상치 못했던 의외였던 것일까?
주위가 조용해졌다.
그러더니 곧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염마부가 당했다.”
그 목소리와 동시에 사방의 기운들이 크게 들썩거렸다.
“염마부 저 병신새끼! 염마전의 얼굴이라는 놈이 한 방에 끝나 버리냐!”
염마부란 자보다 머리통 두 개는 더 커 보이는 거인이 쿵 소리를 내며 화운의 앞으로 나타났다.
그는 눈을 있는 대로 부라리며 머리통만 한 주먹을 휘둘렀다.
화-웅!
바람소리가 요란했다.
어지간한 돌덩이조차 박살이 나버리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맞았을 때의 이야기다.
공공무영비가 발휘되었다.
순식간에 주먹을 피한 화운은 허공으로 솟구쳤다.
빠각!
거대한 체구의 거인은 염마부라는 거한보다 좀 더 큰 체구일 뿐이었다.
염마부처럼 머리통을 차여 픽 고꾸라졌다.
“대력거신도 한 방에 끝났다!”
“진짜다! 진짜가 나타났다!”
누군가의 외침과 동시에 주위의 기운들이 더욱 크게 들썩거렸다.
“그렇다면 이 몸이 상대해 주마!”
슈라라락!
날렵한 체구의 사내가 허공을 날아와 연검을 채찍처럼 정신 사납게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화운은 검의 손잡이를 잡았다.
상체를 비틀었다가 상대가 자신의 간격 안으로 들어오자 벼락같이 검을 뽑았다.
사혼섬!
사혼구검의 첫 번째 초식이자 극쾌의 검초가 발휘되자 연검의 정신없던 검초가 종잇장 찢기듯 갈라지고 깜짝 놀라는 사내의 가슴팍에서 피가 튀었다.
사달을 일으키고 싶지 않은 화운이 강기를 발휘하지 않은 데다 힘 조절까지 하여 살가죽이 갈라졌을 뿐이다.
날렵한 체구의 사내는 놀란 얼굴로 자신의 가슴팍과 화운을 번갈아보다 돌아섰다.
“검이다! 검을 뽑았다!”
누군가가 소리쳤다.
화운은 무불통을 만날 생각으로 왔지 마교를 자극할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강기를 발휘하지 않은 채 적당히 강함을 보여주었다. 이 정도면 알아서 통과시키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상황은 화운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검이라고? 그렇다면 이 혈마도께서 죽여주마!”
시뻘건 도기가 넘실거리는 칼이 벼락처럼 갈라왔다.
화운의 검이 불쑥 뻗었다.
벼락같이 갈라오는 칼을 교차하듯 스쳐 지나더니 칼의 도면을 퉁! 하고 쳤다.
혈마도란 자의 칼은 튕기고, 검은 그대로 뻗어나가 칼을 쥔 팔을 그었다.
역시 살가죽만 조금 베였을 뿐이다.
화운이 손속에 사정을 둔 것임을 깨달은 혈마도는 전의를 상실하고 칼을 늘어트렸다.
그 광경에 주위의 기운이 격렬해지다 못해 공기마저 뜨거워졌다.
“고수다! 고수!”
“고수가 나타났다!”
“크하하하! 나 파초광돈이다!”
“구절마도다!”
“패혈곤마다! 어육으로 만들어주마!”
“야혈괴마! 죽자! 죽어! 푸헐헐헐!”
“흑혈마!”
“이 몸이 바로 마화륜이시다!”
미친놈들이 달려들었다.
희한한 건 딱 한 명씩 차례로 달려든다는 것이다.
한 놈이 날아가면 또 한 놈이 달려들고, 그놈마저 날아가면 또 다른 놈이 기다렸다는 듯이 줄지어 달려들었다.
염마패와 관련된 일종의 규칙인 모양이었다.
“니미랄, 니들은 눈도 없냐!”
화운이 신경질적으로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강기는 결코 발휘하지 않았다.
***
명부전(冥府殿).
십이무상들의 거처.
무상 철뢰는 수하의 보고를 받았다.
“염마전에 난리가 났습니다.”
“자세히 말하라.”
“간만에 염마패가 걸렸는데, 일백전마들이 상대가 되지 못했다고 합니다.”
“염마전주는?”
“염마전주가 은밀히 아뢰라고 하길, 자신도 상대가 안 되는 자가 분명하니 대마전에 올리라고 하였습니다.”
“허튼소리!”
“염마전주만이 아닙니다. 그자에게 당했던 모두가 그렇게 하라고 떠들고 있습니다. 대마전을 개방하여 모두가 볼 수 있게 하라고······.”
“정신이 나간 게야?”
“간만의 쟁투에 잠마천까지 들썩거리는 모양입니다.”
“대체 뭐하는 놈이라더냐?”
“별호는 없고 이름만 마운이라고 밝혔습니다. 검마의 제자라고 합니다.”
“검마? 초검마의 제자라고?”
“아닙니다. 그냥 검마입니다. 오래 전부터 정파가 그리 부르는 자가 있습니다. 마도와는 관계가 없는 인물인데 손속이 과하여 그리 낙인을 찍었던 모양입니다.”
“하여간 정파 놈들 머릿속은 알 수가 없어. 이래서 마인이다, 저래서 사파다. 병신 같이 지들 스스로가 적을 키워요.”
듣고 보니 맞는 말이라 수하는 고개만 끄덕였다.
“본교에 온 목적은?”
“스승이 검마인지라 마도에 자리를 잡을까 하고 찾아왔다고 합니다.”
“별 미친놈이 다 있군. 알았으니까 일단 염마전에 머무르라고 해.”
“염마전에서는 무공이 검증되었으니 대마전에 올라갈 자격이 있다고 떠들고 있습니다. 거기에 잠마천의 애들도 들썩거리는 참이라······.”
“대마전이 아무나 올라가는 곳이야! 찍소리도 말고 처박혀 있으라고 해!”
“존명!”
***
모두가 널브러졌다.
가슴이 베인 자, 팔뼈가 부러진 자, 내상을 입어 입으로 피를 흘리는 자.
진짜 미친놈들이다.
그런 부상을 당하고도 대충 응급처치만 하고는 화운을 에워싸고 앉아 대단하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기 바쁘다.
멀찍이 떨어져 앉아 이를 갈면서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는 자들도 적지 않으나 전체적인 분위기가 호의적이다.
‘미친 마귀들 같으니·······!’
무인은 대체적으로 자신을 이긴 자에게 적대적이다.
호협하여 대인배적인 성향의 인물이 아니라면 대개가 그렇다. 그러기가 쉽지 않기에 대인배고, 대협이라며 칭찬하는 것이다.
“그래, 별호가 뭐냐?”
가장 먼저 달려들었던 염마부가 화운에게 물었다.
화운은 쌀쌀맞게 대답했다.
“그런 거 없다.”
“그런 무위에도 별호가 없다고? 그게 말이 돼? 내가 만들어줄까?”
“일자무식인 놈이 무슨 별호를 만들어?”
“내가 왜 일자무식이야?”
“너 일자무식이 무슨 뜻인지 아냐?”
“일자무식이······.”
염마부가 말을 잇지 못하자 혈마도가 거 보라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때였다.
“난 잠마천의 제일잠마인 혈인귀마라고 한다. 염마전을 밟아버린 너한테 도전하고자 하니 이리 썩 나서라!”
머리부터 발끝까지 붉은색 일색인 사내.
백지처럼 하얀 얼굴에 입술이 피처럼 붉어 무척이나 음산한 기운을 풍겼다.
“이런 육시럴 놈이 밟긴 뭘 밟아!”
일자무식 때문에 민망해 하던 염마부가 이게 웬 떡이냐는 얼굴로 벌떡 일어나 곧장 혈인귀마를 덮쳤다.
부왁!
커다란 도끼가 공기를 찢어발기자 혈인귀마가 붉은 혈조를 휘둘렀다.
혈조는 맹수의 발톱처럼 만들어진 흉기였다.
꽈앙!
일격에 혈인귀마의 낯이 일그러지더니 휘청 물러났다.
순간 염마부의 도끼가 광풍을 일으키며 달려들었다.
꽈앙! 꽝꽝!
혈인귀마가 정신없이 막았으나 패력의 차이가 워낙 커서 휘청휘청 하며 물러나기에 급급했다.
그러던 어느 순간.
“컥?”
혈인귀마가 날아갔다.
그의 가슴팍에는 염마부의 커다란 도끼가 박혀 있었다.
“잡것이 어디서 기어올라!”
손을 턴 염마부가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애들이 기어올라도 그렇지, 그런다고 죽여 버리냐?”
“죽였어? 제일잠마라며?”
“그러게 제일잠마면 몇 년 안에 염마부에 올라올 수 있겠구만. 팔 하나만 자르지.”
염마전의 마인들이 염마부를 못마땅한 듯 한소리씩 했다.
잠마천과 염마전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광경이었다.
잠마천은 염마전에 들지 못한 마인들이 득시글거리는 곳이다.
외부인이 교로 들어오면 무위에 따라 화운처럼 염마전에 도전하거나 잠마천에 들어간다.
잠마천에 들어간 자는 그곳에서 인정을 받아야만 염마전에 도전할 기회가 주어진다.
염마전의 마인들이 화운에게 쉽게 농락당한 건 그들이 약해서가 아니라 화운이 지나치게 강한 것이다.
“아무 때나 기어오르니까 그렇지.”
“맞아. 잘 했어. 눈치 없이 기어오르려는 놈들은 묵사발을 내버려야 해.”
마도는 강함을 동경한다.
자신보다 강한 자에게 도전하는 것을 당연시 여긴다.
하지만 그것도 때와 상황에 따라 다르다.
지금은 염마전만의 행사다.
간만에 찾아온 도전자라 축제와 같은 분위기다. 누구도 개입할 수 없고, 누구도 중단시킬 수 없다. 마도지존인 천마교주 외에는 말이다.
그런데 감히 잠마천의 잠마 따위가 찬물을 끼얹으려고 하니 성을 낼 수밖에.
“어쨌든 됐고, 일자무식이 뭐지는 모르지만 그거인 난 포기할 테니까 누가 여기 별호 좀 만들어 줘봐라.”
“일수검마, 어떠냐?”
“뭔 뜻인데?”
“일수에 우리가 나가떨어졌고, 검을 들었으니 검마잖아.”
“일수검마! 좋은데?”
그렇게 염마전의 마인들이 화운의 별호를 만들고, 화운은 이게 다 뭔 상황인지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저었다.
“검기를 일으키지 않은 것 같던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 것이지?”
아까부터 잠자코 듣고만 있던 염마전주가 물었다.
화운은 그를 쓱 쳐다봤다.
‘검기? 흥이다! 내가 일으키지 않은 건 검기 따위가 아니라 강기다, 강기! 내가 니들 죽이려고 마음먹었으면 한 방에 모조리 골로 가버렸을 거다, 알간?’
화운이 속으로 투덜거릴 때다.
“맞다, 맞아! 나도 그게 궁금했었어.”
“그 검, 특별한 것이냐?”
잠마전의 마인들이 궁금증으로 토로했다.
화운은 대충 떠오르는 대로 말했다.
“강기 없이도 검은 자유로운 법이오.”
‘엇! 내가 지금 뭐라고 지껄인 거냐? 그럴듯한 말이잖아!’
화운은 자신이 말해놓고도 그 말 속으로 빠져들었다.
순간적으로 떠올랐던 것인데, 말해놓고 보니 정말 그럴 듯했다.
어쩌면 상승의 깨달음에 대한 오랜 갈증이 만들어 낸 실마리인지도 몰랐다.
“강기 없이도 검은 자유롭다. 뭔가 훌륭한 말 같지 않아?”
“강기가 아니라 검기겠지.”
“응? 방금 강기라고 그러지 않았어?”
“강기가 여기서 왜 나오겠냐?”
“그렇긴 한데······ 내가 잘못 들었나?”
“한 대 쳐 맞더니 귓구멍까지 막혀버렸냐? 야! 니들이 말해봐, 이 멍청이처럼 귓구멍이 막혀서 강기라고 들은 사람?”
혈마도가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으나 아무도 대꾸하지 않았다.
혈마도는 거 보라는 듯 염마부를 핀잔했다.
“설사 그렇게 말했어도 말이 헛 나왔겠지. 그러니까 들었어도 들리는 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생각이라는 걸 좀 해라. 머리통이 니 떡대를 장식하기 위해 달고 다니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혈마도가 그렇게까지 말하자 염마전주조차 자신도 강기라고 들었다는 말을 할 수가 없어 머쓱해졌다.
이때 자신만의 생각에서 빠져나온 화운이 염마전주에게 물었다.
“혹시 무불통이란 사람이 이곳에 있습니까?”
“무불통? 무불통 교천?”
“예.”
“그 사람은 왜?”
염마전주가 살짝 인상을 썼다.
“제가 교에 찾아온 건 한 가지 이유가 더 있습니다. 그 사람한테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입니다.”
“뭔데? 뭘 묻겠다는 거냐?”
“그건······.”
“내가 알기로 교천이란 사람은 북명전에 있어. 그런 곳에 있는 사람을 염마전 소속인 네가 쉽게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우연히 만나도 말도 못 붙일 거다. 함부로 말 걸었다간 목이 달아날 테니까.”
“······!”
“그 이유라는 걸 말해봐. 그거라도 알아야 염마전의 전주인 내가 윗분한테 청해보기라도 하지.”
화운은 염두를 빠르게 굴렸다.
그럴듯한 이유.
마교까지 찾아올 정도로 그럴 듯한······.
‘물불 안 가리는 데엔 복수지. 복수 정도는 되어야 마교까지 올 생각을 다 하겠지.’
복수 하니까 바로 떠오른 사람이 있다.
화운은 염마전주를 보며 말했다.
“스승님의 복수를 하고 싶어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