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3. 신풍대 첫 임무(2)
정파무림연합맹 비천각.
비천각은 정보를 담당하는 곳이다.
송사문은 비천각에서 정보를 취합 분류하여 윗선에 보고하는 직무를 맡고 있었다.
그런데 맹주부로 넘어갈 서류가 보여 힐끔 살펴보다 이상한 점을 알게 되었다.
그 즉시 송사문은 비천각의 부각주를 찾아갔다.
“부각주님! 착오가 있는 것 같습니다.”
“착오?”
“예. 제가 어제 올린 보고서에는 장강에 사천독왕이 나타났다고 작성했는데요. 지금 맹주부로 넘어갈 서류를 보니 그 부분이 누락되어 장강수로십팔채가 잠잠하다고 되어 있었습니다.”
송사문의 말에 부각주가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차갑게 번들거리는 눈으로 쏘아봤다.
“맹주부로 갈 서류를 자네가 왜 보나?”
“기밀 서류가 아니었습니다.”
“기밀인지 아닌지가 중요한가? 자신의 직무가 아닌 서류를 들춰보는 자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대체 무슨 의도로 맹의 서류을 살펴본 것일까? 정보를 빼내려는 행위로 간주할 수 있지 않을까?”
“부, 부각주님?”
“어떤가? 자넨 그런 의도로 들춰본 것인가?”
“아, 아닙니다! 결코 그런 것이 아닙니다.”
“나야 자네를 믿네만, 모두가 그렇지는 않겠지. 만전을 기하기 위해 자넬 내칠 수도 있고, 심하면…… 하아, 더 심한 일은 내가 막아줘야겠지?”
“부각주님……?”
“이제 알겠나? 정보부서에서 일할 땐 알아도 모른 척, 몰라도 안 척 해야 할 때가 있다는 걸?”
“아, 알겠습니다.”
“정말 알아들었나?”
“옛!”
“좋아. 사천독왕이 장강에 나타났다는 보고는 내일 올라올 것이야.”
“예?”
“사천독왕에 대한 보고는 자네가 내일 내게 보고를 할 것이란 말이다.”
“그, 그런…….”
“아직 알아듣지 못한 모양이군.”
“아, 아닙니다. 내일 제가 보고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송사문이 부동자세로 말했다.
그는 그제야 의자에 앉아 싸늘하게 쏘아보고 있는 부각주 우문위의 뜻을 알아차렸다.
“알아들었으면 나가 봐.”
“옛!”
송사문이 밖으로 나가자 부각주 우문위, 우문검가주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밖을 내다봤다.
“무슨 임무인지는 모르지만 장강으로 간 이상 돌아오지 못하는 바람이 될 것이다.”
***
“우리 신풍대의 첫 번째 임무는 의창에 집결한 장강수로십팔채의 선단을 최대한 부숴놓는 것이다. 정확히는 그들이 장강을 타고 남하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고.”
“벌써요? 아니 검이랑 보호구가 만들어지려면 한 달은 걸린다고 했잖아요!”
그 대단하다는 천병가에서도 비늘들로 검 세 자루와 보호구 몇 개를 제작하는 데에 최소 열흘은 걸린다고 했다.
참고로 무영투는 천병가에 남았다.
화운이 비늘 몇 개를 인심 쓰듯 그에게 주었기 때문이다. 무영투는 그걸로 자신이 필요한 걸 제작 의뢰하려고 천병가에 남았다.
여튼 그런 이유로 임무가 떨어졌다는 화운의 말에 남궁현이 싫은 기색을 내비쳤다.
그는 새로 생긴 검을 차고 멋들어지게 임무를 나서고 싶었던 것이다.
“우리가 임무를 마치고 복귀할 때쯤이면 다 제작되어 있겠군요.”
백리연이 달랬다.
남궁현을 달래려고 한 말이다.
“첫 임무인데 멋지게 차고 가면 좋잖아요.”
“다음엔 그렇게 해줄게.”
“다음이 어딨어요?”
“아, 그렇지.”
화운은 무심결에 말했다가 말실수했다는 걸 알고는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형.”
“야, 형이 뭐냐? 이젠 대주님이라고 불러야지.”
선우유성이 화운을 부르는 호칭을 남궁현이 정정해 주었다.
“아, 맞다. 대주님!”
“어?”
화운이 피식 웃으며 쳐다보았다.
“장강수로왕은 천사련 사왕 중 한 명일 정도로 고수인데다 그 휘하에는 아홉 명의 염라라고 해서 장강구염라가 있다고 해. 장강수로십팔채가 집결하고 있다면 십팔채의 채주들도 모였다는 건데 괜찮을까?”
한 마디로 신풍대 넷만으로 되겠냐는 뜻이다.
“무섭냐?”
“무섭진 않은데 걱정이 돼.”
“걱정?”
“응, 실패할까 봐. 첫 번째 임무잖아.”
충분히 그럴 만하여 화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백리연과 남궁현을 보니 두 사람도 살짝 긴장한 기색이 엿보였다.
화운은 팔짱을 끼고 고민했다.
그러다 자신만 쳐다보고 있는 세 사람을 보니 며칠 전부터 고민하던 것을 조금 바꾸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일단 출발하자.”
화운은 세 사람을 데리고 무작정 출발했다.
맹을 떠나 장사 땅을 벗어나게 되자 경신술을 발휘하여 달렸고, 반시진 만에 악록산 인근에 도착했다.
화운은 세 사람을 이끌고 악록산으로 올라갔다.
화운이 아무 말 없이 움직이자 세 사람은 말도 건네지 못하고 따랐다.
가끔씩 남궁현이 선우유성에게 눈짓으로 말을 걸어보라고 했지만, 화운이 워낙 빠르게 움직이고 있어 무공이 가장 처진 선우유성은 뒤를 쫓아가는 것만도 벅찼다.
화운은 악록산 정상으로 올라가서야 멈추었다.
태양이 지고 있어 서쪽 하늘이 붉었다.
산 아래는 어둠이 잠식하기 시작하여 검푸르게 물들고 있었다.
“여긴 왜?”
남궁현이 물었다.
화운은 대답대신 살짝 미소를 지으며 세 사람을 번갈아봤다.
선우유성만이 거친 숨을 내쉬며 힘들어했다.
그만큼 무위가 떨어진 것이다.
“확실히 선 데가 달라지면 보이는 것도 달라져.”
뭔가 깊은 뜻이 느껴지는 말이라 세 사람은 화운에게 집중했다.
“앉아봐. 백리소저도 앉으십시오.”
화운이 먼저 그 자리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세 사람은 서로를 둘러본 후 화운을 마주 보는 자세로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선우유성이 거친 숨을 가라앉히기를 잠깐 기다려 준 화운은 품에서 지금껏 간직하고 있던 것을 꺼냈다.
손가락 두 마디만한 크기의 옥병과 팔뚝만한 청옥함 그리고 천조각으로 둘둘 말린 것이었다.
“이게 뭡니까?”
셋 중 호기심이 가장 왕성한 남궁현이 물었다.
화운은 하나씩 가리켜가며 말해주었다.
“이건 공청석유고, 이건 인형설삼 그리고 이건 이무기 내단이다.”
“으엑?”
“……!”
화운의 설명에 세 사람은 깜짝 놀랐다.
천하를 떠들썩하게 만들 만한 영약이 세 가지나 눈앞에 있으니 어찌 놀라지 않겠는가.
“유성이 너 먹이려고 가지고 있던 거다.”
화운의 말에 선우유성은 당황했고, 남궁현은 입맛을 다시며 부러워했다.
그리고 백리연은 화운의 얼굴만 빤히 쳐다봤다.
당황하여 어찌 할 바를 몰라하던 선우유성은 화운과 영약들을 번갈아보다 무언가를 알아차린 듯한 표정을 지었다.
“형.”
“대주님이라니까.”
“형.”
남궁현이 정정해 주었으나 선우유성은 다시 형이라고 불렀다.
“말해라.”
“공교롭게도 세 개네.”
“맞아. 세 개다.”
“나 그렇게 욕심쟁이 아니잖아.”
“알아. 그래서 고민했다. 넌 내 동생이고, 애초 널 주려고 가지고 있었던 거니까.”
“난 혼자 기쁜 것보다 함께 기뻐하고 즐거운 게 더 좋아.”
“알아. 그래서 가끔 넌 바보 같기도 해.”
화운의 말에 헤벌쭉 웃어준 선우유성이 시선을 돌려 영약들을 살펴보더니 말했다.
“난 어느 걸 먹을까?”
“넌 단전이 부실하니 내단이 도움이 될 거야. 내단은 영기가 완성된 형태라 이것 자체가 공력이라고 할 수 있거든.”
화운의 대답에 선우유성이 손을 뻗어 둘둘 말린 천조각을 집어 들고는 펴보았다.
어른주먹만한 검은 구슬이 드러나자 모두들 눈을 휘둥그레 떴다.
“이걸 어떻게 복용해? 너무 큰데?”
“입에 넣자마자 녹을 거니까 염려 마.”
“그래?”
선우유성이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화운은 남궁현과 백리연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공청석유는 태양의 열기로 달궈진 대지의 영기가 수만 년의 시간동안 응축된 것이라 극양이고, 인형설삼은 만년설의 빙기를 먹고 자랐으니 극음이야. 그래서 하나씩만 복용하면 절세고수가 아닌 이상 죽는다고 봐야 해.”
“……!”
“……?”
“두 사람이 절반씩 나눠 복용하면 나름 효과를 볼 수 있을 거라는 게 내 생각이야. 남궁현!”
“예?”
“어쩔래?”
“복용하겠습니닷!”
“백리소저는요?”
“감사히 복용하겠어요.”
호기심이 왕성한 데다 강해지는 것이라면 물불 안 가리는 남궁현이다. 물론 정상적인 방법에 한해서지만.
죽을 위기에 처해보았던 백리연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북궁무결과 화운의 엄청난 무위를 보고는 스스로의 무위에 낙담하던 차였다.
그러니 이런 천재일우의 기회를 마다할 수가 없었다.
문제는 이게 진짜냐는 것이다.
무인이 목숨보다 귀하게 여기는 그야말로 가격조차 매길 수 없는 무가지보를 이렇게 주느냐는 것이다.
“공짜는 아니겠지요?”
“당연하지. 이 귀한 걸 그냥 주면 사람들이 병신 같은 놈이라고 손가락질 한다.”
“무얼 드리면 됩니까?”
“너.”
“예?”
“널 달라고.”
“……!”
남궁현은 눈만 끔벅거리다 포기하듯 말했다.
“저 그런 거 싫어하는데요.”
“뭔 헛소리야! 널 맘껏 부려먹을 테니까. 니 목숨을 나한테 맡기라고!”
“목숨을요?”
“그래. 남궁현, 너의 목숨.”
남궁현은 잠시 고민했다.
남궁검가의 소가주로써 자신의 목숨은 개인의 것일 수가 없어서다.
하지만 결론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이 귀한 걸 놓칠 순 없지요. 가져가십시오, 제 목숨! 푸하하하!”
남궁현이 기분 좋게 웃었다.
“좋다. 니 목숨 내가 접수했다.”
화운은 힘차게 말한 후 백리연을 바라봤다.
“저도 절 드리면 됩니까?”
백리연이 물었다.
그런데 사람이란 게 참 묘해서 무슨 의미인지 알면서도 여인인 백리연이 그렇게 묻자 기분이 묘해졌다.
화운은 그 미묘하게 변한 기분을 혹시라도 백리연이 감지하기 전에 서둘러 대답했다.
“예.”
“알겠어요. 절 드리겠어요.”
“잘 써먹도록 하겠습니다.”
“네에…….”
뭔가 야릇한 대화라는 걸 느낀 건가?
백리연의 목소리가 살짝 변한 듯하자 화운은 얼른 남궁현을 돌아봤다.
“남궁현, 너부터 시작하자.”
“좋습니다.”
“공청석유는 뱃속이 다 타버린 것처럼 뜨거울 거고, 인형설삼은 차가운 얼음 칼로 내장을 난도질하는 것 같을 거야.”
“걱정 마십시오. 용암이라도 마실 수 있습니다!”
남궁현이 씩씩하게 말하며 입을 쩍 벌렸다.
어서 달라는 것이다.
그 모습에 백리연이 ‘풋!’ 하고 웃음을 터트렸고, 선우유성과 화운도 피식 웃었다.
“공청석유가 먼저다.”
화운은 옥병을 열어 절반을 부어주었다.
혀를 날름하며 혹시나 입가에 묻었을 것까지 핥아먹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남궁현.
“……!”
이윽고 화운의 말대로 뱃속이 다 타버릴 것처럼 지독한 열기에 배를 감싸 쥐고 앞으로 엎어졌다.
화운은 인형설삼을 반으로 갈라 남궁현의 상체를 뒤집었다.
“죽고 싶지 않으면 입을 열어라.”
남궁현이 입을 열었다.
화운은 손에 쥔 인형설삼에 힘을 줬다.
그러자 마치 얼음 알갱이처럼 부서졌다.
“그냥 삼켜.”
화운이 자게 부서진 인형설삼 조각을 입에 넣어주자 꿀꺽꿀꺽 삼키는 남궁현.
그는 곧 화운이 겪었던 뱃속의 전쟁으로 인해 데굴데굴 굴러다니며 고통스러워했다.
그러자 선우유성이 잽싸게 남궁현을 붙잡았다.
“괜찮아! 괜찮을 거야. 참고 이겨내면 지금보다 훨씬 더 고수가 될 거야. 너 때문에 남궁검가의 명성이 깎이는 건 아닌지 걱정했잖아! 이젠 그럴 일 없을 거야. 훨씬 더 강해질 거니까. 그러니까 이를 악물고 참아.”
선우유성의 말에 남궁현이 이를 악물고 버텼다.
“난 남궁세가의 소가주다! 이런 걸론 쓰러지지 않는다!”
“그래. 넌 남궁현이야!”
남궁현은 지독한 고통으로 전신을 부들부들 떨면서도 상체를 일으켜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그리고 곧이어 운기행공을 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남궁현의 얼굴이 점점 평온해지기 시작했다.
“준비하십시오.”
화운의 말에 백리연은 남궁현을 바라보며 망설였다.
남궁현처럼 볼썽사납게 뒹굴 것을 생각하니 주저하게 된 것이다.
화운은 기다려주었고, 백리연은 결국 용기를 냈다.
“부탁이 있어요.”
“말하세요.”
“절 붙잡아주세요.”
화운은 대답을 못하고 망설였다.
하지만 애써 용기를 낸 백리연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거부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좋아요. 준비됐어요.”
백리연이 말하자 화운은 그녀의 입에 남은 공청석유를 전부 넣어주었다.
“으악!”
백리연이 비명을 질렀다.
화운은 잽싸게 인형설삼을 부숴 백리연의 머리를 한 손으로 껴안듯이 붙잡았다.
“입을 벌려요.”
화운의 외침에 백리연이 입을 벌렸다.
화운은 인형설삼 조각들을 넣어주며 말했다.
“그냥 삼켜요.”
백리연은 끔찍한 고통 중에 화운의 말이 들리자마자 시키는 대로 했다.
하지만 곧 뱃속의 전쟁에 남궁현이 그랬던 것처럼 비명을 지르며 괴로워했다.
화운은 그녀의 몸을 뒤에서 단단히 껴안았다.
“조금만 견디면 됩니다. 조금만요. 고통은 지금 뿐입니다. 이 고통이 끝나고 나면 조금은 달라진 세상을 볼 수 있을 겁니다.”
화운의 말이 귓가에서 들리자 백리연은 손을 들어 자신을 껴안고 있는 화운의 팔을 붙잡았다.
손톱이 살을 파고 들 정도로 꽉 움켜쥔 백리연의 손이 지금 배 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고통을 알려주었다.
지독했던 고통이 끝나가자 정신을 차린 백리연은 화운의 팔을 잡았던 손을 놓았다.
화운은 껴안고 있던 백리연을 놓아주었다.
백리연은 곧 운기행공을 하기 시작했다.
얼굴이 편안해 보이자 화운은 선우유성을 돌아봤다.
“이제 네 차례다.”
“난 준비됐어.”
선우유성이 단단히 각오한 듯 말했다.
“내단은 고통이 없어.”
“……엇! 진짜?”
“어. 내단은 영기가 완성된 형태라 고통을 주지 않아.”
“그래? 다행이긴 한데 왠지 두 사람한테 미안해지네.”
“미안하긴, 정말 괜찮겠냐? 셋 다 네가 복용한다면 엄청 강해질 수 있을 텐데.”
“어. 정말 괜찮아. 현이는 하나뿐인 친구야. 친구를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나한테 가르쳐주곤 했어.”
선우세가의 무사들이 화운을 함부로 대할 때 선우유성이 자신의 일처럼 흥분해서 날뛴 것도 남궁현에게 배웠던 것이다.
다른 후기지수들이 선우유성을 따돌리고 비웃고 그럴 때마다 제일처럼 날뛰어준 게 남궁현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백리연 누나는 좋은 분이야. 형이 구해주기도 했고.”
히죽 웃는 선우유성.
기실 그가 하고 싶었던 말은 형수가 될 것 같다는 말이었다.
“좋아. 내단을 복용하도록 해라.”
선우유성은 주먹만 한 크기의 내단을 입으로 가져갔다.
놀랍게도 크고 딱딱한 내단이 입안으로 들어가자 입김이 닿은 순간 홍시처럼 흐물흐물하게 변해 목구멍 너머로 넘어갔다.
선우유성은 운기행공을 하기 시작했다.
멀리 태양이 떠오르고 있었다.
어둠을 완전히 밀어내는 햇빛이 세상 곳곳을 두루 비췄다.
높은 산정에서 내려다보니 온 천하를 밝게 물들이는 광경이 실로 멋진 장관이었다.
“정말 멋지네요.”
백리연이 감탄을 터트렸다.
그녀의 얼굴은 활짝 핀 꽃처럼 환했다.
근래에 드리워지기 시작했던 그늘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었다.
“대주님, 아니 형님! 저 마음을 정했습니다.”
남궁현이 힘차게 말했다.
서 있는 모습에도 자신감이 넘쳐났다.
“뭘 말이냐?”
“영원히 형님 동생하기로요.”
“나도.”
“멍청아, 넌 원래 동생이잖아!”
“그만큼 좋다는 뜻이야.”
선우유성이 끼어들어 남궁현과 티격거렸다.
화운은 피식 웃었다.
“그래, 그거면 되었다. 내가 바란 건 그거 하나다. 너와 유성이 그리고 백리소저. 우린 신풍대라는 하나의 가족인 거다.”
화운이 생각하기에 남궁현은 충분히 좋은 놈이다.
가진 것을 나누고 미래를 함께 설계해 볼 만한 그런 놈이다.
백리연은 아름답다.
사내로써 일생을 걸어볼 만큼.
이 선택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
다시 시작할 수 있으니 한번 가보는 거다.
“신풍대라는 가족! 아주 마음에 듭니다!”
“나도 좋아!”
“저도요!”
남궁현과 선우유성 그리고 백리연이 차례로 외쳤다.
화운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세 사람과 함께 나란히 서서 기분 좋은 아침 해를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