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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으로 무림지존-14화 (14/207)

#014. 내가 화운이다! 걸리적거리지 마라!(2)

쑤-칵!

전방의 천장에서부터 크게 반원을 그린 커다란 칼날이 통로 중앙을 순식간에 가르고 사라졌다.

벽에 찰싹 달라붙어 피한 화운은 벽을 따라 빠르게 움직였다.

이전의 경험이 있어 벽을 손으로 짚지는 않았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운 암로였으나 일직선인 구간이어서 문제가 될 건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이동하다 보니 앞서 간 자들의 시체와 횃불 몇 개가 나뒹굴고 있었다.

화운은 횃불 하나를 집어 들고는 눈앞에 보이는 모퉁이를 돌았다.

그리고 우뚝 멈추었다.

“……!”

저 앞쪽에 쥐죽은 듯한 정적 속에 우두커니 서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눈에 익은 복장이다.

선우세가의 사람들.

잠깐 멈춰 섰던 화운은 눈을 치뜨며 한달음에 달려갔다.

바닥에 십여 구의 시체가 널브러져 있다.

선우세가 무인들의 시체다. 그리고 그 한복판에 선우세가주가 석상처럼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한 구의 시체를 부둥켜안은 채.

화운은 눈을 부릅떴다.

그리고 뭔가에 이끌리듯 다가갔다.

선우세가의 무인들이 막아섰지만, 그들을 밀치고 다가갔다.

이윽고 선우세가주가 웅크리고 앉아 있는 모습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선우세가주는 잘려버린 한쪽 팔에서 피를 콸콸 흘린 채 참혹하게 죽어버린 아들의 시체를 남은 팔로 꽉 끌어안고 있었다.

“유, 유성이가……!”

화운의 목소리가 잘게 떨려 나왔다.

선우세가의 소가주 선우유성.

선우세가주가 화운을 냉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몰래 화운을 찾아와 고모부님과 고모님을 대신해서 앞으로는 자신이 가족이 되어주겠다면서 친형처럼 따르며 살갑게 대해준 이가 바로 사촌동생인 선우유성이었다.

선우세가의 무사들이 화운을 함부로 대할 땐 마치 선우유성 본인이 그런 대우를 받은 것처럼 흥분해서 날뛰기도 했다.

그런 동생이거늘 어찌 각별하지 않을까.

화운에게 선우유성은 유일한 가족이나 마찬가지인 셈이었다.

그런 선우유성이 죽었다.

좀 전까지만 해도 멀쩡한 모습을 보았었는데, 선우세가주의 품에 처참한 모습으로 죽어 있다.

“왜……!”

화운의 목소리에도 선우세가주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왜 지키지 못한 겁니까! 대체 왜!”

화운은 선우세가주 앞에 무릎을 꿇고 소리쳤다.

“손대지 말거라!”

손을 뻗어 선우유성을 만지려고 했으나 선우세가주가 살기를 터트리며 막았다.

“그렇게 지키셨어야죠! 염라왕이 손을 내밀어도 그렇게 지키셨어야죠!”

화운은 벌떡 일어섰다.

“제가 지킬 겁니다. 당신은 못 했지만 내가 해낼 겁니다.”

화운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양쪽 벽에 각기 두 개씩의 칼날이 튀어나온 채 부서져 있는 게 보였다.

선우유성의 목숨을 앗아간 것이리라.

화운은 바닥에 떨어져 있는 칼날 하나를 주워 자신의 심장에 박아 넣었다.

***

“유성아!”

광장에서 기다리고 있던 화운이 반갑게 소리쳤다.

갑자기 자신을 부르는 익숙한 목소리에 선우유성은 깜짝 놀랐다.

“형?”

“어! 나다. 이렇게 살아 있으니까 진짜 좋다!”

화운이 달려가 선우유성을 와락 껴안았다.

얼마나 세차게 껴안았는지 선우유성이 당황할 정도였다.

“형……?”

“어디 다친 덴 없지?”

화운이 껴안았던 것을 풀며 선우유성의 위아래를 살폈다.

팔다리가 잘리지는 않았는지 배가 갈리지는 않았는지 살펴보고 만져보며 수선을 떤 후 멀쩡한 모습에 히죽 웃었다.

“좋아, 좋아! 이래야 정상이지!”

“형 무슨 일 있어?”

선우유성이 화운의 행동에 당황하고 있을 때였다.

“네놈이 왜 이곳에 있는 것이냐!”

엄중한 질책이 화운에게 쏟아졌다.

화운이 돌아보니 선우세가주가 역정 가득한 얼굴로 쏘아보고 있었다.

“오는 동안 보셨겠지요. 보보마다 함정이고 죽음입니다. 유성이만큼은 제가 밖으로 데리고 나가겠습니다.”

화운은 유성이가 죽게 내버려둘 수 없다는 일념뿐이었다.

그래서 선우세가주의 역정 따위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이놈! 이 무슨 경거망동인 것이냐! 선우세가가 죽음 앞에서 도망이나 치는 하찮은 졸가이더냐! 감히 본 가주의 엄명을 어기고 이곳까지 와서는 그 무슨 망발이냐! 썩 밖으로 나가지 못할까!”

“유성이가 죽을 겁니다!”

“이놈!”

“유성이는 살려야 할 거 아닙니까!”

“시끄럽다! 당장 나가지 않으면 가법에 따라 엄벌을 내릴 것이다!”

“유성이 만이라도 살리자는데 왜 이리……!”

물러나지 않는 화운을 누군가가 잡아끌었다.

선우유성이었다.

“아버님, 제가 밖으로 내보내겠습니다.”

“그래, 유성아 함께 밖으로 나가자.”

화운이 유성을 더 잡아끌었다.

그 모습에 선우세가주의 역정이 폭발하고 말았다.

“이놈!”

광장이 무너질 듯 쩌렁 울렸다.

화운이 움찔 하며 돌아보니 선우세가주의 얼굴이 노기로 붉으락푸르락했다.

“감히 본가를 이토록 수치스럽게 만들다니!”

급기야 검까지 뽑아든 선우세가주가 있는 대로 눈을 부라리며 검을 휘둘렀다.

스가악!

화운의 발치에 선이 그어졌다.

“본 가주가 돌아올 때까지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마라! 한 발짝이라도 넘어온다면 목을 베어버릴 것이다!”

“이 무슨……!”

자신의 목이 잘리든 말든 반발하려던 화운은 선우세가주 옆에서 먼 산만 쳐다보고 있는 남궁검가주를 발견하고는 선우세가주가 검까지 뽑으며 분노한 이유를 알아차렸다.

무림세가의 자존심은 목숨보다 더 무겁다.

위험하다고 몸을 사릴 순 없다.

세가 내에서 위험하니 물러나자는 말이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수치스러울 일이다.

“그만 가자!”

선우세가주는 싸늘한 한기를 풀풀 흘리며 가버렸다.

“형, 나중에 봐.”

선우유성은 반가움을 뒤로 하고 선우세가의 무인들과 함께 움직였다.

남궁검가 역시 광장을 가로질러 암로로 향했다.

화운은 그들이 암로 속으로 사라지는 광경을 멀뚱멀뚱 지켜보아야 했다.

“유성이가 죽을 거라니까…….”

혼자 중얼거리던 화운은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선우세가주가 경고한 선이 보였다.

이전의 자신이라면 결코 넘을 수 없는 선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화운은 넘지 못할 선이 없었다.

“이까짓 게 뭐라고!”

화운은 서슴지 않고 선을 넘었다.

그리고 유성이를 구하기 위해 암로 속으로 기꺼이 들어갔다.

“이번엔 우리 차례로군.”

선우세가주가 말하며 앞으로 나섰다.

남궁검가와 선우세가는 지금까지 기관을 하나씩 번갈아 도맡아가며 파훼해 오고 있었다.

“조심하게.”

남궁검가주가 물러나며 당부했다.

선우세가주는 좌우 벽을 살피면서 우직한 얼굴로 말했다.

“내가 잘못 되더라도 자넨 계속 앞으로 나가게.”

“하여간 고집불통 같으니, 반드시 그렇게 할 것이니 자넨 염려 말게.”

남궁검가주가 대답하자 선우세가주는 검집째 양쪽 벽면을 가볍게 두들겨 보더니 위로 뛰어올라 머리 위쪽 천장까지 툭툭 두들겨 보았다.

“역시 양쪽 벽 뒤에 공간이 있는 것 같군.”

바닥까지 두들겨 본 선우세가주가 한 말이다.

어떤 기관이 숨겨져 있는지는 모르지만 양쪽 벽 뒤에 뭔가가 있을 거라는 뜻이었다.

통로에 쓰러져 있는 시신들의 상태를 보면 날카로운 뭔가가 사등분을 내버렸다.

쥐 상의 노인과 함께 움직이던 일반 무인들의 시체였다.

“칼날 같은 게 위아래로 사등분을 해버리는 것 같네.”

남궁검가주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바로 이때 나서는 이가 있었다.

“이번엔 제가 한번 해보겠습니다.”

선우유성이었다.

바로 이 전의 기관을 남궁검가의 소가주인 남궁현이 파훼한 것에 호승심이 발동한 모양이었다.

선우세가주는 말이 많은 사람이 아니었다.

그저 얼굴 한 번 보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뒤로 물러났다.

허락한 것이다.

이때였다.

“안 됩니다!”

암로를 쩌렁 울리며 화운이 나타났다.

“이-놈!”

선우세가주가 대번에 진노를 터트렸다.

화운은 아랑곳 않고 앞으로 당당히 다가왔다.

“이렇게 된 거였구나! 이렇게 된 거였어. 왜 니가 나선 거야, 왜?”

“이놈! 감히 본가주를 거역하다니!”

스-앙!

선우세가주가 검을 뽑아 휘둘렀다.

채-앵!

선우세가주의 검은 화운의 한쪽 팔을 잘라 버리기 전에 막혔다.

“조금만 진정하게. 이 친구가 무슨 이유가 있는 것 같으니 잠시만 시간을 줘 보시게.”

남궁검가주였다.

“본가의 일이네. 끼어들지 말게!”

선우세가주가 버럭 소리쳤다.

화운은 그런 선우세가주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으며 선우유성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한숨과 함께 말했다.

“대체 왜 그런 거야? 왜 니가 나선 거냐고?”

“형…….”

“말해봐. 니가 하겠다고 한 이유를.”

“난 선우세가의 소가주야.”

“그래서?”

“본가는 언제나 앞에 서야 해. 죽음이 목전에 있어도 비겁해선 안 돼.”

“그건 가주님의 꽉 틀어 막힌 고집불통 같은 신념이고, 니가 나선 이유가 뭐냐고!”

“형, 나도 할 수 있어. 나도 해야만 해. 나도 소가주니까. 나도 해내야만 해.”

선우유성의 목소리가 잦아들었다.

기실 그가 하려고 했던 말은 ‘남궁검가의 소가주가 하면 나도 해내야만 해.’였다.

화운은 거기까지 눈치채지는 못했다.

하지만 소가주이기에 스스로 나선 것이라는 것쯤은 알아차렸다.

결국 소가주라는 자리가 칼날이 되어 선우유성을 죽인 것이다.

“바보 같은 녀석! 내가 형이니까, 앞으로는 내가 도와주마.”

“형……?”

의아해하는 선우유성을 두고 화운은 기관이 설치되어 있는 곳을 향해 돌아섰다.

그리고 냅다 뛰었다.

스칵! 스카칵!

양쪽 벽에서 칼날 들이 튀어나왔다.

하지만 화운은 천장에 달라붙듯이 피해 버렸다.

화운이 바닥으로 내려왔을 땐 칼날들이 제자리로 돌아간 후였다.

“이 기관을 통과하는 방법은 네 가지야. 하나는 방금 내가 보여주었고, 또 하나는 기관보다 더 빨리 지나가 버리면 돼. 그리고 대부분의 기관이 그렇듯이 발동한 기관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순간 아주 잠깐의 시간이 있어. 그 틈에 잽싸게 지나가는 방법도 있어.”

화운이 선우유성을 향해 말했다.

선우유성은 놀란 얼굴로 화운만 쳐다보았다.

이때 남궁검가주가 물었다.

“남은 하나는 뭔가?”

화운은 남궁검가주를 빤히 응시하였다.

선우유성이 죽은 것을 알고 났을 땐 남궁검가주를 욕했다.

죽고 부상당한 동료를 두고 보물을 찾으러 간 것이니까.

그러나 이곳에서 선우세가주와 둘이 나누는 대화를 듣고는 원망하고 욕했던 감정을 털었다.

“가주님처럼 뛰어난 고수가 기관을 부숴 버리는 것입니다.”

“하하하! 날 너무 높게 쳐주는군.”

“대남궁검가의 가주님이시니 그 정도의 능력은 있겠지요.”

“기관이라는 게 종종 잘못 부쉈다가는 동굴 전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네. 그래서 제대로 확인하기 전에는 함부로 부술 수 없다네. 그건 그렇고 자넨 이곳을 지나가 봤던 것이로군?”

“예.”

“어디까지 가 봤나?”

화운은 남궁검가주를 빤히 응시하였다.

대남궁검가의 가주답게 생각이 깊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런 사람들한테 어설픈 거짓말을 했다간 불신만 살 뿐이다.

“제가 쫓아갈 수 있는 데까지는 가봤습니다. 설명하기 어려우니 거기까지 직접 안내하겠습니다.”

“그렇게 해준다면 더 바랄 게 없지. 다만 선우세가주께서 허락해 주실지 모르겠네.”

안내해 주길 바란다고 말해놓고는 아닌 척 시치미를 뗐다.

이런 상황이면 선우세가주로서는 화운을 물리칠 수가 없었다.

“행실을 무겁게 해야 할 것이다.”

“고맙네.”

남궁검가주가 가볍게 웃어주었다.

선우세가주는 고개만 끄덕였고, 남궁검가주는 다시 화운을 돌아보았다.

“그럼 여기 먼저 통과해야겠군. 다들 좀 전에…… 자네 이름이 뭔가?”

남궁검가주가 모두를 향해 말하다 화운에게 물었다.

“화운입니다.”

“화운, 좋은 이름이군. 유성이랑 호형호제 하던데 무슨 사이인지 물어도 되겠는가?”

“유성이가 워낙 붙임성이 좋습니다.”

“붙임성이 아무리 좋아도 함부로 호형호제할 정도로 선우세가의 소가주가 가벼운 자리는 아니라네. 무슨 사연인지는 모르지만 이건 선우세가주께 물어야 할 모양이군. 어떤가? 내가 알면 안 되는 일인가?”

물음은 선우세가주를 향한 것이었다.

“동생의 아들 녀석이네.”

“동생?”

“비연이 말이네.”

“아! 그 녀석! 나 싫다고 가 버린……?”

“자네가 싫어서가 아니네. 어쨌든 그 녀석 맞네.”

선우세가주의 대답을 들은 남궁검가주의 시선이 화운에게로 향했다.

이제까지와는 다른 표정이었다.

왠지 관심이 더 커진 느낌이었다.

“비연의 아들이면 나와는 아주 남이랄 수 없다. 앞으로는 날 숙부로 대해도 좋다.”

아무래도 젊었을 적에 모친과 조금 가까운 사이였던 모양이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래, 비연이는 잘 있고?”

“돌아가셨습니다.”

“……!”

“절 낳으실 때부터 몸이 좋지 않으셨다고 들었는데, 작년에 아버님을 만나러 가셨습니다.”

“아버님도 돌아가셨다는 거냐?”

“예.”

“안 됐구나. 참으로 단아한 아이였는데…….”

“전 괜찮습니다. 두 분이 함께 계실 거라 생각하니 슬프지 않습니다. 그 보다 보보마다 위험한 곳입니다. 모두들 함부로 밟거나 만지지 말고 조심 또 조심하라고 해 주십시오.”

“이미 그렇게 하고 있으니 염려 말거라.”

화운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뒤로 물러났다.

선우유성이 벽을 박차고 신형을 날려 천장에 신형을 붙이듯 달라붙었다.

그 아래쪽에서 칼날들이 공간을 쪼개고 사라졌다.

선우유성은 털끝 하나 다치지 않고 화운 쪽으로 건너왔다.

화운은 그제야 가슴을 쓸어내렸다.

“잘했어.”

“형을 따라한 것뿐인데 뭘.”

“그래도 잘했어. 이후로는 항상 내 가까이 붙어다녀.”

“우와, 형이 날 지켜주려고?”

“어. 여기 비동에서만큼은 내 목숨을 걸어서라도 지켜주마.”

“목숨은 걸지 말고 그냥 지켜줘.”

선우유성이 밝게 웃으며 몇 걸음 물러났다.

그러자 남궁검가주가 아들인 남궁현을 손짓해 불렀다.

“이번엔 네 녀석이 건너라.”

“예.”

남궁현 역시 선우유성처럼 가볍게 통과한 후 선우유성과 나란히 섰다.

그 모습을 보며 남궁검가주가 말했다.

“너도 유성이와 함께 형 가까이 붙어다니거라.”

“……?”

“아비가 선우세가주랑 허물없이 지내는 막역지우다. 네놈 역시 유성이랑 어렸을 때부터 그러지 않았더냐. 허니 유성이한테 형이면 너한테도 형이다. 설마 그런 간단한 이치조차 따지고 그럴 생각은 아니겠지?”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다만 형님 곁에 붙어다니라는 아버님의 명령에 빤히 보이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 같아 아주 쬐끔 낯부끄럽습니다.”

“험험! 그 녀석 분명 뭔가 있다. 찰싹 붙어다니거라.”

남궁검가주는 헛기침을 했고 남궁현은 슬그머니 화운의 곁으로 자릴 잡았다.

남궁검가의 두 부자가 능청스럽게 구는 모습을 보며 화운은 적잖이 놀랐다.

딱딱하기만 한 선우세가의 가풍과는 완전히 달랐다.

위계를 엄격히 지키면서도 성격들은 자유분방한 것 같았다.

당당한 듯 허리를 세우고 있지만 늘 뭔가에 짓눌려 있는 선우유성과 엄격한 태도임에도 얼굴엔 여유가 느껴지는 남궁현.

둘 다 가문의 소가주이지만 각자가 느끼는 부담은 완전히 달라보였다.

‘단지 힘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야. 저 고집불통 가주가 숨 막히게 만든 거야.’

화운은 불만 가득한 눈길로 선우세가주를 쏘아보고는 모두가 기관을 건너오기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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