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4
비즈니스 하는 겁니다, 그 사람들도
입맛을 다시며 김형찬과의 통화를 끝낼 때였다.
함께 자리하고 있었던 양 차장이 궁금한 듯 물었고, 안 차장 역시 흥미진진한 얼굴을 하고 나의 대답을 기다렸다.
“누군데요? 혹시 뭐 김형찬 그 인간입니까?”
난 양 차장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여 보이며 스마트폰을 회의 테이블 위로 덮어 내려놓았다.
“어떨 땐 유치한 게 먹히기도 할 거예요, 그죠?”
나의 물음에 양 차장은 그저 고개만 갸웃거렸다.
“지금 홍성 타워 2층 스타벅스라고.”
“네?”
양 차장은 화들짝 놀랐다.
“거기서 호에벡 거리를 내려다보면서 커피를 한잔하고 있다네요.”
“팔자 좋네.”
“홍성 타워가 자기 기대보단 썰렁한 거 같다면서, 지금 설날이니, 춘절이니 하며 거리에 사람들이 미어터지는데, 홍성 타워는 아직 썰렁한 거 같다고 친절하게 중계를 해주네요.”
“완전 양아치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아, 우리 형찬 씨 완전 내 스타일.”
안 차장의 이죽거림에 양 차장 역시 함께 가소롭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신경을 긁어 보겠다… 뭐 그런 심산인 거 같은데, 유치하긴 해도 그게 제 신경을 긁기 위함이었다면 어느 정도 성공은 했다고 말해 주고 싶네요.”
“제가 가서 때리고 올까요?”
안 차장의 말에 우리 모두는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저 싸움 잘합니다.”
“퍽이나….”
“암만 그래도 그 인간 정도는 이기지 않을까요?”
“안 될 거 같은데….”
“운동을 좀 하긴 해야 되는데, 나도….”
이미 김형찬이 걸어온 전화로 인해 미팅의 맥은 끊어진 상태였다.
난 양 차장, 안 차장에게 잠시 양해를 구해 놓고 신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봤다.
“네, 사장님 공 부장입니다.”
-네, 부장님.
“좀 어떠세요? 사람들은 좀 들어옵니까?”
난 우선 김형찬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는 말은 하지 않고, 아무것도 모르는 척 신 사장과 통화를 이어갔다.
-네, 들어는 옵니다. 아무래도 빅토리녹스도 있고, 발리 팩토리에서 쇼윈도에 걸어놓은 디스카운트 퍼센티지 스티커 때문인지, 짐멀리 쪽은 조용해도 빅토리녹스, 발리 팩토리 쪽으로는 사람들이 제법 들어가네요.
“폴앤크루는요?”
-폴앤크루 역시 아예 조용하지는 않습니다. 쇼핑백을 들고나오는 사람들은 적은데, 그래도 한 명씩, 한 명씩 들어가네요.
“거리는 좀 어떤가요?”
-음….
이 부분에서 신 사장은 잠시 망설였다.
난 신 사장이 입을 열 때까지 기다려줬고, 잠시 후 조심스러운 신 사장의 음성이 들려왔다.
-꽉 찼습니다.
“…그렇군요.”
-확실히 여행사, 가이드들이 바우처 같은 걸 나눠 주면서 푸시를 하는 거랑 안 하는 거랑 차이가 크긴 하네요.
“그게 무슨 말입니까?”
-옐로 폭스 말입니다. 쇼핑백이 상당히 많이 늘었습니다. 옐로 폭스뿐 아니라, 그리덜, 킹스의 쇼핑백까지 어마어마하게 늘었어요.
“….”
-저 역시 여기서 몇 년째 샵을 운영하면서 버릇처럼 다른 가게들은 장사가 어떻게 되고 있나 체크해 볼 겸 다른 샵들을 기웃거리고, 또 거리에 돌아다니고 있는 쇼핑백을 체크하는 게 거의 버릇이 다 된 사람인데, 작년 성수기와 비교해서 플렉스 샵들의 쇼핑백이 눈에 띄게 많이 늘었습니다. 여기가 스위스인지 밀라노인지 헷갈릴 정도로 플렉스 샵 쇼핑백들이 시계 브랜드 쇼핑백들만큼 보이네요.
“…그렇군요.”
-거기다 홍성 타워 1층의 화장실 오픈을 안 했음 모르겠는데, 오픈까지 해놓으니까 더 속이 타네요.
“속이 탄다니… 어째서요?”
-참 이걸 뭐라고 말씀을 드려야 할지….
“…?”
-가이드들 말입니다. 참 염치가 없네요.
“무슨 일 있으십니까?”
-어제 잠시 소나기가 내렸었거든요. 여긴 뭐 워낙 날씨가 예측이 불가능한 동네라 햇빛이 짱짱하다가도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거나 우박이 떨어지는 경우가 빈번하죠.
“그런데요?”
-그런데 이 가이드들이 쇼핑은 옐로 폭스, 그리덜, 킹스 이쪽으로 그룹을 데리고 가서 시켜 놓고 집결을 우리 홍성 타워 1층 로비에서 시키더군요.
“아이고….”
-참 이걸 오랫동안 안면이 있는 사이에 이건 좀 예의가 아니지 않냐고 말을 하자니 그렇고, 또 안 하자니 그것도 열이 받아서 어젠 그냥 아예 사무실에만 박혀 있었네요. 보면 열이 받아서요. 그래서 말인데요, 부장님.
“네.”
-당분간 그랜드 오픈을 하기 전까지만이라도 화장실 오픈을 미루는 게 어떨까요? 결국 이 그룹들이 우리 건물에 들어와서 하는 건 화장실 이용에, 로비 쪽에 자리가 넓으니까 자기네 일정 설명하는 게 고작이더라고요. 솔직한 말로 저도 저지만 저희 직원들 사기가 많이 죽고 있습니다.
“좋은 직원들을 두셨네요. 그런 부분에서 사장님과 함께 피가 거꾸로 솟아주는 직원들이라….”
사실 이 부분은 내가 신 사장을 돌려서 깐 부분이었다.
사람이 무르다.
무르고 또 강단이 부족하다.
비록 작은 부분까지 보고를 다 해 달라고 내가 먼저 부탁을 하긴 했지만, 만약 내가 신 사장이었다면, 그래서 그런 부분에 화가 났다면 난 아마도 염치없는 가이드들과 그 자리에서 싸웠을 거다.
물론 크게 봤을 때 가이드들과 싸울 필요는 없지만, 그리고 당연히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내가 가이드들의 그런 몰염치에 흥분을 할 이유는 없겠지만, 내가 만약 신 사장처럼 이 업계의 냉정함을 잘 모르고, 그래서 인간이란 존재에 저렇게까지 환멸을 느껴야 했다면 난 염치없이 그룹을 끌고 들어와서 화장실만 사용하게 만드는 가이드들을 상대로 싸움을 걸었을 거 같다.
직원들이 오죽했음 피가 거꾸로 솟을까.
얼마나 사장의 대응이 불안해 보이고, 믿음이 안 갔음 아직 본게임은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 사기가 죽었다는 말이 신 사장의 입에서 저렇게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일까.
-부장님 말씀 틀린 거 하나 없네요. 정말 사람들이 어쩜 저럴 수가 있죠?
“뭐가요?”
-가이드들 말입니다. 그동안 저랑 안면 트고 알아온 세월이 얼만데, 어쩜 저렇게 얼굴들이 두꺼울 수가 있죠? 저희 로비에서 그룹들 다 모아놓고 CGM 쪽 바우처를 나눠주면서 저랑 눈이 마주치니까 어쩌는지 아십니까?
“….”
-저라면 애초에 그럴 생각도 못 하겠지만, 불가피하게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기더라도 저라면 미안해서 눈도 못 마주칠 거 같은데, 너무나 자연스럽게 절 보면서 인사를 합니다.
“사장님.”
-네.
“다들 비즈니스를 하는데, 정작 사장님 건물에서 사장님만 비즈니스가 아닌 친목 도모를 하려고 하시는 거 같습니다.”
-…!
“비즈니스 하는 겁니다, 그 사람들도.”
신 사장이 나이도 훨씬 더 어린 내가 하는 쓴소리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모르겠지만, 난 이쯤까지 왔으면 신 사장도 독기를 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여행사, 가이드… 따지고 보면 다들 자기 개인 사업 하는 사람들 아닙니까. 한 푼이라도 더 돈이 생기는 쪽으로 움직이는 건 너무나 당연한 거죠.”
-하지만….
“저희 같은 월급쟁이들도 마찬가지죠. 똑같은 일이라면 월급 많이 주는 회사로 옮깁니다. 그런 사람들을 어떻게 욕할 수 있겠습니까?”
-다르죠. 그건 다른 거죠. 이건 어디까지나 매너와 비매너의 문제 아닐까요? 누가 뭐 커미션 챙겨주는 쪽으로 그룹을 데리고 가지 말라고 한 건 아니지 않습니까? 하지만 정작 그룹은 다른 곳으로 데리고 다니면서 화장실 이용, 거기에 비가 오니까 밖에서 해야 할 그룹 미팅을 우리 건물로 다 데리고 들어와서 로비 바닥 물바다를 만들어놓고 미안하단 말 한마디 없이 우르르 빠져나가는 그런 행동을 어떻게 좋게만 볼 수 있겠습니까?
“더 상식 밖의 행동들을 서슴지 않게 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
“도무지 정상적인 사고방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이 하는 사람들이 세상엔 사장님이 생각하시는 것보다 훨씬 더 많다는 말입니다. 그런 사람들을 상대로 언제까지 그렇게 매너와 비매너를 따지며 그들이 사장님께서 생각하는 정상의 테두리 안에서 행동해 주길 바라실 겁니까?”
-…!
“사장님은 지금 비즈니스 하시는 겁니다, 비즈니스. 도덕적으로, 인격적으로, 윤리적으로… 언제까지 그런 어중간한 감정들만 가지고 접근을 하실 생각이십니까? 제가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원래 그런 거라고… 그동안 사장님은 호텔 몇 개 전체 임대를 해서 객실 장사를 해 오셔서 언제나 여행사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 오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들의 입장에서 사장님은 객실 확보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책임져주고 계신 분이라 가급적 좋게 대우를 해 줘야 한다고 생각을 했을 거고. 하지만 그게 그들의 진심이었는지 아님 말 그대로 비즈니스 마인드였는지는 지금부터 판가름이 나겠죠.”
-….
“사장님이 가지고 계신 그런 상식이 잘못이란 말이 아니라, 태생이 그렇지 못한 사람들한테까지 그렇게 상식적으로 행동해 주길 바라며, 그렇게 안 해주는 상대로 하여금 상처를 받지는 마시란 말입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일희일비하지 마시고요, 그냥 지켜만 보십시오. 앞으로는 어제와 같은 일들이 더 자주 벌어질 겁니다.”
-그런데 부장님, 3, 4층 오픈을 꼭 동시에 할 필요가 있을까요?
“그건 왜요?”
-그냥 제 생각이 그렇다는 겁니다. 어차피 1, 2층은 오픈을 한 상태인데, 굳이 4층 공사가 다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때 가서 3층을 오픈할 이유가 있을까 싶어서요.
“꼭 그렇게 해야 됩니다.”
-…네, 그렇군요. 그럼 그때 말씀하셨던 홍성 타워 쇼핑백은 언제쯤….
“쇼핑백은 앞으로 한 달 정도는 더 기다려 주셔야 할 겁니다.”
-그렇게나 오래 걸립니까?
“…네.”
-어쩔 수 없죠. 후우… 네, 알겠습니다.
신 사장과의 통화를 끝냈을 때, 양 차장이 다시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쇼핑백 제작 다 끝났지 않습니까?”
“음….”
“제작 다 끝난 걸 왜 앞으로 한 달씩이나 더 기다려야 한다고 말씀하신 겁니까? 그리고 왜 그렇게 뼈 때리는 소리를 많이 하셨습니까, 부장님답지 않게.”
“….”
“아무리 맞는 말이라도… 어떨 땐 그렇게 백번 다 맞는 말이 더 폭력적일 수도 있는 거라고요.”
“신 사장님이 드디어… 독을 품기 시작했습니다.”
나의 대답에 그제야 양 차장과 안 차장은 내가 무슨 생각으로 신 사장에게 거짓말을 했는지 알 것 같다는 식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저라고 왜 신 사장님처럼 사람 좋은 분한테 싫은 소릴 하고 싶겠습니까? 하지만 이제 아셔야죠, 신 사장님도. 비즈니스는 동화가 아니라 전쟁이라는 걸. 사람이 워낙 좋으셔서 그분이 가지고 계신 무능까지 정의로움으로 포장이 되고 있는 거긴 하지만, 따지고 보면 자기 건물의 공사 허가까지 지켜내지 못하셨습니다. 그런 공사 허가까지 지켜내지 못하신 분이 무슨 수로 자기 사람들을 지키겠습니까?”
“흐음….”
“말은 스위스 퍼미션 법이 그렇다고 계속 말씀을 하시지만, 결국 자기 사람들 비자 하나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건 무능이라고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게 진짜 정의로움인지, 아님 정의로움이란 가면 뒤에 숨어서, 자기 능력이 부족하다는 걸 인정하고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고백해서 상대가 알아서 이해해 줄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게 신 사장님의 스킬인지는 모르겠지만, 전 그런 건 크게 관심 없고…. 어쨌든 우리 홍성이 현재 유일하게 스위스 시장에서 믿을 수 있는 파트너가 신 사장님 아닙니까. 우리 역시 신 사장님과 비즈니스를 하는 거지, 친목 도모를 하는 건 아니니까요. 그럼 상대는 프로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내 말에 양 차장과 안 차장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까지 말을 해줬으면 알아서 바뀌실 겁니다. 독이 좀 오른 거 같으니까 조금만 더 지켜보죠. 아무리 우리 홍성이 뒤에 있어도 결국 스위스 현지에서 CGM과 붙어야 하는 건 신 사장님입니다. 알아서 독해지셔야죠. 무조건 사람 좋은 리더가 진짜 좋은 리더가 아니라, 자기 사람 챙길 수 있는 리더가 좋은 리더라는 걸… 본인도 잘 알고 있으니까요.”
2주 뒤.
홍성 타워 브랜드 어레인지를 위해 출장을 다녀온 박기태.
난 박기태를 불러 인터라켄의 사정을 꼼꼼하게 물어봤다.
“홍성 타워 1층 로비에서 가이드들하고 거의 매일같이 마찰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어째서요?”
박기태는 난처한 얼굴로 어렵게 입을 열었다.
“신 사장님이 가이드들을 많이 까칠하게 대하시더라고요.”
“까칠하게라면….”
“굳이 직접 안 그러셔도 될 거 같은데, 가이드들이 로비나 홍성 타워 입구에서 그룹을 모아놓고 쇼핑 설명을 할 때마다 직접 가셔서 왜 남의 건물 앞에서 이런 걸 하느냐고 큰 소리로 가이드들에게 핀잔을 주더라고요.”
“그룹들 다 있는 앞에서요?”
“네, 솔직히 보면서도 이건 좀 아닌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뭐가 아닌 거 같았다는 겁니까?”
“그러시는 사장님 심정도 어느 정도 이해는 가지만, 사람들 다 있는 앞에서 결국 옐로 폭스나 그리덜, 킹스가 커미션을 주니까 그쪽으로 사람들을 데리고 가는 거 아니냐며, 꼭 사람들 다 들으라는 식으로 비아냥거리시기도 하고, 또 어떨 땐 가이드들은 화장실을 못 가게 막고… 좀 유치해 보이더라고요.”
“숨만 쉬어도 나가는 게 직원들 인건비고, 그 건물에 투자받아 넣고 있는 돈을 생각하면… 못 할 게 뭐가 있겠습니까?”
“그러니까요. 또 그렇게 생각하면 처절하게 하시는 게 이해도 가고….”
“공사는 이제 얼추 마무리되어 가고 있죠?”
“네, 이제 조명 설치 들어가고, 섹션별 브랜드 로고만 따서 붙이면 될 거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출장 다녀오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날 난 퇴근 전에 이지혜를 따로 불렀다.
“오늘 장 팀장님한테 가죠?”
“네.”
“자, 이거.”
난 이지혜에게 백화점 상품권이 든 봉투를 건넸다.
“애 밑으로 필요한 게 한두 개가 아닐 거예요. 또 어지간한 건 이미 다 구입을 했을 거고. 배냇저고리를 한 몇 장 사서 줄까 하다가 그냥 필요한 거 사라고 상품권 몇 장 넣었어요. 이 대리가 가는 김에 나 대신 좀 전해 줘요.”
“알겠습니다.”
“직접 찾아가서 애 얼굴도 좀 보고 할랬는데, 집사람이 그냥 누구 산후조리원에 인사 가는 사람 있으면 전달만 하고 직접 찾아가지는 말라고 하더라고. 애 낳고 몰골이 말이 아닐 건데 직장 상사가 거기까지 직접 찾아가는 건 주책이라고 말이죠. 하하하… 아무튼 가서 진짜 고생 많았다고 대신 전해 주고, 회사가 어디 가는 건 아니니까 걱정 말고 천천히, 완전하게 몸 풀고 그렇게 복귀하라고 대신 좀 전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다시 한 달이라는 시간이 더 지났고, 비록 성수기가 시작된 건 아니지만 날씨가 많이 풀리면서 인터라켄에 관광객들의 수가 서서히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을 신 사장으로부터 직접 전해 듣게 됐다.
“문 차장님, 저 본사 공 부장입니다.”
-네, 부장님.
“홍성 타워 쇼핑백… 시핑 부탁드립니다.”
-넵! 그렇지 않아도 계속 스탠바이만 하고 있었습니다.
전화로 문 차장에게 쇼핑백 센딩을 요청해 놓고 난 양 차장과 안 차장을 불렀다.
“그랜드 오픈 준비… 누굴 보내면 좋을 거 같습니까?”
“당연히 박 팀장을 보내야죠. 지금까지 박 팀장이 다 인차지 보고 있었지 않습니까.”
안 차장의 말에 양 차장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때였다.
“혼자 보낼 순 없잖아요. 이것저것 챙겨야 할 게 한두 개도 아니고… 전 거기에 전 대리도 같이 보냈으면 좋겠는데요?”
“민규요?”
“네. 홍성의 첫 단독 유통 판 오픈입니다. 준비는 열심히 했지만, 막상 오픈을 하게 되면 이것저것 미처 챙기지 못했던 구멍들이 많이 보일 겁니다. 그 구멍들 앞에서 피가 마르고 당황해보는 것만큼 큰 공부도 없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그렇죠. 백날 사무실 책상 앞에 앉아 전략을 완벽하게 짜도, 그 전략이 고스란히 현장에 적용되는 건 아니니… 현장에서 당황하며 배우는 것만큼 오래 각인되는 것도 없죠.”
“어차피 박 팀장이랑 전 대리는 전 대리가 해외 영업부에 있을 때 1년 정도 손발을 맞춰 본 경험이 있으니까 다른 사람을 보내는 거보다 더 효과적일 거 같단 생각도 들고… 괜찮겠습니까? 전 대리 빠지면 맨파워 부족하지 않겠어요?”
“지혜 있는데요, 뭐. 부장님 생각이 그러시다면 민규 한번 보내 보죠. 어차피 내년에 팀장 달아주려면 가능한 많은 경험을 미리 해보게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