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2
기회가 좋잖아요
발리 팩토리 측과의 대화는 한결 쉬웠다.
사실상 발리 팩토리 측에게 요구할 내용 자체가 그들의 입장에선 반길 수밖에 없는 내용이기도 했고.
제네바.
“쇼핑백을 홍성 타워 자체 백으로 사용해 달라고요?”
“더 정확하게는 현재 귀사가 발리 본사로부터 발주하는 정품 쇼핑백 단가에서 절반 정도 저렴한 금액으로 홍성 타워 자체 쇼핑백을 제공해 주겠다는 뜻입니다.”
짐멀리 측과의 미팅 때와는 달리 고상한 단어를 떠올리지 않아도 되는 자리였다.
발리 본사의 1차 단독 밴드 업체, 발리 팩토리.
그들은 직설적이고 노골적인 걸 선호하는 상대였다.
그렇다고 사람들의 질 자체가 낮아 보인다는 뜻은 아니고, 겉치레보다는 합리적인 사업을 하기를 원하는 상대였단 뜻이다.
“저희가 얼마에 쇼핑백을 오더하는지 어떻게 아시고요?”
“모릅니다. 모르지만, 대략적인 시장 가격이라는 건 있으니까요. 물론 일반 매장들보다는 좀 더 좋은 마진으로 대량 오더를 하시겠죠. 하지만 따지지 않겠습니다.”
“따지지 않겠다는 게 무슨 뜻이죠?””
“믿겠다는 말입니다. 결국 쇼핑백은 부수적인 아이템 아닙니까. 큰돈이 들어가는 부분도 아니고, 앞으로 더 큰 사업을 꾸준히 함께 도모해 나가야 할 파트너 입장에서 그런 세세한 부분까지 다 짚고 넘어가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조금 전 말씀드린 대로 호에벡 거리 전체를 놓고 봤을 때 홍성 타워 쇼핑백의 노출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그만큼 홍성 타워로 유입될 사람들의 수는 비례해서 높아질 겁니다.”
“그렇게까지 효과가 있을까요?”
“물론이죠. 저희 홍성 역시 발리 팩토리와 마찬가지로 로드샵 형식의 유통 판 오픈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하지만 귀사와의 차이점을 굳이 뽑으라고 한다면, 저희 홍성은 로드샵보다 더 경쟁이 치열한 유통 판 내 경쟁을 30년 넘게 해 온 기업입니다. 장담하건대, 백화점이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타 브랜드들과 펼쳐야 하는 경쟁은 로드샵 경쟁에 비해 훨씬 더 치열하고 복잡하며, 변수가 많이 존재할 겁니다. 그런 경쟁이 너무나 익숙한 저희 홍성 입장에서 솔직히 말씀드리면 인터라켄 호에벡 거리는 쉬워도 너무 쉬운 판입니다.”
“흐음….”
“이 판에 들어올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내기까지가 어려워서 그렇지, 이렇게 홍성 타워라는 확실한 위치와 공간을 확보한 저희 입장에선 오픈 후 펼쳐지게 될 타 플렉스 샵들과의 경쟁에 큰 걱정을 하지 않고 있는 게 사실이기도 하고요. 거의 모든 브랜드 본사들이 한국 시장은 복잡하다, 변수가 많다, 제약이 너무 많다… 라는 불평들을 하죠. 그런 한국 시장에서 1위 자리를 수년째 놓치지 않고 있는 저희들입니다. 믿으셔도 됩니다. 쇼핑백에 의한 노출 마케팅은 호에벡 거리처럼 제한된 공간 안에서 많은 브랜드들이 따닥따닥 붙어 있는 상태에서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효과적으로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마케팅입니다.”
“쓰읍… 쩝….”
“강요는 아닙니다. 홍성 타워 자체 쇼핑백을 선택하고 말고는 어디까지나 사장님의 자유입니다. 참고로 짐멀리와 빅토리녹스 쪽으로는 이 제안을 해보지 못했습니다.”
“그쪽이야 뭐 어디까지나 본사 직영인데, 제안을 한다고 해봤자 의미 없는 제안이 될 게 뻔했으니 그랬겠지요.”
“네, 맞습니다. 그 부분은 그렇다 치고…. 아 참, 혹시 취리히 반호프슈트라세에 건물 매입을 진행 중에 있단 이야기는 들으셨습니까?”
상대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나와 신 사장을 번갈아 쳐다봤다.
“건물 매입이라면… 미스터 신이?”
신 사장이 슬며시 미소를 흘리는 틈을 타서 난 잠시 물로 입안을 적실 수 있었다.
물 한 모금으로 입안을 살짝 적셔놓고 내가 말했다.
“아예 모르고 계셨구나…. 그럼 이 이야기부터 먼저 꺼낼 것을 그랬네요. 내년 중으로 인터라켄 홍성 타워와 약간의 시간적 텀을 두고 취리히 반호프슈트라세에도 홍성 타워가 오픈을 하게 될 겁니다.”
“…!”
“현재 건물 매입에 필요한 대출을 일으키기 위해 홍성 본사가 직접 스위스 법인 설립을 준비하는 중이고, 그 준비가 끝나는 대로 곧바로 내부 리노베이션에 들어갈 겁니다.”
“내년이라고 해 봤자, 지금이 12월인데 얼마 남지도 않았네요. 위치는 대략….”
“릴렉스라고 오아시스 매장이 들어가 있는 건물이라고 하면 어딘지 대충 아시겠습니까?”
“…!”
“네, 바로 거깁니다.”
“혹시 그럼 거기도 인터라켄 홍성 타워와 같은 브랜드들을 포지셔닝시키실 생각이십니까?”
“글쎄요, 그 부분은 브랜드들 측과 이야기를 좀 더 디테일하게 나눠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일단 스타벅스와 빅토리녹스, 그리고 짐멀리는 관심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사실 들어만 가면 위치가 기본 매출을 보장을 해주는 곳인데, 누구라도 들어오려고 하지 않겠습니까?”
“그, 그렇죠. 오아시스 매장이 있는 자리라면… 거기 역시 인터라켄 홍성 타워 못지않게 포인트죠.”
“그러니까요. 그래서 말인데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희야 당연히 관심이 있죠. 그걸 말로 해서 뭐 하겠습니까? 지금 제 기억이 맞다면 그 옆에 유비에스 은행이….”
“아뇨.”
난 적절한 타이밍에 상대의 말을 잘랐고, 상대는 살짝 당황한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반호프슈트라세 건물 말고, 홍성 타워 자체 쇼핑백을 사용해 보시는 부분을 말씀드리는 겁니다.”
“…!”
* * *
제네바에서 취히리로 향하는 차 안이었다.
“하하하…”
운전대를 잡은 신 사장은 뭐가 그렇게 통쾌했던지 발리 팩토리 측과의 협상 테이블을 떠올리며 연신 소리 내어 웃음을 터뜨렸다.
“저는 처음 부장님이 2박 3일 일정으로 오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발리 팩토리 측과의 협상은 하루로 끝을 못 낼 거 같아서 내심 걱정을 했었거든요. 쉬운 상대가 결코 아니었는데, 오히려 짐멀리 쪽보다 더 수월하게 끝을 내셨네요. 정말 예전부터 느꼈던 거지만 대단하십니다. 직접 협상을 하시는 모습을 몇 차례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중이지만, 정말이지 상대에 따라 매번 다른 모습으로 그것도 다 원하시는 조건에 맞춰서 끝을 보시네요. 꼭 카멜레온을 보고 있는 기분입니다.”
“아닙니다. 그리고 사실 발리 팩토리 쪽이 제일 쉬운 상대이긴 했습니다.”
“그랬습니까? 저는 오히려 반대였습니다. 처음 인터라켄 홍성 타워 이야기 나오고 부장님이 브랜드 몇 개 정해 주시면서 미팅을 가져 보라고 하셨을 때 가장 깐깐하게 굴고 또 월세에 관해 집요하게 딜을 걸어왔던 게 바로 발리 팩토리 측이었거든요.”
“그건 아마도 자본이 부족해서 그랬던 걸 겁니다.”
“그걸 부장님께서 어떻게 아셨습니까?”
“보통 매장 운영을 할 때에도 그와 비슷합니다. 고가의 브랜드일수록 그 브랜드의 실질적인 매출을 올려주는 고객들은 아주 심플합니다. 마음에 들면 사고, 별로인 거 같으면 안 사죠. 그런데 예산이 어중간한 고객들은 고민이 많죠. 비교도 해야 되고….”
“아, 그렇죠… 그렇겠네요.”
“상대적으로 스타벅스, 빅토리녹스, 짐멀리에 비해 발리 팩토리는 자기네가 본사도 아닐 뿐더러 1차 벤더라는 위험을 안고 있기 때문에 확실하지 않으면 도박을 할 수가 없는 입장이죠. 그런데 사장님네 건물은 무리를 해서라도 들어가야겠다 싶었을 거고, 그 안에 자체 비용으로 해서 들어가야 되는 인테리어 공사비도 부담스러웠을 테니 월세 조정을 끈질기게 요구할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참 대단하십니다, 진짜.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어떻게 서울에 있으시면서 현지에 있는 저보다 더 정확하게 뭔가를 다 꿰뚫어 보고 계십니까?”
“밥 먹고 하는 게 이런 거니까요. 하하하… 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것도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저는 만 시간이 아니라 그보다 몇 배는 더 많은 시간을 홍성에서 이런 전략을 짜고 실행에 옮기는 일을 하며 보냈습니다.”
“….”
“어쩌다 보니 저도 한 회사에서 10년이라는 세월을 보내고 있는데, 이런 부분에 있어 달인이 되는 건 너무나 당연한 거 아니겠습니까.”
“시간만 보낸다고 다 똑같은 결과를 얻어낼 수 있는 건 아니겠죠. 그럴 수만 있다면 세상이 왜 김연아에게 그렇게까지 열광을 하겠습니까? 재능이죠, 부장님이 가진 재능. 아마도 그 시간을 버텨낸 체력은 누구나 다 하지만, 결코 같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없는… 일종의 공평한 노력에 불과한 거 아닐까요?”
“…글쎄요, 반대로 전 누구라도 다 기본적인 가능성은 있지만, 그 가능성을 폭발시킬 기회를 잡을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일 거라고 믿는 사람이라서요.”
“…?”
“저 역시 그런 기회를 잡을 수 있었기에 지금 이렇게 사장님과 함께 사업을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기회…후우…그렇죠, 기회….”
신 사장은 입맛을 다셨다.
“그 단어만 들으면 왜 이렇게 가슴에 무거운 돌덩어리가 내려앉는지 모르겠습니다.”
“왜요?”
“참 많은 친구들이 저를 거쳐 갔습니다. 다들 외국 생활을 해보고 싶다고… 한국에선 답을 못 찾을 거 같아 저처럼 도전을 꿈꿨던 친구들이죠. 하지만 워낙에 제가 깔아놓았던 바탕이 부족했기에 그 친구들을 모두 다 도와줄 수가 없었습니다. 대부분이 비자 문제로 한국에 돌아갈 수밖에 없었고, 그 중에선 저랑 형, 동생을 먹을 만큼 각별했던 친구들도 여럿 있었죠. 자리가 잡히고 그 비자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을 만큼 회사를 키워서 다시 연락을 주겠다고 호언장담을 하긴 했는데… 아직 갈 길이 많이 머네요. 뭔가 그 방법을 만들어내야 하는 제 입장에선 1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지만, 무작정 기다리고 있는 친구들 입장에선 1년이 10년처럼 길게 느껴질 거 아닙니까.”
“반호프슈트라세 건물 오픈하면 거기서도 비자 신청 티오가 몇 장 생기지 않습니까?”
운전대를 잡고 있던 신 사장이 재빨리 날 쳐다봤다.
“저는 사장님께서 그 티오가 절실한 사람들을 위해 적절하게 잘 써 주실 거라 믿습니다.”
“부장님!”
“저희 사장님께서도 오케이 사인을 주신 부분입니다. 어차피 홍성은 프랑스에 쁘띠토널 법인이 따로 있습니다. 유럽 쪽 파견 근무자에 한한 비자는 그쪽에서도 얼마든지 받아낼 수 있고, 또 대부분이 기한 한정 파견 근무자들이라 사장님께서 필요하신 영주권 관련 티오는 사실상 큰 필요가 없습니다. 고용 부분, 그 부분에 따른 보험과 인건비 부분만 사장님께서 문제없이 깔끔하게 교통정리를 해 주시면, 필요한 티오만큼 만들어서 그동안 사장님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던 사람들을 부르세요, 사장님 곁으로. 결국엔 다 사람이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사장님 주위에 사장님 사람들이 든든하게 포진되어 있어야 한국에서도 제가 안심을 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그렇게 도착한 취리히 국제공항.
티켓팅까지 다 끝내고도 시간적으로 여유가 많이 남았다.
나와 신 사장은 공항 청사 밖 스타벅스로 자리를 옮겼고, 그곳에서 못다 한 사업 이야기를 마저 정리했다.
“두 달 뒤에 설 연휴가 있습니다.”
“네, 공사도 그때쯤이면 얼추 끝나가지 않을까요?”
“3, 4층은 객실로 쓰던 공간의 벽까지 다 뜯어내고, 객실 화장실 공간으로 피팅룸을 만들어야 하는 대공사다 보니 그때까지 끝이 날까 싶긴 한데, 1층 로비 부분과 2층 스타벅스 쪽 공사는 그 안에 끝이 날 거 같긴 합니다.”
“그렇군요.”
“설날 연휴는 한국 관광객도 한국 관광객이지만, 중국도 춘절이라 성수기 못지않게 많은 인파가 몰립니다.”
“네,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급한 대로 1층 쪽 오픈은 시켜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야 스타벅스가 오픈을 주장하는 기간에 맞출 수 있을 거 같고…1층에 들어가는 브랜드들이나 스타벅스 모두 임대 장사인데, 저희 일정에만 맞춰 달라고 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럼요. 좋은 기회잖아요. 한번 오픈을 시켜 보시죠. 사실 저도 궁금합니다. 스타벅스의 위력이 어느 정도일지. 빅토리녹스 측에 제안했던 면세 서류 같이 쓰는 부분이랑 스타벅스 ENT 건, 그리고 건물 전체 프리 와이파이 부분만 그랜드 오픈 일정까지 살짝 미루고 할 수만 있으면 한번 오픈을 시켜 보시죠?”
“네. 저야 뭐 부장님만 괜찮다고 하시면 오픈을 시켜 보고 싶습니다.”
“화장실도 같이 오픈을 시켜 보시고요.”
“네. 근데 정말 괜찮을까요?”
“뭐가요?”
“인터라켄은 여행사, 가이드들의 파워가 정말 크게 작용을 하는 곳입니다.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CGM 쪽에서 진행하고 있는 할인 바우처의 타격이 제법 크게 작용할 거 같아요.”
“그러니 얼마나 좋은 기회입니까?”
“…기회라니요?”
“사장님은 일단 공사가 끝난 층들 오픈만 시켜놓고 스타벅스에 올라가셔서 커피 한 잔 시켜 놓고 호에벡 거리 쪽 창가 자리에 앉아 계세요.”
“…?”
“그리고 잘 한번 보세요. 어떤 여행사 소속 가이드들이 단체 그룹을 옐로 폭스나, 그리덜, 킹스 쪽으로 데리고 들어가는지.”
신 사장은 아랫입술을 잘게 깨물며 날 쳐다봤다.
“그 여행사 쪽으로는 객실을 팔지 마세요, 앞으로.”
“…!”
“설 연휴는 우리 입장에선 그동안 빌드업시켜 놓은 전력을 체크해 볼 연습 경기 정도로만 생각하면 될 거 같습니다. 굳이 그 연습 경기에 목숨 걸고 뛸 필요 있겠습니까? 우리가 그래 버리면 상대에게 우리 전력이 이 정도다… 하는 걸 미리 보여주는 꼴밖에 더 되겠냐고요. 본격적인 성수기가 다가오기 전까지 사장님은 어떤 어떤 여행사가 CGM 쪽에 붙어서 쇼핑 커미션을 챙기는지만 확인해 주시면 됩니다. 결국 본격적인 성수기에 들어가면 호텔 객실이 없어서 모든 여행사가 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다면서요?”
“전쟁이죠. 그땐 저희도 난처해질 경우가 너무 많아요. 다들 안면이 있는 사람들인데, 누구한테는 주고, 또 누구한텐 못 주는 경우가 다반사거든요.”
“그럼 더 잘됐네요. 설날 연휴 동안 유심히 체크해 놓으시고, 본격적으로 성수기에 들어가면 CGM 쪽으로 그룹을 끌고 들어가는 여행사 쪽으로는 객실을 팔지 말아 보세요. 어차피 그 여행사 쪽으로 객실을 안 팔아도 객실을 필요로 하는 여행사는 얼마든지 있을 거 아닙니까?”
“겨울이 문제죠.”
“겨울도 문제 될 건 없습니다. 쇼핑에서 올라오는 매출이랑 호텔 객실 팔아서 올리는 매출이 어디 비교나 되겠습니까? 성수기 때 바짝 벌어놓고 사장님도 앞으론 겨울에 저기 어디 따뜻한 동남아 쪽으로 가족들 다 같이 휴가를 가셔야 할 거 아닙니까.”
“하하하….”
“정에 너무 많이 휘둘리시는 거 같은데, 오히려 이럴 때가 기회입니다. 정확하게 선을 그어 주세요. 우리가 서로 알고 지낸 세월이 얼마인데, 내가 샵 비즈니스를 한다는 거 뻔히 다 아는 사람들이 그룹을 홀라당 CGM 쪽으로 밀어 넣어? 너희가 돈에 움직인다면 나도 철저하게 비즈니스 마인드로 상대해 줄게. 객실 없어. 대신 그쪽으로 그룹 안 밀어 넣고, 우리 홍성 타워 쪽으로 그룹을 데리고 와 주면 커미션을 따로 챙겨주지는 못하겠지만, 섭섭하지 않을 정도로 객실을 확보해 주고 또 객실 할인까지 고려해 볼게. 뭐가 중요한지는 알아서들 판단하고 줄 잘 서. 가이드들도 너희들이 알아서 단속해 주고…. 이 한마디면 다들 알아서 기지 않을까요? 당장 설 연휴 기간 동안 그렇게 하시라는 게 아니라, 지켜보고 계시다가 본격적으로 성수기 시작하면 그렇게 해보시란 말입니다. 기회가 좋잖아요. 이번 기회에 누가 사장님께 의리를 지켜주는지 잘 한번 보세요.”
“….”
“그러다 보면 보이기 시작할 겁니다. 잘해 줘 봤자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구나… 하는 걸요. 하하하. 아마 객실이 필요할 때마다 관계, 의리를 외치던 사람들이 가장 먼저 CGM 쪽으로 그룹 끌고 들어가서 커미션을 챙길 겁니다. 그리고 홍성 타워가 그랜드 오픈을 하는 순간 커미션 몇 푼에 움직였던 사람들이 또 가장 먼저 태세를 바꿀 거고. 안 봐도 비디오죠. 그리고 가이드 커미션을 약속했던 CGM은… 결국 그 커미션 때문에 여행사 관계자들에게 신뢰를 잃게 될 겁니다. 그때도 말씀드렸다시피 패션 유통 쪽은 커미션을 줄 만큼의 마진이 나오지가 않습니다. 결국 제 살 뜯어서 내주겠다는 작정인 모양인데, 그게 뭐 얼마나 가겠습니까? 결국 홍성 타워 그랜드 오픈 해 버리면 승패는 바로 판가름이 날 건데. 원래 사람이 그렇잖아요. 아예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었으면 모를까, 받아오던 걸 갑자기 못 받게 되면, 그만큼 배신감은 커질 겁니다. 그 커미션 작전… 분명 오래 못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