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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289화 (289/325)

#289

이겨 놓고 싸우죠

“사장님, 축하드립니다. 일본 쪽 시장도 같이 열렸습니다.”

-정말입니까?

신 사장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그게 사실인지 물어보고 또 물어봤다.

비록 전화 통화였지만, 난 신 사장의 흥분한 얼굴을 상상할 수 있었다.

“네, 이번에 이토 측과 저희가 유통시키고 있는 만토바 제품들을 다이렉트로 계약하는 과정에서 아이작을 포함시켰고, 다행히도 그쪽에서 흔쾌히 자기네 편집샵 브랜드에 아이작을 함께 깔아 보겠다는 확답을 주더군요.”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사장님. 그리고 뚜껑은 열어 봐야 아는 겁니다. 비록 시작이 순조롭고 또 이토라면 일본에선 나름 믿을 만한 유통 판이라 저 역시 기대가 되는 건 사실이지만 지나친 기대는 더 큰 실망을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아시겠지만 명품은 그냥 만들어지는 게 아닙니다, 사장님. 저희 유통 쪽에서 아이작을 최선을 다해 푸시를 해 보겠지만, 유통이 푸시를 한다고 해서 모든 브랜드가 다 시장의 선택을 받는 건 아닙니다.”

-물론입니다.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노출의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게 어디겠습니까? 사실 저희는 그랬습니다. 되는 놈은 뭐가 잘 안 됐을 때 방법을 찾고, 안 되는 놈은 뭐가 잘 안 됐을 때 변명을 찾는다고, 그동안 저희는 아이작이 시장에 제대로 노출될 기회를 잡지 못했다고만 핑계 대고 있었거든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제대로 된 노출을 시켜 보고 시장의 선택을 정확하게 받아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죠. 이것만 해도 어딥니까? 홍성에서 이렇게까지 해 줬는데도 안 되는 거면 브랜드 자체의 문제인 거겠죠. 물론 잘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저희한테는 기적입니다.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안 되면 그땐 변명이 아니라 사장님과 함께 방법을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부장님!

“저도 기쁘네요. 사실 이토 측과 딜을 할 때 아이작만 걸려 있는 게 아니라 여러 사업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서 일방적으로 아이작을 받아 달라고 어거지를 부릴 수만은 없는 입장이었거든요. 다행히 언논 브랜드나 다름없었던 나크리스를 한국, 중국에서 띄운 전력이 저희한테 있었고, 또 나크리스는 일본 쪽에서 유독 괜찮게 판매가 되던 브랜드라 그 부분에서 아이작을 선택한 저희 쪽 안목을 신뢰했던 거 같습니다. 저희 쪽 아이작 첫 오더는 4밀리언 안팎이 될 거 같습니다. 일단 첫 오더라 시작부터 대량 오더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데, 그만큼만 오더를 넣어도 괜찮겠습니까?”

-그럼요. 4밀리언이라니요… 저희가 일 년 동안 만들어 내는 생산 단가와 맞먹는 액수입니다. 그리고 액수가 문제가 아닙니다. 저희는 저희가 고생해서 만든 브랜드의 가능성을 누군가가 알아봐 줬다는 부분만 해도 이미 지난 고생들을 다 보상받는 기분입니다. 처음 알렌 강이 폴앤크루를 들고 절 찾아와서 저희 건물에 자리를 내어 줄 수 없겠냐고 부탁을 해왔을 때, 폴앤크루의 작가 컬렉션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해당 작가들의 심정이 저와 같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이미 마음이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

-저희가 예술을 하는 사람들은 아니지만, 무명작가들의 심정을 어느 정도는 알 것도 같더라고요. 평생 그림을 그리며 어느 누구도 알아봐 주지 않는 자기 예술 활동에 얼마나 많은 예술가들이 상처를 받고 또 좌절을 했을까요.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었던 건 지금껏 해 왔던 시간이 아까워서일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애정이 붙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예술가들을 지원하고 발굴해 내자는 취지의 프로젝트… 마치 아이작을 시작하며 고생을 사서 하고 있던 제가 대신 보상을 받는 듯한 착각까지 들었습니다.

“…그러셨군요.”

-아무튼 너무 감사합니다.

“마진을 높게 잡아드리지 못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아무래도 언논 브랜드다 보니 중국 시장과 일본 시장에 조금이라도 여유 있게 들어가기 위해선 번들 형식으로 끼워 넣을 수밖에 없는데, 그 번들 세일즈를 성사시키기 위해선 다른 브랜드들의 마진을 포기하고 그 포기한 마진만큼을 아이작 쪽에서 끌어 올릴 수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그렇게 복잡한 건 잘 모르겠고요, 저는 부장님만 믿겠습니다. 그렇게 해도 되겠습니까?

“…네, 그렇게 하셔도 됩니다.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스위스 관련 사업은 저 역시 사장님만 믿겠습니다. 그렇게 해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네, 부장님 말씀하시죠.

“그때 스타벅스와 빅토리녹스 측 관계자들과 미팅을 잡아 주셨던 것처럼 이번엔 발리 팩토리와 짐멀리 측 관계자들과의 미팅을 좀 잡아 주실 수 있겠습니까?”

-네, 뭐… 크게 어려울 건 없을 거 같습니다. 그런데 발리 팩토리와 짐멀리 측은 뭐 때문에…. 그 두 브랜드는 크게 딜을 걸 만한 게 없지 않습니까?

“에스컬레이터 공사 취소로 홍성 타워 그랜드 오픈이 조금 더 앞당겨지게 생겼습니다. 그럼 지금쯤 쐐기를 박아야죠. 저희 홍성은 싸워서 이기는 스타일이 아닙니다.”

-…?

“다 이겨 놓고 싸우죠. 그래서 그 상대가 누구라도 저희는 질 수가 없습니다.”

* * *

“짐멀리요? 속옷 장사를 시작해 보자는 말씀이십니까?”

양 차장과 안 차장을 따로 불렀다.

소형 회의실을 하나 빌려서 미팅의 구색을 갖추었고, 그곳에서 난 홍성 타워에 입점을 하게 될 짐멀리라는 최고급 명품 속옷 브랜드를 미팅 테이블 위로 올려놓았다.

안 차장은 고개를 갸웃거렸고, 양 차장은 그 속을 알 수 없는 눈을 하고서 침묵을 유지했다.

“지난 3년간 국내 유통 판들의 매출 변화를 보면 실질적인 쇼핑보다는 레스토랑이나 그 외 부대 시설 쪽에서 올라오는 매출 비율이 눈에 띄게 늘고 있습니다. 그리고 쇼핑 쪽의 매출 역시도 인터넷 쇼핑의 강세와 면세점 영역의 확장, 아웃렛 유통의 다변화로 일반적인 브랜드의 매출은 대폭 감소하고 있는 추세고요.”

“그야 뭐….”

“그런데 재밌는 현상이 하나 있습니다. 다들 알고 계시겠지만, 패션 의류 관련 매출은 줄어들고 있는 반면 키친웨어와 같은 고급 주방용품의 매출은 소폭이나마 꾸준히 증가를 하고 있어요. 소비자들이 선택하는 사치의 형태가 점점 자기 자신을 꾸미는 쪽에서 집을 꾸미거나 혹은 차를 꾸미는 것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거죠. 그리고 그런 현상에 편승해서 고가의 홈 인테리어 제품들, 속옷과 같은 남들 눈에 보여지지는 않지만, 본인의 만족 쪽으로 소비자들이 지갑이 열기 시작했습니다.”

“흐음….”

“어차피 속옷 역시 크게 보면 패션 의류 카테고리 안에 들어가 있는 종목입니다.”

“그건 그런데… 사실 짐멀리는 너무 넘사벽 브랜드가 아닐까 하는 우려가 앞서네요. 팬티 한 장에 40만 원, 50만 원씩 하는 걸 과연 누가 사서 입겠느냐는 거죠.”

양 차장의 지적은 정확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던 안 차장의 반응은 의외로 긍정적이었고.

“그런데 또 그걸 입는 사람들은 그것만 입죠. 그런 경향이 있어요. 좋은 걸 한번 접해 본 사람들은 비록 그걸 유지하는 게 부담스러울지라도 다른 곳에서 소비를 줄이더라도 좋았던 걸 계속 유지하고 싶어 하는 심리. 큰 차 타다가 작은 차 못 타잖아요. 큰 집에 한번 살아 본 사람이 작은 집으로 평수를 줄여 이사를 가지 못하는 것처럼.”

“그런데 짐멀리는 너무 넘사벽이다, 사실.”

“오히려 그래서 더 먹힐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제는 작정을 하고 내가 던진 아이디어에 힘을 싣기 시작하는 안 차장이었다.

“속옷은 한 장만 가지고 있을 수가 없잖아요. 짐멀리 정도 입을 형편이 되는 사람이 샤워를 이틀에 한 번씩 하겠어요? 아니면 한 번 입었던 속옷을 이틀 연속 입겠어요? 타깃 마켓에 한계가 있는 건 분명하지만, 특정 층을 노리고 그게 판매가 될 만한 유통 판 지점에만 단독 매장으로 오픈시키면 분명 수요는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속옷만큼 재구매가 많이 일어나는 종목도 따지고 보면 찾기 어렵고.”

“네, 제가 기대하고 있는 부분이 바로 그 부분입니다.”

내가 말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팔 필요는 없습니다. 아시다시피 워낙에 단가가 높으니까 객단가 대비 순이익도 많이 떨어지는 종목이고, 또 다른 쇼핑들처럼 짐멀리 매장을 찾을 고객들은 이게 뭔가 싶어서 구경 삼아 들어오는 경우도 극히 드물 거란 말이죠. 짐멀리 매장을 찾는 사람들은 말 그대로 구경이나 가격 비교를 하기 위해 매장을 찾는 게 아니라 구입을 하러 찾아오는 걸 겁니다.”

“흐음….”

그 말이 끝나는 순간 양 차장도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매장 들어가며 속옷 한 장 사서 나오지는 않겠죠. 보통 우리도 그렇잖아요. 속옷 사러 가서 달랑 팬티 한 장만 사서 나오지는 않으니까. 최소 두세 장. 어떨 땐 들어간 김에 남자 친구, 여자 친구, 남편, 와이프 속옷도 같이 사서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니까. 그게 속옷이라는 아이템의 특징이죠. 가격 포지셔닝상 매장을 찾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을 거기 때문에 매장 직원이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도 않을 겁니다. 거기다 속옷 섹션이 들어가 있는 층은 매장 월세도 현재 저희가 주력하고 있는 층에 비해 저렴하고, 또 유통 판 입장에서도 짐멀리라는 유니크한 명품의 입점을 반길 겁니다.”

“혹시 홍성 타워에 짐멀리를 포지셔닝시킬 때 브랜드를 따올 생각까지 미리 다 염두에 두고 진행하셨던 겁니까?”

양 차장의 질문에 난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처음엔 짐멀리가 아니라 프라이탁을 고려하고 있었습니다.”

“프라이탁이라면 폐기 방수천으로 만드는 가방 브랜드 말씀하시는 겁니까?”

“네, 스위스 하면 바로 떠오르는 브랜드 몇 개가 바로 발리 아니면 프라이탁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프라이탁은 한국에서 라이선스를 받아 유통시키고 있는 컨트롤 기업이 이미 있더라고요.”

내 말에 양 차장과 안 차장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프라이탁이나 짐멀리 이 두 브랜드는 브랜드 파워만 가지고 많은 고객을 홍성 타워로 끌고 들어올 수 있을 만한 브랜드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렇다면 홍성 타워 입점을 계기로 브랜드 측과 긴밀한 관계를 형성시켜 놓고 여차하면 한국 라이선스를 따낼 수 있는 브랜드여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발전이 된 거죠. 그래서 짐멀리를 선택하게 된 겁니다.”

난 양 차장을 쳐다보며 말했다.

“영업 기획부는 영업 마케팅부와는 달리 기존에 홍성이 가지지 못한 장르, 아이템들을 계속 개발하고 론칭을 시켜 줄 수 있어야 합니다.”

“네.”

“이미 편집샵 브랜드는 H.I 편집샵, SS 편집샵, 그리고 Kidshub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여기서 편집샵 브랜드를 더 론칭시키는 건 지루할 뿐이고, 그럴 바에야 각각의 편집샵 브랜드 안으로 좀 더 다양한 브랜드들을 초이스해서 입점시켜 나가는 방향이 훨씬 더 경제적일 겁니다. 거기서 좀 더 나간다면 홍성의 편집샵 브랜드들을 이번에 홍성 타워 프로젝트처럼 해외로 진출시켜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고… 편집샵 브랜드는 이미 충분한 거 같고, 그렇다면 영업 기획부는 편집샵 브랜드가 아닌 다른 종목, 다른 장르 쪽으로 꾸준히 눈을 돌려 주셔야 합니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짐멀리… 어떻습니까? 만약 양 차장님이 관심이 있다고 하시면 이번에 스위스 출장 가서 그쪽 관계자와 이야기해 보고 한국 라이선스를 받아 오겠습니다.”

“스위스 출장 또 가십니까?”

내 말에 안 차장이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

“네.”

“아니이이….”

안 차장은 도저히 못 말리겠단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을 이었다.

“제수씨 홑몸도 아닌데, 어지간한 출장은 그냥 밑으로 지시만 내리세요. 뭘 또 조만간 이사 진급할 양반이 그렇게 피가 끓어서 이틀들이, 사흘들이 출장 계획을 잡으십니까?”

“참, 내가 총각들 데리고 하나하나 다 설명을 해 주자니 내 입만 아프고… 장 팀장은 배가 이만큼 나와서도 잘만 회사 출근해서 자기 몫 해냈어요. 뭐가 문제야?”

“아니 그래도…”

“우리 애 뇌량이 안 보인단 이야기를 처음 듣고 저랑 집사람이 가장 먼저 한 게 뭔지 알아요? 바로… 평소처럼 행동하자, 평소 해오던 대로 열심히 살자, 그리고 애한테 많은 기대를 하지 말자는 약속이었어요.”

“….”

“그냥 건강하게만 태어나 주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겠다 기도하고, 또 기도했죠. 그런데 정상이래. 그 애가 소중한 만큼, 남들처럼 키우고 싶어요. 유난 안 떨고, 우리 세대 부모들과 비슷한 부모가 되어 주고 싶어요. 그러려면 제가 열심히 일을 해야죠. 엄마는 또 엄마대로 엄마의 인생을 열심히 살아 줘야 하고.”

“그냥 뭐… 나는 걱정이 되니까 하는 소리지.”

“암튼 양 차장님이 오케이 하시면 저는 이번에 스위스 출장 가서 라이선스 받아 오겠습니다. 그렇게 해도 되겠습니까.”

“어차피 속으로 이미 다 결정 내리시고 제 의견을 묻는 거 아니십니까?”

“….”

“하하하, 웃자고 한 말입니다. 당연히 해야죠. 그게 우리 영업부가 3부장 체제로 넘어가면서 부서별 밸런스를 맞추는 데 도움이 되는 거라면 당연히 해야죠.”

정말 귀신같이 나의 속내를 꿰뚫어 보고 있는 양 차장이었다.

그런 양 차장을 향해 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진행하겠습니다. 이너웨어 쪽은 아직 경험이 전혀 없다 보니 시장 조사부터 시작해야 할 거 같습니다.”

“이지혜한테 맡겨 봐요. 아무래도 속옷 쪽은 남자보다는 여자들 감각이 더 잘 적중할 거니까.”

그렇게 미팅을 정리하고 난 곧바로 폴앤크루 본사로 향했다.

“폴앤크루 패턴으로 홍성 타워 쇼핑백을 제작해 달라고?”

장 대표는 홍성 타워에서 사용하게 될 쇼핑백 의뢰를 듣는 내내 미간을 좁혔다.

“네, 처음 상무님 작품으로 만들었던 폴앤크루 1차 컬렉션 있지 않습니까? 패턴 심하게 들어간 거.”

“어.”

“그걸로 쇼핑백 패턴 잡아서 샘플 몇 개만 뽑아 주십시오.”

“그렇게 해주면 우리야 매출도 잡히고 패턴 노출도 가능하니 여러모로 고맙고 좋은데….”

“눈에 확 띄어야 됩니다.”

“…?”

“저건 뭐지? 무슨 브랜드야? 하는 소리가 그 쇼핑백을 보는 사람들 입에서 절로 나올 정도로 눈에 확 띄어야 됩니다. 상상을 한번 해 보십시오. 짧은 인터라켄 호에벡 거리. 500미터도 채 안 되는 그 거리에 세계 유수의 명품 시계 브랜드들이 빼곡하게 들어가 있습니다. 쇼핑백 색깔만 봐도 사람들은 저게 무슨 브랜드라는 걸 바로 알아차리죠. 초록색은 롤렉스, 빨간색은 까르띠에, 흰색은 스와치, 파란색은 론진…. 그런데 제가 몇 번 출장을 다니면서 아무리 살펴봐도 우리 폴앤크루 패턴만큼 화려하고 개성 있는 패턴을 사용한 쇼핑백은 없더라고요.”

“….”

“그런데 거리가 짧은 만큼 쇼핑이 목적인 사람들은 그 거리를 최소 두세 번씩은 왕복으로 왔다 갔다 합니다.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들고 다니는 쇼핑백을 보며 저 사람은 롤렉스를 샀네? 좀 사는가 보군… 하는 비교도 될 거고요. 그런데 그 짧은 거리에 폴앤크루 패턴으로 제작된 쇼핑백이 넘쳐난다고 생각을 한번 해 보십시오.”

“…!”

“단일 브랜드가 아닙니다. 홍성 타워에 들어간 모든 브랜드가 다 같은 쇼핑백에 담길 겁니다. 아무리 옐로 폭스, 그리덜, 킹스가 자기들끼리 협력해서 바우처를 만들고 생난리를 부려도 거리에 노출될 홍성 타워 쇼핑백 파워 앞에선 무릎을 꿇을 수밖에요.”

“모든 브랜드라면… 빅토리녹스, 발리, 짐멀리도 그 쇼핑백을 사용할 거란 말이야?”

그 질문 앞에 난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그건 힘듭니다. 짐멀리, 빅토리녹스는 자기네 자체 쇼핑백을 사용하게 될 겁니다. 그 부분은 어쩔 수 없죠. 그 두 곳은 본사가 직접 들어와서 운영을 하는 부분이고, 쇼핑백에 의한 노출은 워낙에 강력한 마케팅으로 잘 알려져 있는 전략이기에 저희가 아무리 좋은 딜을 걸어도 그 부분까지 양보해 주지는 않을 겁니다. 대신 발리는 홍성 타워 쇼핑백을 사용해 줄 겁니다.”

“…?”

“발리 팩토리는 발리 본사가 직접 운영을 하는 게 아니거든요. 1차 벤더가 운영을 하는 곳입니다. 발리 쇼핑백 역시 발리 본사로부터 돈을 주고 사서 쓰고 있을 겁니다. 이번에 출장 가서 그 부분을 놓고 발리 팩토리 측과 딜을 칠 겁니다. 발리 본사로부터 오더하는 금액의 절반 가격까지 낮춰 주고 발리 오리지널 쇼핑백 대신 저희 홍성 타워 쇼핑백을 사용해 달라고. 스위스인만큼 발리 매출 역시 적지 않을 겁니다.”

“오더 금액을 절반이나 낮춰 주면… 그 나머지는 홍성 타워가 부담을 하는 건가?”

“아니죠.”

난 정색을 하며 장 대표를 쳐다봤다.

“폴앤크루가 지원을 해줘야죠, 그 부분은.”

“…!”

“폴앤크루 패턴을 노출시켜 주는 거 아닙니까.”

“이야… 진짜 해도 해도 너무한다.”

“에이, 뭐가 너무하단 말입니까? 대량으로 쇼핑백 제작 오더까지 넣어 주면서 폴앤크루 패턴 노출까지 시켜 주겠다고 하는 건데, 대표님이야말로 양심이 있으면 그 정도는 지원을 해주셔야죠. 큰돈 드는 거 아니지 않습니까? 지원… 해 주실 거죠?”

“푸흡… 문 차장 좀 들어오라고 해요.”

장 대표는 알렌 강을 시켜 문 차장을 불렀고, 곧 문 차장에게 상무님의 작품으로 론칭했던 폴앤크루 1차 컬렉션들을 가지고 디자인팀에게 쇼핑백 디자인 샘플을 뽑으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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