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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286화 (286/325)

#286

그거 오픈해버리면 됩니다

천하의 사장님이 내 앞에서 당황이란 감정을 들키고 계셨다.

“3부장 체제?”

“…네.”

“어후… 그걸 지금 하기엔 좀…. 지금 당장 바로 그렇게 확장을 시키기엔 무리가 있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안 그래도 맨파워가 집중되어 있는 영업부의 파워가 지금보다 더 커지게 돼.”

“네, 아마도 그럴 겁니다.”

“거기다 다른 부서에서도 말이 나올 가능성이 높고.”

“음… 그 부분은 이렇게 생각합니다. 유관 부서들과의 형평성, 그리고 그 형평성을 기반으로 부서 간의 협력이 중요하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업부의 성장에 타 부서의 이해나 동의, 인정까지 다 고려하기엔 이미 영업부는 너무 비대해져 있습니다.”

“….”

“지금의 영업부가 오로지 저희들만의 힘으로 여기까지 덩치를 키웠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덩치를 키울 의지가 없는 타 부서, 여기서 뭔가를 더 해야 한다는 인식 자체가 부족한 유관 부서들과의 형평성 때문에 성장을 멈춰야 한다거나 혹은 성장의 가능성을 눌러야 한다면 그 역시 에너지가 넘쳐나고 있는 영업부의 입장에선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난 진심으로 회사를 생각하고 있었다.

영업이 전부인 컨트롤 기업.

그 컨트롤 기업 안에서도 명실상부 업계 최고를 찍고 있는 홍성의 미래를 생각하고 있었다.

“현 영업부의 조직도를 3부장 체제로 바꿔놓는 게 오히려 영업부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할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조직 내에서 한 부서의 파워는 결국 부서의 덩치가 아니라 부서장의 파워로 결정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

“네, 바로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파워… 분산시켜야 됩니다.”

어느 정도 납득이 된다는 표정으로 사장님께서 고개를 끄덕이셨고, 난 여기서 좀 더 사장님을 압박해 들어갔다.

“김 차장, 양 차장, 안 차장… 하나하나 개개인으로 놓고 보면 모두가 특출난 인재들입니다. 하지만 셋 다 차장 진급 때부터 영업부 전체 살림의 서포팅이 아닌 해당 부서의 살림을 도맡아 살아왔죠. 각 부서의 살림은 어느 누구보다 완벽하게 단도리를 칠 수 있겠지만, 김 차장이 영업 기획부, 해외 영업부 살림을 챙기기가 버겁듯, 양 차장도 영업 마케팅부, 해외 영업부의 살림을 챙기기가 버거울 거며, 안 차장 역시 마찬가지일 겁니다.”

“흐음….”

“그런 사람들에게 영업부 전체에 관한 권한을 준다면 분명 크고 작은 문제들이 많이 생길 겁니다. 어떻게 새로 개편되는 조직 속에서 아무런 문제가 안 생길 수 있겠느냐만, 특별한 조직도 변화 없이 현 상태에서 제가 빠진 자리에 삼 차장 중 누구 하나를 앉히게 되면, 현재 제가 앉아 있는 자리에 앉게 될 사람은 틀림없이 과도한 부담감을 떠안아야 할 거고, 그로 인해 다른 두 차장들과 불필요한 감정 소모전을 피할 수 없게 됩니다. 그런 감정 소모전은 결국 영업부 전체 내부 분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요.”

“….”

“처음 사장님께서 이사 계약을 제안하셨을 때, 바로 그 자리에서 대답을 못 드렸던 이유가 바로 이거 때문입니다. 당연히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임원 승진… 당연히 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부장을 달고 지난 2년 동안 제 의도와는 달리 영업부 내 각 부서가 자체적으로 너무 크게 성장을 했고, 또 말만 영업부라는 카테고리 안에 묶여 있지, 결국은 부서별 자체 살림을 살아왔기 때문에 제가 빠진 상황에서 현 삼차장 중 누구 하나가 부장 자리에 앉아서 다른 두 부서를 컨트롤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태입니다. 제 입장에선 당연히 효과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만 이사 계약을 하더라도 회사에 덜 미안할 거 같았습니다.”

“그건 또 그래. 공 부장이니 이걸 다 컨트롤할 수 있었던 거지, 현 영업부 세 개 부서를 지금처럼 잡음 없이 안고 가는 게 쉬운 일은 아냐.”

“….”

“자체 삼 부를 가지고 있는 영업부장 파워를 현재 공 부장이 해주고 있는 것만큼 안에서 잡음 없이 다스리는 게 쉽지만은 않겠어.”

“해외 영업부 안 차장. 아마 부장 달고 몇 년만 지나면 중국 법인을 맡아 나가도 손색이 없을 성장을 하게 될 겁니다. 현 삼차장 중 가장 발전 가능성이 큰 인재입니다.”

“…!”

“아주 특별한 능력을 가진 인재입니다. 눈치가 빠르고 번뜩이는 재치, 아이디어는 저도 한 번씩 감탄을 할 정도입니다. 그리고 영업 기획부 양 차장. 디테일에 있어서 만큼은 결벽증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을 받을 정도로 디테일이 뛰어난 인재이죠. 사실 처음 이사 계약 제안을 받았을 때 제 후임 자리에 양 차장을 가장 먼저 떠올렸습니다. 그만큼 조직 운영에 있어서는 김 차장, 안 차장과 비교해 절대적으로 뛰어나고 디테일이 살아있습니다. 비록 성장형 리더는 못 되지만, 지금이 국내 업계 컨트롤 기업들끼리 경쟁이 치열한 춘추전국시대는 아니지 않겠습니까? 지금 같은 시절엔 양 차장 같은 안정형 리더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리고 김 차장. 영업 마케팅부는 김 차장을 중심으로 너무 단단하게 뭉쳐 있습니다. 그 결속력은 저도 깰 수가 없습니다. 거기다 현재 김 차장이 맡고 있는 영업 마케팅부가 따지고 보면 홍성 영업부의 오리지널리티 아니겠습니까. 그 부분에 대한 자부심들이 아주 강한 부서입니다. 제가 처음 부장을 달고 가장 애를 먹었던 부분이 바로 영업 마케팅부 팀원들을 제 입맛대로 이끄는 부분이었죠. 결국 포기를 해야 했습니다. 그걸 포기하는 대신 김 차장을 제 사람으로 만드는 방법을 선택했죠. 다들 각자의 개성과 그 개성에 맞는 리더십이 각양각색입니다. 결국은 그 개성과 리더십을 존중해 주면서 3부장 체제로 나누고, 그렇게 하나로 집중될 영업부장의 파워를 삼등분시켜 서로 경쟁을 붙여 주는 게 최선의 방법일 거 같다는 게… 처음 사장님께 이사 계약 제안을 받고 지금까지 제가 고민하고 또 고민해서 만들어 낸 결론입니다.”

“이젠 아주 그냥 날 설득하는 게 아니라 협박을 하네?”

“아, 아닙니다, 사장님. 무슨 그런 말씀을….”

“내가 지금 공 부장 논리에 빠져나갈 구멍이 없단 말이야.”

“….”

“그런데 그렇게 되면 불어나 버리는 인건비는 인사부랑 어떻게 조율을 할 거야? 결국 공 부장 말대로 하자면 한 칸씩 다 올려 주잔 말이잖아. 현 삼차장들 부장으로 한 칸씩 다 올려 주고, 또 그에 맞춰서 차장들을 새로 다 뽑아 주자는 결론 아니냐고.”

“미리 말씀드린 겁니다.”

“뭘?”

“저 역시 이사 계약에 욕심이 있다는 뜻을요.”

“…?”

“지금 바로 계약을 하겠다는 게 아니라…. 혹시나 제가 너무 대답을 늦게 드려서 회사와 사장님의 마음이 바뀌실까 겁이 나 너무 늦지 않게 제 솔직한 마음을 미리 말씀드리는 겁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지금 당장은 제가 부장 타이틀로 현장에서 반드시 처리해야 할 일이 남아 있습니다.”

“…?”

“제가 다른 건 모르겠지만, 아직은 현장에서 뛰고 있을 때, 그때 CGM은 무조건 제 손으로 잡아야겠습니다.”

“…!”

“홍성 타워로 CGM을 제대로 잡은 다음에, 그런 다음에 그 전리품으로 각 영업부서별 기본 턴 오버를 조금씩 상향 조정시켜 놓고… 그렇게 해놓고 올라가겠습니다.”

“자신 있는 거지?”

“물론입니다. 조금 시끄러워질 수도 있겠지만, 한번 믿어 주십시오.”

“원래 일은 시끄럽게 하는 거야. 아무리 잘해도 너무 티 안 나게 조용히만 처리하면 절대 그만한 인정을 못 받지. 스타플레이어라면 응당 실적도 챙겨야 하지만, 그만큼의 퍼포먼스도 해줄 줄 알아야지.”

“책임지고 CGM 주저앉혀 놓고 만토바, 링겐, CGM. 이 삼강 일차 벤더 구도에서 만토바와 링겐, 이렇게 이강 구도로 만든 다음 우리 홍성과 독일 메칭엔 이렇게 이강 이차 벤더 구도로 만들어 버리겠습니다.”

“어이구야… 타깃을 너무 높게 잡은 거 아냐? CGM… 아무리 이빨 빠진 호랑이라지만, 그래도 호랑이는 호랑이야.”

“그 이빨을 누가 뺐습니까? 우리 홍성이 뺐습니다.”

“하하하….”

“그리고 이번엔 그 양심 없는 발톱까지 싹 다 뽑아내겠습니다. 가능합니다. 이미 만토바 물건 때문에 일본 이토 측에서 다이렉트로 홍성 본사와 딜을 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중국 시장 진출이 막힌 CGM이 현재 유일하게 뚫어놓은 시장이 또 바로 일본 시장이고요.”

“이토가 현재 CGM 물건을 같이 취급하나?”

“그건 아닌 거 같습니다. 하지만 일본 역시 업계가 좁습니다. 이토가 좋은 마진으로 만토바 물건을 한국에서 다이렉트로 공급받는다는 소문이 퍼지면 현지 업계 기업들이 구태여 유럽까지 갈 이유가 없어지는 거겠죠. 이미 센젠 법인이 뚫어놓은 이우로도 많이 몰리고 있는데, 그 채널을 한국에서도 같이 열어 버린다면… 일본 쪽 업계 MD들의 선택은 중국 이우나 유럽 현지가 아니라 홍성 인천 창고가 될 겁니다. 딱 거기까지만 제 손으로 직접 정리해 놓고, 현장 부장 자리 내려놓겠습니다.”

“현장에서의 마지막 여흥이다… 뭐 그런 건가?”

난 그저 씩 하고 미소를 지어 보이는 것으로 사장님의 물음에 대신 대답을 드렸다.

“거기 옐로 폭스 한국인 관리자라는 사람이… 정말 이번에 상대를 잘못 골랐네. 왜 하필이면 거기서 그런 공작을 해 가지고 우리 공 부장을 이렇게까지 집요하게 만들었을까? 하하하….”

“뭐 꼭 그 사람 때문에 그러는 건 아니고요. 그동안 너무 많이 부딪쳐 왔던 거 같습니다. 그럴 때마다 번번이 저희는 승기를 잡고도 1차 벤더가 아닌 컨트롤 기업이라는 이유로 관용이라는 걸 보여줘야만 했고요. 그러다 보니 계속 똑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거 같습니다. 이번엔 이 반복되는 상황을 끝낼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어차피 여기서 끊어내지 못하면 결국 또 어딘가에서 비슷한 형태로 부딪치게 될 건데, 이건 너무 피곤한 일이란 생각이 듭니다.”

“알았어, 무슨 말인지. 그건 공 부장이 알아서 진행을 하고 나는 이문 전무하고 이야기를 좀 더 해보고, 가급적 공 부장이 말한 그 3부장 체제를 지원하는 거로 해 보지.”

“감사합니다.”

* * *

이토 측과의 미팅을 며칠 앞둔 어느 날이었다.

이토 본사 MD 총괄이라는 사람이 홍성 본사를 방문하길 희망하고 있었고, 우린 그들의 방문을 수락, 직접 의전을 하겠다고 우리들의 입장을 전달했다.

그렇게 이토 측과의 미팅이 진행되어 가던 중 스위스의 신 사장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네, 사장님.”

-CGM 쪽에서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가요?”

-옐로 폭스, 그리덜, 킹스가 손을 잡고 바우처를 만들었습니다. 인터라켄에 한해서만요.

“그게 무슨….”

-아마 저희 건물에 홍성 타워가 들어간다는 게 기정사실화되고, 또 스타벅스로 유입 작전을 펼칠 거라는 걸 눈치챈 모양인지, 인터라켄 지점의 옐로 폭스, 그리덜, 킹스가 손을 잡고 디스카운트 바우처를 만들어서 여행사나 투어 가이드들한테 직접적으로 그 바우처를 뿌리고 있어요.

“어떤 바우처인데요?”

-말 그대로 형식은 디스카운트 바우처인데, 본목적은 여행사나 가이드들한테 커미션을 주기 위한 바우처 같더라고요. 바우처마다 여행사별 분류가 다 되어 있고, 또 가이드 커미션을 주기 위함인지 바우처 넘버가 다 들어가 있습니다. 그걸 가지고 매장에 방문해서 구입하면 고객들에게는 할인을 적용해 주고, 또 그 바우처의 출처 쪽으로는 그만큼의 커미션을 빼주겠다…. 하는 작전인 거 같아요. 듣기로 CGM 본사가 인터라켄 지점의 옐로 폭스, 그리덜, 킹스 쪽으로 여행사, 가이드 커미션만큼의 마케팅 비용을 지원해 주기로 한 모양입니다.

“흐음….”

-이거 제법 강력한 대응 같은데….

“글쎄요, 제 생각엔 별 의미 없는 헛수고일 거 같은데….”

-네?

“우린 홍성 타워 1층 로비의 화장실을 오픈하면 됩니다.”

-…!

“유럽은 공중 화장실도 돈 내고 사용하지 않습니까. 거기다 돈을 내도 어디에 있는지 몰라서 사용을 못 하는 경우가 다반사고. 홍성 타워 1층 로비 화장실만큼 널찍한 공간이 그 일대엔 기차역 말고는 없잖아요.”

-…그렇죠.

“그거 오픈해 버리면 됩니다. 결국 어떤 미끼로 어떻게 사람들을 들어오게 만드느냐가 관건 아닙니까?”

-그렇죠.

“그런데 거기에 그런 헛돈을 쓸 이유가 없죠, 우린 무기가 많은데. 안 그렇습니까?”

-아…”

“너무 신경 쓰지 마시고요, 앞으로도 계속 예의 주시하며 지켜봐 주세요.”

-…네.

“우린 매출로 CGM을 이기는 게 목적이 아닙니다, 사장님. 인터라켄을 방문하는 모든 관광객들을 상대로 다 물건을 파는 것도 아니고요. 우리의 목적은 어떻게든 매출을 일으켜서 흑자를 만들어내는 거죠. 안 그렇습니까? 그런 제 살 발라 먹기 식의 작전을 펼치다 보면 결국 무너지는 건 상대가 아니라 자기 자신일 겁니다. 저희는 여행사, 가이드 커미션 같은 쓸데없는 데 돈 쓰지 말고, 딱 저희가 목표로 하는 만큼의 매출만 올리면 됩니다. CGM 밭에서 그것만 해내도 이미 이긴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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