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1
폴앤크루가 가만히 있어서야 되겠습니까?
“그런데 부장님, 그제부터… 계속 궁금한 게 하나 있습니다.”
다음 날 아침이었다.
호텔 조식 레스토랑에서 자기 몫의 음식을 접시에 담아서 자리로 돌아온 박기태가 물었다.
난 전날 신 사장 측과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과음을 한 탓에 커피 말고는 아무것도 입안으로 넣을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레스토랑 종업원에게 하이볼에다가 각 얼음 몇 개를 담아서 갖다달라고 부탁을 한 다음, 얼음이 든 그 하이볼 안으로 커피를 부어 자체적으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만들어서 그걸 홀짝홀짝 마시고 있던 난, 보고 있던 스마트폰을 테이블 위로 내려놓고 박기태를 쳐다봤다.
“네, 뭐가요?”
“저기… 제가 지금 여기 스위스에서 돌아가고 있는 판을 잘못 읽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빅토리녹스 측과의 미팅도 그렇고, 어제 스타벅스 측과의 미팅도 그렇고… 꼭 그렇게 우리가 뭔가 부탁을 하는 입장에서 그들에게 끌려다닐 필요가 있는 걸까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그냥 제 생각이 그렇다는 겁니다. 빅토리녹스 측에게 면세 서류를 같이 쓰자고 제안하신 부분도 따지고 보면 빅토리녹스 측에서는 무조건 오케이를 해야 하는 부분 아니었나 해서요. 객관적으로 면세 서류를 같이 쓰자는 건 그쪽 매출에 플러스 요소를 만들어 주겠다는 건데 그쪽에선 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는 거잖아요. 오히려 홍성 타워 입장에서만 그 면세 금액을 다시 정산해야 되는 번거로움을 떠안게 되는 거고. 그리고 스타벅스 측에 제안한 ENT 건도 그렇습니다. ENT…. 말 그대로 내부 매출 개런티 아닙니까. 홍성 타워가 그걸 보장해 주면서 월세를 올리겠다는 것도 아니고, 기존 계약된 월세에서 ENT를 덤으로 확보해 주겠다는 건데, 그걸 굳이 부장님께서 직접 거기까지 찾아가서 부탁하듯 제안을 하실 이유가 있었나 싶어서요.”
난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그리고 다시 차가운 커피 한 모금으로 숙취를 살짝 눌러 놓고 홀 안을 돌아다니고 있던 종업원을 불러 각 얼음 몇 조각을 더 부탁했다.
내가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을 해줘야 할지 고민을 하는 동안 박기태는 천천히 아침 식사를 시작했고, 난 종업원이 새로 가져다준 각 얼음 몇 조각을 하이볼 안으로 넣어 절반쯤 남아 있던 뜨거운 커피를 그 안으로 모두 부어버렸다.
“박 팀장은 영업이 뭐라고 생각해요?”
어느 정도 여유가 있었다.
10시까지 호텔로 오기로 한 신 사장과 최 실장.
천천히 여유를 가지며 아침 식사를 즐겨도 될 만큼 시간은 충분했다.
그래서 난 박기태에게 그가 물어온 질문에 대한 직접적인 대답을 내놓기보다는 그가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다른 질문을 던져 봤다.
“….”
“편하게 대답해요. 어려운 질문 아니잖아. 설마 회사에서도 안 했던 테스트를 여기까지 와서 하겠어요?”
“물건을 파는 거죠. 내가 기대하는 가격에.”
“그럼 그걸 잘하기 위해선 뭐가 필요합니까?”
“음… 영업 스킬이 좋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건 부수적인 거고.”
“팔 물건이 좋아야 합니다.”
“당연하죠. 그럼 박 팀장 생각에 우리 홍성은 좋은 물건을 가지고 있는 회사입니까, 아닙니까?”
“충분히 좋은 물건들을 많이 가지고 있는 회사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갖다 팔 물건이 많아. 뭐부터 팔아야 할지 고민을 해야 할 만큼.”
“…?”
“자, 그럼 내가 다시 물어볼게요. 빅토리녹스는 우리 홍성이 가지고 있는 물건이 필요한 고객입니까, 아닙니까?”
“….”
“스타벅스는요? 스타벅스는 우리 홍성이 가지고 있는 물건들이 필요한 고객입니까, 아닙니까?”
박기태는 미간을 좁히며 생각에 잠기었다.
“대답하기가 참 애매하죠? 팔 물건이 아무리 좋아도 그게 상대에게 딱히 필요한 물건이 아니라면 상품으로서의 가치는 크게 없는 거죠. 하지만 반면에 홍성 타워 입장에선 빅토리녹스나 스타벅스가 꼭 필요한 상품이죠. 홍성 타워를 제대로 구성하기 위해서.”
“…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상품이 상대에게 딱히 필요한 물건이 아니다… 그럼 우리 홍성은 빅토리녹스, 스타벅스에게 뭘 팔아야겠습니까?”
“….”
“미안함을 팔아야죠. 그리고 기대를 팔아야죠. 영업은 철저하게 기브 앤 테이크입니다. 주는 게 먼저고 받는 건 그다음이란 뜻이죠. 박 팀장 말대로 우리가 만약 인터라켄의 홍성 타워 그거 하나만 보고 가는 거라면 굳이 이렇게 스위스까지 직접 오지 않더라도 전화 한 통화로 딜을 쳐낼 수 있는 수준의 제안이 맞아요. 하지만 이 한 번이 끝이 아니라, 이 한 번이 시작이라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게 맞는 걸까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빅토리녹스 측도 그렇고 스타벅스 측도 그렇고 지금쯤 얼떨떨할 겁니다. 직접 지구 반대편까지 찾아와서 한다는 제안이 자기네들 이익이 아닌 우리의 이익을 위한 제안이었어? 뭐지, 이거? 심한 경우 제대로 된 호구 하나 잡았단 생각을 할 수도 있겠죠. 리드권은 바로 이럴 때 잡을 수 있는 겁니다. 상대가 이건 뭐지? 이렇게까지 날로 먹어도 되나? 하는 의심을 하기 시작할 때… 그때 더 퍼주는 겁니다. 그럼 상대는 처음엔 조금 미안해하다가 점점 거기에 익숙해지는 거죠. 그리고 결국 그게 당연하게 여겨지는 겁니다. 그래서 결국엔 더 많은 걸 기대하게 되고…. 그래서 결국 상대에게 의존이라는 걸 하게 되며…. 그렇게 끌려다닐 수밖에 없게 되는 거죠.”
“…어렵습니다.”
“어려울 거 하나 없어. 쉽게 생각해요. 좋아, 그럼 이렇게 물어볼게요. 박 팀장은 내가 왜 그동안 폴앤크루에게 계속 끌려다니고 있다고 생각해요?”
“…!”
“그렇잖아요. 누가 봐도 엄연히 분리 경영을 하고 있는 중인데, 폴앤크루 강 대표는 계속해서 나한테 자기가 해야 할 일들을 도와달라고 부탁을 해. 그리고 이젠 손 부장님까지 내가 자기들 해외 시장 채널 뚫는 데 선봉장 역할을 하는 게 당연하다고 여기고 있어요. 거기다 장 대표님은 폴앤크루 컬렉션에 대한 아이디어를 계속 나한테서 얻어가려고 하고 있고. 지금까지 박 팀장이 봐 온 나란 사람이… 그렇게 호구예요?”
“…아뇨. 절대 아니죠.”
“그런데 난 이게 호구 짓인지 알면서도 왜 계속 끌려다니고 있을까? 이번엔 또 일본 이토 측에서 만토바 물건을 인천 창고에서 바로 받아 가고 싶다면서 그 딜을 중간에서 대신 좀 해 줄 수 없겠냐고 물어오더라고? 그것도 해주려고요. 내가 도대체 왜 그럴 거 같아요?”
“그야 부장님은 폴앤크루에 부장님 개인 지분이….”
“으으음….”
난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지분 가치를 더 키우는 게 내 목적이었음 차라리 내가 거기 직접 가서 일을 하지.”
“그럼 뭐 때문에….”
“상대를 내 입맛에 맞게, 그 입맛대로 움직이게 만들려고. 그렇게 서서히 난 내 방식대로 강 대표와 손 부장을 길들이고 있는 중이에요.”
박기태는 두 눈만 계속 감았다 뜨길 반복할 뿐이었다.
“초반 세팅이 조금 귀찮을 뿐이지, 세팅만 제대로 해놓으면… 아무리 분리 경영을 하고 있다고 해도 결국 폴앤크루는 우리 홍성 본사 영업부가 하자는 대로 다 따라오게 되어 있어요. 이건 어쩔 수 없어. 초반 스타트 위치가 본사랑 분리 경영 업체가 같을 수는 없는 거잖아요.”
“…!”
“거절하기 힘든 제안들을 먼저 계속해서 해 주면서 그다음 내가 할 제안을 기대하게 만들고, 또 상대가 말도 안 되는 제안들을 해 올 땐 호구인 척 몇 차례 들어주면서 상대를 미안하게 만드는 거…. 그게 진짜 영업이에요. 팀장 타이틀 달고 부턴… 그걸 잘해야 돼. 그걸 잘해야 나중에 진짜 뭔가 급하게 필요할 때… 그때 가서 당연하게 뭔가를 요구할 수 있는 거예요.”
* * *
취리히 반호프슈트라세
“위치가… 이 정도면 좋은 편인가요?”
난 신 사장이 소개해 준 건물 앞에서 그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과 그 주위로 포지셔닝된 매장 브랜드들을 유심히 살폈다.
확실히 인터라켄에 비해선 고급스러운 느낌이 물씬 풍겼다.
고급스러운 느낌이 드는 대신 거리는 한적했다.
“지금이야 상권이 많이 죽었지만, 그래도 한땐 스위스에서 1번으로 통하던 상권입니다. 거리에 입점된 브랜드들 퀄리티 한번 보십시오. 여긴 매출을 떠나서 상징성이 있는 로케이션이라고 보시면 될 겁니다.”
무슨 말인지 충분히 이해를 했다.
신 사장의 말처럼 거리는 유수한 명품 브랜드들이 밀집되어 마치 밀라노 두오모 거리를 방불케 했다.
“그때 공 부장님께서 전화로 물어보신 대로 현재 스위스에서 인터라켄을 제외하고는 옐로 폭스, 그리덜, 킹스가 모두 들어와 있는 포인트가 여기 말고는 없습니다. 그리고 따지고 보면 여기가 오리지널이라고 봐야죠. 인터라켄은 중국 관광객들이 몰아닥치면서 급하게 부랴부랴 플렉스 샵들이 들어간 케이스고, 여긴 관광객과는 별개로 자체 스위스 로컬 유동 인구만으로도 충분히 시장이 유지되는 곳이니까요.”
“상징성이 있다….”
난 신 사장이 한 말을 낮게 중얼거려 봤다.
“그래서 저 건물은 현재 얼마에 나와 있습니까?”
“17밀리언을 불렀다고 하더라고요. 1, 2밀리언 정도의 가격 흥정이야 자세 잡고 제대로 붙어서 하면 얼마든지 가능한 부분일 거 같고, 문제는 보셔서 알겠지만 건물들이 다 너무 오래됐습니다. 매입을 하는 순간 내부 인테리어 공사 이전에 배수, 전기 관련 기반 공사를 싹 다 새로 해야 할 겁니다. 인터라켄에 있는 저희 건물이 그랬거든요.”
“…그렇겠네요. 그런데 확실히 인터라켄보다는 비싸군요.”
“아이고… 비교를 할 걸 하셔야죠. 인터라켄은 말 그대로 촌입니다. 외국 관광객들이 조금 많이 모이는 촌. 어떻게 경주랑 강남 땅값을 비교하십니까?”
“비수기 들어가면 좀 어떠십니까?”
“뭐가 어떻냐는 겁니까?”
“좀 한가하십니까?”
“한가하죠. 호텔 장사도 그때부턴 손가락만 빨아야 하고… 비수기 들어가면 직원들 휴가 보내는 게 제일 큰일입니다. 그렇게라도 인건비를 세이브해야 하거든요.”
“그럼 사장님.”
“네.”
“이 건물… 홍성이 매입할 수 있도록 현지에서 좀 수고스럽겠지만 신경 좀 써 주실 수 있겠습니까?”
“….”
“물론 이 건물이 없어도 홍성 타워는 CGM으로부터 그 어떤 압박도 받지 않을 겁니다. 다만 이 건물이 있으면 한결 수월해지실 겁니다. 홍성이 이 건물을 매입해서 인터라켄에 있는 사장님 건물과 같은 콘셉트로 홍성 타워를 만들어 버리면… CGM 입장에선 외통수에 걸리는 거겠죠?”
“…!”
“사장님 말씀대로 이곳이 그만큼의 상징성이 있는 곳이라면… CGM은 자기네 홈그라운드, 그것도 가장 상징성이 강한 곳에서 홍성 타워에게 먹혔다는 소리를 듣게 될 겁니다.”
취리히에서 파리로 넘어가는 열차 안이었다.
그 열차 안에서도 박기태는 도무지 자신의 상식으로는 이해를 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한참을 고민하더니, 결국 궁금해서 못 견디겠다는 듯 입을 열었다.
“회사에서 컨펌이 떨어진 사안입니까?”
“뭐가요?”
“아까 본 건물요. 그거 매입 건… 회사에서도 알고 있는 겁니까?”
“아뇨, 아직 모릅니다.”
“그런데 그렇게 마치 진짜 살 것처럼 신 사장님께 주문을 하시면 어떻게 합니까? 그러다 상대가 진짜 팔겠다고 하면 어쩌시려고요?”
“완전 럭키죠. 같이 봐서 알잖아요.”
“아니, 부장님. 이게….”
“돈 구하는 게 어려울까요, 아님 아까 그 위치의 그만한 건물을 찾는 게 어려울까요? 난 후자가 최소 10배는 더 어려울 거 같은데?”
“아무리 그래도 이게 지금 브랜드 하나 따내는 단순한 프로젝트도 아니고, 건물 매입 비용만 17밀리언이라고 하는데, 그걸 그렇게 부장님이 독단적으로 결정을 하셔도 되는 건지 전 살짝 걱정스럽네요.”
“그 걱정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그렇다고 박 팀장이 브랜드 하나 따내는 걸 단순한 프로젝트라고 말하는 건 납득하기 힘드네요.”
“….”
“제대로 된 브랜드 하나 따내는 거… 그게 더 어려운 일이에요, 박 팀장. 건물 매입은 돈만 있으면 돼. 그런데 브랜드 하나 따내서 그걸 제대로 띄우는 건 돈이 아무리 많아도 소프트웨어가 제대로 뒷받침되어 주지 못하면 안 되는 거예요. 박 팀장이 하고 있는 일을 그렇게 단순한 업무로 치부해서야 되겠어요? 그게 얼마나 중요하고 또 회사 차원에선 핵심적인 업무인데.”
“죄송합니다, 전 그런 뜻으로 드린 말이 아니라….”
“17밀리언이라고 하잖아요. 170밀리언도 아니고, 17밀리언. 한국 돈 200억? 적당한 투자만 확보하면 충분히 회사에 제안해 볼 만한 액수라고 난 판단이 서네요.”
“투자라면… 누가 투자를 한단 말입니까?”
“왜 생각 있어요? 기태 씨가 하게? 하하하….”
“….”
“회사 입장에서도 CGM 홈그라운드에서 CGM을 밟는 데 200억 투자하는 거라고 하면 솔깃해할 겁니다. 한 해 마케팅 예산만 200억씩 잡는 브랜드 업체도 있는데, 홍성 입장에서 유럽 현지에서 CGM을 잡았다는 것만큼 확실한 회사 마케팅이 어디에 있겠어요? 거기다 건물이 어디 가나? 브랜드만 빵빵하게 채워서 영업 궤도에만 올려놓으면 캐시 카우 역할까지 함께해 줄 건데, 못 하게 할 이유가 없잖아요. 그리고 뭐… 못 하게 하면 안 하면 되는 거고. 박 팀장도 직접 건물을 봐서 알겠지만, 저걸 안 하면 회사 손해지 내 손해는 아니잖아요?”
그렇게 나와 박기태는 취리히에서 열차를 타고 파리로 가서 쁘띠토널 법인장과 간단한 미팅을 가졌다.
그리고 파리에서 하루를 보내고 목요일 아침 비행기로 한국에 돌아왔다.
시간이 어중간했다.
서울로 들어왔을 땐 이미 점심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결국 장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미팅 약속을 잡았고, 박 이사에게는 폴앤크루 측과 급한 미팅부터 처리한 다음 출장 복귀를 해도 되겠냐고 양해를 구했다.
폴앤크루 본사 미팅실.
알렌 강 역시 상무님과의 일본 출장에서 복귀를 한 상태였다.
난 박기태와 함께 폴앤크루와의 미팅에 참석했고, 그 자리에서 알렌 강에게 그동안 폴앤크루 해외 채널 확보 건으로 빌려준 나의 노고에 대한 보답을 조금 다른 방법으로 돌려받고 싶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그래서 이토 측은 언제 한국에 방문하겠다고 하는 겁니까?”
“공 부장님 편하실 때 날짜를 주시면, 제가 그쪽이랑 일정을 한번 조율해 보겠습니다.”
“그러지 말고 마침 여기 박 팀장도 같이 있으니까, 박 팀장한테 그곳 담당자 연락처를 주시죠?”
“그렇게 해도 될까요?”
“뭐 어차피 저희 본사 영업부가 환대를 해야 할 상대 아닙니까. 굳이 불필요하게 여러 다리 거칠 필요 있습니까? 그냥 다이렉트로 담당자들끼리 약속 잡고 일정 조율하는 게 훨씬 더 정확하고 효과적이죠. 괜찮겠죠, 박 팀장?”
“네, 물론입니다. 그쪽 담당자 명함 있으면 저한테 주십시오, 대표님. 저희 쪽에서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적당한 밑밥을 깔아 놓고….
“그래서 말인데요, 강 대표님.”
난 장 대표가 있음에도 장 대표의 시선을 피해 알렌 강을 쳐다보며 포문을 열었다.
“저희 쪽에서 이것저것 폴앤크루 해외 유통 관련 업무를 서포팅하다 보니까 판이 계속 커지네요.”
“좋은 거 아닙니까?”
“좋은 거죠. 본사는 본사대로, 또 폴앤크루는 폴앤크루대로 좋은 거죠. 이게 잘만 진행이 된다면.”
“….”
“취리히 반호프슈트라세에 상당히 괜찮은 건물이 하나 나와 있습니다.”
“…?”
“그걸 매입해 보자고 본사에 제안을 한번 해 볼까 하는데, 아시다시피 신 사장님 건물에 투자가 5밀리언 이상 확정이 된 상태이지 않습니까?”
“…네.”
“근데 그때 본사 사장님께서는 신 사장님 건물에 10밀리언 정도 투자를 부어 보자고 하셨거든요. 그만큼 자신이 있으시단 말씀이셨겠죠. 디테일은 본사 들어가서 다시 따져 봐야겠지만, 아마 본사로부터 5밀리언 정도의 추가 투자는 더 따낼 수 있을 거로 봐집니다. 근데 저희가 보고 온 건물값이 17밀리언이라고 하더라고요. 스위스 법인 하나 새로 뚫어서 이리저리 은행 대출을 일으킨다손 치더라도 안에 리모델링 공사 비용까지 생각을 한다면 최소 4밀리언 정도의 추가 투자는 더 필요하겠단 계산이 서더라고요.”
“…?”
“파리에서 쁘띠토널 법인장님과 만나서 이미 투자 관련 이야기를 하고 온 상태입니다. 해당 건물 매입 건이 확정만 된다면 쁘띠토널에서 2밀리언의 투자를 넣겠다고 약속했습니다.”
“…!”
“쁘띠토널도 투자를 하겠다고 하는데, 폴앤크루가 가만히 있어서야 되겠습니까? 그동안 본사랑 폴앤크루가 같이 해 온 일들이 얼만데. 결국 같은 배를 타고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한 2밀리언 정도 태워 보시죠? 해당 건물 1층 입구 쪽에 폴앤크루 매장 자리 확보해 드리겠습니다.”